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숙한 솜씨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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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의 책을 거꾸로 읽었다. 하지만 흐름을 이해하는데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셜록 홈즈 시리즈를 차례차례 읽지않고 에피소드별로 끌리는 이야기부터 읽었다고 해도 해당 에피소드를 풀어가는 과정을 이해하는데는 무리가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일테니까. 홈즈가 누구인지만 안다면.

 

유럽의 추리소설 대상을 휩쓴 프랑스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의 형사 베르호벤 시리즈는 [능숙한 솜씨],[알렉스],[희생]으로 이어진다. 나는 그의 작품 중 알렉스를 제일 먼저 읽고 깜짝 놀라 버렸고 이후 두번째로 능숙한 솜씨를 읽게 되었다. 사실 [웨딩드레스]라는 작품을 제일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번역본이 없는 것인지 당췌 눈에 띄이질 않아 능숙한 솜씨부터 읽게 된 것이다.

 

형사 카미유 베르호벤은 좀 특이한 캐릭터다 키가 145센티미터 밖에 안되는 남자 캐릭터면서 일처리가 야물딱진 사람이었다. 뛰어난 주인공에겐 그에 준하는 범인이 항상 존재하듯 카미유에게도 감당하기 어려울만큼 잘 빠져나가는 범인이 한 명 걸렸는데 그는 여성만을 참혹하게 난도질하여 버리는 수법으로 사람들을 경악케 만드는 놈이었다.

 

증거들을 인멸하기 급급한 범인들과 달리 그는 여기저기 의도한 듯 흔적을 흘리기도 하고 이전 사건과 연관된 단서를 남겨 자신이 연쇄살인범임을 밝혀내게 만들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사건은 한 권의 책으로부터 시작되었으니.....

 

파리 최강의 수사팀 목전에 던져진 희안한 살인사건과 신체적 사이즈와 상관없이 가장 뛰어난 형사와 범죄를 두고 줄다리기를 즐기는 범인의 정체는 시궁창 쥐처럼 밑바닥을 전전하는 녀석 따위가 아니었다. 증오 범죄도 우발적 범죄도 아닌 계획적이고 의도적이면서 스스로 게임처럼 즐기면서 살인을 저지르는 남자는 화이트칼라였고 완벽한 범죄를 위해 마지막 희생자로 임신해 있는 카미유의 여인을 납치해 살해했으니.....영화 [세븐]에서처럼 카미유를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게 만들어 진정한 피날레를 장식한 놈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마지막 희생자는 이렌과 아이가 아니라 카미유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놈은 살아남았다. 그 사실이 독자로 하여금 소스라칠만큼 끔찍하게 느끼게 만들고 말았다. 마지막 그 편지 한 통으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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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14-01-14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능숙한 솜씨]책 검색을 하다가 들어왔어요~
[웨딩드레스]책을 기다리신다는데
<그남자의 웨딩드레스>라는 책은 2012년 7월에 나왔어요.
며칠전에 읽었는데...처음엔 읽기가 좀 힘들지만 끝까지 읽어보세요. 넘넘재밌어요.^^

마법사의도시 2014-01-14 18:33   좋아요 0 | URL
[웨딩드레스]라고 소개되어있던데 [그 남자의 웨딩드레스]로 번역되어졌나봐요~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Q&A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9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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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사람의 기억이 과연 리셋될 수 있을까. 기억 상실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이 말은 무서운 말이다. 다분히 의도적인 느낌이 묻혀져 있으므로. 작가 역시 책 속에서 리셋이라는 단어를 두고 '편리하지만 불쾌한 말'이라고 정의 내려두고 있다.

