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터웨이 - The Get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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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10분간의 장면은 왜 이 영화가 걸작인지를 증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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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2011-02-11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명세가 감독님이 샘 페킨파를 좋아하는줄은 전혀 몰랐어여,,

맥거핀 2011-02-11 17:31   좋아요 0 | URL
이명세 감독에게 페킨파가 접목되면 아주 괜찮을 것 같아요.
 
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 주세요.

 

이렇게 의무적으로 몇 권의 책을 추천하다보면, 때때로 선택의 순간에 마주한다. 이 책이 좋을까, 아니면 저 책이 좋을까. 이것은 물론 책들의 줄 세우기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것이다. 단지, 그 과정은 그저 나의 취향을 확인하는 것이다. (물론 신간평가단으로서의 책 고르기는 일종의 정치적 과정이므로 단순히 '취향의 문제'만이 반영되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때때로 돌아보곤 가끔은 살짝 갸우뚱 거리기도 한다. 내가 저 책을 좋아했던가. 왜 그런데 저 책은 보관함에 들어있는 것일까. 내가 언제 저런 책을 넣어두었던 말인가.

이런 기억력 모자라고, 갸우뚱 거리는 나같은 사람을 위한 재미있는 테스트가 있어서 오늘 해보았다. 독서 취향 테스트. 나의 테스트 결과는 "현실적인 품격, "사바나" 독서 취향". 이른바 죽음의 건기를 대비하는, 대초원 위의 야생동물과 같은 심정으로다가 절제와 품격을 가지고, 잘 정돈된 책들을 선호하는 취향 되시겠다. 이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하다가도, 뭐 하여간, 계획없이 이것저것 들쑤시는 자들은 사바나에서 말라죽기 딱 좋을지도 모르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혹시라도 테스트 해보고 싶은 분이 있으시다면, 다음의 사이트로. 물론 사이트 홍보는 아니다.
http://book.idsolution.co.kr/)

책 추천하려다 별 쓸데없는 이야기나 한 기분인데, 뭐 하여간, 이번 달에도 의무감으로 쓰는 2011년 1월 출간된 내가 읽고 싶은 인문/사회/혹은 과학 신간들. 



대칭 - 자연의 패턴 속으로 떠나는 여행 / 마커스 드 사토이 / 승산

얼마 전에 블로그에도 잠깐 끄적거리긴 했지만, <바흐 이전의 침묵>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영화를 보다가 그런 생각을 했다. 왜 어떤 소리들의 조합은 우리가 듣기 좋은 음악이 되고, 어떤 소리들의 조합은 듣기 싫은 소음이 되는 걸까. 왜 어떤 특정의 구도나, 특정의 색의 조합은 우리가 보기에 좋은가. (물론 특정의 얼굴도 그렇고.) 영화에도 강조되어 있지만, 아마도 그 핵심의 하나로서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은 '균형과 대칭'이 될 것이다. 이 균형과 대칭이 사실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는 것은 자연과 수학의 세계이다. 인간들이 만들고자 하는 거의 모든 것은 사실 이 균형과 대칭을 어설프게 모방한 것에 불과하다. 자연과 수학, 특히 그 중에서도 수학의 세계에 담긴 대칭을 탐구하려는 시도가 담긴 책. 그곳에서 수학 뿐만이 아니라, 어쩌면 또다른 美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안토니오 그람시 옥중수고 이전 / 안토니오 그람시 / 갈무리

안토니오 그람시는 아직 유효한가? 맑스의 유령들은 누군가에 의해서 계속 죽임을 당하지만, 아직도 어디선가 다시 살아나, 새로운 언어들로 말해진다. 역설적으로 말해서, 어쩌면, 맑스야말로 누군가 그를 죽이려고 시도한다는 것이 그가 다시 살아나야할 이유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부분이야말로 이 안토니오 그람시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안토니오 그람시가 1926년 이탈리아 파시스트 당국에 의해 체포되기 이전에, 그가 쓴 글들의 모음집. 지난 2001년에 同 출판사에서 나온 책의 개정판이다. 



