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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하나 빼먹고 있었지 싶었는데, 신간평가단 추천 페이퍼를 쓰는 것을 잊고 있었다. 사실 나는 추천페이퍼를 조금 빨리 쓰려고 하는 편인데, 그건 성실도와는 관계가 없는 문제다. 단지 너무 늦게 쓰면 이미 모든 것이 결정나 있는 상황에서 책을 추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예를 들어 선거에서 탈락할 것이 거의 확실한 후보한테 표를 주는 기분이랄까. 물론 선거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정치 행위이기 때문에 탈락할 것이 확실한 후보라고 해서 표를 주는 것이 의미가 없을 리 없다. 그리고 어쩌면 신간평가단 책을 골라내는 것도 분명히 일종의 정치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조금 재미가 없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대체로 많은 일이 그렇듯이)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캐스팅 보트 같은 것을 쥐고 있다고 마음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최대한 기다린 다음 결정적인 한표를 던지는 잉여짓을 할 수도 있겠지. 뭐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도 아니니 뭐가 문제랴. (2000년 미국 대선에서 플로리다의 선거인단들은 자신이 이라크 국민들의 삶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꿈에서라도 해봤을까.) 아무튼 그런 잉여짓을 한다고 해도 실물의 책이 내 손에 도달하기까지는 다른 요소들도 많이 작용하는 것 같고, 결정적으로 있다가 저녁에는 무엇인가를 쓰기에는 적절한 시간이 아니다. 그러니 재미가 많이 없더라도 지금 써야겠지. 이런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를 일부러 해도 잠이 안깨니, 잠이 더 몸을 덮치기 전에.

 

 

 

두 번의 자화상, 전성태, 창비

 

이제 어느덧 중견이 된 전성태 작가의 단편 작품집이다. 등단한지 올해로 20주년이라고 하는데, 여전히 활발한 창작활동을 보여주며, 다양한 수상작품집에도 계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올해 이상문학상 작품집에서도 작가의 이름을 본 듯 하다). 작품집에 올라있던 여러 단편들은 보았지만, 차분히 작가의 작품들을 본 기억은 없는데, 이번 기회에 읽고 싶다.

 

 

목숨전문점, 강윤화, 실천문학사

 

그리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강윤화의 청춘들은 모두 뚜렷한 목적을 보이지 않은 채 말 그대로 삶을 '연명'하고 있다. 붙어 있는 목숨 자체를 의문시하며 '살고 싶은가'라는 패배적인 자조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라니. 그들의 이 '자조'에는 무엇이 들어있는가. 그 이면의 것을 읽고 싶다.

 

 

괴테 문학 강의, 안진태, 열린책들

 

그간 독일문학에 대해 꾸준하게 천착해 오던 안진태 교수의 책이다. 강의실에 앉아서 차분히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다음 서가를 장식하고 있는 괴테의 책들을 꺼내서 다시 읽으면 조금 달리 보이는 게 있을 것 같다.

 

 

과학 액션 융합 스토리 단편집, 김종일 외, 황금가지

 

제목이 약간 벙찌게 만드는 면이 있는데, 표지도 그렇고 컨셉인 것 같다. 원래 이런 컨셉은 피식피식 비웃음을 흘리며 보다가 몇 차례 크게 얻어맞고 급기야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비웃어서 미안해!를 외치는 게 가장 최고급 코스인데, 이 소설들은 어느 정도의 코스일지 궁금하다.

 

 

형사의 아이, 미야베 미유키, 박하

 

<맏물 이야기>와 이 책 중에 가늠해보다가 이 책을 골랐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들을 즐겁게 읽고 있는데, 그의 적자인 그녀의 소설을 한 권 고르고 싶었다. 그 중에서는 아무래도 이 책이 조금 더 낫겠지 싶다. 

 

 

덧.

 

 

이 책을 고를까 말까 망설이다가 이 책을 읽은 후 어떤 리뷰를 쓰게 될지 불보듯 뻔할 것 같아서 빼기로 했다. 보나마나 이것도 죽이고, 저것도 죽이네 하며 감탄하다가, 근데 다 출간이 안 되었다고 징징대다가, 급기야는 한국 출판 문화를 성토하면서 이 책을 추천한 내 자신을 원망하는 걸로 끝나겠지. 누군가의 러브레터를 보는 것은 흥미롭지만, 그 러브레터의 대상을 보고 싶다는 욕망을 어떻게 이겨내나.