 

사람들이 몽땅 리셋시키고 싶었던 어떤 사건. 그 사건이 소설에서는 '2월 M사건'에 대한 청취조사에 사람들이 불려 나오면서부터 시작된다. 경찰도 아니면서 어떤 목적으로 취재하는지 모르는 가운데 독자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진실의 조각들을 끼워맞추어야 한다. 마치 [라쇼몽]의 배리에이션판 같은 느낌이 드는 [Q & A]는 쇼핑센터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밀려나오다 압사당하는 참사를 빚게 되는 일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아무도 모른다. 정말 대형화재가 났었는지는.....!화재가 났으니 대피하라는 방송을 들었다는 사람도 있지만 방송은 듣지 못했으나 갑자기 사람들이 뛰기 시작해 나왔다는 사람도 있었다. 또 물건을 훔치는 노부부가 갑자기 흉기를 휘두르는 것을 보고 지레 겁먹고 뛰기 시작했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한 남자가 미스터리한 약을 살포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모두의 이야기가 약간씩은 사건에 발을 걸치고 있으면서도 전혀 다르게 다양한 진실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참사의 전말은 쇼핑센터에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노부부 사건이나 독가스 사건에 대해서는 정말 일어난 일인지 알 수 없었으나 쇼핑 센터 내에서는 화재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고 층마다 가득하던 사람들이 그 어떤 동시성을 가지고 급히 뛰어나오다가 병목현상으로 끼인 차들처럼 압사해버렸다는 것이다.

 

살아남은 자들의 증언을 일률적이지 못했다. 취재원이 경찰이나 검찰이 아니라 미스터리한 기관에서 나온 사람이라는 대목에서 음모론이 살짝 일기는 했지만 정작 이상한 쪽은 살아남은 사람들 쪽이었다. 그들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모임 같은 것을 만들었는데 이를 감사나 기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서바이벌이라고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이후 그들은 종교단체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날 살아남은 어린 여자아이를 교주로 두고 어른들 사이에서는 탐욕스러운 약탈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입구로 들어갔는데 전혀 엉뚱한 출구로 나오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작가의 마술에 걸려 허우적대는 거미 한마리처럼 나는 정신없이 읽고 그 다음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하루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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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진 곳의 풍경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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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여사처럼 온다 리쿠 역시 한국인이 좋아하는 일본 미스터리 작가 중 하나다. 그녀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집필한 소설이 데뷔작이 되고 나서도 꽤 한참동안을 직장여성으로 살았는데 그 성실함이 좋아 나는 한동안 그녀에게 홀릭되어 있었다.

 

한 작가에 매료되면 작가별로 작품을 소장하는 버릇이 있어 책장에는 그녀의 켠이 마련되어져 있는데 [황혼녘 백합의 뼈],[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시리즈는 미스터리하면서도 몽환적이라 좋아하는 편이다. 리세를 둘러싼 기묘한 인물들은 남자 캐릭터들이 꽃미남 스타일로 그려져 있는데 엄마이기도 하고 아빠이기도 하며 자신이 낳은 수많은 아이들의 교장선생님이기도 한 리세의 아빠도, 이붓형제이자 목숨받쳐 좋아해준 레이지, 그리고 요한, 묘한 관계 속에 있는 오빠들까지.....근친스러운 이 이야기는 로맨스에 중점을 둔 스토리가 아니라 미스터리에 중심을 두고 있기에 그들의 근친스러움은 아름답게 포장되어져 있다.

 

그런 소설을 쓴 작가 온다 리쿠가 타국으로 떠난 '작가의 스케치 여행'이 [구석진 곳의 풍경]이다. 비행기 공포증이 있어 38세가 되어서야 겨우 첫 비행을 떠난 사람치곤 그녀는 참 많은 나라들을 넘나들고 있다. 한국만해도 두번이나 방문했고, 체코, 대만, 베이징, 상하이, 스페인 등을 방문하며 작가의 남다른 감수성으로 책을 흠씬 물들이고 있었다.

 

물론 일본에 관한 애정도 잊지 않고 있다. 일본의 전통악기 샤미센이 고양이 가죽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경악스럽기까지 했다. 고양이를 여럿 키우는 내게 그 사실은 충격 그 자체였는데 일본보다 프라하는 고양이 가죽을 이용해 아기 배내옷을 만든다니....심장에 포크라도 찔러넣는 느낌이 들고 말았다. 대부분 집고양이로 길고양이가 없다는 프라하 거리의 비밀은 이렇게 밝혀지나 싶어지기도 했다.

