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레슨 - 아름다워지는 비결 일본 최고의 뷰티 스쿨에서 배운다
도요카와 쯔기노 지음, 김명선 옮김 / 이보라이프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세상에서 가장 말도 안되는 말을 들었을 때처럼 나는 순간 멍해졌다. 날씬해지는 것은 간단하다고?

그렇다면 세상의 그 많은 다이어트 서적과 디톡스 산업, 약과 건강보조 식품 및 피부시술 & 미용시술들은 왜 그만큼 성업 중인거지? 이 여자 거짓말 하기만 해봐라! 는 마음으로 나는 30세에 모델로 컴백해 여전히 현역 모델로 활동 중인 도요카와 쯔기노의 [뷰티레슨]을 읽기 시작했다. 마음 속엔 꼬투리를 가득 잡아내리라 독을 품고(?).

 

p224 아름다움데 대한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예쁘다라는 기준이 어떤지는 TV를 한 주만 시청해도 알 수 있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그들의 생김새가 현재의 미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 그 세대만 공감하는 미를 넘어선 아름다움도 존재한다. 스칼렛 오하라의 앙큼함, 그레이스 켈리의 우아한 고전미,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압도적인 아름다움, 오드리 헵번의 내면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단아함 등등  시대적 가치와 아름다움의 기준이 달라져도 영원히 아름답게 느껴지는 여인들의 그 차별화된 아름다움. 20대,30대, 40대가 되어도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은 물론 바른 자세, 긍정의 마인드, 맑은 피부가 기본 베이스화 되어야 한다는 점이 40세를 바라보는 도요카와 쯔기노가 알려주고자하는 뷰티팁이었다. 흠잡을 곳이 없었다. 만약 그녀가 허리를 1인치 줄이는 자세라든지, 적게 먹고 가볍게 살 수 있는 식단을 가지고 책을 구성했다면 나는 독한 말들을 많이 내뱉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뷰티서적들을 보다 보면 그들이 따라하기 쉽다고 내어놓은 식단이나 운동들은 생각보다 습관화하기 어려운 것들이었고 1~2분을 할애하여 매일매일 꾸준히 실천할 수 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우리들은 일상을 살아간다. 게을러서가 아니다. 연예인이나 프리랜서처럼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순간이 태반이다. 24시간 중 가장 오래 붙들려 있는 곳은 역시 회사. 그리고 퇴근 후에도 업무의 연장선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정작 집에 와서는 잠만 자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 라이프사이클링 속에서 '매일매일', '꾸준히', '신경써서'라는 단어는 이미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아간 풍선처럼 멀리 있는 이웃단어가 되고 만다.

 

유명 여배우, 톱모델, 각종 미인대회 수상자들을 대거 발굴해낸 도요카와 쯔기노의 48가지 뷰티 룰은 급한 마음으로 시작할 필요가 없어 일단 맘편히 읽기 좋다. 비록 1장은 <바로 미인이 되는 9가지 습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천천하 읽다보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가령 당장 선글라스를 준비하는 일은 집에 있는 선글라스를 꺼내 늘 품고 다니면 되고 없다면 스마트폰을 이용해 출퇴근시 버스나 지하철에서 소셜쇼핑으로 득템해도 된다. <이런 남자와 사귀면 아름다워진다>는 충고도 마찬가지다. 칭찬을 하고 아름다움을 배려해주는 남자친구와 사귀는 여자들이 훨씬 아름답다는 것인데 즉, 말의 영향력에 따른 결과이기에 이 팁 역시 매일매일 해야하는 것은 아니니 어렵게 실천할 필요는 없는 충고다.

