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기둥 2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5
켄 폴릿 지음, 한기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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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부작 [대지의 기둥]은 여러모로 놀라운 드라마였다. 욕망과 이득권을 사이에 둔 사람들은 평민이든 사제든 왕이든 간에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이득을 쫓는 삶을 택했다. 그들이 사는 삶은 이미 지옥의 한 가운데에 있었고 증오와 배신, 음모가 난무했다.

 

성당건축을 둘러싸고 그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조명해낸 이 작품은 많은 8부작치곤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왔지만 전혀 혼란스럽지 않았으며 제각각 제 역할에 충실해 걸작을 탄생시켰다.

 

꼬박 3년 3개월이 걸렸다는 [대지의 기둥]은 3권의 책으로 엮어졌는데, 특이하게도 나는 2권부터 읽기 시작해서 3권으로 책읽기를 마쳤다. 이달내에 1권을 찾아 읽기는 하겠지만 2,3권부터 읽어도 줄거리의 막힘이 없었던 까닭은 역시 드라마를 먼저 시청했기 때문이 아닐까.

 

중세의 멋진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읽지 않아도 좋겠지만 사람들 간의 진솔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어진다. 음습하고 시궁창 같은 삶 속에서도 사랑은 완성되듯 어려움을 뚫고 사랑을 완성해 나가는 잭과 앨리에너, 성당건축에 사활을 건 톰과 필립수사만이 그나마 세상이 살만한 곳임을 증명하는 이웃처럼 느껴졌다. 어리광쟁이에다가 뻔뻔하기한 리처드가 제 누나를 결혼으로 팔아먹는 장면에서는 악당 윌리엄보다 더 나쁜 녀석으로 느껴지기도 했으며 열일곱의 앨리에너가 짓밟히는 장면에서는 눈을 질끈 감아버리게 만들기도 했다.

 

소녀시절 읽었던 그 어떤 로맨스 소설보다 흥미로우면서도 역사성과 탄탄한 구성에 반해버렸고 특히 "이젠 보호자가 둘인 셈이군요. 하느님과 나 말입니다."라고 필립수사가 말하는 장면에서는 삶의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할 인물이 비단 앨리에너뿐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전세계 1억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켄 폴릿.

왜 그의 이름앞에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지 알게 만드는 작품이며 올 겨울 드라마와 함께 원작을 읽는 2배의 즐거움을 선사한 작품이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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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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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에 대해 찬반토론이 벌어지면 나는 어느쪽도 선택할 수 없을 것 같다. 비겁하지만 그렇다. 죄의 입장에서보자면 사형은 쉽게 찬성하게 된다. 자신에게 생명의 위협을 가하지 않는 타인에게 유흥비를 목적으로 하거나 기타 자신의 빚청산을 위해 해를 가해 그 생명을 없애버린다면 그는 단죄받아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질적인 악질범죄인이 아니라 책에서처럼 단지 "형"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는데, 자신에게 툴툴대던 간수가 그 대상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쓸쓸히 털어놓는 사형수에 대해 알게 되면 마냥 찬성을 위해 손 들고 있기도 힘들어진다.

 

많은 영화를 통해 사형수를 봐왔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사형제도에 대해 피상적이다. 옳고 그름만 따질뿐 그 과정 속 사람에 대해 피부로 느끼질 못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영화를 볼때마다 직업이 "교도관"이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함께 한다는 것. 그것도 내 손으로 직접 마지막을 이행해야한다는 것에 대한 알 수 없는 죄책감과 중압감은 그 어떤 직종의 스트레스보다 높고 그 마음의 파괴는 직접 겪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숀팬의 그 눈빛도, 최민수의 마지막도, 강동원의 애절한 외침도,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일어난 일이라 다행이다. 그린마일을 보면서 마지막에 정신없이 울게 된 것은 또다른 이유이긴 했지만.

 

[모든 게 다 우울한 밤에]는 9년차 교도관의 우울한 일상이 펼쳐진다. 그는 여느 인간들과는 다르다. 그 기억부터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데, 아주 어린 시절 영아원에 들어가 입양과 파양을 겪으며 고아원에서 성장해 성인이 되었다. 그러선지 그의 기억 중 가장 오래된 기억은 바닷가에 한쪽 무릎을 세운 채 누워 죽은 벌거벗은 여인에 대한 것이다.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고 자신이 죽인 것인지 죽어버린 엄마의 시체였던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그 기억은 종종 일상을 파고들어 그를 외롭게 만든다.

