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브 디거 밀리언셀러 클럽 66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전새롬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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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브 디거"

= 무덤을 파는 자

 

소설 속에서는 죽은 자가 되살아나서 복수극을 펼치는 것으로 의역되어 있지만 이 단어는 17c로 끝난 마녀 사냥의 잔재 단어로써 이단 심문관이 살해되었던 야사에서 파생되어 나온 이야기 속에서 존재하는 인물이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결심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니 실행에 옮기는 일은 얼마나 힘이드는 일인지 이야기는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보통 여자들이 머리카락을 자르고 남자들이 삭발을 해서 결심을 다지는 그런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신체의 일부를 떼주어 누군가를 살리고자 하는 남자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된다.

 

얼굴이 험악해서 딱 봐도 범죄자로 분류되는 남자, 야가미.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옛속담을 몸으로 실천하면서 어린시절 지우개를 훔친 이후 계속 되어온 사기, 범죄 행각으로 그는 이미 좋은 사람으로 분류되긴 글러버린 인간이었다. 그런 그가 새로운 삶을 살고자 했다. 그리고 새 삶을 위한 결심을 다지기 위해 자신의 골수를 기증해 죽어가는 아이의 생명을 연장하는데 동의했다. 그리고 수술일이 삼일 앞으로 다가왔다.

 

미리 입원해 컨디션을 조절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만 그에게 사고가 생겨버린다. 자신의 명의로 된 집에 살고 있던 남자가 고대 이단 심문관을 살해한 방식으로 살해되어 있는 걸 발견한 것이다. 과거 경험상 곧 자신이 용의자가 될 것이 뻔했기에 그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쩄든 병원으로 가야했다. 체포 되어서도, 죽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의 뒤를 쫓는 것은 그의 골수가 필요한 또 다른 백혈병 환자인 거물 정치인의 하수인들과 그들과 야가미를 죽이려하는 그레이브 디거, 경찰 이렇게 세 종류나 되는 사람들이었고 그 누군가에게도 붙잡혀서는 안될 야가미는 단독으로 병원을 목표로 생존 서바이벌을 펼쳐나가는데 이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단 하룻동안 일어나는 이야기라서 더 놀랍다. 그레이브 디거가 7시간 동안 4명을 살해하며 자신의 목적을 달성해가는 동안 경찰 내부에서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2달 전에 의문스럽게 수사 종결한 시체 도난사건까지 파헤쳐보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사건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가며 단순 연쇄살인을 넘어선 전 일본을 흔들만한 사건이 되고야 말았다. 거물 정치인이 연류되어 있고, 종교단체에서 집단으로 사람을 살해하고, 경찰과 검찰 내부에서 이를 방조하면서 그들의 면죄를 보장하고 있는 그런 진실과 마딱드린는 등 경찰 내부에서도 이 사건은 유쾌하지 못한 사건으로 풀려가면서 야가미의 뒤를 쫓게 된다.

 

야가미의 말이 맞다.

"사람을 돕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소설은 착하게 살기로 결심한 야가미에게 고난을 던져주면서 그래도 그가 결심이 흔들리지 않는지 시험해 보는 신의 손 같이 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착한 마음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진실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며 새 삶으로의 열망을 포기하지 않게 만들었다. [13계단]도 재미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내겐 [그레이브 디거]가 훨씬 더 풍부하고 속도감 있는 이야기로 기억될  것이다.

 

이 이야기가 각색되어져 영화화 된다면 야가미 역엔 배우 송강호나 설경구가 적역이지 않을까 !  생각하고 읽어나갔더니 상황, 상황들이 눈앞에 영상처럼 펼쳐지는 듯 하여 더욱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는 연쇄살인으로 겉포장 되어 있고 사회 속 각종 범죄인들이 등장하지만 인간의 마음 속에는 악마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 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사건들이 끔찍하게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레이브 디거의 마음 속에도 어린 시절 도움 받았던 고마운 마음에서 우러난 복수심이, 야가미의 마음 속에도 누군가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후루데라의 마음 속에도 범죄자라는 것과 상관없이 자신이 16년 전에 만났던 야가미에 대한 믿음이 존재함을 보여주기에 사람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엇보다 감동을 전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것이 바로 작가의 마음이라고 생각하니 다카노 가즈아키라는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다음 작품으로 읽을만한 거리들을 찾아보면서 이 작가의 작품들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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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케이지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2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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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베리 나이트]를 읽고 혼다 테쓰야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소울 케이지]가 훨씬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물론 스트로베리 나이트를 먼저 읽었기 때문에 히메카와 레이코와 그녀를 둘러싼 형사들의 개인 사정들을 두루 살필 수 있었지만 이야기 자체만 두고 보자면 소울 케이지는 인간이 지닌 악마성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인간의 선한 마음이 가득 담긴 이야기여서 심금을 울린다.