 

P52 지나치게 완벽해지려고 하지 마라

 

스트레스는 노안을 부른다. 남의 주는 것도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것도 스트레스는 결국 나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다. 지나친 완벽주의자를 뜻하는 '스토익'이라는 단어에 반대되는 사람으로 사는 편이 되려 편하다는 거다. 백 점 다 맞고 사는 인생은 없다. 스트레스가 쌓여 신체 세포가 산화되는 것보다는 웃으면서 넉넉하게 사는 쪽이 훨신 현명해 보인다. 이제사 하는 고백이지만 인생에서 걱정하고 고민하던 일 중 9/10은 일어나지 않았다. 절대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사는 방법은 간단했다.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며 사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추측은 없는 일에 속한다. 그래서 감정적이 되면 항상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이 일 속에서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며 이성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을 벌곤 했다. 나는 경험으로 깨달은 이치를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간단히 배우겠구나 싶어 살짝 부럽기도 했지만 좋은 책을 골라낸 정성이 복을 불러온 것이라 그들을 되려 칭찬해주고 싶어졌다.

 

반대로 몰랐던 사실들은 재미나게 읽히기도 했는데 '얼음이 들어간 음료는 미용의 적'이라는 페이지 글이었다. 모델들은 얼음 없이 마신단다. 차가운 음료는 위장에 안 좋을 뿐만 아니라 몸이 차가운 것은 만병의 근원이기 때문에. 체온 1도에 면역력 60%의 활성화가 달려있다는 사실은 처음 듣는 이야기여서 솔깃해졌다. 그토록 빼기 힘들다는 셀룰라이트가 몸을 차갑게 했을 때 생기는 것이라고 하니 이제부터 톡톡 쏘는 차가운 탄산음료와는 조금씩 이별을 고해야겠다 싶다.

 

그리고 잘못 알았던 상식 한 가지.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 12CM가 넘는 하이힐을 신고 뛰어 다니고 장시간 서 있는 직업군이었던 나는 몇년 전 건강에 적신호를 받아들여 하이힐을 다 던져 버렸다. 단화나 운동화 혹은 땅에 붙어다닐만한 신들만 구비하고 있는데 의사의 충고와 달리 아름다움을 위해서는 주 3일은 단화, 4일은 하이힐을 신는 쪽이 좋단다. 건강하게 사는 것도 좋지만 아름다움도 포기할 수 없는 법. 적절히 타협해서 건강하게 사는 동안 아름답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이 책으로 인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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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사용법 - 변호사 앞에만 서면 주눅드는 당신을 위한 전문가 사용법 시리즈 1
김향훈 지음 / 라온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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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변호인'이라는 영화를 보고 눈시울을 붉힌 적이 있다. 내 맘 같은 변호사. 그런 변호사가 흔하지 않기에 천만관객과 함께 감동을 호흡했던 것이 아닐까. 그 모델이 된 전직 대통령에 대한 논란은 잠시 접어두고서라도. 이야기 자체는 정말 서민을 위한 서민에 의한 서민이었던 한 변호사의 용기있는 외침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변호사를 만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법 없이도 살 것 같던 내게도 법과 가까이 해야할 순간이 오긴 했으니 재판이 교통사고와 같다는 저자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살아보니까. 나만 운전을 잘한다고 해서 교통사고를 피해갈 수 없는 것처럼 소송도 마찬가지다. 나만 법을 잘 지키고 살아간다고 해서 소송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악의적인 상대방을 만나고 상대의 거짓과 뻔뻔함이 지속되는데 큰 금액이 아니라고 해서 넘어가 버리면 또 다른 피해자들이 속출할 것만 같았고 정말 그렇게 되어버렸다.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도 양심을 저버리고 '나만 행복하면 돼'라며 도덕적인 삶을 던진 한 아줌마와 나는 소송이 붙었고 법원이 나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여전히 그 아줌마는 여기저기 사기를치고 거짓말을 해 대며 '나는 멋지고 좋은 사람. 세상을 위해 애쓰는 사람'이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일삼고 살고 있다. 법원의 판결은 무시한 채로. 나는 나쁘지 않으나 상황이 그땐 그랬다며 자기합리화로 자신을 포장하고 정치인이 되기 위한 초석을 닦고 다니는 그 아줌마가 절대 지역에서건, 나라에서건 공적인물이 되어 '공공의 적'이 되지 않기를. 힘을 휘둘러 더 많은 억울한 사람들을 양상해내지 않기를 바라면서 나는 법을 뒤져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관공서를 뛰어다녔다.

