일년내내 벌받는 1학년 사각사각 책읽기 2단계 시리즈 7
에블린 르베르그 글, 세르쥬 블로슈 그림, 하정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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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글이 많은 것은 부담스럽고 그림책에서 벗어나고픈 아이들이 선택할 만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제 막 글밥이 조금 있는 책을 읽는 아이에게 단순히 글 길이를 늘리는 것에 목적을 두면 안 될 것이다. 책이란 재미가 없으면 안 되는 것이니까. 또 그렇다고 무작정 재미만 따져도 안 된다. 책이란 문학성도 고려해야 하니까. 그렇다면 이 책은? 내가 보기에 그 둘을 모두 충족시키는 것 같다. 사각사각 책읽기 시리즈가 대체적으로 재미있고 위트가 넘친다. 

이제 막 1학년에 입학하는 아이들의 기분은 어떨까. 사실 부모도 별별 걱정이 앞서는 판에 아이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던 것은 아닐런지. 그런데 여기서는 아이의 마음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누나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레오는 선생님들을 무슨 괴물처럼 생각한다. 누나가 선생님들을 그렇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매일 벌만 준다는 이야기도 모자라 선생님들이 감옥에 있던 사람들이라질 않나, 곤봉과 쇠사슬을 갖고 다닌다고 겁을 준다. 게다가 큰 애들이 작은 애들을 못살게 군다고 이야기한다. 

이 정도면 학교에 가고 싶을까.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던 레오도 만약을 대비해서 무기를 챙긴다. 그러나 학교에서 마주친 선생님과 아이들은 어떨까. 물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누나의 말과 정반대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누나에게 근사한 한 마디를 남긴다. 고학년은 고약한 거짓말쟁이 학년이라나. 이처럼 별 것 아닌 것 같은 한 마디의 위트가 이 시리즈에는 종종 나온다. 이제 막 입학을 앞두고 있는 예비 1학년들, 이 책 읽어 보렴. 아주 재미있단다. 그리고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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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제국사 미래의 고전 2
백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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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고양이를 키웠다. 여러 마리 키웠었는데 그 중 특히 정이 많이 든 고양이가 있었다. 어른들 말에 의하면 고양이는 쌀쌀맞은 동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서운하게 하면 떠난다지. 또 쉽게 사람과 친해지지도 않는다. 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처음에 새끼 고양이를 데려왔을 때 사람에게 오지도 않더니 우리가 강아지를 예뻐하자 슬그머니 와서 몸을 비비며 애교를 떨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물론 거의 한 식구처럼 지냈다. 나보다 특히 막내 동생이 그 고양이와 정이 많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양이가 무섭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난 어렸을 때의 기억 때문인지 그다지 무섭지 않다. 

아이들 책이든 어른 책이든 고양이가 나오는 책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읽은 책은 거의 없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그렇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나니 다른 책들은 고양이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갈지 궁금해졌다. 어떤 동물을 등장시키건 결국은 인간의 삶의 방식을 그대로 축소하거나 변형시켜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기에 읽으면서 혹시나 정말 그런 것은 아닐까 내지는 정말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며 그럴 듯하게 여겨지는 것일 게다. 

이 작가의 전작인 <주몽의 알을 찾아라>를 읽으며 공간을 넘나드는 구성 때문에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스케일이 좀 더 커졌다. 이제는 공간 뿐만 아니라 시간까지 넘나들고 있다. 같은 날 같은 시간 대에 여러 곳을 보여줌으로써 마치 시나리오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게다가 공간이 다양하다 보니 등장인물들의 국적도 다양하다. 또 한 가지 <고양이 제국사>라는 제목 답게 다양한 고양이 종류가 등장한다. 사실 처음엔 아는 것이 없어서 무척 헷갈렸다. 

