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의 분노가 대 놓고 나무라는 것보다 지독하다.

   腹誹之憤, 甚於指斥(복비지분, 심어지척)

 

송나라 때 학자 범준(范浚)의 글에서 보이는 대목이다. 그다음 대목은 눈빛으로 조롱하는 것(目語之譏)이 대 놓고 비방하는 것보다 더 아프다이다. 그러면서 범준은 천하의 언로를 막아 놓고 자신을 기만하는 것보다는 천하의 언로를 이용하여 스스로를 다스리는 것만 못하다라고 했다. 백성의 이글거리는 분노의 눈빛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제방의 둑은 그냥 터지지 않는다. 물이 가득 차서 넘쳐야만 터진다. 그 전에 물길을 터서 다른 곳으로 흐르게 해야 한다. 백성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마천은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홍수를 막는 것보다 더 어렵고 힘들다고 했던 것이다. 독재와 강압 정치가 백성을 침묵하게 할 수는 있지만 속으로 비방하는 복비(腹誹)와 눈으로 조롱하는 목어(目語)를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통치자는 늘 눈과 귀를 열어 놓아야 한다. 눈과 귀가 밝은 것을 현명(賢明)이나 영명(英明)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진책(進策)

 

 

 

 

 

중국사의 오늘 :

81888(당 헌종 원화 137월 을유)

당나라 헌종이 치청(淄靑) 절도사 이사도(李師道)를 성토하며 그의 관작을 박탈하고는 다섯 개 진의 군대를 동원하여 토벌하게 했다. 이듬해 이사도는 항복했다. 이로써 765년 이정기(李正己)가 할거해 온 최대 번진 세력이 50여 년 만에 제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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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이 없으면 못할 짓이 없다.

   無恥則無所不爲(무치즉무소불위)

 

공직자들의 부도덕하고 부정(不正)한 언행의 원인을 파고들면 예외 없이 개인이나 패거리의 사사로운 욕심과 만나게 된다. 이는 우리의 공직자들의 공사구별에 심각한 이상이 생겼음을 뜻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공직자가 부끄러움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데서 비롯되는데, 옛 현자들은 이런 문제의 근원을 가정과 교육에서 찾고 있다. 성리대전(性理大全)을 보면 사람을 가르치려면 반드시 부끄러움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 부끄러움이 없으면 못할 짓이 없다고 했다. 자신의 언행이 남과 사회에 피해를 주는 것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만 그릇된 언행을 일삼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가르쳐야 한다는 뜻이다. 참으로 옳은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이 대목에서 계시를 받은 청나라 때의 학자 고염무(顧炎武)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청렴하지 않으면 받지 않는 것이 없고, 부끄러워할 줄 모르면 하지 못할 짓이 없다고 했다. 우리 정치가와 고위 공직자가 딱 이렇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하는 명구가 아닐 수 없다.

 

성리대전(性理大全) 학구(學九)

 

 

 

 

 

중국사의 오늘 :

186487

태평천국을 마지막으로 지키던 충왕(忠王) 이수성(李秀成)이 강녕에서 증국번(曾國藩)에게 살해되었다. 이수성은 722일 증국번에게 포로로 잡혀 이수성자술(李秀成自述)을 쓰기 시작했는데 86일 이 일이 끝나자 바로 처형된 것이다. 이수성자술은 태평천국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는 데 대단히 귀중한 자료로 남아 있다.

 

 

* 이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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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옛 곡이건만 연주하지 않는구나.