 

무언가 불안정하고 흔들리는 정신 상태를 가진 "나"는 오늘도 여전히 교도행정에 임한다. 자산과 범죄는 이 세상에 지는 것 이라고 오래된 섹스파트너 게이코는 말하지만 서른 살의 교도관에겐 그것조차 공기중에 부유하고 있는 흩어진 말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 가운데 18세에 신혼부부를 살해하고 사형언도를 받아 수감된 야마이 류지는 유일하게 친절하지 않은 교도관인 "나"를 따른다. 소설에서 구원받는 일은 어려운 일이겠지만 마지막에 펼쳐진 류지의 편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다른 소설 [편지]처럼 한쪽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어 버렸다.

 

"나에게는 형제가 없지만 당신이 형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사형수에게 어느날 사형집행을 해야하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니...직업이 교도관인 그는 일상이 이별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이별과 마주한 그에게 인생은 이토록 잔인하다. 일상을 이웃처럼, 친구처럼 함께 하다가 어느날 자신의 손으로 그 생의 마감을 거들어야 한다는 것. 이처럼 잔인한 이별이 또 있을까.

 

[모든게 다 우울한 밤에]은 인생은 그 인간이 저지른 짓을 그냥 넘어가주는 법이 없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만들고 있지만 그래도 이 세상에는 훌륭한 것이 많다고 조용히 속삭이고 있기도 했다.

 

마지막에 덧붙여진 희망 하나가 전체의 우울함을 옅은 색으로 희석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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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진열장 1 펜더개스트 시리즈 1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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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건축현장에서 백년전 유골36구가 발견된다. 영화 [본콜렉터]에서도 보여진바 있지만 현장은 훼손되기 일쑤이며 특히 건축현장이라면 시공일을 맞추기 위해 유물발굴 따위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안타깝지만 그들은 그랬다. 뫼겐 - 페어헤이븐 그룹의 65층짜리 주거용 빌딩 공사는 멈추지 않았고 그 아래 납골당에서 발견된 서른 여섯명의 남녀에 대한 진실은 자칫 파묻힐 수 있는 순간이었다.

 

여기에 한 인물이 등장하는데, 처음엔 영국 드라마 [셜록]에 나오는 홈즈처럼 연상했던 인물 펜더개스트는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멘탈리스트]의 패트릭의 외모에 홈즈의 성격을 입힌 인물로 상상되어 굳혀졌다.

 

시체같이 창백한 얼굴에 금발머리의 제약회사 상속인인 부유한 펜더개스트. 추리계의 엄친아인 그는 FBI특별요원의 신분아래 취미처럼 사건을 밝혀나간다. 이름이 이상해서 별로 애착이 가지 않았던 주인공인 그는 세계최고 스릴러 듀오 작가의 손길 아래 사건이 묻히면 묻힐수록 그 매력을 배가 시켜나가고 있다.

 

펜더개스트 시리즈 중에서는 처음 읽게 된 [살인자의 진열장]에는 펜더개스트의 조력자가 등장하는데 얼떨결에 합류하게 되어버린 노라 켈리가 바로 그 인물이다. 본즈처럼 모험심과 호기심, 그리고 전문지식을 겸비한 그녀는 뉴욕박물관에서 일하면서 어이없이 삭감된 예산에 격분하는 도중 펜더개스트를 만나 사건에 휩쓸리는데 13세~20살 사이의 남녀들이 1890년, 지하터널에 묻히게 된 사건에 흥미를 느끼고 만다.

 

 

 

위험을 무릅쓰고 범인에게 붙잡힐 듯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아 1권의 끝을 묘한 궁금증으로 이끌고 있는 이도 그래서 노라 켈리로 낙찰된 듯 싶었다.

 

이름은 괴상하지만, 긴다이치 코스케처럼 모든 사건을 다 안다는 식으로 해결해내진 않지만 펜더개스트는 또 다른 매력적인 미스터리의 주인공으로 기억될 것이다.

 

"범죄는 잠을 자지 않습니다."라는 멋진 말을 남기면서 시크한 것도 유머러스한 것도 자상한 것도 날카로운 것도 어느 하나 100%인 것이 없는 이 인물이 번득이는 추리로 우리에게 100%의 만족감을 줄 2권을 기대하며 1권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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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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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행복해졌을까. 

