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마을의 주먹코 아저씨 문원아이 저학년문고 10
윤수천 지음, 최윤지 그림 / 도서출판 문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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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책을 읽을 때 시간적 배경이 다르면 책 내용에 빠지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읽은 시점과 이야기 속에서의 시간적 배경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내내 아름다운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책 속에서는 은행잎이 노랗게 물은 가을을 주로 이야기하지만 지금은 한창 땅 속에서 새싹이 올라오고 있는 봄이다. 하지만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배경이라던가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기분이었다. 

도시 외곽에서 살며 동화를 쓰는 노총각 작가 주변의 평범한 이야기를 평범하게 그려내고 있는데도 읽고 나면 푸근함이 느껴진다. 대개 이처럼 평범한 이야기를 읽고 나면 기억에서 금새 사라지던 것에 비해 이 책은 따스함과 뭐라 표현못할 잔잔함이 남는다. 수줍음이 많지만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작가가 동네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이 나와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동네에 은행나무가 많아서 가을이면 온통 노랗게 물드는 아름다운 모습 때문인지 대부분의 이야기에서 은행나무가 빠지지 않는다. 작가가 수원에서 살았다는(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책 속에 나오는 팔달산도 진짜 팔달산이 아닐까하는, 책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에 관심을 갖기도 했다. 여하튼 그다지 특이하거나 특별한 '사건'이 존재하지 않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건만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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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라, 산도깨비야 문원아이 10
이환제 글, 송희정 그림 / 도서출판 문원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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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부쩍 강아지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눈에 많이 띈다. 아니면, 전에도 많이 있었는데 나와 관련없는 일이라고 신경쓰지 않아서일까. 강아지를 키우고 나니 강아지와 관련된 이야기에 유독 관심이 더 갔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책에는 강아지와 관련된 짧은 이야기 다섯 편이 들어 있다. 가끔은 작가의 경험이었을 것 같은 이야기도 있다. 그 밖에도 모두 작가가 들었거나 본 이야기들이란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하던 동찬이가 우연히 산에서 살고 있는 떠돌이 개가 새끼를 낳은 것을 알고 그 중 한 마리를 데려다 키우지만 결국 어미개에게 돌려준다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도 있고 주인을 구하기 위해 불 속에서 타버린 안타까운 이야기도 있다. 또 개장수에게 잡혀있던 개를 사서 키우게 된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다. 이야기가 슬프건 감동적이건 모두 개와 관련된 것들이며 개가 단순히 동물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마음을 나누는 동물이라는 걸 이야기한다.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라 그런지 공감이 많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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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좋은 선물 동화 보물창고 23
신시아 라일런트 글, 엘런 바이어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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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아 라일런트의 <그리운 메이 아줌마>를 읽고 얼마나 감동했던지, 아직도 그 때의 잔잔함이 느껴지는 듯하다. 옮긴이도 그 책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 나 혼자만의 느낌은 아닌가 보다. 헌데 그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는 옮긴이의 말을 읽으니 괜히 기쁜 마음에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해본다.

작가가 자신의 고향인 버지니아 블루힐을 배경으로 들려주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 네 편이 들어있다. 사계절을 다루고 있는데 각 계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표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는지 한 계절에 한 가지 이야기를 해준다. 우연히 떠돌이 개를 데리고 와서 키우는 여름 이야기, 아빠와 단 둘이 낚시를 가서 고기를 잡고 호젓한 식당에서 이야기 나누는 가을 이야기, 눈이 잘 오지 않는 마을에 갑자기 눈보라가 쳐서 집에 못 가고 선생님 집에서 놀았던 겨울 이야기, 어머니날 드디어 가장 좋은 선물이 무엇인지 알게 된 봄 이야기. 이렇게 네 개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어느 시대인지는 모르겠으나(아마도 작가의 어린 시절일 테니 1960년대 쯤이 아닐까 싶다.) 시골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과연 지금도 이럴까. 네 개의 이야기는 각각 다른 소재를 다루지만 모두 가족간의 사랑이 느껴지고 자연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며 삶을 사랑하는 것이 느껴진다. 가끔은 편안한 현대의 문명 생활 보다 차라리 조금 불편하더라도 예전처럼 이런 생활을 하는 것은 어떨까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물론 막상 그런 상황이 되면 원망할 것이 뻔하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 작가는 잔잔한 이야기를 좋아하나 보다. 이 책도 잔잔하고 무척 서정적이다. 게다가 그림은 또 어떻고. 주변에 초록으로 펼쳐진 들판 가운데 아담하게 지어진 집과 한적한 시골길 옆에 있는 식당을 보고 있자니 따스함이 절로 느껴진다. 아마도 항상 시골을 동경하는 내 개인적인 성향도 한몫 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마냥 부럽기도 했고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나기도 했다. 비록 환경은 달라도 어린 시절 살던 곳에 대한 향수만은 동일하지 않을까. 다만 차이가 있다면 나는 속으로만 그리워할 뿐이고, 신시아 라일런트는 이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과 나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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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다는 것 미래의 고전 4
최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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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한 것일까. 예전에는 대중매체에서 미혼모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금기시되다시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만약 그에 대한 이야기가 있더라도 나중에, 그러니까 미혼모가 된 한참 후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지, 미혼모가 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공공연하게 그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이 미혼모에 대해 별 거부감이 없어 보인다. 그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그에 대한 어두운 면은 알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그게 어떠냐는 듯이 말하는 것을 보면 솔직히 겁난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사회적으로 눈치를 봐야하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하다. 하긴 그런 것을 이야기하기 보다 좀 더 너그러운 사회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생각이 아닐런지. 