 

강가 승용차 안에서 절단된 손목 하나가 덜렁 발견된다. 피에 잔뜩 젖어 있는 이 손목의 주인은 지문을 통해 금새 판명 되는데 목수 타카오카 켄이치였다. 그는 독신으로 과거 공사장에서 함께 일했다 사고사 당한 미시마의 아들을 친아들처럼 여기며 그를 돌보며 그와 함께 일하고 있다. 미시마 코스케의 아버지가 다녔던 건설회사는 폭력조직과 연계되어 있고 빚을 탕감하지 못했던 아비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는데 그 과정에는 근친상간으로 출생한 악마같은 사나이 토베 마키오라는 남자가 연관되어 있었다. 그의 독촉으로 비슷한 일들이 끊이질 않고 가장들이 속속들이 죽어나갔지만 사회는 관심도 묵인도 허락하며 세월을 흘러가게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이 모든 정황을 심증으로 수사해나가던 레이코와 철저하게 증거를 탐색해 나가던 쿠사카는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나이토 카즈토시를 타카오카 켄이치로 신분세탁해준 토베가 그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괴롭혔고 결국 살해당한 쪽은 나이토 카즈토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악마의 행적을 멈추고 싶었던 한 가장의 부성애는 강했다. 키워온 쪽도, 낳아놓은 쪽도 지켜야 하는 입장의 아비는 자신의 신체를 훼손해가면서까지 완전범죄를 꾸며냈고 [용의자 x의 헌신]에서와 같이 그의 헌신은 성공을 이룬 듯 보였다.

 

여러 작품 속에서 자주 보여지는 엄마의 모성애에 비해 어느 사회든 아버지의 부성애는 표시나지 않으면서도 들춰졌을때엔 뜨거운 눈물줄기를 솟게 만드는 가슴 뭉클함이 진하다. 일본의 추리 소설 속 아버지의 부성애도 다르지 않았다.

 

시체가 없는 살인 사건에 꼬일대로 꼬여 있는 관련인물들의 과거사까지....죄의 정의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한정해야할지 의문스럽게 만드는 이 소설은 더이상 내어줄 수 없을만큼 자신을 다 던져버린 한 아버지의 인생이 담겨져 있었다. 추리 소설인데도 먹먹해지는 까닭은 그곳에 있다.

 

이 심각한 와중에도 감찰의 쿠니오쿠와 사투리 작렬인 이오카가 보여주는 개그컷들은 무거움의 무게를 균형있게 받쳐주며 간간히 웃음을 터뜨리게 만들어 준다. 그 점이 좋았다. 너무 심각하게만 뻗지 않는다는 바로 그 점이. 또한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 더 진전된 레이코와 키쿠타의 연애전선을 기대하면서...하루빨리 [시머트리],[감염유희],[인비저블 레인]도 번역되어 손에 쥐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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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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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뇌스뵈와는 두번째 만남이었다. 그의 전작 [스노우맨]을 너무나 공포스럽게 읽었기에 다음 작품이 나오면 한 번 더 읽어보리라 결심하고 있었더랬다. 새로운 작가를 발견하게 되면 적어도 3권에서 5권 정도만 읽으면 이 작가의 매니아가 될지 뻔한 전개에 주인공 이름만 갈아치우는 작가인지 판단이 되기 때문에 기존 작가의 작품보다는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을 읽을 때 좀 더 꼼꼼히 읽는 편이다. 특히 요 뇌스뵈의 경우는 더 그랬다. 익숙한 구석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북유럽 작가라는 점도 그러했고 그곳 사람들의 이름도 생소했지만 그 특유의 분위기도 일본소설이나 미국 소설가들처럼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을 퍼먹듯 천천히 단어들을 녹여가면서 읽어내려가야했다. 그리고 이내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스노우맨]의 공포가 쏘옥 빠진 이번 작품 [헤드헌터]는 그림 사냥꾼에 대한 이야기다. 그림 사냥꾼이라 하니 먼저 한 영화가 떠올랐다. 오래된 영화라 이미 더빙판으로도 몇년 전에 TV에서 방영했지만 그래도 그 잔잔하면서도 세련된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진다. 젠틀한 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은 상위 1%의 남자지만 그림 감상이 취미인 사람이다. 미술관에서 모두 다 알 정도로 미술관에서 매일 살다시피하며 품격있게 그림 감상을 하곤 했다. 우리에게 장돈건이 있다면 헐리우드에는 피어스 브로스넌이 있는 셈인가.

