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통역하다
박혜림 지음 / NEWRUN(뉴런)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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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력은 특이했다. HR분야의 애널리스트로 3년간 근무하며 순발력 있게 일했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에 지원하여 특별한 경험을 쌓았으며  

특히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에서 뛸 때 그녀는 처음부터 좌절감을 맛봐야했다. 다른 분야에서 3년의 시간을 보냈고 여러 나라 정상들을 만나 동시통역을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글로벌 에티켓을 자연스레 익히기 전까지 문화차이는 그녀를 힘들게 괴롭히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현명한 어머니가 충고했듯이             

 

 

P30   어려움 일을 간단히 풀고 싶으면 피하거나 그만두면 돼.

       좀 어렵지만 확실히 푸는 방법은 버티면서 해결하는 건데, 어려운 대신 보답이 반드시 주어져. 어떻게 할래?

 

 

그년는 다부지게 마음먹고 야물딱지게 해냈다. 95개의 표 중 63표를 받으면서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의 입에서 터져나온 도시의 이름이 "평창"이었던 것이다. 에너지를 다 쏟아붓고 그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그때의 그 경험들이 스스로의 성장발판이 되어 주었다며 회고하고 있다.

 

 2010년 황반원공 판정을 받고 실명될 수 있다는 의사의 소견을 뒤로하고 수술을 감했던 용기와 우연히 지원했던 <뷰티워>에서 탑3안에 들었던 일. 이때 인맥을 넓혀둔 덕분에 당시 작가의 추천으로 <슈퍼스타K>에서 한 외국인 출연자의 통역을 맡게 되는 등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가면서 반대로 삶을 더 진지한 자세로 바라보게 되었던 것 같다. 미란다 커를 인터뷰 했을 때도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교수님의 말씀처럼 "순차통역은 준비를 잘하는 사람이 유리하나 배짱이 두둑한 사람은 그보다 더 유리한 사람"일 수 밖에 없다. 마치 그녀를 두고 한 말씀같은 그 말의 의미를 20대에 알았더라면 그때의 나 역시 좀 더 대담하게 살아낼 수 있었을까.

 

그녀는 언제나 열정적이었다. 특이한 커리어로 인해 이곳저곳에서 통역사로 출연하며 인터뷰 기사들이 솓아지고 화장품 광고까지 찍게 되는 등 많은 기회를 얻으며 살아왔다. 부럽긴 하지만 이 역시 그녀가 순간순간을 충만하게 엮어왔기에 이루어진 것들이리라.

영어전공자가 아니라 법대출신이었고 유학파 출신이 아니었기에 하루의 시작은 경제 잡지인 <이코노미스트>로 끝맺음은 CNN으로 마무리하는 등 고군분투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녀에겐 시간이 약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토록 원했던 유학길에 올랐고 몬터레이 대학원에서 통역에 관한 체계적이며 전문적인 공부를 해나갈 수 있었다.

 

그 외에도 EBS 교육방송 강사이자 SBS스타킹 '불굴의 영어킹' 우승 멘토이며 서울시 정보화 기획단 통번역사로 일했던 그녀는 승무원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멋진 외모를 지녔다. 하지만 외모 이면에는 승부사 기질도 있으며 하고자 하는 일을 끝까지 해내는 악바리 같은 면도 있어 지금껏 어떻게 성공가도를 달려왔는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게 만든다. 지금에야 지나온 이력들을 나열하면 '참 재미있는 일들을 해왔구나' 싶지만 그 순간순간은 숨이 턱에 차 괴로웠을 때도 있었을 것이며 좌절하기도 했을 것이다. 다만 시작이 두려워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다면 이 모든 기회도 다른 누군가의 몫이 되었을 터. 어려운 일을 피하거나 두려워하지만 않는다면 시간은 언제나 열심히 임하는 사람의 손을 들어준다는 것을 나는 그녀의 삶을 통해서 또한번 간접 경험하게 되엇다.