   古調不彈(고조불탄)

 

당나라 현종 때의 문인 유장경(劉長卿)400여 수의 시를 남겼는데, 관직 생활이 주위의 모함 등으로 순탄치 않았다. 그래서인지 남아 있는 400여 수의 시에는 자신의 고민과 처지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탄금이란 시에서도 가야금 소리를 빌려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은근히 비유하고 있다. 시의 내용은 대체로 이렇다. “일곱 줄 가야금 소리 바람을 타고 들려오니, 차분히 그 우아한 곡조를 감상하누나. 내가 옛 곡조를 좋아하건만 어쩐 일인지 지금 사람들은 그것을 연주하지 않는구나.” 훗날 사람들은 뒷부분의 고조수자애(古調雖自愛), 금인다불탄(今人多不彈)’이란 두 구절을 줄여서 고조불탄이라 했다. 옛 곡조의 청아함을 몰라주는 사람들을 빗대어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세상을 한탄한 것이다. 유장경은 안사의 난 등 당나라가 전성기에서 쇠퇴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살았다. 그럼에도 그의 시에는 사회 현실을 고발하거나 비판하는 내용이 거의 없다. 그저 자신의 신세만 한탄한 모양이다.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새삼 생각이 미친다.

 

탄금(彈琴)

 

 

 

 

 

중국사의 오늘 :

182986

청나라 정부가 은의 해외 유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 무렵 아편 밀수가 극성을 부려 다량의 은이 빠져나가 재정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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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자리를 잘라 절교하다.

   割席絶交(할석절교)

 

동한 시대 때 관녕(管寧)과 화흠(華歆)은 젊은 날 한곳에서 공부하는 친구 사이였다. 사람들은 이들을 용에 비유하며 재능을 칭찬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성격이나 인생의 목표가 아주 달랐다. 관녕이 세속의 명예와 출세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반면, 화흠은 권세에 대한 관심과 집착이 대단했다. 하루는 두 사람이 돗자리 위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고관대작이 호화로운 수레를 몰고 요란하게 행차했다. 관녕은 아랑곳하지 않았으나 화흠은 얼른 밖으로 나가 구경을 하고 돌아왔다. 사소한 일이었음에도 관녕은 화흠이 돌아오자 깔고 앉았던 돗자리를 칼로 자르며 정중하게 그대는 내 친구가 아닐세라며 절교를 선언했다. 친구 사이가 갈라지는 이유야 많겠지만 세속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가 가장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변치 않는 가치관과 올바른 인생관을 유지하는 것이 우정을 지키는 핵심어가 될 것이다.

 

세설신어(世說新語) 덕행(德行)

 

 

 

 

 

중국사의 오늘 :

2585(동한 광무제 건무 원년 6월 기미)

동한을 건국한 광무제 유수(劉秀)가 호(, 지금의 하북성 고읍(高邑)) 남쪽에서 황제로 즉위했다.

 

 

* 동한 광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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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만으로 위개를 죽이다.

   看殺衛玠(간살위개)

 

 

세설신어(世說新語) 용지(容止)에 보면 위개(衛玠)란 미남자가 미모 때문에 비극적인 일을 당한 일화가 나온다. 위개의 미모는 구슬이나 옥에 비유될 만큼 대단했다(‘벽인’(璧人)이란 단어의 출처이기도 하다). 언젠가 위개가 양이 이끄는 수레를 타고 외출했는데 수많은 팬들이 그의 얼굴을 보려고 몰려들었다. 사람들이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겹겹이 에워싸는 통에 놀란 위개가 그 자리에서 혼절하고 말았다. 간신히 부축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긴 했는데, 이때 놀란 탓에 체력이 시원찮았던 위개는 시름시름 앓다가 얼마 뒤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의 나이 스물일곱이었다. 이것이 간살위개’(看殺衛玠)라는 고사성어의 유래다.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위개를 죽였다는 뜻이다. 미모 때문에 죽음에 이른 어처구니없는 비극이었다. 외모 지상주의가 판을 오늘날 위개 같은 미남자가 하루 종일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다.

 

세설신어(世說新語) 용지(容止)

 

 

 

 

 

중국사의 오늘 :

198384

중국 최초로 관광객을 위한 대형 케이블카인 태산(泰山) 케이블카가 정식으로 개통되었다. 남쪽 중천문(中天門)에서 북쪽 남천문(南天門)에 이르는 2,078m 길이에 하루 4천여 차례 왕복하는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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