 

 

아 그리고 이 책도. '55세부터 헬로라이프'라는 제목의 이질감. 나이든 무라카미 류는 별로 보고 싶지 않은데. 더구나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4050세대의 다섯 가지 가느다란 희망 이야기를 담고 있다"라니.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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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05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늦게 쓰면 이미 모든 것이 결정나 있는 상황에서 책을 추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라는 말이 너무 공감되네요 ㅋㅋ... 하지만 저는 새로 나왔는지 조차 알지 못했던 좋은 책을 추천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면 그분들의 추천을 받아서 제 신간 선정 목록에 넣기도 해요. 나름 이런 장점도 있는 것 같아요ㅎㅎ

맥거핀 2015-03-06 00:2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롸님! (`롸`라는 닉네임이 인상적이네요. 저는 MLB팬이라 쓸데없이 알렉스 로드리게즈, 일명 `롸동자`를 연상하고 있습니다.ㅋ) 아..그렇군요. 그런 장점도 있기는 하겠군요. 저도 신간추천하면서 늘 다른 분들의 추천을 봐요. 모두들 각자 나름의 색깔?이 있으신 것 같더군요.^^

희선 2015-03-06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이어서 잠이 오는가봐요 저는 철이 바뀔 때가 되면 잠이 많이 오더군요 어느 날 왜 이렇게 잠만 자고 싶을까 생각하면 그런 때였어요(그럴 때가 아니어도 기분이 별로면 잠을 자는군요) 겨울에서 봄으로 바뀔 때는 다 그럴 것 같습니다 한동안 움츠려 있어서 그것을 펴려면 좀 힘이 들지 않을지... 사람이나 그렇게 움츠려 있지, 식물은 겨울에도 봄을 준비하고 있었겠습니다

벌써 정해졌을지 몰라도 마지막에 쓴 것까지 확인해보겠죠 누군가는 저런 책도 나왔구나 하겠습니다 저도 그렇군요 ‘과학 액션 융합 스토리’라는 말이 재미있네요 제목에서 벌써 웃음이 나옵니다 실제 어떨지 모르겠지만... 무라카미 류는 오랜만이네요 지난해에도 책이 나오고 예전에 나온 게 다시 나온 것 같기도 한데...

몇 분 지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제죠 어제 보름이었더군요 달이 잘 보일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달 보셨습니까


희선

맥거핀 2015-03-06 00:26   좋아요 0 | URL
하하..거의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게 되네요. 이런 경우 잘 없는 것 같은데...저는 솔직히 늘 잠이 와요. 잠을 적게 자도 잠이 오고, 잠을 많이 자도 잠이 오고..참 이상하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제가 옛날에는 잠이 참 없는 편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잠이 많아졌는지..남들은 나이들면 잠이 적어진다는데, 저는 이상하게 반대인 것 같아요.

네..저도 사실 과학과 액션이 어떻게 융합되었을지 궁금하기는 합니다. 상당히 괴랄한(?)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아요. 저도 무라카미 류 이름 오랜만에 봐서(아주 오래전에 `공생충`이라는 소설을 본 이후로 거의 안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반가웠는데, 제목부터 내용까지 별로 땡기지가 않아요. 무라카미 류는 그냥 내 추억 속의 무라카미 류로 남아줬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커트 코베인이 살아 돌아와 포크 앨범을 낸다면 이런 기분일까요?

달 못봤어요. 올해는 정월대보름도 뉴스 보고 알았어요. 부럼도 못 먹었고, 오곡밥도 구경을 못했네요. 별 거 아니지만, 왠지 그냥 지나가니 섭섭하군요.

맥거핀 2015-03-06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지금 글을 다시 읽어보다가 발견했는데, 위에 <과학 액션 융합 스토리 단편집>은 표지에는 `단편선`이라고 되어있네...근데 알라딘 책 소개 페이지에는 `단편집`이라고 되어있고..이상하다....

