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빈티지가 좋다 - 빈티지 아티스트 류은영의
류은영 지음 / 미호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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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것들은 많다. 못 먹던 음식들도 먹게 되고 싫어했던 생각이나 사람에 대해서도 둥글둥글  해지기도 했다. 나이가 주는 여유는 분명한 선 보다는 둥근 융통성으로 살아가는 편이 훨씬 편하다는 것을 알려주어 좋았다. 그래서 세월의 나이테가 덧대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진다. 물론 얼굴이나 피부만큼은 여전히 "동안"이 좋겠지만......

 

 물건에 대해서도 융통성이 발휘되는 것은 물론이다. 새것만 좋아하고 신상만 선호하던 내가 어느 순간 10년 이상 된 가방이나 옷들만 입고 다니게 된 것도 어느 순간부터 일어난 일이었다. 의도한 것들이 아니라 자연스레 그런 습관들이 행동화 되고 있다는 것을 지인의 지적질(?)로 알게 되었으니 성격 또한 무뎌져 있었던 것이다. 어느 새-.

 

  세월의 힘은 그정도로 쎄다. 새 물건에 대한 집착이나 환상을 버리고 나니 멋스러운 빈티지에 눈길이 자주 머물곤 했는데, 선호한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누군가가 이미 사용해 버린 것은 싫어"라는 마음이 버려진 정도랄까. 그런데 의상을 디자인하고 여러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던 저자 류은영의 경우는 "신상"이 아닌 "빈티지 매니아"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녀야말로 신상선호녀라도 놀랍지 않을텐데.....

 

그녀는 현재 파리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여행가보고 싶은 그곳, 파리! 이정도만해도 부러움이 가득한데, 그녀는 여유롭게 살고 싶은 곳에 체류하면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백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뉴욕에서 "상아"라는 브랜드 네이밍으로 백을 만들고 있는 임상아와 달리 그녀의 "히스토리 바이 딜런"은 빈티지 백이다. 재창조된 가방이라는 의미. 지금은 사라진 것에 대한 그리움과 유대감을 갖게 되는 것이 빈티지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빈티지 사랑은 그래서 예쁜 책 한 가득 묻어나 있었다.

 

갤러리 큐레이터, 작가, 디자이너,실장...등 만나는 사람이 누군가에 따라 다른 호칭으로 불리운다는 그녀, 류은영. 그녀의 빈티지백이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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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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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있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 단 5일간 상대의 정신을 쏘옥 빼놓고 5일 후엔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5일 후에 자살할 거면서 세상에 아이를 임신시켜놓은 남자. 그 남자에 대한 그리움반 미움반으로 애증의 삶을 살아온 여인 엘리스. 외롭게 살다 스무살 무렵 인생에 갑자기 끼어든 남자 때문에 평생 남들을 피해 숨어서 살아야만 했던 그녀는 과잉기억 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인간에겐 "망각"이라는 기능이 있어 기억하고 싶지 않는 것들을 흘려버릴 수 있어 살아가는 힘을 얻게 되는데 그런 행운이 그녀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마치 조금 전에 일어난 일처럼 세세한 것까지 기억해내고야 마는 그녀의 능력.

 

그렇기에 신비한 남자 신가야와의 만남과 이별은 그녀에겐 또 다른 고통의 순간으로 남고 말았다. 10년이 지난 후, 그녀가 알게 된 진실은 그래서 무한 감동이면서도 끝없는 아픔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는데, 10년전 그의 자살은 그녀와 그녀의 딸을 지켜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었고 그럼으로 인해 10년 후 5일 동안 다섯명의 죽음을 예언해내며 아내와 딸을 지켜냈다. 결국 이 이야기는,

 

10년 전에 죽은 남자로부터 지켜지는 사랑하는 두 여인에 대한 이야기

 

인 것이다. 테러로 아내를 잃은 FBI 요원 사이먼. 그가 엘리스와 미셸을 찾아오며 꼬여있는 과거는 실타래를 풀어나간다. 하지만 10년 전에 죽은 남자가 벌이는 복수극에는 이 만남 또한 예견되어 있었고, 길을 지나치다 도움을 받은 거지조차 10년 후 그 쓰임이 있었으니 우리가 오늘 스치고 지나간 인연의 옷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딱히 가르침을 전하진 않지만 소설은 그래서 불교의 윤회 사상을 떠올리게 만들고 달라이 라마의 덕행을 가슴에 새기게 만든다.

 

P11  십년 후 오늘  초승달 아래서 암살을 당하실 겁니다. 삶과 죽음은 라마의 손에 달렸습니다.

