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천연팩 -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뻐지는 뷰티 솔루션
이경진 지음 / 미디어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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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현정의 결"을 보면서도, 유진의 뷰티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도 피부란 정말이지 관리하는 만큼 빛을 발하는 신체가 아닐까 싶어졌다. 타고난 피부란 없다는 말이 절실히 다가오는 나이가 되어 보니 그간 부모님이 물려주신 좋은 피부덕에 잘 관리하는 방법은 모른 채 살아온 일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영원히 좋을 줄 알았던 피부가 조금씩 트러블도 생기고, 탄력도 예전같지 않고 잡티도 하나, 둘씩 보이는 모습을 거울로 비춰보며 백설공주의 새엄마 마음이 십분 이해되기 시작했다. 

여자에게 있어 아름다움이란 빼앗아서라도 갖고 싶게 만드는 유혹의 최고봉이었던 것이다. 

아름다운 것도, s라인인 것도 부럽지만 나이가 들수록 "피부미인"들이 부러워진다는 언니들의 말이 왜 이제서야 이토록 절실히 다가와 있는지.....언제 이렇게 나이가 들어버린 것인지....세월의 시계는 똑바로 가도 빠르다는 사실을 10대,20대에게 일러주고 싶어진다. 나 역시. 

하지만 나도 그랬듯 그 시기엔 그 아름다움을 즐기기만 할 뿐 가꾸거나 진심으로 이해하는데는 무리가 있는 나이때일 것이다. 영원한 아름다움을 없다는 것! 그래서 늦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엄마와 집에서 몇가지 팩들을 하곤 있는데, 검증되지 않은 팩을 시도하기보다는 심플하게 2~3가지를 정해놓고 일주일에 한번씩 천연팩을 만들어 붙이는 정도였다. 바나나팩, 오이팩, 요구르트 꿀 팩, 감자팩 정도가 모녀가 손쉽게 할 수 있는 정도였으므로 잡티, 각질, 주름, 건조방지를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찾던 도중 더 나은 팩을 만들 수 있도록 도움 받을 누군가를 찾아냈다. 

"그 어떤 것도 나의 인생보다 값진 것은 없다"

라고 말하는 아로마테라피스트 이경진. 그녀는 전문강사이자 파워블로거였고 여러가지 손수만든 것들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즐거운 사람이었다. 가정, 사랑, 허브가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는 그녀는 오늘도 새로운 팩을 소개하기 위해 열심히 이것저것 만들어 보고 있진 않을지. 


물론 천연팩이라고 해서 방부제 성분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천연비누를 만들어 본 이들은 알겠지만 방부성분이 전혀 들어가지 않으면 냉장 보관을 한다해도 그리 오래 사용할 수 없어 아주 소량만 사용하거나 자주 만들어 써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 역시 몇몇 팩에는 방부 성분이 첨가되어 있다. 다만 그 방부 성분이 천연이라는 것으로 기성제품과 차별화를 둔다. 

책의 서물에서도 언급된 그녀의 말처럼 아로마DIY가 유명 화장품을 따라 하기 급급한 무늬만 천연이었던 것에 식상한 사람이라면 몸의 독소를 해독할 정말 천연인 핸드메이드 만들기를 위해 그녀의 화장품 레시피들에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될 것인데, 일반인들의 피부를 기준으로 했지만 알레르기 반응이 적고, 보편적이며, 쉽게 만들 수 있는 재료들이 선별되어 있어 한층 플러스 점수를 주고 싶어질 것이다. 

깔끔하게 만들어 사랑스럽게 담긴 화장품들을 보니 기존에 비싼 값을 들여 사온 명품 화장품들이 버섯돌이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어두컴컴한 박스에 가두어 냉장고에 살짝 넣어두고 책을 길잡이 삼아 만든 화장품들을 꺼내 쓰고 있다.  팩이라고해서 마스트 시트나 튜브형 팩으로 생각하면 오산! 캐모마일 팩은 유리 화장품 용기에, 베리베리 스트로베리 입욕제는 다이소에서 구입한 예쁜 양념 용기에, 천연헤어 트리트먼트 팩은 커다란 공병 향수병에, 코코넛 촉촉크림은 다 쓴 화장품 용기에 각각 넣어두니 재활용도 되고 나름 참 예뻐 보였다. 다음엔 허브잎을 구해 릴렉스 허브볼을 만들어 볼까 싶은데, 사극영화에서나 봄직한 둥글고 하얀 천이 너무 예뻐 보여 효능을 제쳐두고라도 도전욕을 불끈 솟아오르게 만든다. 이걸 톡톡 얼굴에 두드리면 궁중미인 같은 기분으로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을 바라보게 될까?