객관적으로 봤을때 마흔의 나이에 모든 것을 잃은 쪽은 여자였다. 괴도 "타잔의 내연녀"로 알려져버렸고, 아들을 위해 해왔던 매춘이 남편에게 알려져 함께 살지 못하게 되었으며 아들은 이미 엄마에게서 오래전에 멀어진 사춘기 소년이다. 게다가 도망간 "타잔"은 자폐아인 아들을 그녀에게 맡겨두었고 하나뿐이었던 부자친구는 그녀의 따귀를 때리곤 절연했다.  

 그녀, 지금 "타잔"이 남기고 간 아들 여름이와 반지하 월셋방에서 살고 있다. Room은 Room인데, 엠마 도노휴의 [Room]이 닫힌 공간이라면 그녀와 여름이의 룸은 시작의 공간이며 열린 공간으로 표현되어졌다. 구시가지의 주부로 살때나 반지하에서 살게 된때나 가난하기는 매마찬가지지만 그녀는 이제 행복하다.

 "그대가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한, 그대는 언제까지나 행복해지지 못한다"는 헤세의 말처럼, 결혼조차 철저히 "비즈니스"처럼 받아들인 친구 주리의 권유로 "비즈니스"세계에 입문한 여자는 서른 아홉의 삶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지 못했다. 헤세의 말처럼 행복을 찾아다니고 있어 행복이 그녀에게 다가오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새 행복은 거짓말처럼 곁으로 다가왔고 이제 그녀는 행복해졌다. 그토록 사랑에 목매어 선택했고 비즈니스를 해서라도 지키고자 했던 가정에서 벗어났지만 만족스러웠다.

박범신 작가를 처음 알게 만든 작품은 [외등]이었다. 그 쓸쓸하고 애틋하던 작품에 홀딱반해 그의 작품들을 찾아 읽으면서 나는 작가가 꾸며낸 이야기 속에서 살았다. 그가 던져놓는 이야기들은 책속에서 튀어나와 입체적으로 살아움직이며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었다. [은교]는 비밀스러움으로 [고산자]는 고집스러움으로..... 

 처녀의 허리처럼 휘어진 만 안쪽에 자리잡은 ㅁ도시가 배경인 [비즈니스]는 잘록한 허리를 가진 여성의 누워있는 뒷모습이 명화처럼 매력적인, 아주 인상적인 책이었다. 도시는 발전결과에 따라 꿈의 도시인 신시가지와 짐승의 마을인 구시가지로 나뉘어졌는데, 친구 주리를 제외한 모든 인물들은 구시가지에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신시가지로의 편승을 꿈꾼다. 하지만 녹록치 않기에 누군가는 자신의 것을 팔고, 누군가는 그들의 것을 훔친다.  

 "자본주의 경쟁구조에 따른 우리 사회의 반생명적 불모성의 비판작"이라 소개되어진 [비즈니스]가 무엇을 말하고자하는지는 분명해보인다. 하지만 나는 그 외의 것들에 더 주목하게 되었다. 역시 사람이었다. 이야기 속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주목해야할 명제 뒤에 숨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눈돌리고 있다.  

 세월은 인권변호사를 꿈꾸던 패기넘치는 남자를 자포자기한 남자로 만들었고, 성공가도를 달리던 남자를 도둑으로 몰아갔으며 사랑을 위해 모든 것에 눈감았던 순수한 여자를 매춘으로 몰아갔다. 아이러니하게도 속물적 오만을 떨던 여자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알거지 만든 것 또한 세월이었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 시간은 가장 해학적인 요소로 비춰지고 인생은 새옹지마이니 좀 더 살아보라고 권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시간은 무엇을 꿈꾸었던 것일까. 도시는 무엇을 꿈꾸게 만들었던 것일까.  

 버림받는다는 건 내겐 늘 절름발이가 되는 것이었다....라고 고백하던 여인은 이제   "지금......참 좋아......"라고 읊조린다. 끝나지 않은 삶에서 또 무엇이 변하게 될 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그녀의 마지막 대사에 웃음짓게 되는 까닭은 우리가 달려가는 길 끝에 만나질 무엇에 대해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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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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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참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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