 

Omnia causa fiunt 모든 일에는 다 그 이유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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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렇게 살자 - 그대의 가슴을 향해 쓴 CBS 변상욱 대기자의 트윗 멘토링
변상욱 지음 / 레드우드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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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려는 검도를 하지 말고 훌륭한 검도를 이루려 하라고 말하는 저자는 CBS 기자인 모양이다. 그가 전하는 트윗 멘토링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마음 둘 곳이 없을 때 이 글들을 접하게 되면 조용한 힐링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내가 그랬던 것처럼. 적어도 "치사하게 살지 말자"는 그 말에 찔리는 일은 없이 살 수 있을 듯 하다. 스승이 했던 건배사라는 이 말이 저자에게는 좌우명 중 하나라는데 바꾸어 생각하면 세상은 복잡하고 또한 지극히 자리합리화가 강하게 이루어지는 싸움터여서 어느 한 순간은 치사하게 살게 될 순간과 마딱드려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문장을 가슴에 새긴다면 '나를 위한 선택'중에서 적어도 '하지 말아야할 선택'은 피해갈 수 있지 않을까.

 

사회라는 곳이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짜증 나게 하는 곳임에는 분명하다. 때로는 최선을 좇는 것이 항상 현명한 것도 아니다. 그의 말처럼 최적도 있고 적절도 있을테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삶을 살아나갈려면 위로도 받고 희망도 찾아가며 씩씩하게 견뎌내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삶이 그런 판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 역시 나의 몫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 이렇게 살자] 속의 명언처럼 좋은 말들을 읽으면서 내게 든 생각은 바로 이것! 이었다.

 

이 책이 주는 가장 긍정적인 영향력은 '위로'가 아닌 '용기'였다. 나의 경우엔. 출사표를 던진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나태해져 있던 내게, 갑질하려는 어느 인간과의 싸움에서 지쳐있던 내게, 하고자하는 일들을 입으로만 말할 뿐 실천으로 옮기는 것에는 미적대고 있던 내게 책은 앞으로 나아갈 추진력을 전해주었다.

 

P137 늘 자신에게 빛이 되어야 합니다

 

결국 <시크릿>도 <매직>도 <신이 선물한 기적 E=3>도 믿고 나아가다보면 주어진다는 것을 알려주는 알림글들이었다. [우리 이렇게 살자]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날마다 행복하고 날마다 희망을 발견하며 살기 위해서는

 

P61  날마다 좋은 날 되소서!!

 

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한다. 좋은 날에도 잘 지내고 좋지 않은 날에도 잘지내면서 가장 사랑해야할 대상인 나를 케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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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사람이다 - 사회심리에세이
이명수 지음 / 유리창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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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가스와 전기가 끊긴 건물 옥상에서 경찰 헬기가 발사하는 최루액을 뒤집어 썼고 고압 전기총과 볼트자국이 지워지지 않을만큼 강하게 볼트총에 맞았고, 곤봉과 발차기로 구타당한 폭력장면이 외신의 어느 보도 장면에서 보여진 것도 아니고 70,80년대 데모대의 영상에서 보여진 것도 아닌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라니 가슴이 먹먹해지고 말았다.

 

P22  여기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세월호 유가족의 사연이 담긴 책을 읽을 때도 꼭 저랬다. 사람이 있었다. 그곳에-. 쌍용차 해고자들의 파업현장에도 사람이 있었다. 폭력도 난무했다. 하지만 우리는 주의깊게 보지 못했다. 살아가는 것이 바빠서. 나의 일이 아니므로. 반성하고 통탄해도 나누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후회와 미안함은 여전히 가슴 밑바닥에 잔여물처럼 고여버린다. 언론을 통해 왜 우리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던 것일까. 바른 언론보도는 이제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한 현실이 되어버린 것일까?!

 

서민이 울고 서민이 쓰러지고 서민이 죽고나면 '시민'이라고 불릴 사람들 없이 국가가 어떻게 존속하려고 이렇게 서민의 눈시울을 수도꼭지처럼 줄줄 틀어놓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 조국 대한민국은. 먼 타지에서 마약범으로 몰려 국가에 도움을 청했던 배우 전도연 주연의 한 영화 속에서 외교부는 국민을 철저히 외면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분노케했고 배우 송강호가 주연했던 영화 속에서 국가는 한 대학생을 본보기로 삼아 처단하고자 할만큼 잔인했다. 그런 모습으로 보여지곤했던 내가 태어난 나라 '대한민국'

 

스포츠에서 이기거나 어느 한 인물이 글로벌한 시선을 받을 때 나는 '대한민국 국민'임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하지만 반면에 이런 글들을 접할때면 답답해지고 화를 내게 된다. 내 나라 대한민국에. 울고 울리고 웃기고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내 나라. 이 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음을 언제쯤 알아줄 것인지.