욕망의 아내 - 진화를 넘어서는 섹스의 심리학 / 데이비드 레이 / 황소걸음

도발적인 제목과 도발적인 표지와 도발적인 내용의 삼위일체. 본격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 비(非)일부일처 관계를 탐구한 책. 핫와이프와 쿠콜드, 스윙잉과 폴리아모리라는, 사실 그렇게 크게 알고 싶지는 않으나, 뭐 그리 알아도 나쁠 것 같지않은..쿨럭쿨럭 사실은 매우 알고 싶은 단어들이 출몰하는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책의 소개를 보면, 생각보다는 꽤 무거운 내용인 것 같다. 김어준 씨는 이 책을 "매우 지적인 소수의. 그 외 절대다수, 촉수 엄금"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니, 그런 의미에서도 본격 어른들을 위한 책. 



퀀텀 브레인 / 제프리 새티노버 / 시스테마

생물학적 측면이 아니라, 양자물리학의 측면에서 뇌를 탐구한 책. 이렇게만 써놓고 보니 꽤나 무시무시한 책인 것 같지만, 서점에서 잠깐 살펴본 바로는 책의 설명이 상당히 세세하여, 나같은 문외한들도 읽어보려는 시도를 해도 괜찮은 책이라 생각된다. 누군가가 한 말처럼, 19세기가 뉴턴물리학의 시대라면, 20세기는 양자물리학의 시대다. (그러니 20세기가 다 지나간 지금에 양자물리학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알아두어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곧 다른 물리학의 시대가 올테니까.) 뇌에 대해서 알게 될 뿐만이 아니라, 곁다리로 양자에 대해서도 살짝 알게된다면 좋지 않을까. 물론 이 책으로만은 턱 없겠지만. 



8시간 VS 6시간 / 벤저민 클라인 허니컷 / 이후

8시간 노동은 언제부터 정해진 것일까? 물론 이 질문은 오만한 것일 수 있다. 8시간만 노동하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까닭이다. 그러나 그 8시간 노동제가 채 자리잡기도 전에, 6시간 노동제를 외친 이단아, 혹은 선구자 격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6시간 노동제는 그것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형선고를 언도받았고, 자취를 감추었다. 그 패배의 기록들. 그 패배의 기록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언젠가 8시간 노동제가 죽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은 혹시 아닐까. 미래에 혹시 오게 될 <10시간 VS 8시간>, 혹은 <12시간 VS 10시간>의 출간을 막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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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08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 분야에 워낙에 좋은 책들이 많이 나와써 그런지 이번 달은 어떤 책이 선정될지
감을 못 잡겠네요. 그리고 뭘 소개해야될지 고민되네요. ^^;;

맥거핀 2011-02-08 16:00   좋아요 0 | URL
음..저도 지금까지 신간평가단분 서재를 휘 둘러보며 뭘 추천하셨나 봤는데, 이번달은 겹치는 책이 상당히 적네요. cyrus님 말대로 좋은 책이 그만큼 많이 나왔다는 뜻도 될테구요. 뭐 고민이 필요하겠습니까. 그저 맘 가는대로 고르면 되지요.^^ (모든 것은 운에 맡기구요.;;)

네오 2011-02-09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정말로 책선정하시는데 탁월하신데여~ 욕망의 아내 급 읽고 싶어지는군여 ㅎㅎ, 니알 퍼거슨의 증오의 세기 책의 두께가 후덜덜하더군여,,책값도 만만치 않구요~ 그런데 소개한책들중 교보문고 강남점에서는 못본것 같아여~ 주말마다 가는데 무슨신간나왔나 살펴보면 그대로 있는것 같구여,,종로 교보나, 영풍,반디앤루이스는 책들이 참 잘정리가 되있는데,,강남은 책찾을때마다 조금은 헤매는 경향이 있어여,,그러니깐 철학이나 사회학책을 살펴볼려면여,,그러니깐 맥거핀님이 소개해주신책 좀 오프라인에서 뒤젹거릴려면 시간이 흐른뒤예여~ 신간평가단의 책들은 도대체 어떻게 고르나여? 서점이용, 출판사 블로그, 조금 궁금하네여 헤헷

맥거핀 2011-02-09 22:17   좋아요 0 | URL
특별한 방법이 있지는 않구요. 제가 틈나면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해서, 서점의 신간판매대를 열심히 기웃대고는 합니다. 서평단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는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쪽은 더 열심히 보구요. 그래서 좀 괜찮다 싶은 책은 제목을 적어두고, 집에 왔을 때, 보관함에 넣어둡니다. 그리고 알라딘 같은 경우에는 RSS피드로 최신간들을 보내주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편리하기도 하구요.
예전에 강남 교보는 몇 번 갔었는데, 요즘에는 강남이라는 동네를 거의 통 안가게 되서요. 집근처에 잠실 교보가 있어서 종종 가고, 종로 영풍은 분위기가 맘에 들어서 가끔 갑니다.^^

