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라이즈 아르테 미스터리 16
T. M. 로건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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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 만큼이나 몰입도가 좋았던 소설 <리얼라이즈>는 '거짓말'에 관한 이야기다. 누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고 어디까지가 거짓말인지 소설 중반을 읽을 때까지 헷갈린다. 등장인물들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이야기의 조각들을 퍼즐처럼 맞춰가면서 결국 결론에 도달했을때야 온몸의 긴장을 풀 수 있을 정도였다. 만약 글이 아닌 영상으로 접하게 되었더라도 긴장감은 마지막까지 이어질 이야기였다. 마치 쉬워보였던 수학문제를 풀기 시작했는데 그 풀이 과정이 꼬이고 꼬이면서 답을 찾기 위해 머리칼까지 쥐어 뜯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른 것과 동일한 상황이랄까.

교사로 재직 중인 조셉은 성실하면서도 가정적인 남자다. 아름다운 아내 멀과 어린 아들 윌리엄이 있어 세상 행복한 남자인 그의 인생에 먹구름이 몰려든 건 순간이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들이 도로 위에서 아내의 차를 발견했고 그 뒤를 따르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호텔 주차장에서 친구의 남편과 싸우고 있던 아내의 모습.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성공한 사업가 벤과 아내는 정말 불륜관계인 것일까. 그저 슬쩍 밀쳤을 뿐인데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하는 벤을 두고 현장을 떠나야만 했던 조셉이 다시 돌아왔을 땐 벤도 자신의 휴대폰도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그의 sns는 통제불능상태가 되어버렸다. 올리지도 않은 글과 사진들이 올려지기 시작했던 것. 대체 벤은 어디에 숨어서 그의 인생을 망가뜨리고 있는 것일까. 처음부터 계획된 일들이었을까. 충동적인 행동들이었을까. 벤의 아내 베스까지 남편의 실종을 걱정하고 있는 가운데, 조셉은 벤의 살해범으로 경찰의 수사망에 올라 체포되기 직전까지 몰려갔다.

바짝바짝 약만 올린 상태에서 절대 나타나지 않는 벤. 불륜관계였음을 고백한 아내. 남편의 무사만을 바라는 베스. 조여오는 경찰의 수사. 쫄깃하게 주인공을 몰아가는 통에 첫 페이지를 넘긴 이후, 한 템포도 쉬지 못하고 원스톱으로 마지막장까지 단숨에 읽어버린 소설 <리얼라이즈>.

 

 

 


 

그 거짓말 하나만큼은 최대한 오래하게 될 것 같다
p456

 

 

믿음이 두 눈을 가렸고 진실 없는 거짓말이 두 가정을 파탄내 버렸지만 마지막 장의 거짓말은 따뜻했다. 나를 위해 거짓말을 했던 두 여자와 아들을 위해 거짓말을 한 아빠의 거짓말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불륜에 이용된 것으로 등장하는 '삼성폰'에 살짝 웃음이 지어졌던 것만 제외하면 시종일관 진중하게 읽었던 <리얼라이즈>는 아주 잘 짜여진 심리스릴러여서 꼭 영화로도 다시 만나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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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야상곡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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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의 남자>를 읽고 받았던 충격은 <속죄의 소나타>-<추억의 야상곡>-<은수의 레퀴엠>으로 이어지는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를 통해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사회속 모두가 이어져있듯 시리즈의 등장인물 모두가 이어진 가운데 어느 시리즈를 집어들든 그 재미가 떨어지는 면이 없어서 놀랍기만한 작가의 소설 속 인물들은 하나 같이 우리가 생각하는 완벽에서는 벗어나 있다. 글로 쓰여진 인물들이 어떻게 이토록 입체적일 수 있을까.

자신과 같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들을 법의 테두리 너머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쇄 살인하는 미드의 주인공 <덱스터>처럼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속죄의 길을 걷고 있다. 겉으로 보여지는 면들은 돈만 밝히는 속물 변호사로 포장되어 있지만 이길 승산이 없는 변호를 종종 맡기도 했다. 중요 포인트는 후자에 있었다. 과거 어린 소년이었던 시절, 그는 동네 여자 아이를 유인해 살해한 것은 물론 버리기 좋게 토막내어 곳곳에 버리면서도 죄책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끔찍한 살인인데도 불구하고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가볍게 처벌받았던 그는 출소 후 이름을 바꾸고 변호사가 되었다. 불가능해보였던 재판을 뒤집는 신출귀몰한 레이지와 다시 한 판 붙게 된 검사 미사키는 피고인 아키코를 놓아줄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남편이 살해된 현장에서 검거된 아내 아키코는 빨리 형이 집행되길 기다리는 비협조적인 피고인이어서 재판의 승부는 이미 기울어 버린 듯 했다. 하지만 미코시바 레이지는 터닝포인트를 잡아냈고 승소했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진실은 잔혹하기 그지 없었다.

