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하루여행 - 주말이 아니어도 주머니가 가벼워도 언제든
고현 글.사진 / 컬처그라퍼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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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자유' 친구가 내게 붙였던 꼬리표였다. 정말 그랬는데 요즘의 나는 그 마음만 품고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한 마리의 닭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리 불행하지는 않은...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순간부터 그 책임감이 족쇄가 되어 나의 자유에 한계점이 지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마음이 가득해 별로 후회스럽지는 않다는 말이다. 다만 짧게라도 여행을 다니긴 해야겠다 싶어진다. 마음에 자꾸만 바람이 불어서-.

 

주중에는 열심히 일하고 주말과 연차 등을 이용해 신나게 자주 해외여행을 다니는 멋진 이웃이 있다. 반려하는 고양이 중 한녀석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이름이어서 이웃이 되어 틈틈이 구경가곤 했는데 종국엔 그 삶이 너무 멋지고 내가 원했던 삶이라 소통하며 그 인생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멀리서이긴 하지만.

 

그런 멋진 이웃들이 내겐 몇몇 사람 있는데 그들이 있어 나는 '살아가는 대로 생각하는 삶이 아닌 생각대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반짝반짝 빛나는 것인지 알게 되었고 발이 묶인 지금도 답답증 없이 내 의지대로의 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들 덕분에.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의 에디터가 쓴 [완벽한 하루여행]을 발견한 기쁨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읽혔다. 친구들과 1년의 펜션여행을, 외국인 친구들을 위한 몇 달 간의 템플스테이를, 엄마와 함께 한 1년간의 모녀 여행을 다녔으나 아직 국내에서 못 가본 명소들이 많았고 홀로 떠나 맘껏 즐기다 오고픈 곳들이 즐비했다. 대한민국 곳곳엔-.

 

내가 활용해 보고자 펼쳐든 책인데 보는 내내 나는 또 엉뚱한 상상들을 하고 만다. 1박 2일팀에 이 책을 보내볼까? 매번 갔던 지명이 자주 들리던데 제천 내토전통시장/의림지/청풍호 관광 모노레일/비봉산/청풍문화재단지/청풍랜드만 해도 훌륭한 1박 2일 코스가 그려지니 말이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절대 관심 가져둘 일이 없었을 제천, 울진, 군산, 상주 등의 도시도 책을 통해 보니 한번 여행가보고 싶을 정도로 구미가 당기는 장소였다. 게다가 소개하는 방식도 아주 심플했다. 코스 역시 복잡하지 않았고 딱 특색만을 포인트로 잡아준대다가 찾아가는 방법이나 1인 기준의 여행경비를 통해 예산을 쉽게 책정할 수 있었고 지도 역시 간단명료해서 길치인 나도 코스를 잡기 좋았다. 군데군데 한 곳 정도는 꼭 맛집이나 멋집이 소개되어 현지 한끼를 맛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으니 금상첨화.

 

특히 달맞이 공원은 부산에만 있는 지명인 줄 알았더니 목포에도 똑같은 지명이 있었고 그 주변에는 삼학도 카누캠프가 있어 특별한 경험까지 해 볼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다. 2인승이니 누군가 여행의 동반행이 있을 때 목표 카누캠프에 한번 다녀와야겠다 싶어진다. 시골이지만 고택하나 없다하고 그렇다고 완전 도심의 형태도 갖추지 못한 도시 상주의 경우는 시간이 근대사에 딱 멈춘 것만 같은 시가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 국제 승마장이 있어 승마체험이 가능하단다. 놀라운 것은 시내버스가 승마장 안까지 오가니 교통편까지 좋다는 점.

 

보통은 여행서적을 구경할 때 그 지명부터 목차를 통해 먼저 눈으로 훑고 내용을 차근차근 읽어나가면서 그 지역별 명소나 맛집들을 눈여겨 보았는데 [완벽한 하루여행]은 지명 앞에 달린 타이틀을 눈여겨 보게 되었다. 가령 '여권 없이 떠나는 이국여행 : 인천','금속활자의 도시에 서린 노스탤지어 : 청주', '갤러리와 옛 골목의 만남 : 천안' 등의 이름표는 저자가 이 지역의 어떤 면을 보여주고자 했는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고 그저 유명 관광지만을 골라 책으로 내지 않았음을 내보이고 있어 한결 더 믿음이 갔달까.

