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쓰기 특강 : 동화작가 임정진의 실전 노하우 - 소통과 글쓰기 3 아로리총서 9
임정진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기획서는 보다 참신한 내용이 맘에 들고, 추리소설은 시도해보지 않은 트릭을, 소설은 색다른 것이 보여지기를 원하게 되지만 변함없이 그 틀이 지켜지기를 바라게 만드는 장르도 있다. 동화가 그렇다. 권선징악의 결말도 그대로였으면 좋겠고, 멋진 주인공들의 등장도 변함없었으면 좋겠다. 예쁘고 바르고 착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세상이 바로 동화세상이니까. 

평생 동안 습작만 하면서 스스로 만족하는 아마추어로 그치지 말고 직접 쓰고 출판시장에 책을 출판해내는 작가가 되라고 독려하는 저자는 자신의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그런 독자이길 바라면서 글의 서문을 시작했다. 

20년 가량 어린이 책을 위한 원고쓰기를 해 온 전문영역의 기수로서 라디오 작가, 뽀뽀뽀 구성작가를 거치며 탄탄해진 글실력으로 여러 기관에 강의를 나가면서 느꼈던 바를 동화쓰기 훈련서적으로 녹여내고 있다. 

스스로가 칭찬하는데 인색했다고 고백하면서 더 살벌한 출판 시장에서 살아남는 작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그녀의 작법서는 바램대로 지루하지 않게 읽혀지면서도 뭔가 쓸 수 있을 것만 같은 충동질을 일으키는 힘을 남긴다. 

사회적 요구, 어린이의 옥구, 작가의 관심이 어우러진 소재가 골라지면 더하고 빼고 곱하는 식의 여러기법들이 동원되고 단편인지 장편인지에 따라 소재와 주재의 구성이 결정되며 그에 걸맞는 매력적인 인물을 만들면서 이야기 한편이 완성된다. 이렇게 말하면 쉽게 들릴지 모르지만 각각의 예시와 몇몇 동화들을 분석해보면 그간 쉽게만 읽어오던 동화들이 얼마나 짜임새 있게 엮여져 있는지 새삼 감탄하게 된다. 

또한 처음 의도대로 동화작가 지망생들이 등단을 하고, 책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조목조목 도움말을 붙여두었고 동화쓰기 교실에 다니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방법도 친절히 제시하고 있다.

좋은 동화가 어린이들에게 행복한 시간을 갖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정말 작가가 되기를 원한다면 작법서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도 좋을 듯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90일간의 London Stay - 엄마랑 단둘이, 런던에서 살아보기
조인숙.김민소 지음 / 중앙M&B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훌쩍 여행을 떠나보거나 잠깐 살아보면 어떨까 싶은 나라들이 있지만 아직 현실에선 이루어지지 않은 이야기다. 하물며 결혼한 아이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남편도 없이 단 둘이서만 잠깐 유럽 그것도 영국에서 살아보는 꿈이 이루어지다니....나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었다. 사실이라면 많은 엄마들에게 부러운 이야기가 될터였다. 

그런데 누군가에겐 꿈만 꾸던 일이 세상의 어느 누군가에겐 현실이 되어 있는 것이 세상살이의 이치인가보다. 
"영어 잘하길 기다리다간 할머니가 되어서도 못갈어야"라는 마음가짐으로 일단 저지르고 본 엄마와 딸은 5일간 체류할 유스호스텔 예약외엔 노트북과 캐리어 하나만 달랑 든 채로 영국행을 감행했다. 나머지는 물론 모두 현지 조달할 목적으로. 

너무나 용감 무쌍한 모녀였는데, 앞니 빠진 일곱살 민소는 너무나 의젓한 아이였고 낯선 외국생활도 씩씩하게 생활하며 엄마의 버팀목이 되어주었고 엄마는 타지에서 알뜰살뜰하게 따져가며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문화생활을 아이와 함께 해나갔다. 모녀의 책이 교본화되서 많은 엄마들이 조기 유학이 아니라 이런 식의 잠깐 가출(?)을 감행해보는 건 어떨까 싶을 정도로 부러워지는 삶이었다. 

