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본 에반게리온 해독 - 한국 최초의 본격 애니메이션 해독서!
키타무라 마사히로 지음, 곽형준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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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도 아니고 기호학도 아닌 애니메이션을 두고 해독을 한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일지도 모르겠다. 그치만 해독본 마저도 너무나 어려워 나누어 읽어야만 했던 책 [완본 에반게리온 해독]서. 그저 여가를 즐기기 위해 즐겁게 보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매니아가 되어 탐독하게 만드는 카페인 같은 매력을 발산하는 에반게리온이라는 애니매이션 때문에 나는 이 어려운 해독본을 집어 들게 되었다.

 

 

인류말살계획, 사람이 조종하던 생체 로봇에 유입되고 소통보다는 단절된 인간상이 여럿 보이는 다소 우울한 느낌의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은 멋진 로봇이 나온다거나 인류구원의 큰 뜻을 품은 조종사가 나오는 여타 다른 로봇만화와는 처음 시작부터가 달랐다. 장엄한 음악과 함께 시작된 설명없이 시작되어 버린 사건들. 그 속에서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고 보게 되는 인간관계.

 

 

무엇을 위하여, 누구를 위하여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채 그저 흘러가는대로 따라 보게 만드는 에반게리온이라는 애니메이션은 내겐 무슨 풀어내야만 하는 화두처럼 어렵기만 했다. 하지만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풀어보고 싶어지는 이상한 심리가 발동되어 빠짐없이 구해봤지만 봐도봐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마냥 애니메이션은 끝까지 의문점들을 다 풀게 놔두진 않았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에반게리온이 품게 만든 수수께끼들에 매달렸었는지도 모르겠다. 인류의 시초와 그 끝을 동시에 이해하게 만드는 이런 특별한 애니메이션이 또 다시 나타날 수 있을까. 그 이전에도 없었고 이 이후에도 없을 이 특별한 애니메이션에 그래서 경의를 표한다.

 

 

대학시절 교양도서 교본처럼 얇고 내용이 적어 보이는 이 해석본 조차 너무 어려워 여전히 나는 다 해독하지 못한 채 복잡해진 머리를 잠시 시키기 위해 다시 책장에 책을 꽂아둔다. 올해 안에 다시 펼쳐 보기 위해. 남겨진 수수께끼를 다 풀어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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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양영란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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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이라는 이스마일 카다레의 소설을 나는 처음 접해보았다. 일본의 소설가나 중국, 미국, 기타 유럽의 베스트셀러 작가들과는 그래서인지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낯설면서도 어딘가 설익은 음식을 먹는 듯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 맛이 풋풋해서 숟가락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 분명 작가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사고]는 특이한 소설이다. 추리소설도 아니면서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들고 관계를 규정짓게 만든다. 하지만 파고드는 형식이 아니라 알려주는 형식이라 약간 밋밋한 감도 없지 않았다. 공항으로 향하던 택시 한 대가 17킬로 미터 앞에서 추락했다. 운전기사는 살았지만 승객 두 명은 즉사했는데, 둘은 연인사이인 것으로 보여진다고 소설은 시작되고 있었다.

 

 

갑자기 골짜기로 굴러 떨어진 택시. 그리고 살아남은 택시 기사의 증언, 알바니아 국적의 남자와 젊은 여자! 이들의 관계를 파헤치던 조사원이 마지막 일주일간의 행적 기록을 포기했다. 그리고 그는 평온해졌다. 호텔 외부에서 살해당한 로베나의 사체를 처리해야했을 베스포르 Y. 그리고 조사원의 끊임없는 의심은 소설의 재미를 놓치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마지막 몇 장을 두고 또 다시 헷갈려버렸다. 로베나가 살아있다니.....! 머리 색깔을 바꾸고 이름도 나베로로 바꾸고 살아가고 있다는 증언. 왜 그녀는 자신을 살해해야만 했을까.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도 잠시 떠올려 졌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로베나와 베스포르에게 집중해야만 했다.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오묘한 소설 이스마일 카다레의 [사고]. 과연 그의 다음 작품은 어떠할지 궁금한 가운데, 왜 르몽드 지가 그에게 유럽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라는 타이틀을 붙여줬는지 알 것만 같았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야. 마지막 순간까지 독자로 하여금 그 진실을 탐독하게 만드는 힘.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드는 힘. 그래서 안도감을 주지 않는 치밀한 계산력 등등이 그를 지적인 작가로 돋보이게 하는 것은 아닐까.