 

그 멋진 모습도 잠시. 절묘한 타이밍과 철저한 계산으로 그는 명화들을 미술관에서 빼내는데, 아무도 그를 용의자로 상상조차 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모의 여인이 나타나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로맨스와 함께 이야기는 달콤함을 더한다. 그 영화에서처럼 달콤함을 기대했다면 너무 큰 기대였을까.

 

작가 요 네스뵈는 달콤함 대신 뒤통수를 때리는 복수극으로 두 남자를 링 위에 올려놓았다. 헤드헌터를 찾아온 남자와 헤드헌터가 직업인 남자. 채 170도 안되지만 화랑을 경영하는 근사한 아내와 부족함 없이 살고 있는 남자. 그런 그의 취미는 인터뷰하러 오는 임원급 면접자들의 집에 값비싼 그림이 있는지 스리슬적 알아보고 훔쳐내는 일. 순전히 스릴 때문이라고 밖에 이해가 되지 않는 그의 도둑질에 테클이 들어왔다.

 

어중이 떠중이들 속에서 보석 하나 건져냈나? 싶었더니 그림을 훔치러 들어간 그의 집에서 발견된 것은 위작인 그림과 아내의 불륜현장. 질투심에 사로잡힌 그의 앞에 펼쳐지는 앞으로의 상황들은 덮어쓰기 딱 좋은 살해된 시체들과 증명할 수 없는 알리바이들뿐.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픽쳐]에서 주인공이 도망에 도망을 거듭하듯 해결보다는 자꾸만 수렁에 빠져들고 마는 주인공은 자신을 궁지로 몰아가는 아내의 불륜남에게 대적하기 시작하고 그가 일부러 자신에게 접근했음을 아는 순간 거꾸로 복수의 날을 들이세웠다. 그리고 통쾌하게 그의 복수전이 시작된다.

 

세상에 이렇게 면접자를 뒤통수 치는 헤드헌터와 헤드헌터를 살인자로 몰 계획으로 접근하는 면접자가 가득하다면 살벌해서 살아갈 수 있겠는가. 다행스럽게도 이 이야기는 소설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사냥하는 두 남자의 맞대결은 똑똑하게 사건을 풀어나가는 여느 추리소설이 주는 재미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재미를 전달하면서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모든 사건을 스스로 해결하고 다시 인생을 되찾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내에 대한 용서부분이었다. 사람인데, 어떻게 그 의혹들을, 그 순간들을 깨끗히 털어버릴 수 있을까. 작가의 로망이 담긴 그 마지막 부분을 제외하고는 아주 훌륭한 소설이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독자로서 다음 작품을 또 기다리면서도 한 번은 공포, 다른 한 번은 스릴러였으니 다음 작품의 장르는 어떻게 될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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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송한나의 뮤지엄 스토리 -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황학동 도깨비 시장까지
송한나 지음 / 학고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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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죽은 자의 기록이 담긴 집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큐레이터 송한나의 소개를 받고 보니 박물관엔 살아있는 큐레이터와 이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기록이 담긴 집이었다. 결코 그들은 죽지 않았다. 우리가 그들을 찾아가는 한.

 

통통하고 앳되고 어리게만 보이는 그녀는 의외로 당찬 모습으로 자신이 아는 박물관들이 어떻게 만들어져왔는지 전하고 있다. 때로는 슬픈 마음으로, 때로는 재미난 눈으로 구경하게 되는 박물관은 무덤 속의 부장품만 가득 채워놓은 곳은 아니었다. 세계 속엔 좀 더 다양한 박물관들이 세련되게 지어져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스토리텔링을 전하고 있다.

 

눈물 그렁그렁하게 구경하게 만든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겪은 삶의 기록이 담긴 곳이다. 초대 정대협 대표인 윤정옥 이화여대 영문과 교수는 "꽃분이"라는 어린 시절 동무를 정신대 때문에 잃고 평생을 가슴아파하다 은퇴 후 정대협을 위해 여생을 바쳤다고 한다.

 

나는 알지 못했다.