영어가 능통하지 못해 일어난 실수들과 그로 인해 외국이지만 맘씨 좋은 사람들의 호의와 챙김을 받으며 글로벌화 되어가던 모녀는 매일매일이 웃음이고 행복이었다. 여러 박물관들을 무료로 관람하고 하우스 셰어를 통해 세계 이웃들과 함께 생활하며 오픈 마켓에서는 길거리 판매도 해보는 등 교과서를 벗어나 생활에서 배우는 문화감각은 민소에게 좋은 자산이 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나는 민소가 참 부러웠다. 

"여기는 정말 흑인이 많지?"라며 두려워하는 엄마에게

"왜? 우리도 흑인처럼 까맣게 될까봐?"로 응수하는 동심이 살아있는 아이.

아이들만 있다면 세상은 좀 더 아름답지 않았을까 싶어질만큼 상큼한 모녀의 대화는 런던체류내내 이어졌다. 구경하는 내내 신기하고, 읽는 내내 부러워졌던 [엄마랑 단둘이, 런던에서 살아보기]는 훗날 딸이 생기면 꼭 함께 해보고 싶게만드는 롤모델들의 생활담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악마성은 타고나는 것일까, 길러지는 것일까. 
[7년의 밤]은 악마성을 대변하는 한 인간으로 인해 재수없게 우연히 그와 연결된 사람들이 파멸해가는 비밀이 담긴 소설이다. 

처음 소설의 제목을 입으로 되뇌어 보면서 참 평범하다 느꼈다. 하지만 제프리 디버가 [블루 노웨어]에서 말했던 것처럼 철자 속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7년의 밤이라는 제목은 소설을 읽고나면 전혀 평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7년후, 7년전 혹은 7년 동안이라는 제목이 붙여져도 좋겠지만 7년의 밤이라는 제목은 그 모든 것을 대변하는 제목이기 때문이다. 

7년이라는 세월 안에 누군가는 쫓겼고 누군가는 기다렸고 누군가는 살아있었다. 

p.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로 강인하게 시작되는 문장은 그간 숱하게 봐온 수많은 작법서에서 일러온 충고처럼 "첫문장부터 사로잡는다". 두 눈을 뗄 수가 없다.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니....이 뒤로 이어질 문장은 전혀 긍정적인 요소를 던져주지 않을 것임을 감안하고 읽어나가야함을 독자에게 암시하면서 소설은 2004년 9.12일 일어난 세령호의 재앙을 이야기했다. 

열두살 서원의 아버지는 퇴직선수다.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두게 된 그는 술로 세월을 살다 생활력 강한 악착같은 아내와 아들과 세령댐의 보안팀장으로 내려오게 된다. 온 마을에 세령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고 소유주의 딸 이름 또한 세령이지만 가족이 이사오기 전에 소녀는 살해된다. 서원의 아비에 의한 사고사였지만 사실 소녀를 죽음으로 몰고간 것은 그녀의 아버지이자 마을의 유지인 연제다. 

치과 개업의인 그는 악마성이 내재된 인물로 아내를 향해 퍼붓던 폭력을 딸에게 행하고 있는 짐승이었다. 아내가 프랑스로 도망가 이혼소송과 양육권 소송을 시작하자 그는 딸을 대상으로 아동학대를 행하지만 경찰조차 눈감는 마을에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나서는 어른은 아무도 없었다.  댐경비였고 아비에게 죽도록 맞던 소녀를 병원으로 데려가고 오갈데 없어진 소년을 맡아 길러준 승환만이 진실을 파헤쳐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 사건은 일어났다. 

세령과 영제, 서원의 어미를 죽인 범인으로 몰린 서원의 아비가 사형언도를 받으면서 마치 원죄처럼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처지가 되어 버린 서원은 양육비 명목으로 유산만 가로챈 채 친척들로부터도 버려진다. 살인범의 자식도 살인범인 것일까. 그 죄가 대물림 되는 유전자를 가진 것도 아닐텐데 세상은 소년에게 너무나 냉정한 곳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에서처럼 가족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한 이들의 슬픔은 어디에 하소연하고 풀어내야 하는 것일까. 

세상의 몰인정함 앞에 상처받아온 서원이 7년이 지난 시간에 이르러 이제껏 승환이 완성해온 소설을 읽게 되면서 사건의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게 되는 순간 우리는 사실과 진실 사이에 있는 것들을 깨닫게 된다. 사실과 진실 사이에는 "그러나" 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결코.