 

그 와중에 섞어 문드러진 관행도 보았고 그저 관공서의 한 귀퉁이에 책상을 가지고 있을 뿐이면서 그것도 권력이라고 큰소리 쳐대는 웃긴 인사도 보았으며 '악질적인 여자'라며 분노하고 함께 애석해했지만 그조차도 어쩔 수 없어 화만 내던 사람도 겪어보았다. 2년.참으로 길고 긴 시간동안 '할 수 없어서 못한 것'보다는 차례차례 순서를 밟아가며 차근히 나아가자는 생각으로 진행해온 시간이었기에 처음부터 마지막의 한 방은 준비해두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래서 쓰러지지 않고 끝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런 내게 2년 전부터 이 변호사의 책이 주어졌더라면 어땠을까. 바로 사회에서 그녀를 매장시켜버리고 가족에게 얼굴을 들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쉬운 방법을 택해버렸을까. 그렇지 않다면 그냥 손놓고 포기해버렸을까. 어쩌면 2년전 그날 같은 오늘을 맞고 있는 나같은 누군가에게 이 책은 '선택'을 위한 좋은 교본이 될 수 있겠다 싶어져 책의 내용을 공유하고 싶어졌다.

 

12년 차 현직 변호사가 폭로하는 그들의 속마음! 은행의 사용법처럼 이 책을 읽고나면 '변호사'라는 직함은 이전과 달리 아주 쉬운 이웃의 이름이 될지도 모른다. 거대한 벽같았고 '갑질'하는 인간들의 하수인 같기만 했던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면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변호사 2만 명의 시대다.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 그들로부터 정당한 법률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그들이 사는 세계를 알아야만 한다. 계산을 읽고 생각을 읽고 그들이 정신을 바짝 차리게 만들어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야만한다. 내 변호사는 내 편일까? 그렇게 생각해왔던 순진한 마음을 버리고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 되어 재판부도 동료 변호사도 의뢰인의 편도 아닌 그들이 내 이야기에 귀기울이게 만드는 것도 오롯이 나의 몫이다. 수임료를 지불했다고 재판을 변호사에게만 맡겨둔다면 그것 역시 방임이 되는 것이다. 나의 일인데. 그 누구보다 내가 앞장서야 하는 일인데 말이다.

 

p164  어느 업종이든 나쁜 사람은 꼭 있다

 

나의 경우엔 이미 나쁜 사람을 만나버렸다. 그리고 변호사와 법에게도 뒤통수를 맞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승소판결을 받았고 법적으로나 객관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상황적으로나 악질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피의자에 대한 공정한 처벌을 준비중에 있다.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고 무서워할 방법으로. 그 과정을 겪으면서 '나는 안전할 것이다'라는 착각을 버렸다. 세상이 조화롭지 않지만 우리는 조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톡톡히 배운 시간이었고 나의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적극적으로 나설때 세상도 나를 돕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시간이기도 했다.

 

이 책은 '제대로 선택해서 제대로 활용하여 최대한의 억울한 상황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사람'을 위한 스타트북처럼 읽혔으면 좋겠다. 변호사 선정의 기준부터 전문 변호사를 식별하는 방법과 재판 비용에 이르기까지 그간 궁금했던 질문에 대한 답들이 다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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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패밀리
고은규 지음 / 작가정신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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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삐걱거림이 보인다.  제 오라비에게 "새끼야"라고 거침없이 내뱉는 여동생이 있질 않나~ 스물둘이나 되는 아들은 어린애처럼 대하면서 정작 반 년 가까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남편에겐 관심없는 엄마,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미주알 고주알 아빠에게 찾아가 그대로 불어서 가정 내에서 별명이 '확성기'인 오빠. 어쩌면 평범할지 모르고 또 어쩌면 너무나 슬퍼서 눈물조차 안 날 이 가족들은 불량가족보다야 훨씬 건전하게 살아가고 고 있는 소시민들이지만 화목하지도 희망차지도 않아 나는 이들이 과연 <<알바패밀리>> 속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도입부 내내 궁금했더랬다.