 

 

다 읽고 지인에게 선물하면서 "읽어보고 나와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면 꼭 이야기해줘"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을 보고 모두의 결말에 대한 느낌이 달랐듯 [사고]역시 그 결말에 대한 느낌이 사뭇 다를 것 같아서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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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에 탄 소년과 곰 벽장 속의 도서관 4
데이브 셸턴 지음, 이가희 옮김 / 가람어린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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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는 어쩐지 에소프레소 같은 느낌이 든다면 소년과 곰 그리고 바다가 함께 있는 풍경은 달콤한 화이트 카라멜 모카를 맛보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대로 상상해 본다면 테디 베어와 함께 하는 여행은 진중할 것이고, 리락쿠마와 함께 하는 여행은 느긋하고 재미난 그 자체 일 것이며 코카콜라 곰과 함께 하는 여행은 맛나는 것이 가득한 여행이 될 것이 뻔했다. 그러나.첫페이지부터 끝날때까지 그저 "곰"인 보트를 모는 곰과의 여행은 알 수 없는 것이어서 더 흥미를 돋군다.

 

어째서 보트를 타게 되었는지 전혀 모른 채 그저 소년이 타기 시작하면서 만남이 시작되었고 보트에서 깜빡 잠이 들어버리면서 긴긴 항해가 시작된 이 이야기는 잔잔했던 바다가 지루해졌다가 무서워졌다가 강도가 되어 그들의 배 "해리엇"을 박살내면서 진행된다. 마치 인생을 지나치는 소년과 그 곁을 묵묵히 지켜봐주는 수호천사가 함께 하는 것처럼.

 

p.62  우리는 절대로 길을 잃지 않았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서 제제는 뽀르뚜까라는 멋진 어른을 후견인으로 두게 된다. 하지만 [보트에 탄 소년과 곰]에서 소년은 아무 해답도 들려줄 수 없는 곰 한마리와 함께 할 뿐이다. 너무나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진 상대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 어린아이에게 이 여행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다시 봐도 이해할 수 없는 만화책도 있고 맛나 보이지만 선뜻 손대기 힘든 샌드위치를 자꾸만 꺼내먹는 곰 한마리. 아주 게으르지도 그렇다고 그다지 똑똑해 보이지도 않는 곰과 함께 여행하면서 소년은 처음부터 마음을 활짝 열어보이진 않았다.

 

낚시도 하고, 바다 괴물과 맞서 싸우기도 하고 안개를 헤쳐나가면서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는 벗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배도 없고 여전히 서로의 이름도 알지 못하지만 곰의 배에 올라탄 채 우쿨렐레로 노를 젓는 소년의 마음은 처음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애써 위로하지 않아도 위로를 받는 느낌이랄까. 소년과 곰의 기이한 만남과 종을 넘어선 우정은 길 잃은 인생이라는 바다 위에서 더욱더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비록 헤리엇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절망하지 않고 내일을 향해 노를 저을 수 있는 까닭은 그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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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버리고 가라
왕이지아 지음, 김영수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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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중독증에 걸린 나는 볼거리가 많은 책보다는 읽을거리가 많은 책들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어제는 버리고 가라]는 그런 의미에서 너무나 알차게 읽게 된 좋은 읽을거리였다. 밤새 읽어도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다 예화나 일화처럼 재미난 이야기거리들. 그래서 밤을 꼴딱 새고도 전혀 시간이 아깝지 않은 그런 책이었다. 마치 세헤라자데가 밤새 나타나 머리맡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 자루를 풀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 보라색 포장의 커피가 팔리지 않는 이유 - 모든 물건에는 나름의 고유색이 있고 색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기 때문

-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기 -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보다 더 영리하고 유쾌했던 이야기.

