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잠든 작가의 재능을 깨워라
안성진 지음 / 가나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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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고, 글을 쓰고, 말로 표현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쓰고/듣고/말하고/읽기'가 어릴적부터 일상화 되어 와서인지 성인이 되어서도 그저 자연스러운 일 중 하나였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시간을 쪼개어서 공부할 꺼리등을 찾아 배움을 이어나갔고 일기를 쓰거나 서평 혹은 새로운 장르의 글쓰기를 배울 기회가 생기면 얼른 찾아나섰다. 그래서 꽤 많은 영역의 글쓰기를 축적해나갈 수 있었는데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지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내 안에 잠든 작가의 재능을 깨워라>는 책 출판을 맘 속으로 원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책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비슷한 소재의 책들을  몇 권 읽기는 했다. 작법서가 아니라 작가가 되는 길에 관해 적힌 그 책들을 읽고 몇 명이나 작가의 길로 들어섰을까.



항상 궁금했는데 저자는 서문에 이렇게 밝히고 있다. '책을 읽은 독자 중 한 분이라도 글을 쓰게 되거나 책을 쓰게 된다면....'이라고. 소박한 소망같지만 따뜻하게 느껴지는 한 줄이었다. 실제로 서평을 올리다보면 저자들에게서 종종 연락을 받곤 하는데, 일년에 500~1000권 정도 읽고 그 중 절반 가량을 서평으로 남기다보면 10명 남짓의 저자들이 쪽지나 댓글로 글을 남기곤 했다. 저 멀리 바다 건너 한 일본의 저자는 한국인이 쓴 내 서평을 읽기 위해 회사내 한국인 직원을 찾아 번역을 의뢰해서 읽고 댓글을 남긴다며 연락해 온 적도 있었다. 그저 읽기를 좋아했을 뿐이고 그 감상을 기록으로 남겨놓았을 뿐인데 자신의 책에 대한 서평드을 꼼꼼히 찾아보는 작가들의 정성에 탄복하면서 이름을 꼭 기억해 둔다.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서평을 아낄 줄 아는 작가라면 책을 얼마나 정성들여 썼을지 미루어 짐작이 가기 때문에 다음 권이 출간되면 반드시 읽어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는 것이다. 작가 싸인회를 한다거나 sns로 실시간 소통을 하는 작가들 보다 이들 작가의 이름을 더 귀히 여기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꼭 소설이나 희곡의 이야기 형태가 아니더라도 세상 모든 이야기는글로 남겨질 수 있고 특히 전문 영역의 이야기는 관심의 대상이 되는 시대다. 얼마전 '말하는대로'라는 버스킹 프로그램을 본 적 있는데, 꼭 한 명씩 분야별 전문가가 나와서 강의하는 것을 듣고 그들의 이야기야 말로 경험이 묻어난 우리네 삶의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더 진솔한 감동을 전했다. 책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사람에게  책 속 저자의 한 마디를 전하고 싶다.  '작가라서 전문가라서 재능이 있어서 책을 쓰는 게 아니다. 책을 쓰기 때문에 작가가 된다.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만 하면 된다.'(p51)라고.


실제로 조앤 롤링이 <해리 포터 시리즈>를 쓰기 전까진 그 누구도 그녀에게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신작 <신비한 동물사전>까지 영화화 시킴으로써 콘텐츠의 대중성을 입증해 냈고, <트와일라잇>의 저자는 꿈 속 내용을 단 3개월만에 스토리화 시킴으로써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둬냈다. 책을 쓴다고해서 반드시 부와 명성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꿈만 꾸었을 뿐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 재미난 이야기들을 읽을 수 없었을 것이다.

 

 챕터는 총 6개, 변화를 꿈꾼다면 글을 써라/ 당신만의 책을 써라/ 본격적인 책 쓰기/ 책쓰기 코칭 받기/ 글을 쓸 때 필요한 좋은 습관들/ 첫 책을 쓴 작가의 책 쓰는 이야기 로 구성되어져 있지만 챕터 3. 본격적인 책 쓰기 전까지는 일종의 동기부여 페이지이며 그 중 특히 88페이지까지는 독자에서 작가로 거듭나라고 용기를 불어넣는 조언이다. 89페이지부터 구체적으로 한 권의 책이 최서한 A4지 100정도의 분량이라는 것, 집중력을 위해 3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을 잡는 것이 좋다는 것,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쓰되 완벽하려고 애써서는 안된다는 등의 실질적인 조언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책쓰기 방법은 챕터 3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3장부터 읽고 다시 되돌아가 남은 앞페이지를 읽어도 읽기 흐름에는 방해받지 않을 듯 하다.