 

자칭 타칭 "세일즈 프로모션" 리뷰왕인 여동생 로라는 주목할 만한 상품 사용 후기를 남겨 스스로 용돈을 풍족히 벌어쓰고 있는 자립형 20대다. 엄마가 친적들마다 붙잡고 자랑할만큼. 그런 그녀는 재가 발랄한 문장과, 유머 재치 등을 기본 무기로 탑재한 채 제품에 대한 타이트한 분석을 통해 많은 팔로워들을 양상해냈고 그녀가 올리는 물품들은 재빠르게 판매되면서 로라는 인터넷 후기 완판녀로 등극했다. 다만 활용한 값비싼 물품들은 리뷰작성 후 '소비자보호원'까지 들먹이며 곧바로 반품되기 일쑤였고 값싼 옷들은 가차 없이 내버려졌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일까.

 

로라가 세상의 한 쪽에서 반품을 치는 사이, 특색 없는 '호두가구'를 운영중인 아버지는 반대의 입장이 되어 반품에 반품을 맞고 있었다. 방송 상품으로 판매 되었다가 경쟁사에서 1+1을 하는 바람에 죄다 반품받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로라는 누구를 닮았단 말인가. 아버지보다는 역시 엄마쪽 피가 강했던 것일까. 가격에 민감햇던 엄마는 옆 마트보다 가격이 비싸면 거침 없이 항의하고 불친절한 계산원을 고객만족센터에 알려야만 직성이 풀렸다. 마치 로라처럼. 하지만 엄마는 자신의 미래를 한치 앞도 알지 못했으니...바로 그랬던 엄마가 마트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오호, 통재라~

 

세상사 새옹지마라고 한때 리뷰왕이었던 로라는 강퇴당한 후 스포츠센터의 수질요원으로 고생하다 R컬렉션의 시간제 알바로 정착하나 싶더니 편의점 알바의 삶으로 내던져졌다. 오빠 로민 역시 R컬렉션에서 일하다 동정심이 혹해 거지에게 옷 한벌 건넸다가 잘렸고 엄마는 생활고에 찌들리다가 마트 계산원으로 전단지 배포원으로 겨우겨우 삶을 꾸려나간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이자 무능한 가장이었던 아빠 역시 가구회사를 말아먹은 후 가족들 몰래 인간간판(?) 알바를 하다가 가족들이 행사보조요원으로 일하는 곳에 나타나 국회의원을 향해 빵을 내던지는 만행을 저질러버렸다.

 

P 163  그러나 의욕은 의욕으로 끝났다

 

우습게도 이들의 모습이 대한민국 서민들의 생활과 다르지 않다는 거다. 물론 희화되었고 풍자되었으며 다소 블랙코미디처럼 연출되어 있지만 뉴스에 연일보도되는 가계대출, 빚잔치인 대한민국 가정경제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 무섭도록 소름끼친다. 이들의 미래가 불투명 한 것처럼 우리네 인생도 한 줄기 빛이 들어차지 않을까봐 약간의 우려와 걱정 섞인 시선으로 책을 읽다가 그만 끝까지 다 읽어 버렸다. 우습지만 슬펐고 기발했지만 눈물겨웠다. 그토록 배꼽잡고 뒹굴렀던 <트렁커> 와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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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 2015년 제1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근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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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회 세계문학상 대상작의 작품은 고양이 집사들에겐 깜짝 놀라고도 남을만한 제목을 달고 세상에 나왔다.