 

P29 함께 사는 게 문제가 돼서 전복될 국가라면 진작 무너지는 게 좋다

 

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순 없다. 하지만 함께 사는 게 문제가 되는 나라라면 분명 문제가(?) 큰 나라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한류의 바람이 불고 있는 나라에서 왜 이런 야만적인 시간이 도려내어지지 않는 것일까. 이것도 정상이고 저것도 정상이다라며 고치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의 그 태도가 문제가 아닐까.

 

물론 파업을 하면 제일 답답한 사람들은 국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 민영화를 두고 "불편해도 괜찮아. 철도파업 이겨라"라는 온라인 격려글들이 올려졌다고 했다. 아무에게도 불편을 주지 않는 파업은 존재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잠깐의 불편함을 참고 후일 닥칠 큰 곤란을 막고자 한 사람들 역시 국민이요 시민이고 서민들이었다. 심심해야 좋은 사회라는데 뉴스를 봐도 불편하고 드라마를 봐도 불편하고 당장 내 집 창문만 열어도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야 한다면 이 나라에서 어떻게 사람들이 살아가겠는가.

 

P30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사람같이 사는 것

 

지난 2년 내내 나는 노동법이 노동자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닌 노동자를 통제하기 위한 경제인들을 위해 존재하는구나를 뼈저리게 느끼며 노동청과 법률구조공단, 법원 등지를 드나들었다. 백화점가서 제 쓸 것 다쓰고 남으면 1만원씩, 10만원씩 월급을 주며 직원들의 울화통을 터지게 만든 악덕 고용주의 악행을 막기 위해서. 나 혼자만의 일이었다면 그냥 접어버렸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야심 하에 작정하고 직원들을 무료료 써먹고 "월급 주세요"하면 한 달, 두 달, 석 달 밀린 월급은 나몰라라하고 바로 잘라버리는 단두대의 여왕처럼 살고 있다. 지금 이순간에도. 누구라고 말하면 알만한 회사의 대표로. 돈이 없어서라고 말하지만 정작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활동비, 진행비를 직원의 월급으로 써 버리고 빈 손을 내밀기 일쑤인 이 아줌마에게 법원은 고작 '지급하라'는 명령서 한장을 발부했을 뿐. 이마저도 특별히 자신이 살아가는데 제재가 가해지지 않으니 코웃음을 치면서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더 분노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처럼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눈을 찔러 울음을 터뜨리게 만들면서 뒤에서 웃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나라여서.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노동부가 노동자들에게 생색용으로만 존재하고 실질적인 최후의 보루가 되지 못한다면 해체하는 게 백번 맞다 는 말.(P97) 예전같으면 다소 과격하게 들렸을지도 모를 이 말에 이제는 고객가 절로 끄덕여지는 일들을 겪으면서 나는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성인으로 살아가는 일은 울음을 삼켜야할만큼 잔인하고 슬픈 일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 달라고 소리치고 싶어지는 건 저자나 나나 매한가지가 아닐까.

 

책을 펼치면서 저자의 이력보다 "어느 편으로 살지 않았다. 늘 내편이려고 했다."라는 문장이 먼저 눈에 차 한참을 읽고 또 읽으며 되뇌였다. '사람'답게 살고프면서 '나잇값'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 '상식이 통하는 오늘'을 살고 싶어지는 바램을 버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다잡으며 나는 제목처럼 '그래야 사람이다'라는 그 말을 이 책에서 억울함을 생성해낸 사람들과 여전히 파렴치한 처럼 살아가고 있는 그 아줌마에게 퍼부어주고 싶어졌다. 언제쯤 속시원하게 그 면상 앞에서 이 말을 퍼부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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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묘지에 사는 남자
피터 S. 비글 지음, 정윤조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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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고상','네뷸러상','잉크팟 평생 공로상'을 수상한 작가 피터s 비글이 열 아홉에 쓴 <공동묘지에 사는 남자>는 제목부터 특이했다. 뭐지? 왜 공동묘지에서 사는 거야? 작가 이름은 왜 또 비글(3대 악마견이라 불리는 그 견종. 물론 이 모든 것이 인간의 편견에서 비롯되어 붙여진 별명이지만) 인 거야? 싶었으나 문학수첩에서 발행한 작가 비글의 책은 블루빛 차분한 표지로 봄빛에 나가 읽기 좋을만큼 그립감이 좋은 적당두께의 서적이었다.