 

 

이 책은 작법서가 아니다. 작법을 원한다면 첫 장부터 작법요령이 가득한 동서양 작가들의 작법서들이 서점가에 널려 있다. 그렇다면 쓸까? 말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동기부여서적인가? 그것 또한 아니었다. 이 책의 도움이 절실한 사람은 쓰고 싶지만 용기가 부족하다거나 몇 페이지 쓰려고 끄적끄적..대다가 포기한 사람들을 위한 목표지향서적이었다. '언젠가 작가가 되어 보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었지!'라는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챕터 6에서 소개하고 있는 8명의 작가 중에 반가운 이름이 보인다.  <끝내는 엄마 VS 끝내주는 엄마>를 집필한 김영희 작가는 앞서 언급한 '애살있는(경상도 사투리. 근성있고 끈질기게 노력하는이라는 의미)' 작가 중 한 명이다. 서평을 올린 후 댓글로 소통의 창구를 연 작가인 동시에 가끔씩 블로그를 둘러보고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책쓰고 강의하기도 시간이 빠듯할텐데 짬짬이 들러주는 고마운 작가들이 그녀 외에도 여럿 있어 나는 참 행복한 독자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 먼저가 아니라 쓰기가 먼저다(P116)

 

작법은 책을 통해 익혀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을 써야할지, 어떤 관점에서, 어떤 시선으로 마무리 지어야할지는 오롯이 작가인 자신의 몫으로 남겨진다. 그래서 <내 안에 잠든 작가의 재능을 깨워라>는 그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가까운 곳에 두고 결심이 흐트러질때마다 펼쳐보기를 권하게 되는 책이다. 예비작가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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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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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최고의 역사소설가가 주목한 한 중국남자. 그는 역사상 가장 유능한 살인 수사관으로 일컬어지는 '송자'다. 같은 동양권의 나도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서양의 소설가는 그 이름을 어떻게 알게 된 것일까.  

세계적인 법의학의 선구자이자 중국 남송시대의 학자인 송자(1186-1249) 는 <세원집록>을 1247년에 5권짜리로 집필했고 이 책은 다행스럽게도 지금까지 보존되어져 내려왔다고 했다. 침략에 의해 많은 문화재를 분식/소실한 우리 역사와 비교해볼 때 이는 너무나 부러운 일이기도 했다.

 

<세원집록>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법의학 기술과 방법, 사용기구와 준비과정, 의례와 법률 등을 집대성한 내용이라는 점도 존경받을만 하지만 그보다는 송자가 해결한 수많은 법의학 사건이 추가되어 있다는 점!!! 경험에 의거한 기록물이라는 사실이 가장 놀라운 점이다. <별순검>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받았던 감동을 <시체 읽는 남자>를 읽으면서 이어나가고 있다.

<세원집록> 한 권만으로는 이 멋진 소설이 완성될 리가 없다. 송나라 시대의 의학, 교육, 건축, 음식, 소유권,척도법과 국가 조직은 물론 관제까지 철저하게 조사된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안토니오 가리도는 고백하고 있다.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제법 익숙한 밀접 국가인인 내게도 중국의 역사적 인물에 대해 설명해 보라는 요청은 매우 어려운 질문일 수 밖에 없다. 하물며 서양인이...그것도 저 멀리 스페인인에게는 얼마나 생소하고 낯설었을까.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는 < 시체 읽는 남자 > 라는 역사소설을 완성해냈고 살인사건, 배신과 음모, 계략 이 글의 흥미를 북돋우는 양념이 되어 매우 재미있게 읽혔다.

미신을 믿던 시대에서 과학적인 검시, 증명으로 죄를 밝혀내는 일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 같지만 소설 속 송자는 훌륭하게 해냈다. 가족의 누명도 벗기고 재상의 살인범까지 찾아내면서 추악한 권력자의 얼굴 위 가면을 벗겨냈다.