초등학교 5학년인 미진이는 이제 막 이사를 왔다. 그동안 반지하에서 살다가 작지만 햇볕이 비치는 아파트로 이사를 한 것이다. 이삿짐을 둘이 나르는 모습을 보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도와주겠다고 하지만 미진이와 미진이 엄마는 영 달갑지 않다. 그러면 분명 아빠는 어디 갔느냐고 물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미진이에게 아빠는 없다. 원래부터 없었다. 미진이 엄마는 미혼모였던 것이다. 아이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서 이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쩌면 미진이 엄마가 적응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어찌보면 아이들 사회보다 어른들 사회가 더 잔인하고 배타적인 법이니까. 그렇다고 미진이의 생활이 더 나아보이지는 않는다. 엄마는 한 차례 고비를 넘기고 적응하는 중이지만 미진이는 새 학교에서 새로 적응을 해야하니까. 

미진이는 지레 겁 먹고 방어막을 친다. 지나치게 친절한 것을 경계하고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무시하는 것도 못 참는다. 그래서 전학 간 첫날부터 짝과 싸움을 한다. 하필이면 아빠가 대단해서 아무도 못 건드리는 그런 짝을. 미진이는 다른 것에는 당당할 수 있고 초연할 수 있는데 유독 아빠 이야기만 나오면 주눅이 든다. 즉 미진이의 아킬레스 건이 바로 아빠다. 왜 안 그러겠나. 이혼하거나 돌아가셔도 아이에게는 든든한 후원자를 잃은 것일 텐데 애초부터 없었다면 그보다 더할 것이다. 게다가 사회에서 이상하게 보고 친구 엄마들조차 꺼려한다면 더욱 자기 안에 갇힐 수밖에 없다. 그럴 때면 엄마를 원망하고, 그런 자신의 못된 점을 원망하는 악순환이 되고 만다. 미진이도 그렇다. 엄마를 원망했다가도 한편으론 안쓰럽고 그러다가 엄마를 미워하는 자신을 못된 아이라 생각하며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커가는 것이라지만 어느 정도 내면의 힘이 없으면 엇나가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엄마와 더욱 틈이 벌어지는 것을 본인도 느끼고 엄마도 느끼면서 위태위태한 생활을 하지만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 나경이네 일을 접하면서 둘은 서로를 이해한다. 그런데 왜 자신보다 못한 상황에 처한 나경이를 보며 위안을 받고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그럼으로써 아빠란 존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런 아빠도 있으니 너무 부러워하지 말라는 이야기일까. 그래서 한편으로는 나경이 아빠가 지나치게 나쁜 쪽으로만 그려진 것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좋은 아버지의 모습도 있었을 텐데 굳이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줘야만 했을까. 이런 아버지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암시를 주는 것 같아 이 또한 부자연스럽다. 긍정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신을 극복해 나가는 미진이 모습도 보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작가는 꼭 미혼모나 미혼부 가정의 아이들만이 아니라 자신의 환경을 숨기고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당당하게 맞서라고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한다. 주어진 환경 때문에 고통받는 것은 절대 아이들 잘못이 아니니까. 아이들은 그렇게 용기를 갖고 당당히 맞설 힘을 기른다면, 어른은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아이의 있는 그대로를 보는 혜안을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것이 혼자만 애쓴다고 될 일도 아니지만 조금씩 노력하다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그 작은 시작에 나도 포험되어야 할 텐데. 말은 쉬워도 솔직히 현실에서 쉬운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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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라가 꿈꾸는 세상 레인보우 북클럽 6
카시미라 셰트 지음, 부희령 옮김, 최경원 그림 / 을파소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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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관습과 전통의 차이가 뭘까 궁금해서 사전을 찾아보았다. 전통이란 '한 집단에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것'(보리국어사전)이라고 정의되어 있고 네이버에서 찾아본 사전에는 거기에 사상, 관습, 행동 따위가 있다고 덧붙여져 있다. 또한 관습이란 '한 사회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굳어진 풍습이나 방식'(보리국어사전)이라고 되어 있다. 주관적으로 느끼기에 전통이라는 말에는 긍정적인 것들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반면 관습에는 긍정적인 것도 있고 부정적인 것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위의 정의대로라면 꼬이기 시작한다. 전통에 관습이 포함된다고 보면 내가 생각하던 의미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에 명시된 관습은 긍정적인 의미의 관습일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 역시도 주관적인 생각이다. 