아키코의 재판에 최선을 다했던 레이지의 비밀. 사랑하는 이의 죄를 덮어쓰기 위해 시종일관 침묵햇던 아키코의 진실. 근친상간과 방관이라는 죄를 범해왔던 곪아터진 가정의 속내. 정말 사람이 속죄를 통해서 살아갈 수 있다면 이 재판으로 레이지는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일까. 또 상처받은 사람들 역시 누군가의 단죄나 속죄를 통해서 다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일까.

잘 짜여진 범죄소설인 동시에 인간의 내면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하게 만드는 작가가 던져주는 화두의 무게는 언제나 무겁다. 하지만 생각을 멈추고 싶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라 곧 매료되고 만다. 아니 중독의 길로 들어선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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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양이와 살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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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내맘같은 책제목이 또 있을까? <종이달>의 저자 가쿠다 미쓰요를 첫집사로 만든 회색 고양이 토토는 사랑스러웠다. 내 반려묘와 살짝 닮은 모습도 있어 남의 일 같지 않았으며 집사로 살고 있기에 모든 페이지의 글이 나의 일상과 교차될 수 밖에 없다. 소중한 마음, 미안한 마음을 동시에 갖게 만드는 작은 생명, 고양이. 예술가와 고양이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라지만 제 132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는 어떻게 고양이와 만나게 된 것일까.

[대안의 그녀]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해가 2005년, 생애 첫 반려묘인 '토토'가 태어난 해는 2010년. 만화가 사이바라 리에코네 고양이가 출산하기를 기다렸다가 데려온 일곱번째 고양이는 운동신경이 참 둔했다. 고양이스럽지 않게 침대에서 떨어지기 일쑤면서 벽에 얼굴을 처박기도 했던 것. 하지만 반년 만에 구개호흡을 하는 걸보고 방문하게 된 병원에서 토토가 보통 고양이보다 심장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혈액이 걸쭉해지기도 쉽고, 혈전이 생겨서 발작을 일으킬수도 있어 격하게 놀거나 비만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 함께 살게 된지 반년 만에 헤어질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면 얼마나 먹먹한 느낌이들까.

하지만 토토는 축 쳐져 있는 고양이가 아니었다. 중성화 수술 후엔 수술자리를 자꾸만 핥아서 계속 병원에 다녀야했고 거울 앞에서 배고픈 얼굴을 연습(?)하는 등 명랑 고양이로 성장해나갔다. 페이지 속에서 일상의 토토 사진을 발견할 때의 기쁨이란....!! 내 고양이가 아닌데도 너무 귀여워서 환호성을 지르게 만든다.

말이 서로 통하지 않아 정확하게 그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살아가는 동안 반려동물과 사람 사이엔 가족만이 알 수 있는 느낌이 서로 전달된다고 믿고 있는데, 토토와 와 저자 역시 같은 맘으로 함께 살고 있는 듯 했다. 토토가 좋아하는 것, 특별한 순간의 표정, 절대 하지 않는 것, 서로 닮아가는 행동들....시간이 흐를수록 좋은 것들만 쌓여가는 사이. 이 행복함을 아직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달콤한 입문서처럼 읽혔으면 좋겠다.

책의 표현 중에 B.C / A.C 라는 단어가 참 좋다. 이전에는 B.C 라고 하면 '기원전'의 의미로 역사를 먼저 떠올렸을텐데, 이젠 'before cat','after cat' 의 의미로 먼저 떠올려질 것 같다. 간만에 즐겁게 읽은 애묘 에세이! 나도 이젠 '고양이와 실기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작가 가쿠다 미쓰요처럼!!! 마법의 책처럼 모두에게 그렇게 읽히면 참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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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스의 검 와타세 경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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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죄'를 소재로 다룬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무게감 있게 쓰여진 작품 역시 일본작가의 소설이었다. 하지만 묘하게도 읽다보면 우리네 사법제도와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주목하고 있는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범죄소설 [테미스의 검] 역시 원죄를 감추려는 경찰조직과 개인의 죄를 덮으려는 비리검사, 사람 넷을 죽여도 가석방이 가능한 법체계를 날카롭게 꼬집으면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 시점의 사회를 지켜보게 만든다.