 

어쨌든 책은 풍경이나 나의 기분에 맞춰진 것이 아니라 철저히 그 나라의 신기한 모습들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는 점만으로도 참 작가스러운 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 여행서를 보아왔지만 일반인들이 보는 시각과 작가가 체험으로 남긴 작가적 시각은 참 다르구나 싶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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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선 여인들 - 역사의 급류에 휩쓸린 동아시아 여성들의 수난사
야마자키 도모코 지음, 김경원 옮김 / 다사헌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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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과서에 올려진 '요코이야기'는 읽은 후 반한감정이 생길 수 있는 이야기라는 소식을 언젠가 전해듣고는 "어째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더랬다. 식민치하, 말도 안되는 억울함을 당한쪽은 대한민국인데, 독일처럼 종주국으로 전쟁을 일으킨 것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커녕 이를 회피하고 도리어 반한, 혐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행동들을 일삼는 일본의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들에 대해 화가났던 것이다. 물론 요코이야기는 소설일뿐이다. 하지만 이 소설 한 편으로 인해 우리의 전 역사가 침해받아야할 이유는 없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경계에 선 여인들]을 읽으며 그 생각은 약간, 2%? 쯤은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식민시대 여성들은 한국,중국,네덜란드, 동남아시아, 일본 여성 할 것 없이 모두 불행했기 때문이다. 20세기 여성사가 핍박과 고통으로 얼룩진 것에 대해 "일본"이라는 나라의 영향력이 지배적이었던 것이다.

 

일본은 우리 왕조를 파괴하고 중국의 왕조를 이용했다. 천황가와 인연이 깊다는 이유로 나시모토노미야 마사코는 이방자가 되어 영친왕 이은과 결혼해야만 했다. 일본의 황태자비로 거론되던 그녀가 하루 아침에 제나라로 인해 멸망한 왕조의 비가 되어 평생을 어느 나라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신분으로 살아야했던 것이다. 또 하나의 정략결혼은 만주국 황제의 동생 푸제에게도 강요되었는데 그는 일본 화족의 딸 히로와 결혼하는 과정에서 이미 결혼한 아내와 이혼해야 했으며 수용소에 갇히고 첫 딸의 자살을 살아서 감당해내야만 했다.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었던 과정이었을 것이다.

 

왕족들의 삶에서 "선택권'이 없어졌을때 서민들의 삶은 말해 더 무엇하겠는가. 일본인과 조선인의 결혼이 "내선결혼"이라는 이름 하에 일본의 국가 정책으로 수행되어졌고, 일본 처녀들을 만주땅 신붓감으로 보내진 "대륙의 신부" 정책도 일본이 동북지구와 소비에트 땅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세운 정책이었다. "사람의 삶"이 정치 앞에서 짓밟혀왔던 것이다. 이후 나라와 나라 사이에 끼여 불행한 삶을 살다간 이들에 대한 보상은 그 어디에서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단 한 번 밖에 살 수 없었던 인생이 이토록 허망하게 느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일본의 만행을 더듬을 때 반드시 언급되어져야 하고 사과받아내야만하는 "종군 위안부" 내용이 이 책에서 빠질리 없다. 일본인 여성 연구가의 손으로 쓰여진 책이라 우리의 가슴을 후벼팔만큼 가슴 절절하게 쓰여지지는 않았지만 아시아 여성들을 "일본의 성노예"로  끌고 갔음을 인정하는 대목이라 제법 꼼꼼히 읽게 된다. 이들의 야만적인 행위는 아시아 여성을 넘어 네덜란드 여성에게까지 이어졌다니, 읽는 순간순간 두 주먹이 불끈 쥐어지고 눈 시울이 저절로 벌게 졌다. 국가의 이익을 앞세워 자신들의 범죄를 덮으려하는 일본의 만행에 대한 수준높은 각성의 소리외침이 커져가도 모자란 판에 종군위안부들이 모두 죽어 증인이 세상에서 사라지기를 기다린다는 그들의 말도 안되는 처사에 유감스러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일본에는 이렇게 비양심,비도덕적인 사람만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에스페란토주의자 하세가와 테루 부부는 '반전운동'을 평생 펼치며 살다 갔고 국적은 일본인이지만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우치 모토이는 3대에 걸쳐 한국 고아에 헌신하고 버려진 재일 조선인 노인들에게 봉사해왔다고 한다.