사랑을 부르는 뷰티 노하우는 각종 천연팩에서부터 목욕용품,헤어제품,에센스 오일들까지 만들어 건강한 피부미인이 되게 만든다. 얇은 책 속에 이토록 많은 노하우들이 담긴줄 몰랐지만 어쩌면 이건 행복한 고민일지도 모른다. 당장 모두 다 만들 필요는 없으니 천천히 하나하나 만들어가며 내게 맞는 것들을 체크해 평생 나의 피부를 위한 전문관리사가 되어 보는 것은 참 현명한 행동처럼 보여진다. 

아름다움을 위한 노력. 노력만큼 예뻐지는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도와줄 이가 곁에 있다는 사실은 정말 든든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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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위로한다 - 정신과 명의 이홍식 심리치유 에세이
이홍식 지음 / 초록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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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타구니를 꼬집어댈만큼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스트레스였다는 정신과 의사의 조심스런 고백. 모든 정신과 의사가 [공중그네]에 등장하는 엽기 정신과 의사 이라부처럼 즐겁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이 귀를 내어주는 일이 즐기는 일이 다닌 직업적인 일이었음을 간혹 잊고 있던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고백이기도 했다. 그들도 사람이었으니.

나는 살래낼 가장 강력한 에너지는 내 안에 있다


35년간 많은 환자의 주치의로 살아오며 자신을 버티게 하는 강력한 힘이 바로 내부에 있음을 깨달은 저자는 힘들때마다 그 탈출구를 자신의 삶 속에서 찾아내곤 했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던 시카고에선 그림으로 한국에선 걷기와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렸던 그는 위로를 받는 탈출구가 온전히 자신을 잊고 비우는 시간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홀로 터득해낸 이였다. 

정신과 명의 이홍식 박사의 책, [나는 나를 위로한다]가 좋아진 이유는 "이런 환자를 치료했다","이 환자는 의학용어로 OO.로 분류된다"는 식의 분석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의사도 우리처럼 스트레스를 겪는다는 동일함에서 오는 안도감과 자신에게 효과가 좋았던 검증된 심리치유 방법들을 설명해주는 것에서 오는 신뢰감 때문에 나는 이 책이 참 좋아졌다. 

 자식들을 위해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노래 CD를 만들고42.195킬로미터의 먼길뛰기를 자처하며 그는 죽기전에 해야할 근사한 일들에 도전하며 살고 있다. 마치 "남자의 자격" 객원 멤버인 것처럼. 

행복의 추억 적금은 그렇게 한 칸, 한 칸 채워지는 노명의의 삶은 그보다 젊지만 절망으로 주저 앉아 있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책은 이렇게 가까이 있지도 않은 만나보지도 못한 이의 삶을 멘토링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단 한번도 본 일 없는 이홍식 박사의 삶이 오늘을 위로하고 내일에 대한 발걸음에 대한 두려움을 지워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책을 읽기전까진.






P.6  진주목걸이가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지만 진주알 하나만 떨어져 나가도 그 목걸이의 아름다움과 가치는 없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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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봉우리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이기웅 옮김 / 시작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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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음양사는 언제나 에도 시대에 대한 향수를 전하며 읽는 내내 그 시대를 살게 했다. 인간과 귀신이 공존하던 시대. 마치 반도 마사코의 사국의 이상향처럼 그려진 그 시대에 멋진 음양사 세이메이가 있었다. 한 인간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부활시켰던 작가 유메마쿠라 바쿠의 다음작이 시대물이 아니라 모험물이라 의아했지만 결국 그 작품의 힘을 믿고 선택하여 읽게 된 소설이 [신들의 봉우리]였다. 

제 11회 시바타 렌자부로상 수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6위! 제 16회 일본 모험소설협회 대상 수상!작인 신들의 봉우리는 미스터리의 열쇠가 담긴 카메라를 한 사진기자가 손에 넣으면서 밝혀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가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산에 올랐던 것일까? 

