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봉황이 우는 소리가 늙은 봉황의 소리보다 한결 맑다.

   雛鳳淸於老鳳聲(추봉청어노봉성)

 

당나라 때의 천재 시인 이상은(李商隱)이 한동랑(韓冬郞)을 위해 즉석에서 지어준 시의 한 대목이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고, 청출어람(靑出於藍)하듯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발전하고 강해지는 것을 비유한 구절이다.

 

예로부터 영웅의 업적은 청소년 시기에 그 기틀을 닦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그런 웅지를 기르고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지적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 이런 기반을 갖춘 조직과 나라만이 세계사의 선두에 서서 역사를 이끈다. 반면 참신한 인재를 무시하고 심지어 억압한 나라나 조직은 역사의 무대에서 도태된다. 세상사 당연히 이치이자 역사의 법칙이다. 미래가 젊은이에게 달려 있다고 말로만 격려하지 말고 미래를 짊어질 물질적 정신적 토대를 만들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로만 인재를 외치고 뒤에서는 인재를 억누르는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기성세대들은 하루 빨리 도태되어야 한다. 어린 봉황의 울음소리를 기쁜 심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기한동랑겸장지원외(寄韓冬郎兼長之員外)

 

 

 

 

 

중국사의 오늘 :

782528(당 덕종 건중 34월 갑자)

당나라 덕종이 하북 지역 번진 세력과의 전쟁에 드는 경비가 바닥나자 장안 상인들에게 돈을 꾸도록 했다. 국가 재정이 파탄에 이르렀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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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을 베푸는 것보다 빚을 갚는 것이 낫다.

   布施不如還債(포시불여환채)

 

송나라 때 사람 홍매(洪邁)가 엮은 설화집 이견지의 한 구절이다. 홍매는 이어서 복을 닦는 것보다 죄를 피하는 것이 낫다라고 했다. 얼핏 듣기에 뭔가 이상하다. 남에게 재물을 베푸는 일과 복을 닦는 일이 뭐가 어때서 빚을 갚는 것과 죄를 피하느니만 못하단 말인가? 빚도 갚지 않은 사람이 재물을 베풀려 하고, 죄를 짓는 사람이 복을 닦으려 한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 좋은 일을 하기에 앞서 자신의 행동에 결함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즉 남에게 무엇인가를 베풀기에 앞서 내가 남에게 진 신세나 빚을 되돌려 주지 않은 일은 없는가를 살피고, 복을 닦기에 앞서 죄가 될 만한 언행을 한 적은 없는가를 살핀 다음 베풀고 닦으란 뜻이다. 위선(僞善)하지 말라는 요지다.

 

이견지(夷堅志)

 

 

 

 

 

중국사의 오늘 :

780527(당 덕종 건중 원년 4월 계축)

당 덕종이 생일을 맞이하여 각지에서 쇄도하는 축하 선물을 거절했다. 번진 이정기 등이 바친 옷감 3만 필은 국가 재정 수입으로 충당케 했다. 황제 생일 때 중앙과 지방 관리들이 앞을 다투어 엄청난 선물을 올리면서 백성들의 생활에 큰 피해를 주었는데 덕종이 이를 과감하게 혁파한 것이다.

 

 

* 당나라 덕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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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운 사랑은 왕왕 증오의 시작이 된다.

   愛者憎之始也(애자증지시야)

 

관중은 공사가 분명한 사람이었다. 임종을 앞두고 후임자를 묻는 환공에게 포숙을 추천하지 않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포숙이 누군가? 관중의 목숨을 살린 것은 물론 자신에게 돌아올 재상 자리를 양보한 더할 나위 없는 인격의 소유자이자 둘도 없는 친구 아니던가? 하지만 관중은 포숙의 맑은 성품과 재상 자리가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다른 사람을 추천했다.

