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
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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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문제처럼

어려운 데가 있다...

 

 

그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자살이 되물림 된다는 것. 그 시초는 할머니였다. 아버지의 어머니였던 그녀는 복엇국을 먹고 자살했다. 아홉살 아들이 보는 앞에서. 그리고 그녀의 딸인 고모 역시 어느날 죽어버렸다. 아버지까지...게다가 그녀는 이제 죽음 앞에 있다.

 

여자에 이어 남자도 그런 이상한 대물림을 봐야했다. 평생을 우울증에 시달려 온 아버지, "어서와"라고 전화해놓고 십오분을 못기다리고 창밖으로 뛰어내려버린 형. 이 환경 속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사지도 않을 집을 매일 보러 마실 나가는 어머니. 남자의 집은 그런 상태다.

 

사로잡힌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죽음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두려움은 후차적인 문제이며 놓여지지 않는 당면과제 같은 것일까.

 

모든 이야기는 실패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작의 이야기여서 그녀는 친구 "사임"의 몸으로 [숨]을 완성해냈다. 그리고 여전히 살아남아 전시회를 열고 남자를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는 것일까. 소설은 끝났지만 나는 남겨진 그들의 이야기는 좀 더 달콤했으면 좋겠다 싶어졌다. 살아가기 위해서.

 

물론 자살이 되물림 되는 집안의 두 남녀의 만남에 빛나는 밝음을 기대하는 것이 유치한 일일지는 모르겠지만 남겨진 그들에겐 이유가 충분하게 보였다.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소설의 사건을 따라가지 못하고 그들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이 부여된 것처럼 그 길을 따라 갔더니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를 이해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을 나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멀미에도 불구하고 소설이 아닌 그들의 마음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그 끝엔 작가의 멋진 글이 남겨져 있었다.

 

글을 쓰는 일이 이미 소명이 되어버렸다고 느꼈다면 더 큰 것을 바라서는 안된다고 여긴다....라는.단 한번 밖에 쓸 수 없는 이야기이기에 너무 일찍 말하고 싶지 않았다는 그녀의 맺음말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그녀의 이야기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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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욘더 - Good-bye Yonder, 제4회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
김장환 지음 / 김영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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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란 언제나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죽어서 만날 수 없는 쪽도 이별이고 만날 수 있지만 만날 수 없는 상태인 헤어짐도 이별이다. 상태가 살아있건 그렇지 못하건 간에 만날 수 없는 이별은 언제나 애잔하다. 그 밑바닥에 그리움이 앙금처럼 부유물처럼 가라앉아 있을 때는 더욱더 그랬다.

 

 

영화제작을 하면서 "문제감독"이라 불린다는 제임스 카메론의 대작 [아바타]이후 많은 소설들이 그 영향을 받은 모습을 보여왔다. 이정도까지면 되겠지라고 한계를 정하고 상상하던 한계점이 사라지고 나니 글들은 더 많은 것들을 탐하기 시작했다.

 

[굿바이 욘더]를 처음 접했을때 막연히 떠올려보던 욘더의 의미가 실은 꿈의 세계, 이상향, 그러나 사람이 만들어 놓은 곳임을 알게 되면서 나는 도리어 혼돈에 빠져버렸다.

 

소설 속 욘더는 준비 없이 떠나 보낸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면서 슬픔도 헤어짐도 잊힘도 없는 불멸의 천국이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천사가 날아다니는 곳이 천국이 아니라 만나고 싶은 이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작가가 말하는 천국이었던 것이다.

 

세상 모든 기억을 간직한 도시 "욘더"행의 시작은 한 남자였다. 2017년생 김홀이 아내 이후와 사별한 얼마뒤 그녀로부터 메일이 도착했다. 죽기전 추억을 메모리한 아내였기에 그저 기계적인 장치의 산물로만 치부했던 홀은 피치윤희를 만나면서 욘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피치는 엄마없이 아빠와 함께 살아왔다. 그런 그녀에게 하반신 마비로 누워있던 아빠의 성적인 요구는 어느새 폭력으로 다가와 견딜 수 없게 만들었고 급기야 아빠를 제 손으로 죽이는 범죄를 낳았다. 하지만 아빠가 사라지고 나자 그녀는 자신이 꿈꾸던 부모를 갖고 싶은 마음으로 바이앤바이의 도움을 받게 되고 어느날부터 아바타일뿐인 아빠로부터 "나와 함께 하자"는 권유를 받는다. 삶을 담보삼아 죽음으로 얻게 되는 천국. 욘더는 정말 천국인 것일까.