 

여행을 두고 완벽함을 추구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짧은 코스를 가볍게 툭 던져주듯 알려주는 여행서적이 지금의 내겐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거창하게 길게 비싼 여행이 아닌 내 고양이들을 잠시 두고 떠나고 금방 돌아올 수 있는 여행. 잠깐의 힐링타임을 맛보고 올 수 있는 즐거운 여행. 이 책 속에 그 방법들이 가득했다. 행복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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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신문고는 어디에 : 문화방송 녹취록 사건을 파헤치며 - 왕초보의 대한민국 검찰문화 입문기
조정윤 지음 / 가나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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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잘 지키며 딱지 한번 안 끊기고 살아왔는데 막상 억울하게 법 앞에 섰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였다.  관련 서류를 떼러 다닐때마다 죄 지은 놈은 따로 있는데 그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 쪽이 공무원들의 불친절함을 다 받아내야만 했고 두 번, 세 번 출두하고 관공서를 뛰어다니면서 길바닥에 차비를 수차례 뿌려대야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했던 것은 단 하나. 나의 억울함을, 마음 속 불붙은 울화를 바닥으로 꺼내리는 일이었다.

 

 

p11  법이 결코 먼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상식이며 도덕이며 윤리 안에 있다면

 

 

그렇게 알고 살아왔는데 단단히 뒤통수 맞았다. 물론 재판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그 고생에 고생을 다하면서도 진실 앞에 서고자 했던 개인이 얻어낸 것은 너덜너덜해진 신체와 정신이었다. 죄 지은 놈은 나라의 돈까지 받아가며 돈을 펑펑 쓰면서도 '돈 없어서 못내겠다' 이런 소리나 하고 있었으니. 시민으로써 냈던 세금이 아깝게 느껴지던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나처럼 멀리 있던 법에 단단히 뒤통수 맞은 사람이 저자였다. 문학박사로, 대학강의로 그 뼈를 굳혀 왔던 저자에게 법은 국민을 수호하는 단단한 울타리였을 것이다. 이 일을 겪기 전까지는.

 

사법 피해자에 대한 구조없는 헌법이 얼마나 사람을 피폐하게 몰아가는지....억울함이 가슴 저 끝까지 미세핏줄처럼 퍼져나가 사람을 미치고 팔짝 뛰게 만드는지 잘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겠다. 60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비의료인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고발을 받고 2011년 6월 사법 사건의 당사자가 된 저자는 뉴스에서도 들은 바 있는 '사무장 병원' 을 개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구속 수사를 받게 되었다고 했다.

 

사건의 시작은 이랬다. 2010년 건물주가 건평 900여평의 9층 건물을 매입하여 임대하려 할때 가장 많은 문의가 들어왔던 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이었다고 했다. 장기 임대 및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는 곳이 많아 상담 전화가 빗발쳤는데 그때 안과 수술 후 강의를 쉬고 있던 저자가 상담 전화를 돕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보물 제작을 맡아 10여개 월의 시간을 임대 계약 주선에 힘썼는데 그 와중에 여중 동창회에 참석했다가 50년 만에 동창 심씨를 만나게 된다. 독신으로 38년을 의사생활을 해온 동창이 관심을 보이자 그동안 임대의 의사를 가장 적극적으로 보여왔던 정신과 전문의 병원장보다는 팔을 안으로 굽혀 동창에게 임대하기로 하고 대신 인테리어 비용을 조율하고 병원 장비들을 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개원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동창에게 계속 독촉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반대로 자신은 업자들의 독촉에 시달리다가 먼저 돈을 좀 빌려서라도 개원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친구의 말만 믿고 투자하게 되었던 것. 그리고 그 선택이 족쇄가 되어 그녀의 인생을 흔들어 놓았다.

 

진정 사건 588번의 피의자.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법적인 서류에서 그녀는 이렇게 불리게 되었다. 딱 1달간 청구업무를 하다가 너무 일을 못해 퇴사를 권고받자 우러급 석달분과 이사비를 내어놓으라고 협박했던 권모씨가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해당 병원을 사무장 병원으로 고발했던 것. 비슷한 혐의를 받았던 병원들과 달리 해당 병원은 함정 수사에 표적이  된 것처럼 결론을 내려놓고 윽박지르며 수사가 진행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억울하지만 빠른 종결을 위해 권모씨에게 3천만원의 합의금을 지급하는 것이 좋겠다는 변호사의 권고를 받아들여 거금을 울며 겨자먹기로 건냈다고 했다. 이런 경우가 또 어디 있을까. 법으로 그 무죄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낼 수가 없다니...아무리 대한민국 헌법이 완벽할 수 없다고 해도!!