 

p13   공동 묘지에 화장실을 만드는 곳은 시인들의 도시야

 

1939년 미국 맨해튼에서 태어난 도시남자인 작가는 19년 간이나 공동묘지에서 살고 있는 한 남자, 리벡을 탄생 시켰다. 역시 '충만'보다는 '결핍'에 의해 쓰여졌을 이 소설 속 주인공 리벡은 오래된 영묘 속에서 잠을 자며 까마귀가 훔쳐다준 소시지 따위를 먹으며 산다. 왜? 언제부터? 라기 보다는 무엇 때문에?라고 묻고 싶어지는 이 남자의 속사정. 소설을 읽으며 그것을 발견하기를 기대했으나 글의 길은 그가 아닌 리벡이 묘지에서 만나게 된 영혼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그 길을 열어 나간다.

 

p77  죽음은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는 거에요. 자신을 위해서든 다른 사람을 위해서든

 

아내가 자신을 독살했다고 믿고 있는 34세의 영혼 마이클이 진실을 알게 되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반면 약제사로 일하다가 파산하고 목욕가운 바람으로 공동묘지에서 살게 된 조너선 리벡의 경우엔 다시 세상으로 나가야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19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은 똑같이 주어지지만 절대 공평하지 않았다. 두 경우만 보아도.

 

정상적인 삶의 패턴에서 벗어나서일까. 유령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들과 말을 나누고 음식을 물어다주는 까마귀와 대화가 가능하게 된 리벡이 유일하게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는 시간은 남편 모리스를 추모하러 오는 클래퍼 부인을 만날 수 있는 시간. 살이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하며 살지만 그래도 19년 전 도망쳐 왔던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보니 리벡은 다시 살아있는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아가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두려웠기 때문에.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 속에서 늙은 도둑은 말년에 석방되지만 그에게는 오랫동안 익숙해져온 감옥이 고향 같은 곳이라 그만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을 택하고 마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우리에게는 일상인 삶의 시간이 어쩌면 그 늙은 도둑이나 리벡같은 사람에게는 같이 맞물려 돌아가기 두려운 곳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게 주어진 하루를 되돌아볼 시간을 갖게 되었다. 잠시 읽던 책의 페이지를 접어두고.

 

p392  이제 어떻게 할 거에요?

 

라는 평범한 이 질문이 이토록 무겁게 느껴지다니. 결국 시간이 걸렸을 분 리벡은 살아있는 사람들과의 삶을 택했다. 그리고 돌아왔다 거트루드 클래퍼의 손을 잡고. 해피엔딩이라고 해도 좋을까? !   공동묘지에 사는 남자라는 매력적인 제목의 소설이 작가가 19세에 쓴 소설이라는 것을 감안했을때 인생을 충분히 산 사람의 그것이 아닌 10대의 인간이 어쩜 이토록 묵직한 화두를 가지고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싶어져 다시금 놀라고 말았다. 마치 스크루지 영감이 만난 마지막 크리스마스의 유령과 마주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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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그래피 매거진 3 심재명 - 심재명 편 - 우리 삶은 회화보다 영화에 가깝다, Biograghy Magazine
스리체어스 편집부 엮음 / 스리체어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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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물을 선정하여 그 인물에 대한 내용으로 그 한 권을 꽉꽉 채워 격월간으로 발행되는 잡지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에 영화 기획자 심재명이 실린다고 하여 얼른 그 책을 찜콩하였는데 일반 잡지와 달리 패션화보처럼 나온 잡지를 보고 "이런 잡지야말로 소장을,,,"이라며 친한 친구에게 소개하며 크게 웃고 말았다. 책을 좋아하는 내게도 요즘 책값들은 부담이 된다. 한 권에 20000원 가량하는 책을 손에 잡기라도 하면 10만원을 들고나가도 서점에서 살 수 있는 책은 채 5권이 되질 않을때가 많다.