미치광이 살인마라는 오명을 아비에게 씌운 채 버젓이 살아 서원을 노리고 있는 인물이 드러나면서 서원은 이제껏 세상에 존재했던 이유들을 하나씩 맞추어 나가게 된다. 

p.29  세상을 사는 힘 아니, 자살하지 않는 비결....

열두살 이후부턴 호의적이지 않았던 세상과의 싸움에서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곁에서는 승환이, 세상의 다른 곳에서는 아비가 함께 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악마와 마주치는 운명의 날이 다가왔고 그는 살아남았다. 아비의 소망처럼.

한국문단에도 이토록 강력한 문체로 독자를 사로잡는 작가가 있었다. 부끄럽게도 이제사 그녀의 소설을 알게 되었지만 소설이 전하는 강렬한 메시지는 한 세기가 흘러도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많은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소설의 처음과 끝, 등장인물들, 사건, 진실, 공감과 공명의 순간, 마지막 파장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순간도 떨림 없이 떠올려지지 않는 부분들이 없었다. 드라마보다는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이 더 어울리겠다 싶어지는 영상들이 마치 이미 찍어놓은 영상물인양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이토록 강한 흡인력으로 쓰여진 소설을 과연 올해 안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내도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모두 다 괜찮아 -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심리학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배영란 옮김 / 다른세상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오페라를 읽어주는 남자, 책을 읽어주는 남자에 이어 마음을 읽어주는 남자가 등장했다. 저자 크리스토프 앙드레는 "당신의 마음이 하는 말은 언제나 옳다"며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그동안 광범위한 분야인 심리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그릇된 환상들을 가직 있었던 것인지. 어렵고 비교분석적인 학문이라 여겨왔던 심리학에 위로받고 치유받을 수 있는 시간이 할애되어 있음을 알게 된 것은 책을 읽은 수확 중 하나다. 

마음은 시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 향수, 침울, 수치, 죄의식 등은 과거와 연관되며, 자부심, 만족감, 지루함은 현재와 걱정,근심,믿음 등은 미래와 관련된 마음이라고 한다. 듣고보니 마음은 역시 시간에 얽매여 있었던 것이구나 싶어진다. 게다가 긍정적인 마음보다 부정적인 마음이 우세한 까닭은 일단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라니 원인을 알지 못하고 무조건 긍정의 마임드, 긍정적인 생각을 부르짖던 태도에서 벗어나야겠다는 마음가짐도 갖게 만든다. 안다는 것은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고 그것은 결정의 시간을 내가 선택하게 만드는 소중한 가르침이므로.

두껍고 다소 학문적인 책의 내용을 하나한 짚어가며 읽는 동안 오랜만에 대학도서관에서 전공서를 읽듯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바쁜 삶에 파묻혀 잊고 살았던 사는 것은 무엇인지, 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행복이란 무엇인지 탐구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원론적일수밖에 없는 그 질문들은 해답을 구하기보다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를 의미있게 연결하는 화두가 되기도 했다. 

마음을 읽어주는 남자는 행복은 완전히 만족한 의식상태로 정의내렸다. 그래서 그 행복을 위한 실천방식을 앞세우며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심리학을 만나라고 충고한다. 화내도 괜찮고, 울어도 괜찮다면서.

너무나 힘든 일에 닥치거나 기운이 쏘옥 빠져버렸을때 우리는 주위의 초콜릿 같은 다독거림을 찾아 헤맨다. 물론 그 순간만 달콤하다는 것을 알면서. 그래도 그 순간의 달콤함이 다시 일어날 힘을 전해주기에 달콤함은 필요하다. 하지만 언제나 달콤함에만 기대어 있을 수는 없는 법.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마음 속 열쇠를 꺼내는 일이야말로 책이 권장하는 바론 삶의 방식인 것이다. 

책이 제시하는 방향성과 답은 모두 내 안에 있는 것들이었는데, 지금의 나를 바로 알고 나 스스로를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그 뒤에 따르는 것이 지혜와 행복임을 알려줌으로써 책은 정말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심리학을 실천하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왕을 찾아서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이문열 작가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읽을 무렵 나는 조그마한 아이였다. 하지만 그 책의 잔향이 오래남아 추후 어른이 되면 다시 한번 읽어보리라 마음먹었었는데, 그때의 약속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 조금 다른 방향으로 지켜졌다. 이문열 작가의 책이 아닌 성석제 작가의 책으로. 