위안부 할머니가 그림을 그릴 수 있음을. 그저 열두살, 열 다섯살 무렵에 일본에 끌려가 몹쓸 짓을 당하고도 평생을 숨어살아야했던 고통받은 여성의 모습으로만 기억되었을 할머니인데, 강덕경 할머니가 그린 위안소는 알록달록한 색채로 예쁘게 그려져 있었다. 줄서있는 일본병사들이 보이고 앉아 있는 어린 날의 자신의 모습도 그려져 있지만 그 슬픈 풍경이 화사하게 색칠되어 있어 더 슬프게 만든다. 인생에 있어 이처럼 꽃같이 예쁠 시기에 그녀는 전쟁터로 끌려갔다. 타의에 의해.

그림을 보면서 깨닫는다. 더 많은 것들을 꿈꾸고 이루고 누리고 살 수 있었을 그녀들의 인생과 하늘로부터 받은 재능에 대한 보상은 늦은 사과와 금전따위로 결코 메워질 수 없음을.

 

박물관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 세계인들에게도 알려져서 그들이 찾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홀로코스트박물관들처럼 알려져서 자신들의 만행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인들이 머리 숙여 사과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나는 알지 못했다.

반나절 만에 민간인 504명이 학살될 수도 있음을. 미군이 여성과 어린이, 노인이 전부인 손미마을 사람들을 학살했을 때 종군기자가 사진을 찍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다. 물론 그 사진이 있어 오늘날 밀라이 학살 박물관에 기록사진들이 전시될 수 있었겠지만.

 

사진이 실사이기에 더 잔인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예를 갖춘다고 바지를 꿰 입으며 나오는 노인의 사진 뒤에 바지를 다 꿰 입은 노인을 사살한 사진이 이어지고, 헬기로 공습하는 미군을 피해 바닥에 납작엎드려 동생을 감싸 앉은 꼬맹이 사진 뒤에 그들이 죽었는지 확인 사살까지 해대는 사진은 인간이 아니라 악마의 소행이라해도 믿을만큼 잔인한 행위였다. 그 기록들이 고스란히 담긴 박물관을 베트남 여행길에 꼭 들러봐야되겠다 싶어진다. 송한나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가슴아픈 역사의 기록을 모르고 지나칠뻔 했다. 숙연한 마음으로 둘러보게 되리라.

 

한군데 더.

이 책에 등장하는 박물관 중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은 "존재하지 않는 그가 존재하는 곳"이라고 소개된 셜록 홈스 박물관이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홈스가 톡 튀어 나올 듯한 곳이기에 더 궁금하고 솔깃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보통의 박물관은 살아있던 이의 기록이 담긴 곳이며 감탄하거나 숙연해지거나 둘 중 하나의 마음으로 둘러보게 되는 것과 달리 이 곳은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둘러 볼 수 있는 박물관이라 더 끌리는 곳이다. 홈스는 코난 도일의 작품 속 인물이다. 책 속 캐릭터가 실제 생가(?)처럼 꾸며진 박물관도 가지고 주소지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근사하지 않은가.

 

 

큐레이터의 어원은 라틴어 "쿠라"라고 한다. "돌보다, 치유하다"라는 뜻이라는데 지하 전시실에 물이 고이면 양동이로 퍼내고 예산이 부족해 철물점에서 구입한 재료로 전시대를 직접 만들어야하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그녀를 보면 딱 들어맞는 단어같기는 하다. 우아하게 보이지만 열심히 발을 놀려야하는 백조처럼 "큐레이터 송한나"는 전시를 준비하고 강의하고 박물관들을 소개한다. 더 사랑받고 알려지기를 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을 알기에 서평을 쓰면서도 그녀의 마음이 되어 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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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뷰티를 홍보한다 - 베네피트 홍보팀장이 전하는 화장품 회사에서 일하는 법!
김혜경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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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핫한 정보들이 내가 20대 때 넘쳐났다면,

현직 전문가들이 전하는 발빠른 정보가 손에 쥐어 졌다면,

 

어떤 인생이 펼쳐졌을까. 요즘의 20대들이 부럽기만 하다. 뭔가 멋진 일에 도전해 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 물론 취직이 어렵고 경기는 좋지 못하다. 하지만 그 핸디캡을 뚫고도 누군가는 일하고 있고 또 누군가는 승진하고 이직한다. 더 나은 조건으로.