 

라고 전해지는 예언.   "십년 전 제가 했던 말을 기억하십니까" 로 전달되는 그의 메시지들. 왜 십년이라는 세월을 묵혀야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화가를 꿈꿨던 엘리스의 삶은 분명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변해버렸다. 이 모든 일이 한 가문에서부터 비롯되었으니 불패의 가문인 호크쉴드 가문은 그들의 가문을 지켜나가기 위해 "궁극의 아이"들이 가진 힘을 악용했고 대가 끊기자 호크쉴드 가문은 다섯명의 "악마의 개구리"들을 통해 이어졌다. 그들이 바로 밀스타인/쉬프/페임벌린/킨데마이어/벨몽이다. 10년후 차례차례 죽어나가는 이들이 바로 악마의 개구리 멤버인데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욕심에 대한 뉘우침 없이 세상을 하직하는 모습은 악마 그자체로 비춰진다.

 

2011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최우수상을 받음과 동시에 독자들로부터 무한 극찬을 받고 있던 [궁극의 아이]. 꼭 읽어보고 싶던 소설이었기에 혹 너무 큰 기대감에 실망하게 될지 몰라 걱정했으나 기우였다. 좋은 작품은 귓가에 누가 속삭여도 머리와 가슴이 그 감동을 고스란히 흡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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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순간 (양장)
파울로 코엘료 지음, 김미나 옮김, 황중환 그림 / 자음과모음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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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료 코엘료가 이제 글쓰는게 귀찮아졌아? 아님 쉽게 인세를 벌기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것???

 

책을 받아본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동화마냥 쉬운 말로 우리에게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주며 감동의 도가니로 몰고가던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마법의 순간]은 글보다는 삽화가 더 많이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명언처럼 수록된 짧은 한 두줄과 페이지 가득 채우고 있는 삽화들. 게다가 그 말들은 익히 잘 알고 있는 충고들이어서 실망감이 마음 속 우물로부터 차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냥 다 아는 이야기였으나....

 

역시 파울로 코엘료였던 것이다. 오랜만에 메모노트를 펼치고 많은 글들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카툰 안의 글들이 다 아는 이야기 같았으나 그들이 나의 마음을 두드리고 오늘을 꿈꾸게 만들고 있었으므로-. 소설을 기대했던 내게 그가 전하는 오늘은 내일이 아닌 오늘을 열심히 살 원동력이었으며 내일을 꿈꾸게 할 마법의 가루인 셈이었다.

 

p109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없는 지혜는 쓸모없는 것입니다

 

내가 기다려온 마법의 순간은 바로 이런 순간이었다. 귓가에 속삭여주는 이런 지적질(?).

오늘에 게으른 내게 꿈만 꾸는 것이 아니라 달려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채찍질. 단 한번도 얼굴 본 일이 없던 리우데자네이루 출신의 작가가 내게 오늘을 선물하고 있었다.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없는 지혜만 잔뜩 안고 살고 있던 내게.

 

p136 매사에 당신이 책임져야할 것은 당신의 의도가 아니라 당신의 행동입니다

 

라니. 어찌 찔림이 없으리요. 의도만 좋다면..혹은 좋은 의도인데 내맘도 몰라주고...라는 남을 탓하던 마음을 휘리릭 날려주는 현자의 속삭임이 가득했다. 그것도 적당히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이 생각이 더 좋지 않겠니?라는 설득의 의도를 가진 접근이라 그 부드러움 때문에라도 어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으리요.

 

p196  삶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인간의 의지를 시험합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거나

        아니면 모든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거죠

 

내일 눈떴을 때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나조차도 모르는 일. 그래서 오늘을 더 열심히 살아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미워하기 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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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불편을 팔다 - 세계 최대 라이프스타일 기업의 공습
뤼디거 융블루트 지음, 배인섭 옮김 / 미래의창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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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길에 이케아 매장에 들린 일이 있으나 그땐 정말 손톱만큼의 관심도 없었기에 그냥 지나치듯 훑고 스쳤는데,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북에 단골로 등장하다보니 자연스레 귀에 익혀졌고 그때 그냥 지나쳤던 일이 뼈에 사무칠만큼 후회스러워졌다. 아, 옛날이여!!!

 

파주매장 글들을 살펴보긴 했지만 정식 매장이 광명시에 생긴다니 꼭 다녀오고 싶은 여행코스로 특이하게 이케아 매장을 찜해두고 있다. 이케아. 손가락 한번 클릭으로 집까지 배달해주는 편리한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 또한 스스로 조립하고 완성해야하는 이케아 가구에 열광하다니...대체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단지 가격이 저렴하다고만 해서 선호하는 브랜드가 아니다보니 나는 스타벅스에 이어 이케아를 탐문해보고 싶은 욕구가 일기 시작했다.

 

그래서 손에 쥐어지게 된 [이케아, 불편을 팔다]는 딱 원하는 제목 그대로였다. 매장을 직접 방문해 가구를 고르고 배송까지 직접하면서 조립까지 해야하는 이케아는 잉바르 캄프라드에 의해 만들어진 기업이다. 독일출신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스웨덴 시골마을에서 살면서 어린 시절부터 장사에 소질이 있는 아이였다는데, 씨앗을 팔고 필기구를 팔다 급기야는 가구에 손을 대기 시작했던 것이다.