신혼의 형사 와타세는 정의로운 선택을 한 사람이지만 좋은 남편은 아니었다. 결국 가정에서도 직장 내에서도 외톨이가 되고 말았지만 홀로 옳은 길을 향해 뚝심있게 걷기로 했다. 쇼와  59년, 11월에 부동산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앞으로 그가 어떤 경찰로 살아가게 될 지를 결정지은 중요한 사건이었고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그는 선배 형사 나루미 겐지와 척을 지면서까지 구스노키 아키히로가 범인이 아님을 밝혀냈다. 비록 범인으로 몰렸던 아키히로는 감옥에서 자살하고 말았지만.

와타세의 말이 옳았다. 엉뚱한 사람을 잡아넣었고 원죄를 저지른 범인은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 똑같은 방식으로. 현장을 둘러본 와타세는 예전 사건을 떠올렸고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조작된 증거물과 나타나지 않은 목격자가 있음을 발견했다. 모두가 "yes"라고 말할때 "no"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는 아무나 내는 것이 아니다. 과거 잘못을 반성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닌 것처럼. 강인한 형사로만 느껴왔던 와타세가 걸어온 길을 [테미스의 검]을 통해 읽으면서 이 작가의 저력은 과연 어디까지 뻗쳐지는 것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강렬했던 첫 권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부터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히포크라테스 시리즈','와타세 경부 시리즈'까지....단 한 권도 늘어지거나 실망스러운 부분 없이 언제나 최고였다. 그래서 신작이 발표되면 믿고 구매하게 된다.

 

[은수의 레퀴엠]을 기다리고 있는 지금, 다음 권에서 그가 보여줄 법의 단면, 인간의 내면은 또 얼마나 깊을지 상상해본다. 분명 기대 이상이겠지만 기다리면서도 목이 탄다. 읽다보면 모든 이야기가 다 연결되어 있어 마치 사건 지도를 펼쳐놓고 탐험하고 있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날카롭다. 그리고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읽으면서도 많은 고민과 반성을 일삼게 된다. 소설 속 사회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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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할 거예요, 어디서든
멍작가(강지명) 지음 / 북스토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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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과 스카치테이프를 만들던 회사에서 5년을 근무했던 그녀가 사표를 쓰고 향한 곳은 유럽이었다. 스물아홉, 고민도 많았고 걱정도 많았을 나이에 과감하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한 그녀는 멋있었다. 물론 선택에 따른 책임을 다했기 때문에 빛날 수 있는 결단이었고 책을 통해 본 그녀의 일상이 평범해서 오히려 더 공감할 수 있었다. 훌쩍 떠나고 싶었지만 여러 요인으로 떠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겐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부러움으로 읽힐 수도 있겠고 짧게나마 떠났다가 돌아왔던 사람들에겐 향수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겠지만.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한번 저질러보고 나서 후회하는 게 낫지 않을까?
p15

본인 스스로 소심하다고 밝힌 성격의 소유자인 저자는 5년 간의 직장 생활 모습 일부를 앞쪽에서 살짝 오픈했는데, 보통 다들 그렇게 사회생활을 해 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반복되는 야근과 회식, 상사의 눈치를 보기도 하고 커피 브레이크 타임에 어색함을 맛보기도 하면서.....그렇게 5년을 한 회사에서 근무했으면 일은 손에 익고 사람들도 익숙해질만해서 뭔가 근질근질해지는 시기였을텐데, 바르셀로나에서 독일로 학업을 이어나가고 때로는 여행자처럼 둘러보면서 살았던 시기는 가난했을 망정 무척이나 행복한 생활들이 아니었을까. 순간순간 걱정이 몰려왔을망정.

 

남과 다른 삶을 선택한다는 것은 그 선택이 20살이건, 30살이건 간에 불안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게 아니라 조금 느려 보이지만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그녀는 잘해나가고 있었다. 일기처럼 편안하게 쓰여진 글로 보아도, 귀엽게 삽입된 그림으로 보아도 나쁠 것 없이 평탄하게 흘러가는 인생이었다. 꼭 1등할 필요없다고종종 타인에게 말할 때가 있는데 그녀는 그 점을 알고 사는 사람 같았다. 유럽의 생활들은 그림으로 남아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되기도 했고 현재 독일에서 전시회와 연재를 하면서 즐겁게 살고 있다는 소.확.행의 대표주자 멍작가.

책을 읽는 동안 '아, 나는 왜 그때 그러지 못했을까?'라는 자괴감을 던져주는 책이 있는가하면 멍작가의 책처럼 함께 행복해지는 책이 있는데 요즘엔 후자쪽을 선호하는 편이어서 예전보다 에세이류 읽기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잘할 거에요, 어디서든'. 모두에게 듣고 싶은 응원이 아닐까. 듣고 싶은 말인만큼 잘 기억해뒀다가 누군가에게 해주어야겠다. 이 따뜻한 책 제목의 응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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