2015-03-18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0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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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드물게, 무엇인가를 말하기가 어려운 이야기가 있다. 예를 들어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같은 작품. 처음에는 읽고 무엇인가를 써볼까..생각했지만, 읽다보니 더 이상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다만, 누군가가 억지로 말하라고 한다면 이렇게는 간단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소설의 처음 첫번째 장(章)을 읽으면, 읽는 사람을 이보다 더 힘들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을까 싶다. 그런데 그 다음 장은 더 힘들게 만들고, 그 다음 장은 그보다 더 힘들게 만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읽는다는 사실이 점점 고통스럽게 느껴질 즈음, 어느 틈엔가 그 읽는다는 의미의 어떤 숭고함을 생각하게 된다. 무엇을 기록한다는 것과 읽음으로써 그것을 지탱시키는 것의 의미 말이다. 아무튼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그런 소설이다.

 

아마도 무엇을 말하기가 힘든 것은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그 앞에 가로놓여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예를 들어 인간이라는 것. 이 소설은 처음에는 하나의 어떤 실제 사건을 이야기하다가 점점 인간 일반 존재에 대한 물음으로 나아간다. 과연 인간이란 어떠한 존재인가. 한강 작가의 말대로 놀라울 정도로 잔인하거나 악한 인물이 있었고, 그 반대로 보기 드물게 선하거나, 자신의 양심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으려 애쓰던 이도 있었다. 인간이란, 이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는가. 어쩌면 이 소설의 가치는 그런 불투명도에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정한석 평론가가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에 대한 비판론(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비판론이었다)에서 말한 것처럼 세상은 투명하게 영화가 될 수 없고, 영화도 투명하게 세상이 될 수 없으며, 양쪽은 영원히 그래서도 안된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 소설을 비롯한 다른 이야기들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야기가 투명해질 때 종종 실세계가 불투명함을 우리는 잊고, 이야기의 카타르시스를 세상에 대한 카타르시스로 혼동하거나 쉽게 대체한다. 내가 밑에 올려놓을 몇 권의 책은 불투명한 상태로 내 앞에 놓여져 있지만, 그 불투명함이 이야기를 읽고 내려놓는 마지막까지 그대로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혹 아무것도 이야기할 수 없어도 말이다.

 

 

 

뿌리 이야기 - 2015년 제3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숨 외, 문학사상사

 

나같이 게으른 사람들을 위한 소설집이다. 시간을 가지고 진득히 챙겨봤으면 좋으련만 그렇게 하지 못했으니 이렇게라도 해야겠지. 어째 왠지 늘 그 이름이 그 이름인 것 같은 인상은 있지만, 그래도 이상문학상을 읽지 않고 지나간다는 것은 한해를 시작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다.

 

 

휴전, 마리오 베네데티, 창비

 

군부독재, 도시 노동자, 염세주의와 숙명론, 그리고 라틴아메리카. 낯설어 보이지만, 왠지 낯설지 않은 이 느낌. 나도 요새 자꾸 염세주의와 숙명론이 엄습하는데, 이 책이 조금 도움이 될까. 

 

 

붉은 밤의 도시들, 윌리엄 S. 버로스, 문학동네

 

반양장은 지난 달이고, 양장은 이번 달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 작품은 유토피아 공화국 리베르타티아를 건설한 실존 인물 미션 선장에 영감을 받아, 인류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에서 저질러진 치명적인 실수들을 돌이키기 위해 탄생한 유토피아 소설이다.'라는 출판사 설명을 봐서는 내 취향에 딱일 것 같은데, 아마도 안되겠지. 안될거야.

 

 

상상범, 권리, 은행나무

 

예전에 '씨네21'인가, '한겨레21'인가에 연재되었던(아니면 비운의 만화잡지 '팝툰'에서였나..) 글들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름을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 2322년 URAZIL의 세계라니, 재미있을 것 같다. 위에 건 유토피아, 이건 디스토피아.

 

 

리모노프, 엠마뉘엘 카레르, 열린책들

 

다른 분들의 추천을 믿고 골라보는 한권. 로쟈님의 추천이나, guiness님의 추천을 봐도 그렇고, 추한 망나니의 '문학적 다큐멘터리'나, '기록문학'이라는 설명을 봐도 그렇고, 꽤나 흥미진진한 독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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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5-02-04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그나저나 이번 달 도서나 빨리 읽어야겠다. 아직 두 권 다 하나도 못봤음!