- 갖지 못한 것을 원하다 가진 것마저 잃지 마라 - 멘토가 되기 위해 남은 들오리가 집오리가 되어버린 슬픈 사연

- 뒤늦게 빛을 발산한 아인슈타인과 다윈 - 수줍음이 많아 자퇴당한 유대소년과 장차 가문에 누를 끼칠 방탕아가 된 것이라는 예

                                                          언을 들어야했던 부유한 영국아이의 미래

 

 

 

잠깐만 엿봐도 재미날 법한 이 이야기들은 일요일 아침 즐겨보는 서프라이즈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제는 버리고 가라] 속에서 발췌해낸 이야기의 일부이며, 88개의 이야기들이 삶과 행복, 인생을 깨알같이 채워나갈 수 있는 현명한 방법들에 대해 알려주는 지침적 내용중 소개되는 몇가지이다.

 

역사속 일화들이며 위인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분명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이 속에서 교훈을 발견하고 감동을 전달받는다면 인생은 어제와 다르게 변화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비단 론다 번의 [시크릿]만이 비밀을 전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삶의 질을 변화시킬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책도 시크릿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5분씩 읽고 있는 책이 있다. 명언록처럼 한 페이지씩 읽어가며 하루하루의 반성과 화이팅을 다짐하게 되는데 딱 1년 동안 읽게 편집된 책이라 더할나위 없이 일기대용으로 좋아 몇년 째 이 시리즈를 활용중이다. 그런데 이 책도 이렇게 읽어도 좋다. 다만 그 분량이 1년을 읽기엔 좀 부족함이 있다는 점. 이 점이 약간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좋다. 좋은 이야기는 언제나 귀와 눈과 마음뿐만 아니라 뇌까지도 즐겁게 만들어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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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연기하라
로버트 고다드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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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 플러드는 한물간 배우이자 인생이 토막난 남자다. 한때는 007 역할을 맡을 뻔 했을 정도로 전도유망했으나 지금은 하고 있는 연극 속에서 맡은  배역조차 위태위태한 상태다. 게다가 아내와 법적으로는 여전히 혼인상태이긴 했지만 결혼도 끝나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별거중인 아내는 이미 다른 남자와 살고 있다. 부자인 그 남자에게 아내를 보내기 위해 법적인 마지막 절차도 곧 마칠 예정이다.

 

이래저래 인생의 고비에 서 있는 남자 토비. 

이런 그에게 아내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내를 스토커처럼 미행하고 있다는 낯선 남자. 그로 인해 아내와 다시 만날 기회가 생긴 토비는 신나게 스토커를 만나러 갔고 곧 그가 자신의 팬임을 알게 되었다. 결국 아내는 자신 대문에 스토킹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미안한 마음과 아직 사랑하는 마음을 더해 아내를 위해서 스토커가 그녀를 더이상은 괴롭히지 못하도록 약속을 받아내었지만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더군다나 토비 주변에는 이상한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공연을 앞두고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되기도 했고 주변인이 심장마비로 죽었으며 경찰의 의혹을 사는 것으로도 모자라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될 뻔 하기도 했다.

 

아내를 미행했던 남자 데릭. 자신의 열성팬인줄로만 알았던 그가 아내와 살고 있는 남자, 로저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도대체 누구의 어떤 말을 믿어야할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독자도 토비도 헷갈리게 만들면서 사건은 점점 더 커지면서 미궁으로 빠지고 있었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로저의 막대한 부의 원천이었던 기업 콜보나이트. 그리고 그 회사에서 일했던 데릭의 가족. 콜보나이트에서 일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발병했던 공통의 병. 그리고 로저가에 얽힌 출생의 비밀. 그 모든 의혹들이 완전히 풀리기 전까지는 단 한 순간도 의심의 늪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만든 로버트 고다드의 [끝까지 연기하라].

 

영국 햄프셔 출신으로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범죄 소설 작가라는 로버트 고다드의 작품을 읽는 것은 처음이지만 단 한 권만으로도 작가의 필력은 분명히 입증되었다. 다만 추리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느끼게 되는 그 두근 거림과 그로 인해 속도감을 붙여 빨리 읽게 만드는 가독성은 약간 떨어진 점이 아쉽게 느껴진 작품이다.

 

사건과 갈등은 충분했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인간의 심리묘사나 마음을 헤집는 그 무언가는 2%부족했기에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품 자체가 주는 감동의 양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읽기에 적당한 두께.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건들 그리고 한 남자의 소망이 담긴 희생...작품은  아이스크림을 골라먹는 것처럼 단 한가지의 재미가 아닌 여러 가지 재미를 맛보며 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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