 

 

 

줄거리를 간단히 덧붙이자면


린안에서 판관의 범죄 수사를 돕는 한 편 국자감에서 교육 받고 있던 '송자'는 할아버지 사후, 가족과 함께 고향으로 내려와 농사를 짓게 되었다. 다시 린안으로 돌아가고 싶어 아버지를 졸랐지만 묵살 당했고 심지어 마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송자의 형 루가 연행되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으로 가족을 몽땅 잃게 된 '자'는(여동생도 결국 나중에 죽음) 가난하고 비루하고 배신당하는 밑바닥 삶을 전전하다 칸 내상과 밍교수를 만나 다시 살인사건을 맡게 되었다. '시체 판독가' 라는 명성을 얻으면서. 그 와중에 옛 상관인 펭판관과도 만나게 되면서 과거 가족을 덮쳤던 불우한 사건이 조작된 것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제 그는 살인자로 고발되어 황제 앞에 섰다.....!! 중국 드라마를 보듯 정신줄 놓고 읽게 되는 <시체 읽는 남자>를 두고 왜 압도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지 이제 알 듯 하다. 읽는 동안 작가가 서양인이라는 사실도 잊고 있었다.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각각 상을 수상한 이 작품에 쏟은 작가의 정성과 집요한 고증은 한 문장, 한 문장에서 여실히 드러나 있어 경의를 표하게 된다. 게다가  "수사관은 반드시 심지우심하고 현장감험해야 한다"는 송자가 전하는 교훈은 현재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두가 제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최선을 다해 행하는 것. 대한민국의 훌륭한 국민 모두가 아는 이 사실을 단 한 사람!! 간과하고 게을리해서 나라를 위태롭게 만들고 국민을 화나게 만든 그 한 사람은 그 옛날 송나라 시대를 살았던 사람보다 낮은 의식 수준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훌륭한 소설가가 우리 역사의 위대한 인물들에게도 관심을 좀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 민초 한 사람에게만 주목하더라도 훌륭한 의식을 가진 인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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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미 그린 달빛 1 - 눈썹달
윤이수 지음, 김희경 그림 / 열림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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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방영되는 드라마를 본방 사수 하느라 늘 재방으로만 챙겨보았던 드라마가 <구르미 그린 달빛>이었다. 처음에는 <보보경심_려>보다 더 기대하고 있어 본방사수하려 했었으나 원작 소설을 읽은 뒤 <보보경심>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져 버렸던 것. 깔끔하면서도 읽기 쉽게 번역되어진 원작소설 내용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한국판과 비교해가며 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탓이기도 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의 대본은 훌륭했다. 주연배우들의 케미도 엄청났고 퓨전 사극이라는 틀 안에서 너무 사랑스러운 궁중 로맨스가 그려졌다. 하지만 '성균관 스캔들'에 열광했던 세대인지라 <구르미 그린 달빛>은 그저 예쁜 사극으로 그치고 말았다. 아쉽게도. 개인적으로는.

 

드라마가 끝난지 꽤 시간이 흐른 뒤 원작 소설을 다시 챙겨보면서 마지막권까지 다 읽고 나면 '다시보기'를 통해 드라마를 끊김없이 연방으로 챙겨볼까 ? 싶어지기도 했다. '난 놈 될 놈 할 놈' 이라고해서 삼놈이라 불리는 운종가 꽃도령은 얼굴이면 얼굴, 언변이면 언변, 글이면 글 도무지 못하는 것 없이 모두를 갖춘 녀석이었는데 실은 남장 여자였다. 그는.

라온이라는 예쁜 이름을 숨기고 '운종가 삼놈이'로 살고 있는 그에게 어느날 운명처럼 세자 이영이 찾아오고,,,망쳐버린 첫인상도 잠시!! 그들은 내시와 세자저하로 만나 달달한 갑질관계로 발전하기에 이르른다. 이런 갑질!! 이라면 세상 모든 여인들이 라온이가 되길 바라게 되어도 할 말 없다.

역사물 로맨스의 남주인공은 로맨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실제와 다르다고는 하지만 착하고 친절하기 보단 까칠하면서도 따뜻해서 사랑받는 캐릭터가 바로 이영이다.