희선 2015-02-05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투명하기 때문에 어떤 답은 자기 스스로 생각해야겠습니다 하지만 그게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에서 어긋나지 않아야겠죠 이런 식으로밖에 생각하지 못하는군요 책, 거기에서도 소설(이야기)은 책을 읽는 사람을 가르치기 위한 것만은 아니기도 한데... 하지만 어떤 때는 거기에서 말하는 것을 알고 배우기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억지로 가르치는 게 아니고 자연스럽게 가르쳐주는 게 좋은 거죠 이런 건 맥거핀 님도 아실 텐데 말했네요

이번에 하나 배웠습니다 소설은 불투명하다는 겁니다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책을 보면서 왜 이렇게 알 수가 없는 거지, 할 때가 가끔 있는데 그것 때문이군요 불투명해야 나은 거군요

이상문학상은 벌써 39회째군요 저는 이거 예전에 아주 조금만 봤습니다 그때는 ‘나왔구나’ 했는데, 지금은 ‘아직도 나오는구나’ 하고 책 앞면 예전하고 달라졌네, 했어요 전에도 조금씩 바뀌었네요


희선

맥거핀 2015-02-05 11:56   좋아요 0 | URL
소설이든 영화든 결국 보는 이에게 질문을 하게 하고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투명하다면, 단지 그것을 읽고 보고 치워버리고 말 뿐이겠죠. 제 경험을 돌이켜봐도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는 이야기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더군요. 그건 우리에게도, 그리고 이야기에게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질문을 하는 것만큼 답을 찾는 노력도 중요하겠습니다만...

저는 대학 시절부터 거의 이상문학상은 사서 봤던 것 같아요. 뭐 아무래도 누군가의 눈을 거친 작품들이니까, 한해의 좋은 작품들을 편하게 골라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개인적으로는 표제작보다 다른 작품들이 더 좋았던 경우가 많았었던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배수아 작가가 이상문학상을 못탄게 좀 아쉽기는 한데..

아이리시스 2015-02-06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님, 어서 읽어요~!! 새벽세시..에 화장실에 가나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아이리시스 2015-02-06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집에선 컴터를 잘 안 켜서 새벽에ㅠ깨서 네, 스맛폰으로 뭐든지 합니다.. 댓글도 쓰고 아이러브커피도 아이러브파스타도..루미큐브도.. 안녕~!!

맥거핀 2015-02-06 12:50   좋아요 0 | URL
아..갑자기 무슨 소설 제목이 떠오르는데..새벽 세시 어쩌구 하는 소설이 있지 않았나요? 새벽 세시에 루미큐브 같은 거 하면 잠이 잘 안올텐데..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착한 어린이가 됩시다.^^ 근데 나 아직도 안 읽었어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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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이 되었다. 예전에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지금과 같이 읽고 싶은 책을 골라내는 것이다. 그 선택이 별 의미가 없을지라도, 무엇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항상 어렵다. 더구나 읽은 소설도 많지가 않고, 아는 작가도 별로 없는데, 소설 분야에서 골라야 한다니. 그래서 (늘 선택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마는 나 자신에게 동아줄을 던져 준다는 의미에서) 적어도 한 가지의 시답잖은 원칙을 세워보기로 했다. 그것이 설혹 가늘디 가늘거나, 썩은 동아줄이라 한다 해도 말이다.

 

그것은, 우리(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고 싶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의 한국사회는 알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고, 그 연쇄의 끝(이자 시작)에는 바다에 차갑게 가라앉은 배와 아이들이 있었다. 많은 분들의 말대로, 문학은 사회의 집단적 무의식을 반영하고, 한편으로 작가들에게는 이 무의식을 계속 표면 위로 끌어올릴 의무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나는 현재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작가들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고, 그것으로 점점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이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어찌되었건 나도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거창하게 말하면 그렇고 솔직히 말하자면 사실 국외 작가를 상대적으로 잘 몰라서 책을 골라낼 자신이 없다.)