에베레스트 산 등반은 몇 번째인가 할 것 없이 화제가 되는 일이다. 산이 있어 거기 올랐을 뿐이라는 산악인보다 감히 오를 꿈조차 꿔볼일 없는 일반인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까닭은 역시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오르기 힘든 산이며 목숨을 걸고 올라야 할 그 산을 최초로 오른 사람을 밝혀내는 일이라니.....당연히 화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일일 것이다. 
1942년 조지 맬러리가 과연 최초의 인물일까? 라는 궁금증을 뒤집을만한 사건을 기대하며 읽어나갈 소설은 생각보다 참 두껍다. 

한 남자의 흔적을 따라 오르는 이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 작가는 직접 히말라야에 올랐고 삼장법사가 걸어간 길을 따라 걷기도 했다고 한다. 그 느낌을 리얼로 담기 위한 작가의 투혼과 실감나는 이야기들은 그렇게 쓰여졌던 것이다. 상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님을 읽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구상부터 집필완료까지 20년을 보내는 동안 그는 400자 원고지 1700매를 메우면서 참 짧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읽는 우리에겐 긴 이야기가 쓰는 작가에겐 쏟아부은 나날들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게 느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그 산에도 인간이 있었음을, 인간이 올랐음을, 인간이 꿈꿨음을 깨닫게 만든 작가의 중편소설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이 자연 앞에서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만들기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꾸고 전진하는 모습을 자연이 굽어살펴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안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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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도시, 오래된 성性
이승우.김애란.김연수.정이현 외 지음, 김태성.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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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일까?

오랜만에 제대로 적수를 만났다.  원수가 아니라서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것은 아니나 시원치 않은 날씨 속에서 묵묵히 인내하며 읽어내야만 할 만큼 쉬이 읽어내지 못할 소설  한 권을 들고 나는 하루 종일 낑낑대고 있었다. 

[젊은 도시, 오래된 성]은 한,중,일 삼국의 12작가가 하나의 키워드에서 뻗쳐져 나온 상상력을 기록한 단편 모음집이다. 아시아라는 테두리 안에서 작가라는 공통의 직업군을 가진 그들이 다른 문화권에서 성장하며 느꼈을 감정들이 다분히 실려 있고 같은 시간, 다른 공간이라는 매력적인 키워드 아래 써낸 소설들이라 결코 가볍게 읽힐 성질의 것들이 아니었다. 

단편이라는 짧은 길이감이 주어진 것 치고는 꽤 무게감 있게 읽혀지는지라 나는 단 한 순간의 템포도 늘이거나 줄일 수 없었고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채 어쩔때엔 한 작가의 작품읽기가 끝나야 몰아쉬는 숨의 존재를 인지하기도 했다. 

도시와 성에 관해 이토록 다양하게 이야기를 엮어낼 수 있다는 점과 그들이 뱉어낸 이야기가 현실의 누군가의 사연인 것만 같은 리얼리즘적 요소에 감탄하면서 "한중일 문화 공동체"가 뿜어내는 소통의 삼중창의 하모니가 작년 한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하모니 못지 않음에 박수를 쳐 주고 싶어졌다. 

12작가의 이야기지만 분명 기억에 더 짙게 남는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다. 다른 단편집을 통해 이미 읽었던 물속 골리앗을 제외하니 이승우 작가의 칼이라는 작품이 아주 인상적이어서 먼저 떠올려졌다. 

p.54 누구나 칼 한 자루씩 품고 산다

는 멋진 문장이 새겨진 소설은 해가 질때부터 뜰때까지 노인의 말상대가 되어야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다음으론 저승에서 한 시간을 보낸 뒤 부활한 사람의 이야기가 담긴 시마다 마사히코의 단편이 떠올려졌는데, 그는 가수 조영남처럼 대표작이 없지만 유명한 작가인데 이미 타계했다고 한다. 그간 단 한번도 그의 책을 읽은 바가 없어 처음으로 대하게 된 필체는 평범하면서도 재미면에서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구석이 있어 편안하게 읽게 만들어주는 데가 있었다. 

p. 170 밤은 죽은 자들이 이승에 두고 온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

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이 말 그대로라면 밤시간을 그토록 무서워한 어린 시절이 참 바보같이 느껴진다. 자라면서 누가 이런 현명한 말을 미리 해 주었다면 그토록 무서워하며 두 눈 질끈 감고 잠들지 않아도 좋았을텐데.....!!!