 

그 상황에서 mbc방송 녹취록 사건이 터지면서 수사관과 권모씨가 짜고치는 고스톱격으로 법을 갖고 놀면서 돈을 노리고 한 행위들임에 전국민 앞에 밝혀졌지만 비리 수사관만 파면 되었을 뿐 검찰은 이 일을 쉬쉬하며 덮기에 급급했다고 하니.. 법이 사람을 지키는 데 쓰이지 않고 밥줄을 지키는 데 쓰인 것만 같아 씁쓸해질 뿐이었다.

 

건물의 임대만 도우려했을 뿐인데.....자금력 없는 친구를 대신해 그 사정을 좀 바줬을 뿐인데 그녀는 법정에 출두해야했고 감금 당해야했고 결국 그 억울함을 100% 털어낼 수도 없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나같으면 홧병으로 몹쓸병에 걸리거나 그만 죽어버리지 않았을까 싶어지는 대목이었다.

 

세상에는 참 많은 사기꾼들이 존재한다. 돈이 있건 없건 그들과 엮이는 일 없이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목표인 나는 이 사건을 책으로 읽으며 내가 겪은 일은 새 발의 피였을 뿐이구나. 이 사건에서도 내 사건에서도 고의적으로 상대를 피말리는 일은 나쁘다 하겠으나 나는 비교적 그래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으며 그 사건이 종결지어졌구나 싶어 도리어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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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대 문명의 창조자들 - 10,000년 전 하이테크의 비밀
에리히 폰 데니켄 지음, 김소희 옮김 / 청년정신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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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과 고고학.

생뚱맞아 보이지만 왠지 설득력 있어 보이는 이 조합은 사실 일요일 오전 방송인 '서프라이즈' 에서 몇 번 봤던 내용이긴 하지만 그저 그럴수 있겠구나 하고 지나쳤던 내용들.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논픽션을 펴낸 필자가 쓴 [초고대 문명의 창조자들] 속에서 그 내용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루시퍼라는 단어가 룩스(빛)와 페레(가지고 있다)에서 유래된 단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나는 저자처럼 의문을 품은 적이 없다. 그저 그러려니...그런가보다 했다. 그 차이가 그와 나의 탐구의 거리를 넓힌 것처럼 역사/문명/문화에 관심을 갖고 사느냐 아니냐에 따라 알게 되는 범위는 달라진다. 그렇다고 해서 더 유식하고 무식하다는 잣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건 그 속에서 깨알 재미를 찾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은 확실했다. 나 같은 성향의 사람이라면.

 

 

P 24 그곳에선 15,000년 전에 있었던 일들까지 기록된 달력이 발견되었는데....

 

 

한스 호르비거. 히틀러의 친구인 그가 왜 이 책에 등장해야 하는 것일까. 부유하게 자라 엔지니어가 된 괴짜사내는 훗날 '세계빙하이론'의 근간이 되는 주장을 1913년에 발표했는데 수많은 문명들이 달이 대기권과 폭발할 때마다 사라져왔고 인류는 제 3기에 이미 문명을 완성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런 그를 책은 '예언자'라고 칭하고 있다. 히틀러의 무한지지를 받았던 그는 지구가 겪은 여러 차례의 재앙에 대해서도 언급한 바 있는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일지 저자는 연구를 통해 자신의 성과를 책으로 밝혀내고 있었다.

 

1. 거인은 실제로 존재했을까?

성경의 기록은 르바임의 키 외에도 다윗의 용사 십브개가 거인의 자손인 십배를 쓰러뜨린 내용과 에녹서 14장을 통해 거인들이 실제로 존재했음을 적어두었고 <오디세이>,<길가메시 서사시>의 점토판에서도 거인의 흔적을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고고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지중해 거인벽,렉스 길로이 박사가 보여준 거대한 선사시대 도구들, 거인발자국 등등을 들어 거인의 실제를 밝혀내고 있다.