 

나머지 원칙은 그야말로 시답잖은 것으로 SF 작품을 읽는다(개인적 취향), 되도록 추리물을 피한다(이것에까지 머리 쓰고 싶지가 않다), 로맨스물은 피한다(사랑은 현실에서) 같은 것들이라, 더 이야기할 것은 없는데, 이것 한 가지는 얘기해두는 편이 좋겠다. 그것은 (내 떨어지는 취향을 겸허히 인정하고) 다른 평가단 분들의 추천을 꼼꼼이 읽어 그분들의 안목에 상당히 빚을 질 생각이라는 것. (그러니까, 묻어 가겠다는, 아니 거저 먹겠다는 얘기다.)

 

그래서 서설이 길었고, 아무튼 몇 권을 골랐다.

 

 

 

모든 빛깔들의 밤, 김인숙, 문학동네

 

일단 이름을 신뢰하는 작가에 의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책 소개를 읽어보니 그리 녹록한 이야기는 아닐 것 같지만, 녹록하지 않은 것이 이야기뿐이랴.

 

 

디 마이너스, 손아람, 자음과모음(이룸)

 

<소수의견>을 썼던 손아람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목차에 쓰인 수많은 단어들이 불러오는 아련하지만, 또 그렇게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심상들. 그것들은 어떻게 부서져 오늘의 사회를 만들었나. <소수의견>의 빠른 개봉을 바라며 추천한다.

 

 

도시의 시간, 박솔뫼, 민음사

 

아마 예전에 단편을 한 두 편 읽었던 것 같다(그런데 솔직히 기억은 잘 안난다). 젊은 작가가 젊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늘 좋다. 사실은 그것이 젊은 이야기를 가장한 늙은 이야기였더라도 말이다.

 

 

벌거숭이들, 김태용, 문학과지성사

 

단편집에서 이름을 자주 들었던 작가다. 그 중에 분명히 한 두 편쯤은 봤지 싶은데, 역시 기억이 잘 안난다. 상당히 밀도 있는 문체를 구사하는 작가 같다. (다만, 표지를 꼭 이렇게 만들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평, 파트릭 모디아노, 문학동네

 

다른 분들의 추천을 믿고 골라보는 한 권이다. 잭 밴스의 <최후의 성>, 어슐러 르 귄의 책들과 경합(?)을 벌였으나, 몇 가지 이유로 이 책을 선정. 불새 출판사의 책을 고르자니 양심에 걸리고, 시공사의 책들을 고르자니 알량한 존심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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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1-04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님, 이번에 소설 신간평가단으로 시작하시네요.
축하합니다. 저는 작년에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탈락되었어요.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새해에도 좋은 기운 성하길 빌어요.
파트릭 모디아노의 `지평`을 고르셨네요. 가져갑니다.~~

맥거핀 2015-01-04 22:51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프레이야님. 네..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좋은 기회 잡은 것이니, 고마운 마음으로 즐겁게 쓰는 게 맞겠죠.

새해에는 서재에서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시고자 하는 모든 일에서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cyrus 2015-01-04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시는 것 같아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도 좋은 책과 영화 많이 소개해주세요. ^^

맥거핀 2015-01-05 12:36   좋아요 0 | URL
네..이번에는 소설 쪽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조금 더 써보려고 하는 데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cyrus님 글은 늘 잘 읽고 있습니다. 좋은 글 많이 쓰셔서 저도 얻는 게 많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선 2015-01-05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소설, 저도 잘 안 보는데...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을 아주 안 보는 건 아니고, 청소년 소설을 좀 보기도 했군요 지난해에는 그것도 그렇게 많이 못 본 것 같습니다 소설을 봐도 사회 같은 거 생각 안 하고 보기 때문에... 예전에 우리나라 소설을 보면서도 그런 거 잘 몰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본 소설은 다 그때보다 더 예전 일을 다룬 것이었군요 그 시대를 다룬 것도 봤을 텐데, 제가 잘 몰랐겠죠 그래도 미스터리를 보면서는 조금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불새, 시공사 왜일까 싶군요 저는 이런 것도 잘 모르는군요

어두운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모든 이야기가 다 희망을 말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맥거핀 님이 모든 빛깔들의 밤, 을 보면 어떤 생각을 쓸까 보고 싶기도 하네요

새로운 한주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하세요


희선

맥거핀 2015-01-05 12:43   좋아요 0 | URL
솔직히 말해서 저도 국내작가 장편을 읽어본 적이 언제인지 까마득합니다. 단편은 그래도 문예지 같은 것도 보고 문학상 같은 것도 보고 그러는데...위에 사회 어쩌구 쓴 거는 있어 보이려고 쓴 거구요. 요새 국내 작가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했어요. 능력 있는 젊은 작가들이 누구인지도 궁금하구요. (출판사 얘기는 뭐 검색하면 아실만한 이야기니까요. 별 의미는 없어요.)