 

관중은 관자에서 사사로운 사랑은 왕왕 증오의 시작이 되고, 사사로운 은혜는 왕왕 원한의 뿌리가 된다라고 하여 사사로운 애정과 은혜가 공적인 일에 큰 누가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인간은 작은 사랑과 은혜라도 베풀고 나면 보답을 바란다. 베푼 사랑과 은혜가 크면 기대하는 마음은 더 커진다. 그런데 그에 상응하는 보답이 돌아오지 않아 자기 마음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증오와 원한의 심정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공적인 일에 이런 사사로운 애정과 은혜가 개입하여 증오와 원한을 만들면 큰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관자』 「추언(樞言)

 

 

 

 

 

중국사의 오늘 :

825526(당 경종 보력 원년 5월 경신)

이날은 음력으로 55일 단오라 경종은 어조궁으로 놀러 나와 어조지에서 용주(龍舟) 경기를 관람했다. 용주 경기는 단오에 멱라수에 몸을 던진 굴원을 기리는 단오 놀이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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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은 여섯 부분을 감춘다.

   龜藏六(귀장육)

 

불교 경전인 아함경에 보면 부처가 비구들에게 거북이 여섯 부분을 감추듯이 육근’(六根)을 감추어 마귀가 넘보지 못하게 하라고 설교한다. ‘육근이란 안식(眼識), 이식(耳識), 비식(鼻識), 설식(舌識), 신식(身識), 의식(意識)인 육식(六識)이 육경(六境, 오관과 생각)을 인식하는 경우 그것들이 기대는 여섯 가지 뿌리, 곧 죄의 근본이 되는 눈, , , , , 뜻을 통틀어 일컫는다. 거북은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사지와 머리, 꼬리의 여섯 부위를 딱딱한 자신의 껍질 속에 감춘다. 거북이처럼 모든 죄의 근본이 되는 육근을 잘 감추어 언행에 실수가 없으면 마가 낄 수 없다는 뜻이다. 불가의 말씀이지만 자신을 움츠려 안전을 추구하거나, 처신에 만전을 기하여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 되었다.

 

아함경(阿含經)

 

 

 

 

 

중국사의 오늘 :

1979525

인민일보』에서 진리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는 사설을 통해 임표(林彪) 4인방에 맞서 싸우다 피살된 여전사 장지신(張志新, 19301975) 의 투쟁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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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희

   夏姬(하희)

 

중국사를 보면 여성 때문에 신세를 망치거나 심지어 나라를 잃은 경우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하나라 걸 임금이 총애했던 말희, 은나라 주 임금이 애지중지했던 달기, 주나라 유왕이 봉화까지 피우며 웃기려 했던 포사 등은 모두 망국의 화근이란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물론 억울한 누명이다. 1차적으로 잘못은 이들에게 빠져 나라를 망친 통치자들에게 있다.

 

그런데 춘추시대 정나라 목공의 딸 하희는 여러 나라를 시끄럽게 하면서 여러 남자를 망친 희대의 요부(妖婦)였다. 하희는 진()나라 대부 어숙(御叔)에게 시집을 갔다가 남편이 죽자 그 나라 대신들과 간통을 저지르고 급기야 최고 통치자 영공(靈公)과도 간통한다. 이에 아들 하징서(夏徵舒)가 영공을 죽이고 권력을 장악했지만 강대국 초나라가 진나라를 공격하여 하징서를 죽인다. 하희의 미모에 초나라 장왕과 그 태자가 군침을 흘렸다. 그러자 무신(巫臣)이란 자가 장왕과 태자를 설득하여 영윤 양로에게 시집을 보내게 했다. 그런데 양로가 전투에서 죽자 하희는 그 아들과 또 불륜을 저질렀다. 이에 무신은 그녀를 친정인 정나라로 돌려보낸다는 명분을 세워 자신이 하희를 호송하다가 도중에 그녀를 데리고 진()나라로 도망쳐 버렸다. 적어도 네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 적어도 일곱 남자의 혼을 뺀 대단한 여성이었다.

 

좌전』 「선공」 9년조 외

 

* 하희

 

 

중국사의 오늘 :

1261524(남송 이종 경정 2, 몽고 중통 24월 을묘)

몽골족이 세운 원나라 세조 쿠빌라이가 각지 관부에 명령을 내려 농사와 누에치기를 권장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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