왜 이렇게 관습과 전통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느냐면 이 책의 이야기가 시종일관 그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어느 나라에서는-물론 우리나라도 포함된다-옳지 않은 관습을 전통으로 착각하고 계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20세기 초 인도에서 카스트 제도가 엄격히 시행될 때를 배경으로 하는 이 이야기가 있잖은가. 하지만 이 이야기는 카스트 제도에 대한 부당함을 이야기한다기 보다 남녀차별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당시 인도의 여자는 이른 나이에 부모가 맺어준 사람과 결혼을 하고 남자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하며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여기던 시대였다. 그 뿐만 아니라 남편이 죽으면 여자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하긴 어디 그게 인도만의 모습이라고 하겠는가. 많은 나라에서 신분제도가 있고 여자는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곤 했으니까. 

주인공 릴라는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어리광부리고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는 브라만 계급의 열세 살 소녀다. 결혼을 앞두고 꿈에 부풀어 있던 릴라의 행복은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아홉 살에 결혼식을 치렀지만 정식으로 남편집으로 가서 살기 전에 남편이 죽어버리자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일 년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생활을 해야 하고 옷차림도 남들과 달라야 하며 부당한 욕을 먹는 일만이 릴라에게 펼쳐질 미래다. 그러나 릴라는 결코 그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물론 처음에는 자포자기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지만 오빠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결국 자신의 앞길을 스스로 열게 된 것이다.  

만약 릴라에게 오빠가 없었다면 그런 변화는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만약 오빠가 시골 동네에서 그냥 남들과 같은 방식대로 살았다면 세상에 눈을 뜨지 못했을 것이고 동생의 불행을 그대로, 그야말로 관습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릴라의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릴라 오빠는 도시로 나가 새로운 사상을 접했고 그것을 실천에 옮겼다. 거기에는 간디의 영향이 컸음은 말할 것도 없다(이야기는 줄곧 간디의 행적을 따라가며 당시 인도의 상황을 함께 서술한다). 그런데 아들을 더 넓은 곳으로 보내 교육시키려고 하고 영국의 횡포에 반대하는 릴라 부모는 어느 정도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즉 비록 관습에 얽매여 살고 있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충분히 변화가능한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미망인인 릴라가 도시로 공부할 수 있게 허락을 한 것이다. 

릴라는 자신의 처지가 불행하게 되고부터 왜 남자와 여자가 차별을 받아야하는지, 왜 계급에 따라 행동이 달라야 하는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릴라의 고민은 자기 안에만 머물렀다(그것은 결국 릴라의 입을 빌어 이야기한 작가의 문제의식의 한계가 아닐까 싶다). 남자는 가능한(아니 당연한) 재혼이 왜 여자는 불가능한지, 또 다른 계급은 여자라도 재혼이 가능한데 왜 브라만은 안 되는지에 대해서만 부당하다고 느낀 것이다. 계급 자체에 대한 회의보다 자신은 높은 계급인데 낮은 계급 사람보다 못 누리는 것에만 집착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샤니와 릴라 자신이 다른 찻잔으로 차를 마시는 것만 안타깝게 생각하고 그것을 바꿀 생각은 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부당한 관습(그냥 관습이라 하면 긍정적인 의미의 관습도 포함되므로 반드시 '부당한' 이라는 말을 붙여야겠다.)과 맞서 싸우는 릴라의 모습이 멋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아쉽다. 물론 그 단계에서는 이 정도의 변화만으로도 굉장한 것이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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