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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ㅣ 어린이작가정신 어린이 문학 1
박완서 지음, 한성옥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09년 4월
평점 :
보통 아이들과 같으면서도 약간은 다른 복동이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라고 표현하면 맞으려나. 흔히 말하는 자존감을 갖고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더라도 한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엄마는 돌아가시고 아빠는 자신을 버리고 떠나버린 것을 알면서도 상황을 그다지 원망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이모와 할머니가 무한한 사랑을 줬기 때문일 게다. 게다가 약간은 변두리라는 상황 설정은 지나친 경쟁에서 그나마 자유롭기 때문에 친구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든 것일 테고.
약간의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모가 애지중지 보살피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 편의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복동이는 차츰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그래도 이모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자신이 이모를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자책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다 아빠가 미국에서 재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학 때 그곳에서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떠난다. 새엄마의 아들에게 잘해주는 아빠를 보며 한때는 질투도 하지만 끝내 데니스를 이해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은 역시 한국에 있는 이모와 할머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스스로를 소중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가끔 지나치게 내 위주로 사물을 바라보고 어떤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마치 내가 겪었거나 주변에서 경험한 것들이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소위 말해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특히 어린이 책을 읽으며 그런 우려를 많이 한다. 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아이들도 다양하고 환경도 다양하다는 것을 느끼면서부터 조심스러워졌다.
만약 전 같았으면 이 책을 읽고 너무 뻔한 이야기라거나 뭔가 부족한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훨씬 많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어떤 책이든 느끼는 것이 똑같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실은 '인정하기에'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전에도 알긴 알았으니까.) 그냥 내 느낌만 생각하기로 했다. 음, 그러니까 여기서는 복동이가 자존감에 대해 고민하게 된 계기가 그다지 명확하지 않다고나 할까. 그 밖에도 갈등구조가 약해서 밋밋한 감도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이런 책을 읽으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음은 어린이책 작가가 꿈이라는 중학생 딸의 간략한 리뷰다. 시험기간이라 시간이 없어서 간단하게 썼다.
차라리 장편이었으면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복동이의 상처가 아물어가는 과정을 그린 것 같은데 구성이 좀 빈약한 것 같다. 그래도 미국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좋았다. 정말 눈 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복동이는 나이를 먹으며 이해심이 커졌는데 나보다 더 빨리 정신적으로 성숙했다. 원래 남자 아이들은 지적 능력이 늦게 발달한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