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에 사는 생물 모여라~

꼬물꼬물 갯벌 생물 이야기 - 생태 동화 2 : 우리 갯벌 ㅣ 생태동화 2
황근기 지음, 원성현 그림 / 꿈소담이 / 2009년 7월

갯벌에 조개 잡으러 여러 번 갔었다. 한 번은 대천해수욕장 아래에 있는 갯벌에서 맛조개를 잡다가 차를 털린 적도 있다. 맛조개 잡는데 어찌나 재미있던지 둘째가 배가 아프다며 그만 가자는데도 참으라며 한참을 더 잡았다. 결국 누군가가 차 유리를 깨고 트렁크에 있는 가방과 디카를 훔쳐갔고. 제부도랑 오이도에도 가서 조개를 열심히 캔 적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조개를 캐긴 캐는데 이름도 모르고 무조건 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조개 종류가 많다. 헌데 여전히 구별하기는 힘들다. 그나마 조개는 낫다. 지렁이와 게는 정말 구분하기 어렵다. 게는 또 종류가 어찌나 많던지. 이름을 들어본 것으로 만족해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다. 그저 유일하게 똑바로 걷는 게가 밤게라는 것 정도만 안다. 갯벌에 가면 여러 종류의 게를 많이 보는데 아이들은 그것을 잡느라 정신을 못 차린다. 물론 아이들도 이름은 모르고 무작정 잡는다. 앞으로는 이름을 알 수 있으려나. 글쎄, 장담하긴 어렵지만 노력은 해봐야겠지. 

동화로 갯벌에 사는 생물들을 알려주는 이 책은 갯벌에서 만날 수 있는 웬만한 생물이 다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종류별로 묶어서 이야기하고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정보 페이지에서 이야기에 나왔던 것들을 다시 한번 보여주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물론 이야기 중간중간에도 어떤 생물이 나오면 그에 대한 소개를 해준다. 특징이며 사는 방식, 먹이 등 핵심적이고 중요한 정보를 준다. 그래서 대화가 나오는 작위적인 부분은 쉽게 넘기게 되는데 생물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부분은 자세히 보게 된다. 아무래도 어른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아이들은 오히려 반대가 아닐까 싶다. 

갯벌은 생성되는데 약 8000년이라는 상상하기 힘든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것만 봐도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런 갯벌이 우리나라에는 꽤 많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서서히 줄어들고 있으며 남아 있는 갯벌도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한다. 나중에 없어지고 난 뒤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있을 때 잘해야 하는데 말이다. 이 동화가 아이들에게 갯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러한 거창한 것을 기대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듯하다. 갯벌의 특성이나 지켜야 하는 이유를 들어가는 말에서만이 아니라 본문에서도 본격적으로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전거 여행을 통해 만나는 자신

불량한 자전거 여행 ㅣ 창비아동문고 250
김남중 지음, 허태준 그림 / 창비 / 2009년 7월

한창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이런 날은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힌다. 전에는 차에 있을 때 되도록 에어컨을 틀지 않으려 애썼는데 언제부턴가 조금 바람이 불더라도 그냥 에어컨을 튼다. 더위를 못 참는다는 증거다. 그런데 이런 날 자전거를 탄다면? 어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잠시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도 싫을 텐데 며칠을 자전거만 타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다. 그런데 이렇게 내가 두려워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지만 이것이 작가가 경험을 근거로 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기에 동화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의 이야기로 간주해도 될 것이다.(등장인물들만 차용했을 뿐 나머지는 마치 르포 같았다.) 

6학년인 호진이가 주인공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끌어간다. 그러나 자전거 여행이라는 특수한 상황, 즉 자기의 한계를 마주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라는 특징 때문인지 호진이는 자신의 문제에만 골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바라본다. 6학년이라는 나이에 이 정도 생각을 할 줄 아는 아이라면 앞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비록 자신도, 다른 사람도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호진이의 생각을 줄곧 따라온 (어른)독자라면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어른의 시각으로 보건대, 지금은 비록 공부를 못하더라도 나중에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 즈음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면 정말 성장하고 철이 든다면 자신의 자녀도 그런 여행을 보내고 싶다는 부모가 많지 않을까 싶다. 사실 그 보다는 소통이 안되는 사람들, 특히 부자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런 사람이 의외로 많다.)을 이런 여행을 보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겠다는 이야기를 얼핏 듣고 무작정 집을 나온 호진이는 배짱도 좋다. 처음부터 삼촌이 자전거 여행을 꾸리는 단장이라는 것을 몰랐기에 삼촌에게 갔겠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호진이 부모가 보기에 삼촌은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구제불능 인간이지만(그래서 독자도 처음에는 그렇게 선입견을 갖는다.) 여행이 끝날 즈음에 호진이가 본 삼촌은 더 이상 아무 계획도 없이 대충 사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물론 독자도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대단히 멋있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라며 부러워한다.) 