 

아내에 대한 그리움으로, 저널리스트로서의 호기심으로 진위에 접근하던 홀은 욘더가 아내를 잃은 어느 부유한 노인의 손에서 탄생되었음을 밝혀내는데 성공했다. 욘더는 초월적인 네트워크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욘더로 가는 길은 욘더가 허락할 시에만 열리며 최근 일어나고 있는 연쇄 자살 사건이 욘더로 인한 일임을 알아내기에 이른다.

 

그저 이미지로만 존재한다고 믿었던 아내를 만나기 위해 생명을 담보삼아 욘더로 건너갈 것인가를 고민하던 홀은 어느새 욘더에서 아내와 이전에는 없었던 아이까지 덤으로 얻어 생활하게 된다. 몸은 없지만 행복한 천국,욘더. 다시 사랑하기 위해 건너왔던 요단강 끝에서 그는 가장 아름답게 이별하고 되돌아왔다.

 

"희망"이나 "기적"은 논리적인 성질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제나 기술의 힘에 기댄다. 모두가 no라고 말할때 내게 일어나는 일이 기적이며 그 기적을 위해 노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 희망일진데, 우리는 언제나 그것을 만들기 위해 여러 사람의 힘을 빌리고 도구나 기술의 힘을 빌리기 위해 전전긍긍하곤 했다. 나 역시도 다르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그 순간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떠올려보게 된다. 몸이 없는 가운데 기억으로만 흘러가는 시간을 존재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할 수 없는 것일까.

 

고민을 뒤로 하고 집중하게 만들었던 소설 [굿바이, 욘더]는 이전 대한민국 뉴웨이브 문학상 수상작인 [진시황 프로젝트]나 [천년의 침묵]과는 또 다른 느낌의 소설이었다. 기묘하면서도 그립게 만드는 그런 느낌이 나는 소설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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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9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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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면이 바다인 우리와 달리 일본은 어딜가나 바다다. 

오오츠크해,태평양,동해,동중국해,필리핀해 의 가운데 위치한 일본열도는 4개의 큰 섬과 6천여 개가 넘는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한반도의 약 1.7배에 해당된다는 일본땅. 많은 섬들은 그래서인지 각각의 개성을 가진 듯 했다.

 

작년에 살펴본 한 여행책자에 따르면 인공적으로 조성된 예술섬은 관광사업만으로도 꾸려지는 듯 했으며 그 독특한 미학에 나 역시 가보고 싶어지게 만들고 있었다. 일본인들만의 독창성이 반영된 섬. 일본은 그런 섬들로 이루어진 나라다.

 

그래서인지 정말 6천여 개의 섬 중에 실존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고양이섬 네코지마. 백여마리 이상의 야옹이떼가 인간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고, 관광사업이 주 수입원으로 되면서 고양이를 보러오는 사람도 버리러 오는 사람들도 많아진 섬.

 

가보고 싶은 섬이 되어버린 고양이 섬의 여름은 끔찍스러운 일이 발생하면서 더욱 부산해졌다. 칼에 찔린 고양이 시체가 발견되면서 더불어 잊혀져있던 예전 사건 하나가 떠올려졌는데, 이는 간토은행 삼억 엔 사건이었다. 18년 전에 일어난 이 사건이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고양이 섬에서 숙박업을 하고 있는 마쓰고 할머니의 네코지마 하우스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1988년 8월 12일. 긴토 은행 신코쿠 지점 현금수송차를 습격한 범인 중 네 명이 살해당하고 삼억엔이 불타버린 이 사건 가운데 공범으로 자수한 스기우라 고지로가 바로 네코지마 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교코의 작은 할아버지였던 것이다.

 

섬에서 현재 진행중인 사건들의 범인과 3억엔의 행방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된 가운데 마지막 반전은 역시 고양이의 입으로 전해졌다. 다만 인간은 고양이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니 보물의 행방을 알리 없을 뿐.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숨겨진 가장 소중하고 값진 물건. 인간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듯한 고양이의 고백은 인간인 독자도 함께 웃게 만들었는데 우리는 정말 값진 것들을 눈으로 보면서도 지나치고 있진 않은지. 그것도 매일매일.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의 작가인 와카타케 나나미는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시리즈의 3권으로 이 작품을 세상에 내어놓았다. 전권들을 읽진 못했지만 평이 좋은 걸 보면 이 정도의 유쾌함들이 다 묻혀져 있는 작품들인가보다.

 

남이섬이나 외도에 이어 우리의 섬들 중에서도 고양이 섬이 하나쯤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를 꿈꾸게 만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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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 작은 탐닉 시리즈 1
고경원 지음 / 갤리온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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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고양이"라는 이름이 언제부턴가 "길고양이"로 정착되어져 가고 있다. 내심 흐뭇하다. 뭘 훔쳐먹거나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도둑 고양이라는 이름은 오명처럼 나쁜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다.