세실 2011-02-12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인문학 책읽기를 하기로 맘은 먹었지만 아직도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전 아직 욕망의 아내 이런 책은 읽지 못하겠어요. 아무리 지적 수준이 높다고 해도요. 전 넘 보수적인가 보아요.
8시간보단 6시간 근무가 훨씬 집중력을 요할수도 있겠다는 생각 해봅니다. 어차피 내일은 내가 해야하니까요. 앞으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ㅎ

맥거핀 2011-02-12 12:20   좋아요 0 | URL
저도 알라딘 서재를 들락날락 하면서 늘 느끼는 건데, 여기 계신 여러분들을 보면, 저 역시도 인문학에 관해서는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정규교육을 받은 게 도대체 몇 년인데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구요. 그러면서 또 뻔뻔스럽게도 책 추천을 하고 있으니..^^;
자극을 받는다는 것은 그래도 좋은 일이지요. 또 책을 읽어야할 의지를 끄집어올려 주니까요.

herenow 2011-02-12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망의 아내는 좀 쌘 것 같습니다. ㅋㅋ
대칭이랑 퀀텀브레인은 표지부터도 멋지죠.. 내용이야 뭐 호기심 팍팍~
이번달에는 다른 분들이 어떤 책을 골라놓으셨나 미리 둘러보고 있는데
역시 다양하시군요. 저도 <대칭>을 골라두었으니 어떻게 될지 한번 볼까요? ㅎㅎ

맥거핀 2011-02-12 23:19   좋아요 0 | URL
하하. 좀 쌘가요? 근데, 위에도 잠깐 썼지만, 상당히 어렵고, 학문적인 책인듯..그래서 선정되어도 도리어 약간 걱정이네요.
이번달 신간평가단 분들 추천서는 거의 모두 흥미로워요. herenow님의 추천서들도 기대가 됩니다. (왠지 <대칭>에 힘이 모아지는듯..? 그러나 힘이 모아진다고 그 책이 되라는 법은 없으니...)

암향부동 2011-02-13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저도 <대칭>은 추천해 놓았습니다. 이번 만큼은 자연과학 서적이 선정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요. 그리고 <안토니오 그람쉬의 옥중 수고>는 읽고는 싶은데 제 짧은 능력으로는 맥거핀님보다 잘 소개할 자신이 없어서 제외했구요^^ <욕망의 아내>는… 읽고는 싶은데 이렇게 제목과 책 소개가 자극적인 책 치고 좋은 책을 별로 만나지 못해서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격언에 따라 저는 제외했지만 선정된다면 정말 즐겁게(몰래) 읽을 것 같습니다^^. 퀀텀 브레인은… 흠… 요새 뇌과학 서적이 많이 나오긴 하는데 기존 뇌과학 서적과 좀 다른 것 같아서 제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간 평가단에서 신간 선정은 확실히 <정치적>인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맥거핀 2011-02-14 00:04   좋아요 0 | URL
오~이로써 <대칭>에 한 표 더 추가네요. 비공식 집계 현재 단독선두입니다.ㅎㅎ (물론 1위한다고 선정된다는 법은 없습니다만)
암향부동님도 친 과학파(?) 중에 한 분이시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이번에는 과학서적을 한 번 받아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는데요. (물론 과학책이 꼭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다양성 확보의 차원이죠.;) 뇌과학책이 조금 식상한 감도 있는데, 뇌과학이 요즘 과학책들 중에서도 유달리 많은 편이라, 한 권씩 넣게 되네요.

암향부동 2011-02-14 00:24   좋아요 0 | URL
제가 지금까지 받아온 교육이 자연과학이라…. 신간평가단 중에 저라도 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을 계속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대칭>은 사실 추천하면서도 겁이 좀 나는 책입니다. 책 설명엔 쉽게 쓰였다고 했는데 과연 그럴지ㅎㅎ

뇌과학 분야는 제가 한동안 빠져서 시중에 있는 뇌과학 책을 거의 전부(대략 20권 정도 읽었을까요?) 읽어 본 적이 있었습니다. 한 10권 넘어가니 그 내용이 그 내용이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좀 방면에서 뇌과학을 살펴본 책이 나온 것을 보니 반갑습니다.

