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대나무가 완성되어 있다.

   胸有成竹(흉유성죽)

 

소식의 글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송나라 때 사람 문동(文同)은 대나무 그림에 새로운 영역과 경지를 개척한 인물이었다. 당대 명사들이 대부분 그를 좋아했는데 소식과 사마광이 특히 그를 존경했다고 한다. 같은 시대의 문인 조보지(晁補之)는 문동과 절친한 사이였다. 조보지는 문동이 즉석에서 대나무를 그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했다. 어느 날 한 청년이 조보지를 찾아와 문동의 그림에 대해 묻자 조보지는 문동이 대나무를 그리고자 할 때는 마음속에 이미 대나무가 완성되어 있다는 시로 답을 대신했다. 문동의 집 주위는 온통 대나무 숲이었는데, 문동은 대나무 숲을 거닐면서 그리고자 하는 대상과 정경을 마음에 담은 다음 돌아와 거침없이 대나무를 그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식은 대나무를 그리려면 먼저 마음속에 대나무가 있어야 한다. 그런 뒤 붓을 쥐고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그리고자 하는 것이 떠오르면 거침없이 그림을 그려 그 영상을 좇는다고 했던 것이다. 무슨 일이든 사전에 준비하고 계산해 두어야 한다는 것을 비유한다.

 

문여가운당곡언죽기(文與可篔簹谷偃竹記)

 

 

 

 

 

중국사의 오늘 :

1429720(명 선종 선덕 46월 갑오)

명나라 황제 선종(宣宗)이 조서를 내려 부패와 비리로 적발되어 죄를 받은 관리의 사면을 불허하라고 했다. 명나라 전반기까지 유지되어 온 탐관오리에 대한 엄격한 처벌의 일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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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판자를 삼 푼이나 파고들다.

   入木三分(입목삼분)

 

원나라 말기에서 명나라 초기에 걸쳐 활동했던 도종의(陶宗儀)가 진나라와 한나라 이래 전해오는 비교적 진귀한 글들을 모아 편집한 100권의 잡학 총서 설부에 보면 당나라 때 사람 장회권의 서단(書斷) 왕희지(王羲之)란 글이 인용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명필 왕희지의 글씨가 얼마나 힘이 넘쳤는가에 대한 믿기 어려운 일화가 전한다. 왕희지가 글자를 썼던 서판(書板)을 공인이 깎아 내려는데 글자에 얼마나 힘이 있었던지 목판을 삼 푼 깊이만큼 파고들어가 있었다. 마치 무협소설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 이야기와 사자성어는 당초 필력의 웅건함을 형용하는 것으로 인용되었지만 때로는 문장 묘사나 논의의 심각성을 비유하기도 한다. 입목삼분은 고사하고 말과 글의 기본만이라도 지키는 풍토가 아쉬울 따름이다.

 

설부(說郛)

 

* 『설부』

 

* 왕희지

 

 

 

 

 

중국사의 오늘 :

722719(당 현종 개원 106월 신축)

당 현종(玄宗) 이융기(李隆基)효경에 대한 주석 작업을 마치고 이를 천하에 알렸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13경주소판본의 효경주석이 바로 현종의 주석이다.

 

* 당나라 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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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형체 없는 그림이요, 그림은 형체 있는 시이다.

   詩是無形畵, 畵是有形詩(시시무형화, 화시유형시)

 

북송 때의 예술가 곽희(郭熙) 등이 편찬한 예술 평론서인 임천고치(林泉高致) 화의(畵意)에 나오는 멋진 구절이다. 이 구절에 이어 곽희는 철학가는 이치를 많이 말하는데 이런 말들이 나의 스승이다라고 했다. 고대 서양에도 이와 비슷하게 시는 소리 없는 그림이요, 그림은 소리 있는 시이다라는 말이 있다. 어느 쪽이든 비슷한 사유의 경지를 보여 주는데, 시와 그림은 표현 방식이 다를 뿐 원리는 서로 통한다는 것을 가리킨다. 소동파는 시와 그림은 본래 하나의 규율로 통하니 솜씨와 참신함이란 예술적 견해를 제기한 바 있다. 이 같은 예술론은 동양의 문예 평론이나 역대 시화 창작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한편 말은 마음의 소리요, 글은 마음의 그림이다는 명구는 말과 글을 당사자의 심경(心境)과 연계시켜, 글과 말이 궁극적으로는 그 사람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임천고치(林泉高致) 화의(畵意)