 

우리는 분명 역사적으로 상처입엇다.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선조들이 있고 현재도 일본의 만행을 수시로 뉴스로 접하며 분노하며 산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마지막으로 책장을 덮기 전에 동출판사에서 출간한 다른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복거일 저자의 [역사가 말하게 하라]는 제목이었는데, 이 제목이 [경계에 선 여인들]을 읽고 마음이 착찹한 내게 해답을 주는 것 같았다. 역사를 외곡하고 공정하고 윤색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진실된 역사 앞에 사죄받을 일이 많은 우리들은 역사가 말하게 하는 것에 힘써야 옳지 않을까. 역사가 말하는 순간, 그 모든 일들은 한 타래의 실처럼 술술 풀려나가리라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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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아이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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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이 넘으면 어른으로 살아가게 될 줄 알았다. 10대의 어린 마음으로 바라본 스무살은 어른이 되는 문이므로. 하지만 20대는 어른이기보다는 사회를 알아가는 과정에 선 나이였고 30대는 어른이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나이였다. 40대가 되면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이제 어른이 되기보다는 어른으로 살아가는 시기가 준비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랜만에 읽는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 '울지 않는 아이'는 '우는 어른'과 비교했을때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내용이 실려 있을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스스로의 어른이 되는 나이도 틀림이 있었듯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두고도 나는 여전히 틀린 답을 내어놓은 것이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울지 않는 아이'는 아이의 이야기를 내어놓은 내용이 아니다.

 

물론 부모님과 함께 놀러갔던 놀이동산의 추억이 잠시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한 부분이 상당부분 기재되어져 있다. 추억나누기. 세상에 내어놓기는 했지만 에세이의 펜 끝은 자신을 향해 있다. 내가 이런 적도 있었지....당신이 알고 있는 것처럼 내게 이런 시절이 있기도 했답니다...식으로 읽혀진다. 얌전한 발레리나같은 프로필 사진만 대했던 내게 그녀는 놀라운 과거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유부남과 사귀던 시절의 자신에 대해서. "불륜'이 아닌 연애로 바라본 지난날의 자신. 무언가 다른 생각의 기준을 가지고 있기에 그녀는 열린 시각으로 소설을 쓰는 작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대목에서 나는 그녀의 소설 중 '낙하하는 저녁'이 떠올려졌다. 그녀는 리카같은 사람이었는데, 알고보면 하나코처럼 생각하며 사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고.

 

좋고 싫음이 분명한 아빠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작가로 살아가고 있지만 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고 용감하게 밝히고 있다. 그 아빠의 그 딸답다. 하지만 그녀는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또 딱 그만큼 증오한다고 말했다. 기억하나 가득할만큼 가족을 떠나고 싶었던 자신에 대한 고백. 어른스러운 동화 '밤비'를 사랑하는 자신의 취향, 과자를 좋아하고 야마다 에이미를 읽고, 혼자서 찻집에 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이야기. 자신을 무척이나 별난 사람처럼 그려놓았지만 내게 그녀는 독특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일상에 대한 관찰력이 뛰어난 여자로 여겨졌다. 진한 감수성으로 자신을 둘러보고 사람들의 일상에 관심이 많은 여자. 그런 여자의 글이라서 나는 그녀의 필체가 좋다. 사실 이런 에세이류보다는 그녀가 쓰는 소설이 훨씬 더 좋다. 간결하면서도 독특한 음율이 느껴지는 문장이 눈을 고급스럽게 사로잡기 때문이다. 그녀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새로운 바람의 향을 느끼는 것과 같기에.

 

닥치는 대로 썼다는 8년치 에세이를 한 권으로 묶어내고 당황스럽다고 말하는 그녀, 에쿠니 가오리. 행복한 필연과 경솔함에 대해 후회하는 그녀의 마지막 고백은 그래서 작가의 고백답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세상에 무언가를 내어놓아야 직성이 풀리면서도 막상 손끝을 떠나 종이에 그 내용이 찍히면 그날부터 후회하기 시작하는 모습이 작가스럽다고 생각되어졌기 때문이다.

 

'울지 않는 아이'는 읽고나니 역설적인 제목이었다. 그녀는 글을 통해 울고 있었다. 소리 없이 칭얼거리기도 했고 나즈막하게 불평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어른스럽게 마무리할 줄 알았다. 그래서 이 책은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성장 에세이라고 불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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