한동안 저도 어두운 얘기는 피해다녔는데요. 특히 작년 세월호 사건 이후로는 이야기까지 어두운 것을 봐야하나 그런 생각이 조금 있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냥 가리지 않고 다 보려구요. 뭐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도 아니고...그런다고 현실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니.

네..저도 새해 첫주니만큼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하려고 노력해보겠습니다. 희선님도 즐겁게 보내셨으면 좋겠네요.^^

2015-01-12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12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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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활동을 하면서 사실 가장 어려운 것은 (리뷰를 쓰는 것보다도) 수많은 책 중에서 몇 권의 책을 골라내는 일이다. 한참 동안이나 이 책이 좋을까, 저 책이 좋을까를 고민하다 보면, 이상하게도 사실 모든 책이 좋아보이거나, 아니면 모든 책이 다 문제가 많은 책처럼 보이는데, 어쩌면 가장 큰 문제는 읽지도 않고 무엇인가를 단지 좋아보인다는 이유로 골라낸다는 것의 민망함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솔직히 말해서 리뷰를 쓸 때보다도 이 추천도서 목록을 작성할 때가 늘 시간이 더 걸리곤 해서 아유, 이런 추천리스트 같은 것은 이제 더 안했으면 싶었는데, 막상 마지막 추천도서를 쓸 때가 되고보니 시원함보다는 여전히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 것 같다. 이런저런 이유를 늘어놓자면 또 저번 서평단 마지막 추천글의 ctrl+V가 될 것 같고, 어서 몇 권의 책을 내밀며 이 자리를 피하는 것이 상책일 듯 싶다.

 

이대로 책만 읽고 있어도 좋은걸까, 하는 시간들 속에서 골라낸 몇 권의 책들.

 

 

 

사물 판독기 / 반이정 / 세미콜론

 

<씨네21>에 실렸던 반이정의 글들을 흥미롭게 읽었다. 커다란 사진과 같이 실린 그의 (대체로) 짤막한 글들은 때로 사진 에세이 같기도 하고, 혹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논평이나 단지 농담들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이 종잡을 수 없는 웅얼거림들을 듣다보면 어느 순간 도리어 문득 세상을 보는 (나의) 무감한 시선들이 느껴지곤 했다. 그가 내미는 하얀 토끼를 따라 이상한 사물들의 나라로 들어가 보자.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 류신 / 민음사

 

이상한 사물을 보았으니 이제 이상한 공간을 읽을 차례이다. 문학비평가인 류신의 이 책은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서 모티프를 얻어 이 복잡한 도시 서울을 벤야민 식으로 읽어낸다고 하는데, 뭐 사실 누구 식이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보다 중요한 것은 거의 대부분 무감하게 지나치는 이 공간들을 기어코 다시 '돌아본다'는 것에 있을 것인데, 새로운 필터를 거친 이 공간들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 것인가. 하얀 토끼를 따라 들어간 앨리스는 이제 여왕이 지배하는 기이한 공간들을 보게 된다.

 

 

시인을 체포하라 / 로버트 단턴 / 문학과지성사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 / 전경목 / 휴머니스트

 

기이한 공간들을 보는 것은 현재의 공간들을 뒤집어보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로 돌아가 당시의 공간들이 어땠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이 두 권의 책은 시간과 공간은 다르지만, 역사책에 실린 거대한 사건들이 일어났던 무대로서만의 공간이 아니라, 당대의 사람들이 살아 숨쉬던 일상적인 공간 그 자체를 보려는 미시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고양이 대학살>로 많은 이들의 뇌리에 남아있을 이름인 로버트 단턴의 <시인을 체포하라>는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인 18세기 중엽의 파리와 당시의 구어적 의사소통망을 특유의 흥미로운 서술 방식을 통해서 재구성해낸다. 전경목의 책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는 낡고 빛바랜 종이일 뿐이었던 고문서를 입체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당대의 생활상을 복원해내고, 우리에게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이면의 일상사를 엿보게 해준다. 고문서 연구에 오랫동안 천착해 온 저자의 이력을 한번 믿어보자. 