<고양이를 잡아 먹은 오리>라니. 오리가 진짜 고양이를???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1억원 고료 소설의 내용은 그 상금과 상관없이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뒤흔들만큼 충격적이었는데 의외로 그 첫문당은 담담하게 그리고 평이하게 시작된다.

 

p7 불광천에는 오리가 산다

 

로 시작해서 바로 다음 문장이 '돈이 없다'이다. 삼단논법에 따라 그리하여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오리를? 이 아니라 아무 상관 없는 이 두 문장이 합쳐져서 그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이야기다. 2012년 8월 통장엔 1764원 밖에 없던 시절, 월세조차 내지 못해 마지막 통첩을 받아야 했던 33세의 남자는 일당 5만원짜리 일거리를 잡기 위해 해치아파트 1305호 노인을 만나러 집을 나섰다.

 

p14 오로지 오리만. 되도록 선명하게. 얼굴을 똑똑히 알아볼 수 있도록

 

찍어 오는 것이 그의 임무. 노인이 기르던 고양이 호순이를 불광천 수많은 오리 중 한마리가 홀랑 잡아 먹어버렸단다. 그것도 노인이 보는 눈 앞에서. 그 원수의 얼굴을 잊지 못해 오리를 잡고야 말겠다는 노인은 그가 하루 종일 찍어오는 오리들의 사진을 보며 범인 색출에 나섰다. 아불싸. 혼자가 아니었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던 여자도 노인에게 고용되어 함께 사진을 찍고 있었던 것이다. 형편에 쪼들려가며 소설을 쓰던 남자와 증권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다 주식으로 전재산을 다 날려 버린 여자는 매일매일 불광천에 나와 오리들의 얼굴을 요리조리 살펴가며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댔다. 하지만 그놈이 그놈 같고 저놈도 이놈같은 얼굴 속에서 그때 그 오리를 찾는 일이란 바늘 구멍을 통과할 수 있는 낙타를 찾는 일과 같았다. 그래서 그들은 노인을 위해 호순이와 똑같은 고양이를 찾기 시작했다. 죽었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한 바에야 살아있는 것으로 둔갑시킨다면 노인이 이 소모적인 일들을 다 그만 둘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노인의 꼬맹이 손자가 동참했고 다른 마음이긴 했지만 노인의 아들도 동참했다. 손자와 달리 아들은 아비의 돈이 목적이었지만.

 

떵떵거릴만큼 잘 살던 노인은 아들로 인해 재산을 다 잃었다. 병으로 아내도 잃고 오리 때문에 애지중지하던 고양이도 잃었다. 말년운이 이토록 박복한 노인에게도 볕뜰날이 오려는지 핏방울 하나 섞이지 않은 두 남녀와 가족인 손자가 그를 걱정하며 그를 위한 연극에 나섰던 것이다. 그들은 동물병원, 보호소, 인터넷 카페 등을 뒤져서 호순이와 똑같은 고양이를 찾아내고 돈에 눈이 먼 아들을 시켜 오리 한마리를 찾아냈다. 그리고 노인 앞에 그들을 들이밀었다. 제발 그가 그만두어주기를 기대하면서.

 

하지만 노인은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아무 말이 없다. 그저 오리와 고양이만 쳐댜볼 뿐. 그리고 그는 우문현답을 솔로몬 왕처럼 내렸다. "고양이가 오리를 잡아먹는지, 오리가 고양이를 잡아먹는지, 둘 중 하나로 결판이 나야 나도 다음에 어떻게 할지 결정할 수 있겠다"라며. 둘을 그냥 지켜보기로 했단다. 이보다 현명한 답이 또 어디 있을까. 오리와 고양이는 현명하게도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공존의 길을 찾았고 노인의 집에도 드디어 평화가 찾아왔다.