힘들게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오로지 자신과 싸워야 하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섬진강을 따라 달리고 미시령을 오르는 모습이 눈에 선할 정도다. 물론 그러면서 한편으론 아슬아슬했다. 자전거 도로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게다가 섬진강을 끼고 달리는 길은 좁아서 위험할 텐데. 그 길이 로드킬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길이라지, 아마. 그렇지만 별 탈 없이 여행이 끝나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자꾸 동화를 현실로 착각하며 별별 걱정을 다 한다. 작가 사진에 자전거 탄 모습만 아니었어도 순수하게 동화로 받아들였을 텐데(글에서는 자전거 여행을 한다는 말이 있더라도 말이다.) 사진이 떡 하니 있어서 자꾸 현실과 겹쳤다. 

삼촌이 처음에는 심부름을 시키며 차에 태워주다가 호진이가 고민거리가 있다는 걸 안 다음부터 자전거 여행 참가자로 넣는 모습을 보며 호진이가 부쩍 성장할 것이라는 점은 예측했다. 원래 동화란 그렇잖은가. 그런데 호진이 엄마 아빠가 어떻게 될지가 몹시 궁금했다. 이대로 이혼한다면 제대로 해결되는 게 아니고(동화에서 문제를 그대로 둔 채 끝내면 어린 독자는 혼란스러워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른인 작가가 어느 정도 개입을 한다.), 그렇다고 화해를 한다는 설정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작가가 어떻게 해결할까 궁금했던 것이다. 그런데 엄마와 아빠를 자전거 여행을 가게 만들다니. 이 얼마나 명쾌한 해결책인가. 결국 둘이 화해를 할 것이라는 암시를 주기만 할 뿐 어떻다고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여기 나오는 삼촌에서 작가의 모습이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내가 지나치게 엮으려고 하는 걸까.

자유를 사랑한 고양이 키티

WHAT 왓? 28 야생고양이는 왜 고향으로 돌아올까? ㅣ WHAT왓? 시튼동물기편 6
어니스트 톰슨 시튼 지음, 김순남 그림, 함영연 글 / 왓스쿨(What School) / 2009년 11월

솔직히 시튼 동물기를 아이에게 읽으라고 사줬으면서도 내가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가 워낙 곤충을 좋아해서 파브르 곤충기를 잘 읽기에 그와 쌍벽을 이루는 동물기도 읽어봐야 한다는 생각에 사줬었다.5권까지 나온 후 6권인 이 책은 참 오랜만에 나왔다.  

사람이 키우는 동물이 아닌 야생의 동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이야기라서 때로는 마음 아픈 장면도 있다. 도둑고양이가 주변에 들끓는 것이 싫다며 총으롸 싸 죽이라는 잽의 말에 아무런 저항이나 망설임없이(물론 말은 한번 해봤지만 독자가 보기엔 약하다고 느낄 것이다. 이는 시대적 배경을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새끼 고양이를 죽이는 모습은 어찌나 마음 아프던지. 만약 이것이 동물을 있는 그대로 관찰한 것이 아니라 창작동화라면 그렇게까진 하지 않겠지. 그러기에 마음 아프면서도 자연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책을 읽으면서 동물의 삶에도 관심이 가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시튼이 얼마나 동물에 애정이 많았는지가 먼저 느껴진다. 시튼은 야생에 살고 있는 동물을 관찰하기 위해 야영을 하며 관찰했기에 이처럼 동물의 행동 특성을 고스란히 나타낼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아니 오히려 요즘 주변에서 더 많이 만나게 되는 야생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라 아이들이 더 관심을 갖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이 강아지와 고양이를 가장 키우고 싶어할 만큼 좋아하는 동물이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 나오는 키티는 고단한 삶일지언정 야생 고양이로 살기를 고집한다. 사람에게 길들여지기 보다 자유를 더 사랑한다고나 할까. 시대적 배경이 아무래도 현대와 많이 달라서 의아하면서도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옛이야기를 읽는 것 같네~