 

취업준비 끝에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했던 저자는 현재 베네피트 홍보팀장으로 일하는 이 바닥의 11년차 베테랑이다. 화려하고 세련되다 못해 근접하기 어려울 것처럼 예상되던 외모와 달리 그녀의 외모는 동글동글하고 앳되보이는 인상이라 친근감이 갔다. 에디터라는 직업군이 한동안 관심의 대상이 된 적은 있지만 코스메틱의 뷰티홍보가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국내에서는 본 일이 없었는데 그녀가 화장품 회사에 입사하는 법에서부터 일하는 법까지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글자가 너무 작고 촘촘하게 편집되어 읽는 내내 눈의 피로감 때문에 자주 책을 손에서 놓아야했고 뷰티홍보가라는 이미지가 전달하는 기대감 때문에 제품에 대한 정보나 사진, 회사내 사진 등등을 기대했었지만 단 한 장의 사진도 없이 글자로만 빽빽히 채워진 책이라는 점이었다. 물론 정보는 충분했다. 그러나 볼거리가 조금 더 풍족했더라면 화장품 회사에서의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조금 더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심리서마냥 전공서마냥 편집된 내용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정보를 위해 책을 선택했다면 올바른 선택이라고 등을 두드려주고 싶을만큼 포인트만 집어서 집필된 책이긴 했다. 이제껏 각 브랜드에서 1위 판매왕들의 화려한 스펙을 읽어본 일들은 있다. 핑크색 외제차에 외국여행에 그들이 받은 보상도 어마어마했지만 누군가에게 입을 떼 물건을 사도록 만드는 그 입담이 대단하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내용들이었다. 그런데 현장에서의 판매가 아니라 판매를 위해, 제품을 위해 그 홍보를 하는 전문가의 직종은 또 어떤 자리인지 궁금했는데 11차 홍보전문가가 전하는 외국계 화장품 회사는 입사부터 만만치가 않았다.

 

준비된 자에게 열리는 자리임과 동시에 학교에서 1등이라고 해서 뽑아주는 곳도 아니었다. 여러 경로로 입사가 가능하다지만 인턴 사원의 경우 무엇보다도 주변 사람과의 친화력이 최우선시 되고 있었고 인턴사원을 거쳐 입사를 하는 쪽도 있지만 동종업계로 진출하는 인재들도 있었다. 인턴제의 장점이 바로 이 점이 아닌가 싶어지는 대목이다.

 

중간중간 메이크업 아티스트 우현증 대표, 전 베네피트 코리아 영업부장 정호숙 부장, 인턴을 거쳐 현재 코스모폴리탄 코리아 피쳐 기자인 이미연,뷰티 디렉터 김현수 대표, 케이블 TV PD 김지원,타블로이드 매거진의 배미진 기자 와의 인터뷰틑 현장감은 물론 다양한 각계의 전문가들이 바라본 홍보전문가의 모습이 담겨 있어 흥미로웠지만 역시 이력 옆에 이들의 멋진 사진이 한장씩 찍혀 있다면 더 좋은 편집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 아쉬웠다. 인터뷰의 주인공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테니까.

 

물론 아쉬운 점만 보였던 것은 아니다. 뷰티 홍보가가 일터에서 어떻게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지도 알게 되었고 그들의 일은 물론 취업에서 이직까지의 정보를 한 사람으로부터 얻게 되었으니 책 한 권을 통해 얻게 된 정보로서는 아주 만족스러운 양의 정보였다. 또한

 

P95

면접자리까지 갔다는 것은 더 이상 이력서의 스펙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라는 좋은 생각을 취업준비생들이 면접시 가슴에 달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감이 가장 큰 무기가 되고 미소가 그들의 가장 큰 포장이 되어 줄 수 있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홍보와 마케팅을 전공했지만 뷰티가 아닌 다른 일터에서 일해온 나로서도 솔깃한 일터가 바로 외국계 화장품회사다.

 

자유롭게 일하면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

여성으로 태어난 이상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를 포기할 수 없는데, 나의 아름다움을 업그레이드 하는 동시에 타인의 아름다움까지 책임져줄 수 있다니....이 얼마나 매력적인 직종인가.

 

하지만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곳은 아니었다.

반대로 누구에게도 닫혀 있는 직종도 아니었다.

 

탄탄히 준비가 되어 있고 도전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성별 상관없이 도전해보라고 등떠밀어주고 싶은 곳이었다.충분히 매력적인 직종이며 책을 읽고나니 더 욕심나는 일터이기도 했다. 베테피트 홍보팀장이 전하는 화장품 회사에서 일하는 법이 많은 취업생들에게 사랑받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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