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들 사이에 선 학

   鶴立鷄群(학립계군)

 

중국 남조(南朝) 송나라의 유의경(劉義慶)이 편집한 동한 말부터 동진 시대까지 명사들의 일화집이라 할 수 있는 세설신어』 「용지(容止)에 보면 학립계군이란 표현이 나온다. ()나라 때 사람 혜소(嵇紹)와 그 아버지 혜강(嵇康, 죽림칠현의 한 사람)을 두고 쓴 비유이다. 우리는 흔히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고 많이 쓰는데 학립계군에서 파생된 표현으로 보인다. 진서(晉書) 충의전에도 같은 표현이 보인다. 어떤 사람의 외모와 기품이 출중할 때 쓰는 성어로, 용모뿐 아니라 남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도 쓸 수 있다. 물론 사람이 아닌 뛰어난 재능 자체를 비유할 때도 얼마든지 인용할 수 있는 용어다. 돈황변문집(敦煌變文集) 유마힐경강경문(維摩詰經講經文)에는 학처계군’(鶴處鷄群)으로 나온다.

 

세설신어(世說新語)

 

 

 

 

 

중국사의 오늘 :

191666

전국 인민의 반대 속에 원세개(袁世凱)가 두려움에 떨다가 죽었다(향년 581859년생). 원세개는 신해혁명의 정신을 짓밟고 191611일 황제로 즉위했다가 불과 석 달 만인 322일 하야한 뒤 두 달 남짓 백성들의 손가락질과 비난 속에서 죽었다.

 

 

* 원세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백 사람이 칭찬하더라도 지나치게 가까워지려 해서는 안 된다.

百人譽之不可密(백인예지불가밀)

 

송나라 때 문인 소순(蘇洵)논복심지신(論腹心之臣)이란 글에서 백 사람이 칭찬하더라도 지나치게 가까워지려 해서는 안 되고, 백 사람이 비방하더라도 일부러 멀어지려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견지하라는 말이다.

 

당 태종은 금경(金鏡)이란 글에서 내가 좋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며, 여러 사람이 다 나쁘다고 해서 완전히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현인들은 한결같이 객관적 견해를 굳게 견지함으로써 사물과 인간에 대한 오해와 편견의 함정에 빠지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섣부른 판단부터 철저하게 경계해야 할 것이고, 말과 행동 그리고 그 사람이 하는 일을 다 함께 보려고 하는 자세도 필요할 것이다.

 

논복심지신(論腹心之臣)

 

 

* 소순

 

 

 

 

 

 

 

중국사의 오늘 :

196565

중국 최초의 태양열 망원경 시험 제작에 성공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감당할 수 없다.

   不敢當(불감당)

 

초나라 소왕이 오나라와의 전쟁에서 수도까지 함락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소왕은 수도를 버리고 도망쳤는데 양을 잡는 백정 열()이 소왕을 수행했다.

 

소왕은 충신 신포서가 진나라로부터 구원병을 빌려옴에 따라 수도로 되돌아 올 수 있었다. 이에 소왕은 어려울 때 자신을 따르며 보살핀 백정 열에게 상을 주려 했다. 열은 상을 사양했다. 그러자 소왕은 억지로라도 상을 주라고 했다. 이에 열은 왕께서 나라를 잃은 것은 제 잘못이 아니기에 죽음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또 대왕이 나라를 되찾으신 것은 신의 공이 아닙니다. 따라서 그 상은 감당할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불감당은 자신에 대한 타인의 신임, 칭찬, 접대 따위를 감당할 수 없음을 나타내는 겸손의 말이다. 우리는 '불감당'(不堪當)이라고 쓰는데 뜻은 한가지다. 백정 열과 같은 충직한 사람은커녕 감당할 수 없는 자리를 탐내는 자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다른 기록에는 백정 열이 신포서로 나온다.

 

장자』 「양왕(讓王)

 

 

 

 

 

중국사의 오늘 :

43664(북위 태무제 태연 25월 을묘)

북위(北魏) 군대의 공격으로 북연(北燕)의 왕 풍홍(馮弘)이 궁전에 불을 지르고 용성(龍城, 지금의 요녕성 조양)을 버리고 동쪽 고구려로 도망쳤다. 이로써 북연은 228년 만에 망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한종현 2013-06-04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상을 받지 않겠다고 한 사람이 신포서(申包胥)가 아니라 열(說)이 아닌지요?

김영수 2013-06-06 12:24   좋아요 0 | URL
꼼꼼하게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지적해 주신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확인하여 수정했습니다. 신포서와 백정 열을 섞어서 잘못 표기했습니다. 앞으로는 좀 더 확실하게 자료를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예뻐한다고 해서 치우쳐서는 안 되고, 미워한다고 해서 해쳐서는 안 된다.

   愛人者不阿, 憎人者不害(애인자불아, 증인자불해)

 

상군서는 전국 시대 진()나라를 개혁시킨 중국 역사상 최고의 개혁가 상앙(商鞅)이 편찬한 책으로 전한다. 신법은 군주에게 법의 중요성을 강조한 글이다. 여기서 상앙은 통치자의 사사로운 애증으로 사람을 편애하거나 해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애증도 공정하고 공평해야 나라가 제대로 다스려지며, 모든 일을 정해진 법에 의거해 통치할 것을 건의한다. 관중도 예쁘다고 사사로이 상을 주어서는 안 되며, 밉다고 사사로이 벌을 주어서도 안 된다고 했다. 리더의 인사(人事)와 관련하여 새겨들어야 할 말들이다. 사사로이 치우친 감정으로 사람을 뽑았다가는 큰일을 치르기 십상이다. 누군가를 아끼고 사랑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엄격함이다. 리더라면 특히 더 그래야 한다.

 

상군서(商君書) 신법(愼法)

 

 

* 상앙

 

 

 

 

 

 

중국사의 오늘 :

183963(청 선종 도광 194월 정해)

임칙서(林則徐)가 호문(虎門)에서 공개적으로 아편을 소각했다. 임칙서는 18381231일에 황제의 명을 받고 광동으로 와서 아편의 실태를 조사했다.

 

* 임칙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평생 잊기 어렵다.

   沒齒難忘(몰치난망)

 

명나라 신종(神宗) 때 사람 양유승(楊柔勝)옥환기에 나오는 사자성어이다. 평생 잊기 어렵다는 뜻인데,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글자 뜻대로 풀자면 이가 다 빠지도록, 죽을 때까지 잊기 어렵다가 된다. 그래서 몰세난망’(沒世難忘)이나 몰신불망’(沒身不忘)과 같은 비슷한 사자성어를 파생시켰다. 우리는 흔히 백골난망(白骨難忘)이란 사자성어를 많이 쓴다. 다 같은 뜻이다.

 

삶의 기억들 중 평생 잊을 수 없는, 잊기 어려운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점점 삭막해지는 세상에서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좋은 기억들은 그 자체로 삶의 활력소가 된다. 타인으로부터 받은 사소한 도움과 은혜도 평생 잊지 않아야 할 항목에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 남에게 베푼 은혜는 돌아서서 잊고, 남에게 받은 은혜는 평생 간직할 줄 아는 삶이야말로 정말 넉넉한 삶이 아닐까 싶다.

 

옥환기(玉環記)

 

 

 

 

 

중국사의 오늘 :

186062

태평천국 군대가 5월에 있었던 군사 회의 결과에 따라 515일 첫 동쪽 정벌에 나서 이날 소주(蘇州)를 함락했다. 이보다 앞서 519일에는 단양(丹陽), 526일에는 상주(常州), 530일에는 무석(無錫)을 함락시킨 바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