 

 '운명적인 첫만남','가혹한 시련','아름답고 낭만적인 러브신' ...리 마이클스가  <장르 글쓰기_로맨스>에서 언급한 스토리텔링 비법에 딱 맞아 떨어지는 소설이 <구르미 달빛>이었다. 거기에 역사적 고증과 부모대의 악연이 어우러져 흡사 조선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이영과 라온의 러브스토리는 1권에서 이미 아름답게 시작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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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골사람 - 일상이 낭만이 되는 우연수집가의 어반 컨추리 라이프
우연수집가 글.사진 / 미호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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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포크 ? 두 눈을 비비고 다시 보면, 김포크다. 크게 웃음이 터졌다. 이런 유머 오랜만인듯 해서. 삶에 웃을 여유가 스며든 사람을 참 오랜만에 만나본다. 모두 저마다의 스트레스에 눌려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듯 하지만 결국 같은 시간, 같은 해를 살아도 어떤 삶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분명 다르게 살아갈 수 있다.


도시에서 살던 저자가 도심인근이라고는 하지만 풀, 벌레, 자급자족의 텃밭을 일굴 수 있는 시골로 귀촌해서 사는 삶은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허리 필 겨를 없이 농사에 목매는 삶이 아니라 자유로운 예술가로서의 삶이 포함되어져 있어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의 일상에 깃든 낭만이 독자인 나의 마음까지 푸르름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새벽 3시 30에 일어나 마을버스를 타고 몇 번을 환승해서 회사로 달려가던 빡빡한 서울의 삶에서 벗어나 꽤 시골스러운 지역으로 들어온지 몇 년. 분명 나름의 목적도 있었고 해야할 일감들을 싸들고 들어오기는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건강이었다. 너무 웃음이 많아서 친구들이 웃음 때문에 넘쳐나는가 보다라는 말을 듣곤 했는데, 어느새 웃음이 사라진 내 얼굴을 거울 속에서 발견하고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 숨통이 트이는 곳에서 미루어 놓았던 일들을 정리하기 위해 시골행을 택했는데 저자가 어느 페이지에서 언급한 것처럼 개인주의 성향이었던 내게 시골의 삶 또한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던 것. 하지만 포기할 건 포기하고 인정할 건 인정하고 나니 나름의 이력이 생겨 살만해졌다.

도시인들의 머릿 속 전원 생활은 '여행'과 같아서 '삶의 현장"에서의 시골삶과는 어느 정도 간극이 존재한다. 인정해야만 살아간 수 있다. 김포의 마당 있는 집으로 용감하게 향한 저자는 이웃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샬 스피커로 음악을 크게 듣기도 했고, 직접 키운 쌈채소로 친구들과 삼겹살 파티를 마당에서 하기도 했고, '복숭이'라고 불렀던 예쁜 아기 고양이의 방문을 받기도 했다.

여자도 아닌 남자의 삶을 엿보면서 이렇게 두근거릴 수 있다니...! 참 예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운동화를 비롯한 신발 여러 켤레를 주욱 꺼내놓고 세탁하는 남자의 손. 도심에서라면 그냥 운동화 세탁소에 맡기고 터덜터덜 돌아가는 그 뒷모습이 익숙할텐데...낯설지만 희망차 보였다. 자두잼을 만드는가 하면 동네 개들을 쓰다듬기도 했고, 농사도 짓고 가게도 운영하면서 전시회도 하고....전혀 심심할 틈이 없었다. 베짱이처럼 즐겁게 노래하며 사는 듯 하지만 그가 아직 굶어죽었다는 이야기는 없다.

그 와중에 틈틈이 에세이까지 쓰고 있단다.

 