그리고 뇌과학 서적이 많은 것은 요새 뇌과학이 속된 말로 '뜨는 과학'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동안 자연 과학의 영역 밖이라고 여겨졌던 감정이나 의식이란 부분을 뇌과학을 통해 자연 과학의 손길이 닿기 시작했거든요.

herenow 2011-02-15 11:06   좋아요 0 | URL
정치적이라는 말씀에 깊이 동감~
여러가지 측면에서 다분히 '정치적'이죠. ㅎㅎ


꽃도둑 2011-02-17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 님의 안목을 믿어요...추천하신 책들이 다 흥미로워요. 특히 옥중수고, 대칭이 조금 더 땡겨여 캬~~ 안토니오 그람시 머리모양 죽이는데요?..ㅎㅎ

맥거핀 2011-02-17 14:44   좋아요 0 | URL
저래뵈도, 당시 최신 이태리 스따일입니다.^^ 워낙 좋은 책들이 많아서, 이번달은 여러모로 선정이 궁금해지네요.
 
글러브 - G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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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조금)




이 영화 <글러브>에 대해서는 <씨네 21> 789호 '전영객잔'에 실린 안시환의 평에 대체로 동의한다. 안시환의 평은 이 영화가 맹목적인 공동체주의로 회귀하려는 혐의가 있다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사실 이 영화를 보다보면 조금은 이상한 점이 있다. 그것은 이 영화가 그간의 스포츠 영화들, 특히 한국적인 감동 강조류 스포츠 영화들에 나왔던 거의 모든 클리셰들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에 비해, 단 하나만은 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하나 빠져있는 것은 선수들 개개인의 개인사를 의식적으로 들춰내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류의 영화들에서 선수들 개인의 여러가지 힘든 개인사를 들춰내면서 그것에서 감동의 눈물을 짜내는 것은 거의 필수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개인사가 조금이라도 나오는 것은 투수인 명재 뿐이다. 그 외의 다른 야수들은 그 흔한 아버지 한 명 나오지 않는다. 이것은 편집과정에서의 어떤 불가피한 선택이었을까. 글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예를 들어 중간에 팀을 떠나는 선수는 그 이후로 단 한번도 그 뒷이야기가 펼쳐지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선택하여 떠나는 이 어린 선수에게 카메라는 비정하게 등을 돌린다. 이 영화에서 그는 결코 긍정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그저 그는 공동체를 버렸을 뿐이고, 공동체도 그를 버렸을 뿐이다. 이것에는 안시환의 평대로 확실히 맹목적인 공동체주의의 혐의가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강우석의 최근의 다른 영화들도 (익히 분석되었듯이) 비슷한 혐의들이 도사리고 있다. <실미도>, <공공의 적> 시리즈, 최근작 <이끼>까지도.

안시환 평론가가 '전영객잔'에서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거의 해버렸으므로, 특별히 더 덧붙일 말은 없지만, 그저 나름의 생각을 조금 더 붙여본다. <글러브>는 따뜻한 감동스토리의 외관을 두르고 있지만, 조금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보면 과연 그런걸까..하는 부분들이 드러나는 것 같다. 위의 공동체주의 같은 부분들도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그간 강우석이 그려왔던 세계들이 여기에도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 세계는 무서운 아귀들이 우글거리는 세계,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물어뜯는 무서운 사회이다. <실미도>나 <한반도>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공공의 적>의 아주 차갑거나, 아주 뜨거운 지옥의 세계, 그리고 <이끼>의 선인지, 악인지 알 수 없는 심연의 세계.

<글러브>는 조금은 달라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은 이상한 선택들이 있다. 예를 들어 감독의 분신같은 캐릭터인 김상남(정재영)이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야수에게 주자가 무릎을 아작내겠다(?)라는 기세로 달려들라고 가르치는 부분 같은 것. 김상남에게 그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왜냐하면, 김상남에게 야구는 이겨야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기는가는 그에게 그렇게 크게 고려해봐야 할 사항은 아니다. 그러므로 아주 당연하게도, 왜 이겨야하는가, 혹은 이기는 것이 왜 필요한가는 아주 조금도 고려할 사항이 못된다(즉 이기는 것만이 해결책이 아니다는 사실). 아니면 다른 부분, 군산상고 선수들에게 성심의 선수들을 철저하게 짓밟으라고 하는 부분. 이 부분은 음악과 편집의 효과로 김상남이 매우 옳은 말을 하는 것처럼 처리되지만, 나는 조금은 의문이 들었다. 저것이 옳은 것인가. 약자를 동정하는 것, 약자를 배려하며 게임을 하는 것은 지탄받아야 될 일인가.