 

즐겨보는 [동물농장]에서 장애견으로 태어난 강아지나 버려지는 고양이들을 볼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지곤 했는데, 사람손을 탔던 그들은 버려진 곳에서 돌아오지 않을 주인을 마냥 기다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자신의 불필요에 의해 버리는 것은 이기적인 인간뿐이 아닌가 싶어져 같은 인간으로서 화가 나기도 했다. 불쑥불쑥.

 

 

산 위에서 주인을 기다리며 다른 동물들의 해코지를 견뎌내야했던 어느 고양이, 태어나면서 부터 온 몸이 얽혀 동기간을 잃고 일부 자신의 신체를 잃어햐 했던 고양이, 앞 발의 뼈가 부족해 캥거루처럼 뒷발로만 서서 이동해야하는 강아지, 임신한 다른 강아지를 보호하기 위해 함께 강가에서 거지처럼 살고 있던 두 마리 개, 언덕에서 관광객들을 피해 차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던 털이 거의 없던 어느 개까지....길바닥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힘들고 고단한지 그들은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숙명인지라 그들은 오늘도 길에서 태어나고 살아간다. 이웃인 지인이 일본에서 가끔씩 찍어 올리는 일본의 고양이들은 심술궂은 표정에도 불구하고 여유롭게 바닥에 누워 사진 촬영을 허락하는 것과 달리 우리의 길고양이들은 눈만 마주쳐도 도망가는 모습에서 얼마나 안타까움을 느껴야했던지...얼마나 해코지 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그런 것일까. 싶어진다.

 

그래서인지 평소에는 눈으로만 간직했던 예쁜 모습을 모두와 함께 책으로 구경할 수 있는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에 매료되어 책을 탐독해 나갔다. 그래도 따듯한 이웃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고양이들은 얼마나 다행인지. 이웃 길고양이 들이 품앗이 육아로 키웠다는 고양이는 왠지 심청이 고양이처럼 느껴져 계속 웃음짓게 만들고 밀레니엄 타워 벤치 위에 쭈욱 뻗어 쉬고 있는 밀레니엄 고양이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보고 싶어졌다. 사료 한 포대면 환영받을 수 있을까.

 

날씨가 부쩍 추워져 도심에서 물과 먹이를 구하는 것이 힘들어진 것은 물론 추위에 길고양이들 고생이 만만치 않을텐데....그래도 부디 살아남아 따뜻한 봄에 거리를 활보하는 자유묘 그들을 확인하게 되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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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의 범죄 - 미야베 미유키 단편집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장세연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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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에쿠니 가오리-미야베 미유키-온다 리쿠 순으로 건너온 나는 다시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집어 들었다. 사회고발성 색채가 짙은 범죄소설부터 느릿느릿 하지만 생의 여유와 함께 많은 지역민들의 삶이 묻어나던 미야베 월드 2부인 얼간이,괴이,외딴집,하루살이를 집필한 일본 미스터리 여왕의 첫 단편집을.

 

초심으로 돌아가야하는 때와 마주치는 순간은 배우나 작가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독자에게도 그런 순간이 생긴다는 것을 미야베 미유키 덕분에 경험하게 되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불공평한 일은 산더미처럼 많지만 가끔은 이런 일들도 있다 라는 말에 공감하게 되고 짧지만 유쾌함과 따뜻함이 곁들여진 소설속 일상이 우리의 일상과도 그닥 다르지 않아 정겹다.

 

평범한 삶 속에서도 누군가에게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하루가 있을 것이며 정말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싶은 바램을 담게 되는 내일도 주어질 것이다. 그런 두근거림과 믿음으로 읽어나가다보니 어느새 한 권을 다 읽고 말았다.

 

다 읽고난 지금,떠올려지는 다섯 작품은 소설이 아닌 주변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기억의 창고에 축적되고 있다. 축 살인, 기분은 자살지망 등의 제목이 살벌한 작품이나 선인장꽃처럼 감동으로 마무되어진 작품도 좋았지만 어느날 불쑥 아이를 안고 나타나 네 아버지의 아이 라며 집안에 눌러 앉은 여자의 사연이 나오는 이 아이는 누구 아이나 우리 이웃의 범죄가 가장 재미났다.

 

특히 우리 이웃의 범죄는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잘 들어찬 옥수수 알처럼 짜임새 있게 전개되었으며 결국 실수 때문에 밝혀지게 된 이웃의 범죄를 아이들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듦으로써 희화화하고 있다.

 

게임을 좋아한다는 미미여사가 다음 권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지, 아직 읽지 못한 다른 책 한 권의 도착을 기다리며 기대감에 설레는 심장을 부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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