 일 때문에 억지로 시간을 쪼개는 것이 아니라 즐기며 살면서도 일주일 단위, 한 달 단위, 일년 단위로 해 내는 일들의 수확이 제법 알차다. 그 와중에 웃음과 여유까지 스며있다. 그래서 이 남자의 오늘이 참 탐난다. 부러워하면 지는 것이라는데 나는 이미 책의 첫 페이지를 펼치면서 '졌다' 항복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역마살이 있다는 소리를 들으며 살고 있지만 저자에 비하면 명함을 꺼내지도 못할 정도다. '권태를 느낄 때 일상을 예술화하기'라는 모토로 살아가고 있다는 저자는 2년 이상 같은 곳에 살지 않는 이사중독자인 동시에 2년 이상 같은 직업을 같거나 같은 장소에서 일하지 않으려 노력 중이란다. 이 무슨 요상한 결심인지. 바꾸어 말하면 그는 한 우물을 꾸준히 파는 장인이나 달인으로 거듭나기 보다 고이지 않는 물처럼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인간형인가보다. 여행하듯 일상을 살고 싶다는 소망이 같아서 반가웠던 저자의 책<도시골 사람 :  일상이 낭만이 되는 우연수집가의 어반컨추리 라이프>는 금새 읽고 술술 서평이 써졌다. 저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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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전에 말 걸다 - 부석사와 사랑에 빠진 한 교사의 답사기
전광철 지음 / 사회세상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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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라는 작품을 보고 영주 부석사에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영주에서 살고 있는 현지 지인의 안내를 받아 편하고 꼼꼼하게 보고 왔는데, 상상했던 것보다 오래된 고찰이었다. 모두 입을 모아 극찬하는 은행나무 나목길에 대해서도 특별한 감흥이 없었던 건 아마 가을이 아니어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관점이 변하기 시작했다. 돈을 많이 써서 화려하게 도색해놓은 절보다는 낡고 오래된 모습 그대로의 얼굴과 만날 수 있는 사찰이 훨씬 더 정감이 갔다.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나무 기둥을 만져보고 그 마당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500년 전, 혹은 1000년전 하늘을 느껴보는 것! 그런 마음으로 여유롭게 거닐다 올 수 있는 사찰이 더 좋아졌다. 그래서 부석사도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삶은 소유가 아니라 나눔이고,
나눔은 단지 나를 비움이 아니라
다함께 행복해짐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알았다
p4

 

 

스스로를 칭하길, 역사학자도 아니고 문화재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라는 저자는 꽤나 자세하게 부석사의 역사와 그 모습을 전하고 있는데 여행 당시 그저 스쳐 지나기만 했던 일주문에 '태백산 부석사' 라고 쓰여 있다고 알려주기도 했고 그 뒤 현판에 '해동화엄종찰' 이라는 으뜸 사찰을 의미하는 문장이 적혀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아! 이 책을 읽은 다음 부석사를 방문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후회가 파도처럼 밀려든다.



절은 불교 이론에 근거한 건축물이라지만 종교와 상관없이 유럽의 오래된 성당들을 여행하듯 우리네 사찰 역시 종교와 무관하게 다가가 역사와 건축미를 느끼다 오면 되는 곳들이다. 약간 후회 되는 건 입구에 세워진 '당간지주'를 그냥 쓰윽 지나쳐 버렸다는 거다.

 

 

 

'당'이라는 깃발의 깃대를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돌기둥인 '당간지주'는 원래 일주문 아래에 있어야 정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부석사의 당간지주는 일주문 위에 위치하고 있다고. 4m 28cm나 되는 당간지주를 그냥 지나침으로써 나는 상상해 볼 수 있는 수만가지를 놓쳐 버렸다. 그래서 참 아쉽다!!

 

엘리베이터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걸음을 많이 옮겨야되는 돌계단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가을 부석사의 돌계단길은 그 오름이 너무나 아름답고 석축의 미를 즐기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에 적당해 전혀 지루해질 틈이 없어 보인다. 기술에 앞서 그 정성과 노력이 얼마나 겻들여진 곳들인지...! 큰 돌 틈 사이로 자잘한 돌멩이들을 끼워 만든 대석단의 사진을 보며 또 한번 감탄하고 마음으로 감동의 여운을 남기게 된다.


그저 낡은 절이라고만 생각했던 '부석사'는 평범한 부분이 한 곳도 없었던 것이다. 적어도 '팔작지붕'과 '맞배지붕','우진각지붕'에 대한 지식만 가지고 방문했더라면 범종루의 팔작지붕과 맞배지붕 위치를 보며 크게 감명받고 왔을텐데.....! 아는 만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죽을때까지 배움을 멈출 수가 없다.

 

 

그래서 부석사에 다녀온 사람보다 앞으로 여행갈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어졌다. 운치가 멋진 그 길을 따라 오르기 전에 <무량수전에 말 걸다>를 예습처럼 학습하고 다녀오면 곳곳에서 찬성을 자아내다 올 수 밖에 없을테니.

 

예전에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홍준 교수님과 함께 경복궁 다시 보기를 한 적이 있는데,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지나치는 것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을 그날 깨달았던 것처럼 이 책을 읽고 부석사를 가는 것과 읽지 못하고 가는 것과의 차이는 굉장히 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꼭 이 책을 읽고 '부석사'여행 한번쯤은 2016년이 저물기 전에 꼭 다녀오라고 주변 지인들을 독려해야겠다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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