물론 이 장면은 여러 효과들이 개입되어 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군산상고 선수들이 마치 이들을 놀리듯이 성의없이 게임을 하는 것처럼 이 장면이 처리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효과를 배제하고 보면, 이 장면은 확실히 조금은 이상해 보이는 부분이 있다. 스포츠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지만, 약자를 조금이나마 배려하며 게임을 하는 것이 그렇게 욕먹을 일인가. 더구나 어떻게 보면 이 게임은 불공정한 게임일 수 있다. 왜냐하면 성심의 선수들은 청각장애라는 결정적인 핸디캡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서 누군가는 분명히 반박할 것이다. 핸디캡을 고려하지 않고 야구를 하려는 것은 분명히 그들의 선택이었다고 말이다. 똑같은 조건에서, 정정당당히 승부하여 승리하는 것, 혹은 패배하는 것, 바로 그것이 그들이 원하는 점이라고 말이다. 즉 어떤 의미에서는 비장애인과 동일한 위치에 서는 것이 그들이 원하는 것이었다고.

강우석 감독은 명백하게 후자의 손을 든다. 김상남이 원하는 것은 이들이 비장애인의 세계, 이들에게 배려가 없는 약육강식의 이 세계에 뛰어들어 이기는 것이다. 그것은 즐기면서 하는 것이 좋지 않는가라는 나교사(유선)의 시각과 대립하는 것이기도 하고, 더욱더 철저하게 짓밟혀서 가슴 속 울분을 이끌어 내라는 것이기도 하고, 2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야수의 무릎을 날려버리라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김상남은 감독의 분신이기도 하다. 이러한 강우석 감독의 태도는 다른 몇몇 곁가지에서도 드러난다. 예를 들어 김상남 본인과 관련된 부분들. 김상남이 야구계를 떠나게 된 사실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여러 사고를 연이어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그가 이 야구계에서 퇴물이 되었기 때문에, 즉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아직도 한국야구의 엄청난 스타였다면 그가 버려졌을까. 어떻게든, 그는 구제되었을 것이 아닌가. 김상남의 매니저는 항변하지만, 한편으로는 결국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은 한편으로는 강우석의 항변이기도 하면서 그가 결국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다. 즉 퇴물이 되면 버려지는 것, 그것은 가슴아프고 비정한 일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힘을 길러야 한다. 마찬가지. 아무리 장애인이라고 할지라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하면, 그들은 살 수가 없다. 그것은 가슴아프고 비정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러니 그들은 어떻게든 그 세계에 뛰어들어 이겨내야 한다. 이것은 이 영화에서 말해지는 강우석 감독의 시선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그 반대쪽에 서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장애인도 장애를 가진 상태에서, 충분한 배려를 받으며 살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감독은 이들을 배려하는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는 크게 관심이 없다. 그저 말할 뿐이다. 이 세상은 원래 그런 곳이야. 그런 힘들로 이루어진 세계야. 이 세계는 어차피 바뀌지 않아. 그러니 그저 중요한 것은 네가 강해지는 것 뿐이야.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상대방의 장점을 쪽쪽 빨아먹어야 하는 것 뿐이야.