 

주식 상장도 거부한 채 베일에 싸여 있는 이 기업은 잉바르 캄프라드의 이니셜인 I,K와 더불어 자신이 어린시절부터 자라온 농장 엘름타리드의 이니셜 E와 농장의 행정구역 아군나리드의 A가 합쳐져 그 이름이 완성되었고 1943년 통신판매업체로 이케아를 창립했다. 캐시-앤-캐리 시스템을 통해 슈퍼마켓 형태의 판매 방식을 가구업계에 적용했던 그의 사업은 이제 비단 스웨덴을 넘어 전세계 젊은층을 만족시키기에 이르렀다.

 

주변에도 몇몇 지인들은 이케아 매니아다. 나 역시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언제나 눈도장을 찍는 가구 중 하나가 이케아이며,매번 새로운 디자인을 구경하고 있다. 기대하게 만드는 것. 드라마나 연애나 가구나 색다름을 선사하는 대상은 언제나 질리지 않는 법이니까. 불편해도 이케아라면...용서가 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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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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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 검시관],[사라진 이틀]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요코야마 히데오라는 작가의 이름을 머릿 속에 새겨두질 못했다. 12년 베테랑 기자출신의 작가가 던져주는 진중한 물음은 그래서 느즈막히 기억 속으로 자리 잡는다. [64]라는 소설 한 권으로.

 

"아버지를 닮아 못생겼다"라는 이유만으로 마음의 병이 깊어져 가출을 해버린 아유미. 집나간 자식으로 인해 가정은 파탄 직전에 이르렀고 직장에서의 위치도 위태위태한 중년의 남자 미카미. 그는 형사출신 언론홍보담당으로 재직중인 경찰관이다. 물과 기름처럼 겉돌기만 하는 언론과 경찰 사이에서 잘 중재해오던 그의 일이 그만 틀어져 버린 것도 부모로서의 마음이 개입되면서부터였다. 그맘때쯤 목소리만 듣고 "탁"끊는 괴전화가 집으로 걸려오기 시작하고 그의 아내는 그것이 딸 아유미의 소행이며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라 믿고 그 전화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D현경 관내 첫 강력 범죄사건이었던 [64]. 모두의 기억 속에 미해결 사건으로 자리잡은 14년 전 아마미야 쇼코의 유괴 살인사건은 그렇게 다시 D현경으로 되돌아오고. 모방범으로 보이는 범죄는 몸값2천만엔만 강탈해 가고 7살 소녀를 주검으로 발견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물론 범인은 잡히지 않은 채 미결로 끝나버렸다. 그런 사건이 다시 되풀이 되면서 미카미는 기자들과 경찰 사이에서 고심하게 되고, 아내 미나코는 그 와중에도 딸 아유미의 전화를 조사해야한다고 그를 다그친다.

 

과연 딸 아유미의 전화가 맞을까?  과연 14년 전 사건과 현 사건은 동일범의 소행일까?

 

퍼즐처럼 얽혀있던 사건들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급물살을 타고 해결의 조짐이 보여진다. 64사건으로 경찰관을 그만두고 별 일거리 없이 전전하다가 얼마전 경비로 취직한 고다. 그런 그가 당시 수사상 실수를 기록해 보고 올린 것으로 옷을 벗어야 했고 찌질하게 살 수 밖에 없었음을...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진 그의 기록인 "고다메모"가 존재함을 미카미가 알게 되면서부터 사건은 본격적으로 파헤쳐진다. 전직 형사였던 미카미의 예리한 감각은  한 어린 생명을 둘러싸고 벌어진 어른들의 추악한 이기심과 자리지키기에만 급급해 자신의 양심을 져버린 관계자들의 지난날을 후벼파면서 사회를 질탄하고 있다.

 

줄거리 상으로 보면 [64]는 얼마전 재미나게 본 우리 영화 [몽타주]와 유사점이 많다. 경찰이 파헤치는 과거 수사상의 헛점과 비리. 그리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반전. 유아 유괴라는 포인트는 같은 맥락으로 잡혀져 있다. 하지만 풀어나가는 형식이나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적 차이 때문에 유사한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 우리 앞에 동시에 펼쳐진다.

 

쇼코를 죽인 14년전 범인의 목소리를 찾아 전화 번호상의 모든 집에 전화를 건 부모의 마음이나 범인을 찾는데 집착해서 자신의 안전은 뒷전인 부모의 마음. 5월 가정의 달에 접하기엔 다소 무겁긴 하지만 그래서 반대로 가장 어울리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졌다. 부패한 사회 속에서도 정의로운 인간은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반대로 자신이 선택한 정의로 인해 삶이 무너지는 과정 속에서 인간이 지녀온 사회적, 도적성 역시 함께 무너질 수 있음도 잘 보여주는 작품이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인 것이다. [인간의 증명]에서처럼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추악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이미 추악한 상태인 인간들의 뻔뻔한 변명을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바로 [64]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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