마우 고양이가 인간과 계약을 맺으면 둘이 함께 느끼고 같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정말 고양이가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그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구성 때문에 읽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그렇지만 나중에는 모든 이야기가 서로 연결된다. 특히 마지막에 마우 아랑이 오래 전에 계약자였던 파로(비록 한때 배신을 했지만)에게 돌아가는 부분이라던가 소미가 자신의 소원을 아랑을 위해 쓴 것이나 언니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받아들이는 장면은 가슴 뭉클하다. 그런데 지나치게 꼬이는 상황들 때문에 자칫 산만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얼기 설기 엉켰던 그물들이 자연스럽게 풀리는 맛을 느끼기에는 아주아주 약간 약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점점 이 작가의 팬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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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귀, 선덕 여왕을 꿈꾸다 푸른도서관 27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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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냥 선덕 여왕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만 알고 있는데 마침 얼마전에 그에 대한 책을 읽었고, 또 신라에 관한 책을 읽었다. 그러면서 그 당시 역사에 대해 조금은 윤곽이 드러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기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한다. 그러면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지식이 조금씩 연결되는 것을 느끼자 마치 당시 역사를 꽤나 알고 있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역시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동시에 조금 아는 걸 가지고 꽤나 아는 척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많이 아는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을 의심하고 모르는 부분에 대해 더 알아보려 노력할 텐데. 역시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이다. 

선덕 여왕에 대해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가 있다. 지귀에 대한 이야기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단순히 한 인물에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당시 사회적 상황을 고려해서 인물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왜 지귀가 선덕을 만나고 싶어했는지를 묻고 또 물었을 것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바로 이 이야기겠지. 단순히 사랑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뒤에 더 큰 이야기가 있을 것이고 대의명분에 따라 움직이는, 신라를 이야기하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인 화랑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작가는 생각했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정치가 있는 곳이면 서로 견제하는 세력이 있기 마련이고 때로는 한쪽이 큰 화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 틀에 지귀라는 인물을 올려놓고 그의 번민과 인간적 고뇌를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시대적 상황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구나, 이런 일이 있을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은 역사동화를 읽으면서 무수히 갖는 생각이다. 그러나 다른 이야기를 마주했을 때 나는 절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한다. 아마도 이것은 작가만의 능력인가 보다. 

주로 무거운 배경을 동화로 엮어내는 작가라서 처음엔 다소 분위기가 무겁고 비장하며 가라앉았다는 생각에 경쾌한 어떤 것을 그리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왕과 그 주변 신하들이니 분위기가 무거운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뒤로 갈수록 점점 인물에 빠져들어서 차분하게 읽게 된다. 작가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지배층 이야기던데 피지배층을 등장인물로 다룬 역사동화를 만나고 싶어진다. 과연 어떻게, 어떤 목소리로 이야기를 풀어갈지 궁금하다. 절대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여전히 담담하면서도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들려주지 않을까. 이 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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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산 도로랑 힘찬문고 52
임정자 지음, 홍선주 그림 / 우리교육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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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연찮은 기회 덕분에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한국인이며 한국적인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꼭 그렇지도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나 책을 이야기할 때 과연 우리나라 작품을 얼마나 꼽을 것인가. 마찬가지로 지금 어린이 책을 열심히 읽고 토론하는 중에도 우리나라 작품과 외국의 작품 중 어느 것에 더 열광하는가. 물론 외국 작품과 우리 작품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의 어린이 책 역사와 외국의 그것은 차이가 나도 너무나 많이 나니까. 하지만 외국에서 어린이 책이 시작된 초창기의 작품들이 여전히 많은 어린이들에게 읽히고 있고 감동을 주는 데 반해 우리의 초창기 작품들은 구시대의 유물 정도로 취급받는다는 것이다. 어린이 책을 공부하는 어른들에게는 꾸준히 읽히고 있을지 몰라도 어린이들에게는 외면받은 지 오래다. 