몰락한 영웅의 초라한 모습이 담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달리 [왕을 찾아서]는 이미 마음 속에서 죽어버린지 오래된 영웅의 마지막에 인사를 남기기 위해 찾아가는 원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초라해진 영웅의 모습보다 죽어버린 영웅의 모습이 더 멋진 것일까.  영화에선 까칠한 핸콕보다 죽어버린 슈퍼맨이 더 환호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영웅은 추억속에서 살지 않고 현재의 시간을 함께 해야 잊혀지지 않는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영웅이라 표현되는 마사오는 어느 영웅들과 사뭇 다른 모습으로 살아왔다. 어느날 문득 나타나 마을을 휘몰아치듯 점령한 것이 아니라 나고 자라면서 그의 치부와 삶의 모습을 다 보여주며 살았다. 신기하게도 그런 그에게 사람들은 환상을 가지고 대했다. 그 덕분에 그는 소문 속의 영웅으로 살아갔을 것이다. 

한때 지상에서 가장 강한 사내였던 마사오는 광복 몇달 전에 출생해서 일본 이름을 얻었다. 일제 끄나풀이었던 아비와 일본에서 태어난 조선인이었던 어미의 아들로 태어나 결국 깡패가 되었지만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살던 남자였다. 다만 열 일곱살에 서른 홀아비의 아이를 임신한 제 누이를 위해 놈의 눈을 낫으로 찔러 소년원으로 간 악행을 저질렀지만 마사오에게 그 일은 가족을 지킨 일이었고 정의로운 일이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을 무서워하면서도 그를 나쁘다 하진 못했다. 

일제 끄나풀이다가 해방되고도 경찰관이 된 그의 아버지는 6.25를 전후 해 마을에서 사라졌다. 애잔했던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처럼 그 시절, 그때의 불합리성에 대해서는 뭐라 덧붙여도 해답이 없을 것이다. 그 시대성에 대해 논한다해도 우리를 울분짓게 만들뿐 여전히 바로잡지는 못한 채 돌아가는 현재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역중 배우 박근형의 말처럼 그 시절에도 자신같은 사람이 있고, 후에도 그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 딱 맞는 대사였기에 마사오의 아비 같은 사람은 기회주의자의 삶을 살다 떠났다. 그의 식구들만 남겨둔 채로. 

옥살이를 하고서도 마사오는 돌아와서 터를 잡고 살았는데, 잠시 사라졌던 몇년의 세월에 대한 무용담이 뻥튀기 튀겨지듯 늘어나 그는 어느새 마을에서 가장 강한 사내로 소문나 버렸고 그건 어린 원두의 마음에 영웅의 새겨넣는 일이 되어버렸다. 

마을 사람들의 쑥덕거림 가운데서 친화적인 영웅으로 함께 했던 [홍반장]과 다른 모습이긴 하나 마사오도 타인을 보살피며 살았는데, 자신은 병원치료를 받지 않았지만 다친 사람들을 데리고 병원을 들락거려 꽤 많은 입원비를 외상해 놓은 것을 추후 마을 사람들이 보증서듯 갚아주겠다고 들고 일어선 일만 보아도 인심도 잃지 않으며 살았던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났다.  무슨 [포레스트 검프]에서처럼 "사단장은 결국 나중에 친구들과 짜고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휘어잡는다"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그가 살았던 시대를 짐작케 만들고 "예전에는 아흔아홉 굽이로 불렸던 고개다"는 식으로 배경을 상상하게 만들지만 소설은 무적의 마사오의 삶에 대해서만큼은 원두의 추억과 눈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난세는 영웅을 기다리지만 웬만해서는 영웅대접 받기 힘든 시대에 추억속 영웅이자 왕이었던 남자의 마지막을 향해 간 원두는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영웅을 만들어 간다는 사실을. 

그래서 그의 마음 속에서 이미 왕은 죽어버렸고 그래서 그는 환상이 아닌 추억과 기억으로 그를 찾아갔다. 

세상의 겉모습은 달라졌지만 사람만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작가의 표현이 문맥상의 의미와는 다르게 참 무섭게 느껴진다.  세상이 변해가는데 달라지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하고. 

그래서 한때는 왕이자 소년의 영웅이었던 남자와 한때는 소년이었던 남자의 추억이 어려있는 이 소설을 세월을 더 묵혀 다시 읽기로 마음 먹는다. 물론 약속이 또 다른 방향으로 지켜질지는 그때 가 봐야 알 일이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