 

 

 

 

 

중국사의 오늘 :

1438718(명 헌종 성화 196월 을해)

악명 높은 감찰기구인 서창(西廠)의 책임자로 온갖 만행을 저지르던 태감 왕직(汪直)이 어사의 탄핵을 받아 귀양을 갔다. 왕직은 얼마 뒤 귀양지에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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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용 말

   立仗馬(입장마)

 

신당서』 「이임보전(李林甫傳)에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임보는 장장 19년 동안 재상 자리에 있으면서 위로는 황제를 가리고 아래로는 조정 신하들과 백성들을 기만하면서 권력을 독차지했다. 이런 문제를 지적해야 하는 간관(諫官)들은 그저 녹봉만 받아 챙기는 밥통으로 전락했다. 두진(杜進)이란 사람이 황제에게 이런 문제를 지적했다가 이임보에 의해 지방으로 좌천당했다.

 

이임보는 간관들에게 너희들은 입장마를 보지 못했는가? 입장마는 하루 종일 단 한 번도 울지 않지만 3등품 콩을 얻어먹는다. 한 번이라도 울었다간 바로 쫓겨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입장마는 무측천 때 생긴 것으로 매일 궁궐 문밖에 줄을 지어 있는 것이 그 역할이다. 의장대의 출입에 따라 들어왔다 나가면 그만인 말들이었다. 하루 종일 서 있기만 하면 맛있는 먹이가 제공되었다.

 

후대 사람들은 이 입장마란 표현을 가지고 후한 녹봉만 축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을 비꼬았다. 요즘 우리네 공직자들을 보면 밥만 축내는 밥통들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 말아야 할 짓을 너무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당서이임보전 

 

 

 

 

 

중국사의 오늘 :

1959717

서장(西藏) 자치구 준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가 폐막되었다. 회의에서는 서장(티베트) 전 지역에 민주개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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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뭔가를 좋아하면 아래는 반드시 따라하되 정도가 더 심하다.

   上有好者, 下必有甚焉者矣(상유호자, 하필유심언자의)

 

맹자』 「등문공 상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관련 대목을 함께 소개하면 이렇다. “위에서 뭔가를 좋아하면 아래는 반드시 따라 하되 정도가 더 심해진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 위로 바람이 불면 풀은 누울 수밖에 없다.지도자의 언행이 아랫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가를 가리키는 명구이다. 당 태종 때의 명신 위징은 이 대목을 나라의 존망과 연계시킬 정도였다. 송나라 때 학자로서 자치통감편찬에도 참여했던 범조우(范祖禹)윗사람이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아랫사람들은 그것을 따라하려고 경쟁한다면서 당 태종 통치기에 신하들은 실수하지 않으려고 경쟁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제대로 된 리더는 자신이 직접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아랫사람이 잘못을 했으면 책임을 자신에게로 돌리는 것이다. 오리발을 잘 내미는 리더가 가장 나쁜 리더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자신은 빠지겠다는 것이니, 이런 리더는 정말 자격이 없다.

 

맹자』 「등문공 상(滕文公上)

 

 

 

 

 

중국사의 오늘 :

628716(당 태종 정관 26월 을유)

조효손(祖孝孫) 등이 새로이 만든 악곡을 올리며 당아악’(唐雅樂)이라 이름을 붙였다. 고대 음악을 참고하고 위진 남북조 시기 각 민족의 음악을 두루 융합한 결정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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