그러므로 한편으로 나는 그가 말하는 일종의 '희망'에 의문이 생긴다. 그 희망은 어떻게든 이 힘겨운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는 사투에 의해서밖에 얻어질 수 없는 것인가.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를 시스템으로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보다는 맹목적인 공동체주의에 의지해서, 혹은 그마저도 없다면, 각 개인의 처절한 고투와 기적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인가. (여기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은 확실히 안시환의 지적대로 맹목적인 공동체주의이다. 대표적인 장면. 투수인 명재의 어머니는 명재가 성심학교 야구부에 들어가는 것을 못 마땅해한다. 왜냐하면 그는 아들이 장애인의 세계에 들어가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명재에게 항변한다. 너는 비장애인과 똑같이 살 수 있어. 걔네들과 달라. 이렇게 말하는 명재의 어머니와 강우석 감독의 논리는 통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즉 장애인을 점차 비장애인처럼 보이게 하는 것. 다른 말로 하자면 장애인을 비장애인으로 만드는 것. 그러나 이상해 보이는 것은 그 다음이다. 영화는 이 어머니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심는다. 즉 이상하게도 강우석 감독은 자신의 생각을 대변해주는 이 어머니에게는 부정적인 점수를 준다. 그것은 강우석 감독이 맹목적인 공동체주의만을 너무 강박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나 강우석의 '희망'에 대한 정의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그 마지막을 보고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강우석의 세계는 여전하구나. 그 세계는 가장 아이러니컬한,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패배가 주어지는 세계다. 혹은 승리했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주어지는 세계다. 그 세계는 여전한 '그 세계'다. 위에도 잠깐 말했지만 예를 들어 <실미도>의 그들에게는 어떠한 마지막이 결국 주어졌는가. <공공의 적>의 강철중은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이끼>의 류해국은 어떤가. 그러므로 그들은 그런 세계에서 최소한(이것이 중요하다. 최소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힘을 길러야한다. 그들이 힘을 길렀을 때만이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마지막의 박수는 결코 그들이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능력을 보였기 때문에' 주어진 것이 아니다. 그들이 '비장애인과 거의 동일한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정말 궁금해진다. 시스템에 밀려나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시스템안으로 들어가려는 싸움. 시스템은 그대로 내버려둔채 벌어지는 별개의 사투들, 유리된 희망들. 이것을 '희망'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덧.
짧게 쓰려고 했는데, 역시 쓸데없이 글이 (조금은) 길어졌다. 그러나 이 얘기는 덧붙이고 싶다. 아무튼 강우석 감독은 스트레이트하다. 물론 가끔은 영화의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영화의 다른 부분들까지 너무 스트레이트한 것이 (꽤나 큰) 흠이긴 하지만 말이다. 스트레이트한 것은 때로 촌스러움과 연결되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이 영화의 몇몇 부분은 거의 80년대 <공포의 외인구단>을 연상시킨다). 그러므로 그는 이야기에서 에둘러 돌아가지 않는다. 즉, 그는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그대로 던진다. 그것이 강우석 감독의 단점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편으로는 확실한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그만의 색깔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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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2011-02-09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개인적으로는 강우석 감독 마음에 드는 작품이 이끼였던것 같아여,,그의 초기작들을 더 좋아하는편이지 만여..달콤한 신부들, 행복은 성적순, 누가 용의 발톱을(강제규 각본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강제규가 영화감독하지말고 차라리 각본을 더썼으면 거의 폴슈레이더급인데 ㅎㅎ) 그런반면 한반도 너무 손발을 오글거리게 만들더군여~

맥거핀 2011-02-09 22:24   좋아요 0 | URL
강우석 감독의 초기작 얘기를 하시니, 예전에 학생 때 친구랑 <미스터 맘마> 같이 보러갔던 기억이 나네요(왜 그 영화를 보러 갔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강우석 감독을 보면, 기획력이나 관객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들은 잘 끄집어내는 것 같아요. 물론 미장센을 중시하는 씨네필들에게는 거의 무시당하기는 하지만요. (일반관객과 시네필이 뭐가 다르냐는 질문이 여기에 필수적으로 뒤따르겠지만..)
가끔 특정 분야만 했으면 하는 감독들이 있지요. 감독하지 말고...시나리오는 직접 안 썼으면 좋겠다 싶은 감독도 있구요. (방금 전에 故 최고은 씨 이야기가 뉴스에 나오던데, 시나리오를 직접 쓰는 감독들이 많아지는 추세도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참..뭐라고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녹색광선 - The Green 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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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된 카메라로 보는 고정될 수 없는 미묘한 심리들. 마지막 녹색광선을 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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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살의 - Intentions Of Mur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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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부작 미니시리즈를 압축한 느낌. 이 여자, 웃기고도, 안타깝고도,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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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2011-02-1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봤습니다..단 한번의 줌인에 그냥 쓰러졌습니다..심리 스릴러 서스펜스라면 이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여? :)

맥거핀 2011-02-14 21:42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 본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 중에 하나네요. 지금까지 이번 영화제에서 본 작품 중 가장 좋아요. 이마무라 쇼헤이의 초기작들이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명불허전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