 

 

세상물정의 사회학 / 노명우 / 사계절출판사

 

이상한 사물들과 이상한 나라를 본 앨리스는 이제 과거의 앨리스가 아니다. 이야기 속의 앨리스는 꿈에서 깨어나는 것으로 끝났지만, 현실의 앨리스들에는 꿈에서 깬 이후의 삶이 남아있다. 그것은 환상이라는 것에 감춰져있던 리얼리티를 보는 것일텐데, 사회학자 노명우는 이 책에서 우리 세속의 풍경들에 감춰져 있던 의미를 끄집어내려고 시도한다. 그것은 예를 들어 누구나 당연하게 여겼던 취미, 섹스, 개인, 가족, 노동, 기억, 상식과 같은 풍경들에 담긴 것들인데, 우리는 이 당연한 키워드들 속에서 어떤 냉혹한 현실을 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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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1-03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맥거핀 2014-01-05 14:42   좋아요 0 | URL
파트장님도 추천도서 쓰시면서 많이 고민하셨던 모양이네요. 파트장님 추천목록도 늘 잘 보고 있습니다.

가연 2014-01-03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ㅎㅎㅎ 너무 늦게 이렇게 서재를 돌아다니면서... 저도 빨리 추천목록을 만들어야하는데...

맥거핀 2014-01-05 14:43   좋아요 0 | URL
네..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가연님 추천목록도 보러 가겠습니다. 이번달에도 과학책이 한 권은 들어있겠죠?

비의딸 2014-01-14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물정의 사회학..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맥거핀 2014-01-15 19:43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번에 이 책이 되었으면 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이번 서평단도 별로 안남았네요. (댓글이 조금 늦었네요. 제가 요새 잘 못 들어와서..;)
 
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이번 서평단 활동도 이제 점점 끄트머리로 다가가는 것 같다. 책을 추천할 수 있는 기회도 이제 이번을 포함하여 단 두 번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서평단의 경우에는 시절이 하 수상해서 그런지 몰라도, 상대적으로 정치-사회 쪽의 책들이 조금 많다. 그래도 명색이 '인문/사회/과학/예술 서평단'인데 늘 소외받는 분야의 책들이 아쉽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알라딘 측에서 인문/사회 분야와 과학/예술 분야의 분리에 대한 고려를 다시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아마도 과학이나 예술 분야의 책들은 선정되기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과학/예술을 묶는 것이 조금은 의아해 보일 수도 있는데, 다음과 같은 말들을 들으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SF작가이자 과학자였던 아서 클라크의 말. "고도로 발달된 과학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아니면 아인슈타인의 말도 있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경험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신비'이다. 신비는 예술과 과학의 근본을 이루는 진정한 모태이다." 결국 극도의 과학과 극도의 예술은 인간에게 동일하게 신비의 세계를 열어준다.

 

아무튼 그래서 이번에는 과학과 예술 분야의 책을 추천을 하겠다는 말이다.

 

 

 

신경 과학의 철학 / 맥스웰 R. 베넷 외 / 사이언스북스

 

이름부터가 왠지 과학적인 맥스웰 교수와 해커 교수가 지은 이 <신경 과학의 철학>이라는 책은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그리 만만치는 않은 내용을 담고 있는 듯 하다. 책 소개에 따르자면 "인간의 심적 속성이 뇌의 부분이 아닌 인간 전체의 속성"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이라고 하는데, 이 오묘한 질문을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바꿀 수도 있을까? 마음이라는 것, 혹은 영혼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조금 더 괜찮은 질문을 하면 좋겠지만, 최근에 읽은 김영하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때문에 이런 것밖에 생각이 안난다. 그 소설에는 교통사고에 따른 수술 후 살인을 하지 않게 된, 그러니까 무엇인가가 달라져 버린 살인마가 나온다. 그런 것이 가능할까? 즉 살인충동이라는 악이 우리 신체 어딘가, 혹은 뇌의 어딘가에 있다면 그것을 제거하여 그를 선하게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아니면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에 읽은 프로이트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오이디푸스는 우리 뇌 어딘가에서 진짜 테베로 돌아오는 중일까?