 

그런데 마지막에 남은 의문 하나. 정말 호순이는 오리에게 잡아 먹혔던 것일까? 세상에는 고양이를 잡아 먹는 오리도 있단 말인가? 이 의문은 대체 어디서 풀어야 한단 말인가. 동물농장에라도 제보해서 그 답을 얻어야 하는 것일까. 난감하네. 정말 난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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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Is Not Easy - 죽어도 영어가 늘지 않는 당신을 위한 책
루시 구티에레즈 지음, Claire Park 감수 / NEWRUN(뉴런)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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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기본 영어"라고 불리던 영어 문법서가 있었다. 요즘 학생들이야 더 좋은 책들이 차고 넘치다보니 고르고 골라서 공부하겠지만 그 시절 우리들에겐 "빨간 기본 영어","맨투맨","성문영어"가 전부였다. 이렇게 고백하고 보니 나이가 참 많은 것 같지만 그 시절 독서실에 가면 교과서와 참고서 외엔 이 책들이 기본으로 꽂혀 있었고 서로 빌려보고 빌려주기도 했더랬다. 그때 그 친구들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있는지 참 그립기만하다.

 

잠시 추억에 잠길 수 있도록 만든 루시 구티에레즈의 "ENGLISH IS NOT EASY"는 표지가 빨간색이다. 미국이나 영국도 아닌 바르셀로나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가 한국으로 보낸 '죽어도 영어가 늘지 않는 당신을 위한 책'이라니 참 낯설다. 보통 영어는 미쿡(?)사람이나 영국사람 내지는 호주사람에게 배우는 것이라 여겼는데 그동안의 편견을 깨고 기분좋게 다시 영어를 가까이 접하게 만든 것은 그녀가 첫 장에 고백한 그 솔직한 마음이 내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세상엔 언어를 쉽게 배우는 사람과 언어 때문에 고군분투하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고 후자에 속한다는 그녀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들인 시간과 돈이 꽤 된다는 그 고백! 대다수 주입식 영어교육을 받아온 대한민국 사람들의 현실과 동일한 그 고백! 그녀의 과거가 나의 지난 날과 닮아 있어 쓴웃음이 났고 쉽게 똑똑해지도록 만들어주겠다는 그 용기에 탐복해 다시 영어와 친해지려 노력해보기로 결심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을 활용하는 팁 한가지! 어디서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어른들을 위한 생활영어를 그림과 함께 쉽게 익힐 수 있도록 알려주겠단다. 그렇다면 그림->영어->한글 순으로 눈옮김을 한다면 쭉 훑어보면서도 잔상들이 머릿 속에 남아 영어실력이 쑥쑥 자라나게 될 것만 같았다.

 

일주일. 딱 일주일동안 이 책을 틈틈이 활용하면서 가장 큰 수확은 "꾸준히" 탐독했다는 거다. 졸업후 공부다운 공부를 하려고 결심하면 작심삼일이 되었던 것과 달리 구티에레즈의 영어책은 일주일이나 스스로 찾아보게 만들었고 쓰면서 달달 외워 익히는 표현들이 아니라 즐거이 구경하며 자주자주 펼쳐보게 만드는....머릿 속에 사진을 찰칵 찍어 영상을 기억하게 만드는 효과를 내고 있었다. 딱 일주일만에 뭐 그리 똑똑해졌으랴 만은 적어도 2015년 다시 영어와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게 되었고 이 책이 너덜너덜해질때까지 보고 또 보게 되겠구나 라는 희망이 생겼다.

 

목차만 보자면 기존의 문법책에 나오는 것들과 유사해 보인다. 주격대명사/현재시제/의문사/명령문/가산불가산 명사/장소 전치사/비교급 최상급/과거진행시제 등등. 하지만 알파벳만 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책을 천천히 읽어보는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여백이 많고 그림이 많고 재미가 가득해 다시 영어문법을 시작하고 싶은 성인에게 강추하게 되는 책이 바로 이 빨간 표지의 책이다.

 

영어 공부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 책은 가뭄 끝에 만나는 단비처럼 시원하고 또 달콤하게 느껴질 것이다. 내게도 그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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