왜 책 이야기를 하지 않고 뜬금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정체성에 대해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백두산을 올라 천지를 바라보며 느꼈던 감흥과 백두산에 얽힌 백호에 대한 이야기를 도저히 그냥 묻어둘 수 없어서 끄집어 낸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이란다. 요즘 많은 어린이 책들이 현재의 아이들 눈높이에서 그들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책은 시대가 언제인지 모르는 그야말로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를 오늘의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과연 어느 시대쯤인지 가늠하느라 애먹었다. 하지만 그 시대라는 것을 언제라고 꼬집어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백두산은 지금도 존재하고 그 산이 영산이라고 하는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책들을 지금의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좋아할까 하는 점이다. 분명 이런 책은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아이들이 선뜻 선택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론 이것은 단순히 내 착각이자 기우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제발 그러기를 바란다. 

흔히 백호는 영물이라고 한다. 과학적으로야 어떻든 쉽게 나올 수 없는 것이기에 그럴 것이다. 그러한 백호를 잡겠다고 큰 소리 치며 나간 오만한 백 포수는 결국 돌아오지 못한다. 그의 아들 도로랑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솔직히 이런 구성이 좀 마음에 안든다.)고 백호를 찾아 흰산을 오른다. 그리고 거기서 호랑이 처녀 호령아를 만난다. 물론 도로랑의 아버지를 잡아 먹은(더 죄를 짓지 못하도록 백 포수를 거둔) 산신 백호도 만나지만 그 백호에게 활을 쏘는 바람에 어둠왕을 깨우고 만다. 어둠왕을 깨운 도로랑 덕분에 산은 온통 죽음의 산으로 변하고 눈보라가 쉼 없이 친다. 그래서 흰산을 구하기 위해 도로랑과 호령아, 흰머리 할아버지는 온갖 고생을 한다. 간단하게 온갖 고생이라고 적었지만 셋은 정말 말도 못할 고생을 한다. 하긴 그래야 주인공이 성장하는 법이니까.

마치 판타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국적인 판타지 영화. 그러나 우연이 많이 일어나고 너무 친절하게 상황 설명을 하고 있다. 왜 독자에게 더 많은 역할을 주지 않는 것일까. 또한 꼭 전설이라고 해서 이렇듯 과거를 배경으로 할 필요가 있었을까. 충분히 현대의 아이들에게 어울릴 법한 이야기로 재탄생시켜도 되지 않았을까. 뭔가를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방법도 중요하다고 본다. 좋은 우리 이야기가 혹 외면받을까 걱정돼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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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비밀편지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12
레니아 마조르 지음, 이정주 옮김, 김은정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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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의 상큼발랄한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에바에게 편지를 준 친구가 바로 에바가 좋아하는 줄리앙이라는 사실이 밝혀질 때 왜 내가 가슴 뿌듯하고 설레는 거지? 어쩌면 혼자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서로 좋아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고 나서 흥분했던 그 옛날의 마음이 떠올랐는지도 모르겠다. 참내, 아이들 책보며 별걸 다 떠올린다. 하긴 그러기에 동화를 읽는 사람들은 마음만은(몸은 어쩔 수 없다쳐도) 늙지 않는다고 하나보다. 

그런데 만약 단순히 에바가 편지를 준 사람을 찾아다니고 그 사랑을 이룬다는 이야기만 있다면 동화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다. 즉 이 책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편지를 준 사람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친구의 사랑을 해결해 주기도 하고 말썽꾸러기를 순한 양(?)으로 만들기도 하는 등 활약이 대단하다. 그러니까 단순히 사랑을 찾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 반에서 일어나는 소동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또 마지막에 줄리앙의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에도 컴퓨터실에서 글자색을 바꾸고 크기와 모양을 바꾸는 실습을 한다는 설정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어쩜 그리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지. 

사실 읽을 때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 에바의 시선을 따라가느라 다른 친구들에게 많이 집중하지 못했는데 다 읽고 나서 책 내용을 떠올려 보니 참 재미있는 내용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삽화가 지나치게 만화 같고 등장인물의 특성에 맞게 그리지 못하고 있어서 내용에 방해가 되었다. 삽화만 제대로 그렸더라면 훨씬 괜찮은 책이었을 텐데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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