안도현 시인이 들려주는 불교 동화 2 - 똥으로 무장한 멧돼지 ㅣ 안도현 시인이 들려주는 불교 동화 2
안도현 지음, 임양 그림 / 파랑새 / 2009년 7월

불교 동화라고 되어 있지만 그 보다는 그냥 옛이야기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 정도로 종교적 색채는 드러나지 않는다. 사실 전편보다 표지도 훨씬 마음에 들고 이야기도 더 재미있다. 아니면 처음에는 종교적인 것에 초점을 맞춰서 읽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치 뭔가를 얻어야 한다고 다짐하며 읽었다고나 할까. 헌데 이번에는 그저 옛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편안하게 읽으니 훨씬 재미있다. 

지혜, 사랑, 어리석음 이렇게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각 이야기가 모두 생각거리를 준다. 물론 그렇다고 처음부터 뭔가를 얻겠다고 작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냥 읽다보니 절로 생각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때로는 직설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드러내는 경우도 없지 않았지만. 

이미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도 있고 어떤 것은 우리 옛이야기와 정말 흡사한 것도 있다. 늙은 어머니를 버리기 위해 산으로 업고 가는데 어머니는 알면서도 오히려 돌아갈 때 아들이 길을 잃을까 걱정한다는 이야기,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겁 먹고 다른 동물을 쫓아간다는 이야기 등은 알고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옛이야기의 특성 중 하나가 바로 듣고 또 들어도 재미있다는 것 아닌가. 역시 여기 있는 이야기들도 그랬다. 꼭 종교를 따지지 않더라도 지혜로운 이야기로 읽어도 괜찮겠다.

철수는 어떻게 책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책 읽어주는 바둑이 ㅣ 책귀신 3
이상배 지음, 백명식 그림 / 처음주니어 / 2009년 7월

책귀신 시리즈 세 번째 책. 독서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힘든 아이들을 위해 '책은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란다'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시리즈라고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이번에는 바둑이가 망태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주인인 철수의 독서습관을 바꾼다는 이야기다. 흔히 망태할아버지라고 하면 말 안 듣고 못된 짓만 골라하는 아이를 데려다가 혼내준다는데 여기 나오는 망태할아버지는 전혀 안 그런다. 오히려 책 안 읽고 게임만 하거나 말 안 듣는 아이들을 데려다가 책 좋아하는 아이로 만들어 준다. 

그렇다고 책은 이래서 읽어야 한다느니 이런 게 재미있는 책이라느니 하며 가르치지 않는다. 그저 데려다가 책이 많은 곳에 풀어놓고 마음껏 놀라고 한다. 책 읽으라고도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책으로 된(빵도 책 모양이고 그릇도 책과 관련된 것들이다.) 곳에 책 밖에 없으니 아이들이 할 게 독서밖에 없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철수는 맨날 잠을 잘지언정 책은 읽지 않았다. 보다 못한 바둑이가 주인 철수를 위해 책 읽는 법을 배우고 은근슬쩍 철수가 다른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도록 함으로써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한다. 철수는 이제 현실로 돌아와서도 책만 볼 정도가 되었다.  

하나의 이야기 속에 바둑이가 해주는 이야기도 들어 있고 철수가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과정을 위해 다양한 에피소드가 등장해서 산만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쓰지 않는 저학년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특히 책을 싫어하던 철수가 바둑이가 읽어주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과정이나, 책을 좋아하게 되는 과정이 정말 아이들 모습과 똑같다. 책을 읽어주면 처음엔 재미없다고 딴짓하던 아이들도 어느새 슬금슬금 다가와 귀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원래 책을 싫어하는 어린이는 없다고 한다. 다만 습관이 안 되었을 뿐이지. 이러한 책을 통해 책 읽는 습관을 만들어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