그 외에도 샹차오잉을 밀회 공간이자 안식처로 활용한 남녀의 이야기가 담긴 샹차오잉의 이야기도 다음으로 떠올려진다. 공산국가인데도 부조리한 면에 대해 사회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구나에 감탄하게 만들기도 했으며 장소나 시간이 소설의 중요 모티브가 될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하게도 만들었다. 12작품을 두루 읽으면서 작가의 얼굴을 먼저 보고 작품을 읽는 느낌이 참 새롭고 좋았으며 마치 작가가 소개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더 기분 좋게 만들어주었던 것 같았다. 연재소설을 읽는 느낌이라 이 즐거움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을 전달받아 두꺼운 한 권을 읽는 내내 즐거움에 빠져들게 만들기도 했다. 젊은 도시, 오래된 성은.

다르다는 것이 나쁘지 않음을 증명해준 작은 예가 아닐까 싶어 더 의미깊게 읽고 많은 메모를 남기게 만든 한 권의 책을 6월에 약속한 마지막 소설의 리뷰로 남겨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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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구애 - 2011년 제42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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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작가의 8개의 단편을 읽던 중 나는 어디선가 읽었던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연재되던 것들이었나? 다른 단편집에 수록된 것들이었나? 단순한 착각일까? 분명 동일 서적을 읽은 적은 없었으나 단편단편을 읽어나갈때 마다 그 뒷 이야기를 알고 있는 것으로보아 분명 나는 어디서 이 글들을 읽은 적이 있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특히 저녁의 구애는 정말 어딘가에서 읽은 바가 있는 작품으로 아마 여러 작가의 단편을 모아 엮은 책 속에서 그녀의 단편을 읽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짐작하고 있다. 왜냐하면 참 짧고도 독특한 글이라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화환을 배달하던 남자는 아직 죽지 않은 환자 때문에 조바심이 났다. 여자와 만나기로 했는데 환자가 죽지 않아 화환을 배달완료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환자의 죽음을 기다리며 여자와 통화하는 남자. 우리가 익힌 도덕적 잣대에 의하면 남자의 마음가짐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의 세상을 살아가면서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이 마음이 과연 100% 그르다고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꼬리표를 달게 만드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p.58 그분이 빨리 돌아가시길 빌게요.
p. 40 누구나 이기적이므로 누구에게든 이기적이라고 비난어떤 경우에도 타당하지 못하다

라는 문장문장들이 어쩌면 그들의 상황에서 내린 최선의 답인 것만 같아 틀렸다 라고 말하지 못하게 만든다. 또 다른 단편인 토끼의 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파견 근무 동안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공원에서 쉽게 데려와 버릴 때도 죄책감 없이 쉽게 버리던 남자의 행동은 분명 잘못된 것이었다. 불규칙하게 사료를 주고, 사랑하는 마음조차 주지 않고 그저 이용만 하고 버리는 행위는 그 대상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간에 상처를 남긴다. 상대의 상처를 보지 않으려는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행위야 말로 가장 못된 범죄가 아닐까 싶지만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저 도덕적 잣대로 잘못되었다고 질탄할 수 있을 밖에. 

p.34 세상에 널린 게 버려진 애완동물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세상에서 살고 싶은 바램을 갖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나머지 단편들도 마찬가지의 맥락으로 읽혀졌는데 그들 모두 범죄를 저지른다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묘하게 어딘지 모르게 뭐를 잘못하고 있다는 마음이 들게 만드는 행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마음까지 어쩌진 못하겠지만 묘하게 비틀려 있는 그 각도가 질타하기엔 모자라고 그냥 두기엔 넘치는 정도여서 작가의 계산이 참 적절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어 감탄이 절로 새어나왔다. 저녁의 구애는 꽤 얇은 책이다. 그러나 담긴 내용들은 단 한 편도 생각없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붙잡고 또 붙잡는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고 참 많은 잣대를 들이대며 옳은가와 그른가의 사이를 오르락 내려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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