 

  

물리학자의 철학적 세계관 / 에르빈 슈뢰딩거 / 필로소픽

 

만만치 않기로는 이 책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듯 하다. 양자역학의 사고실험 중의 하나인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유명한 이 물리학자는 세상을 뜨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이 책에서 서구 과학의 유물론적 사고를 비판하고, 인도 철학인 베탄다 철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의식, 자아, 실재, 윤리 등의 문제를 고찰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그의 양자역학에 대한 연구와 이 책의 관점을 연결하려는 해석을 시도할 수 있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연결을 지양하며 할 수 있는 말만 하겠다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한다. 역시 과학자다운 태도가 아닐까.

 

 

  

할리우드 사이언스 / 김명진 / 사이언스북스

 

만만치 않아보이는 책을 두 권 골랐으니 만만해 보이는 책으로 균형을 맞춰야겠다. 위의 "고도로 발달된 과학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는 말은 즉각적으로 영화를 떠올리도록 만들기도 하는데, 때로는 고도의 과학기술이 집약된 영화는 거의 일종의 마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많은 관객을 저렴하게 우주로 모셨던 <그래비티>와 같은 영화가 그 대표적인 예일텐데, 현대 과학기술은 영화의 많은 부분의 자양분이 되어 자연스럽게 수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도 했으며, 또한 도리어 반대로 영화적 상상력이 미래 과학기술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렇게 고도의 과학은 예술이 되고, 또한 고도의 예술은 다시 과학에 빚을 갚는다.

 

 

 

 

 



 

 

 

 

 

 


 

명작순례 / 유홍준 / 눌와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2 / 김봉렬(글), 관조스님(사진) / 컬처그라퍼

그래서 마지막 두 권은 고도의 예술품이자, 어떻게 보면 당대의 과학기술이 집약되었다고 볼 수 있는 옛 미술품들, 그리고 전통건축에 대한 책으로 꼽아봤다. 물론 예술이란 기본적으로 예술가의 상상력을 통해 탄생하지만, 또한 한편으로는 당대의 명작들이 지금까지 남아있고, 우리의 눈에까지 전달될 수 있는 것은 당대의 최고의 과학기술에 빚진 바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전해진 과거의 상상력은 다시 현재의 과학, 현재의 기술에 영향을 미친다...
 
는 끼워맞추기고, 솔직히 말해서 한 해의 마무리를 좋은 것들을 보며 차분하게 짓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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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5 0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05 1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연 2013-12-05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인문/사회 분야에 예술/대중문화를 넣으면서 너무 지나치게 범위가 넓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긴 하더라구요.. 이렇게 합쳐지면서 예술분야는 그다지 선택이 안되고 있기도 하고.. 과학 분야라고 별반 다른 상황도 아니구...

맥거핀 2013-12-05 19:2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분리해줬으면 좋겠는데 안 그러겠죠..근데. 다음번에 혹시 서평단을 하게 되면 과학책 좋아하는 분들 모아서 사전작당이라도 해야...라고 해봤자 어차피 담당자님 마음..^^

근데 진짜 범위가 넓기는 좀 넓어요. 걸면 걸리니까 좋은 점도 있지만.

마립간 2013-12-05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1기 서평단부터 수학/과학의 분야의 독립을 담당자님에게 줄기차게 부탁하는데, 그리고 알라딘에서 어느 정도의 노력이 있었다고 하는데,

수학/과학 책은 서평단 효과가 적은 지 출판사에서 도서 제공이 힘들다고 하더군요.

맥거핀 2013-12-05 19:29   좋아요 0 | URL
아..마립간님이 선구자셨구나. 또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뭐 아무튼 안된다면 할 수 없는거죠. 서평단이라는 것도 분명히 알라딘과 출판사 측의 나름의 필요라는 부분도 고려안할 수 없는 거니까요. 아무 효과도 없는데 유지하라,고 할 수 만은 없는 거겠죠. 조금 더 책을 읽고 싶게 하는 리뷰를 써서 판매신장 효과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능력은 많이 모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