 

출판사만 뭐라 할 수는 없다. 그만큼 물가가 올라버린데 비해 개인의 연봉은 동결되어 버린 탓도 있으므로. 하지만 삶이 팍팍할수록 사람들의 마음 속을 따땃히 데워줄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그 이야기들을 담는 그릇이 책이고 영화다.

 

p85  상업 영화의 최종 책임자는 제작자예요

 

법적 문제가 생겼을 때 진행과 책임은 물론 수익의 정산과 배분, 스탭을 고르고 배우를 캐스팅 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판단은 제작자의 몫이었다. 그냥 될성 싶은 영화에 돈이나 투자하는 것이 제작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제리 브룩하이머 등등 헐리우드 대형 제작자들의 이름을 보며 그들은 돈이 많아서 제작하나보다 생각했던 치기 어린 생각은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심재명 편을 보며 산산히 부서졌다. 제작자의 어깨는 상당히 무거워보인다.

 

심재명 대표는 소위 잘 되는 영화들을 골라온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그녀는 귀기울여야할 이야기들을 스크린으로 옮겨왔다. <결혼이야기>,<공동경비구역 jsa>,<카트> 등등 우리가 알아야할 이야기를 상업적으로 대중화해서 보여준 것이 명필름이 지난 세월 해 온 일이었다. 영화진흥회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명필름이 제작한 총 34편의 영화 중에서 손익 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14편이라고 한다. 참 많은 제목들이 머릿 속을 스쳐가는데 고작 14편이라니....대한민국의 영화제작자로 살아가는 일은 일반 서민들이 살아가는 그것처럼 참으로 힘겨운 싸움이구나 싶어지는 대목이다.

 

이제껏 명필름의 대표로 심재명 이라는 이름 석자만 알고 있었는데 그녀는 남편과 공동대표직에 있었다. 그래서 여성 혼자 그 짐을 다 짊어진 쪽보다는 절반쯤 쉬웠을거라고 겸손히 말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추진력 강한 여성과 함께 사는 남자는 대체 어떤 남자일까 궁금해졌는데 비즈니스 감각이 뛰어난 이은 대표는 명필름 대표이자 명핌름영화학교 교장, 파주출판단지협동조합이사장, 한국영화제작가 협회 회장 등 총 4개의 직함을 달고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었다. 역시 평범한 남자는 아니었던 거다. 연극영화학도였던 그는 상업영화가 아닌 노동 영화로 잔뼈가 굵어온 사람이었다. 1987년작 <공장의 불빛>이라는 16분짜리 영화 한 편이 인생을 180도 바꾸어 버렸던 것. 이후 심재명 대표와 결혼해 명필름의 공동대표가 되면서 크리에이티브한 쪽은 심대표가 파이낸싱이나 제작 현장 운영쪽은 이대표가 나누어 맡아 운영해 왔다고 했다. 그리고 이들 부부의 5년지대계는 헐리우드가 아닌 중국 영화 시장쪽을 바라보며 서 있다.

 

무엇보다 읽으면서 뭉클했던 건 명필름이 추구하는 기본 가치가 '사람'에 있다는 거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많고 쉽게들 입으로 말하고 만다. 하지만 이렇듯 결과물로 성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영화사는 흔치 않아 나는 그들의 그 마음이 진심이라고 믿고 있다. 영화는 결국 사람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그 영화를 완성하는 것 역시 사람이므로. 명필름이 사람을 대하는 그 자세가 발라서 나는 명필름의 영화를 더 사랑할 수 밖에 없다.

 

1세대 여성 프로듀서로 불리는 영화기획자 심재명이 세상에 내어놓을 다음 영화를 기다리며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이 다음 호에 싣게 될 인물은 또 누구일지 살짝 궁금해졌다. 어떤 인물이든 가볍게도 무겁게도 아닌 딱 이 정도의 무게로 인터뷰해주기를-.

 

위인전이 아닌 살아있는 인물의 인터뷰 북을 이토록 멋지게 보고 소중히 소장할 수 있다니...그것 또한 멋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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