 

2.에드먼드 키스의 이론

하루는 30시간 / 한시간은 22분 / 각 달은 24일이되 2월과 4월은 25일 / 티와나쿠 태양의 문은 일년 12달과 춘하추동을 포시한 달력

 

볼리비아 안데스 고지대의 유적지인 '티와나쿠' 서남쪽에 푸마푼쿠라 불리는 대형 피라미드들이 서 있는데 그 크기에 압도당한 후엔 그 정교함에 놀랄 수 밖에 없고 그 재질에 까무러칠 수 밖에 없는 유적지이지만 나치 철학으로 인해 고고학 분야에서 한편으로 제껴져 둔 곳이라고 했다. 요즘 한 스포츠 스타가 방송인으로 그 방향을 전환하면서 그에 의해 '합리적인 의심'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그 합리적인 의심을 이 책에 결부시켜 이 미스터리들을 파헤쳐보고 싶게 만들고 싶어졌다. 앞 부분만 읽었을 뿐인데도.

 

수학적인 계산력이 약한 것처럼 심증적인 의심 말고 과학적인 의심을 해보라고 하면 사람들은 고개를 내두른다.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책이 제시하는 방향대로 읽어나가다보면 어렵다 쉽다의 문제가 아니라 왜 계속 발굴되지 않는가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더 알고 싶고 더 궁금해져버렸으므로.

 

읽는 내내 어렵다 황당하다라고만 일관한다면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 결코. 하지만 이런 주장도 있구나 라는 여지를 두고 읽는다면 이 책은 그 어떤 미스터리 서적이나 인문학 서적보다 중요한 정보와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물론 다소 딱딱한 페이지도 있고 읽다가 쉬어 읽어야 할 부분도 있다. 하지만 끝까지 읽어내면 한 시간, 두 시간짜리 고고학 프로그램보다 더 방대한 양의 내용을 시청한 것과 같은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이 책에 대한 반박도 좋고 더 깊숙한 연구도 좋다. 어느 쪽이든 논쟁이 붙여져 활발한 연구가 이어지고 다음번에는 더 확장된 결과들을 읽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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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예쁘다 - 육아의 블랙홀에 빠진 엄마들을 위한 힐링 에세이
김미나 지음 / 지식너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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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커플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외고와 명문대를 나와 잘나가는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중 사내연애를 했다고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는 '알음알음' 김미나씨. 그 안정된 직장을 결혼 1년 만에 둘 다 확 그만둬 버리고 세계여행을 9개월간 갔다 왔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그 주인공이 어마어마한 재력가였다는데서 시작된 것이지만 이 부부의 결단은 얼마나 용감한 것이었는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일이다. 돌아와도 보장된 것은 없었고 9개월 내내 '이혼'이 언급될 정도로 처절하게 싸우고 돌아왔단다. 그래서였을까. 살면서 싸울 기력을 초장에 다 소비해버려서인지 이들 부부 아주 평범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정도 멋지게 여행을 하고 돌아와서 왜 책을 내지 않았던 것일까. 신혼 1년차 부부가 그것도 회사까지 사표쓰고 여행을 몇달간 갔다올 그런 일은 그리 흔하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말이다.

 

p11  엄마가 되고 나서, 나의 모든 단어 사전은 새롭게 쓰여졌다

 

얼마후 재취업이 된 남편과 달리 경력이 단절되어버린 저자는 그 시간동안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자신을 발견했고 책/영화/드라마 등 문화 전 반에 걸친 해박한 지식을 100% 활용하여 블로그에 좋은 글들을 올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2년 터울의 두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다. 많이 배웠다고 많이 경험했다고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그녀의 책을 보며 깨닫는다. 똑같다. 모든 엄마들에게 주어지는 환경은! 그 속에서 얼마나 배워나갈 수 있는지만 다를 뿐.

 

소설가 공지영의 책 속 말을 빌어 그녀는 육아의 힘듦을 토로해 놓은 페이지가 있다. '엄마는 아이에게 손을 대지 않고도 아이를 어딘가 이상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가진 존재'라고. 개념 없는 엄마들이 공공장소에게 제 아이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찰때가 있는데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속으로 찜찜한 건 내가 아직 엄마가 되어 보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왔다. 머리로는 캐스린 포브즈의 <엄마의 은행통장>의 엄마처럼 매순간 현명한 선택을 하고 싶지만 감정선이 위~아래~로 제멋대로인 나를 잘 알기 때문에 폭발하지 않고 화내지 않고 잘 말할 수 있을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사실은.

 

반려동물과 살면서도 화를 낼 경우가 생기는데 반려동물이나 아기들이나 대화 소통에 장벽이 있는 것은 매한가지. 남의 아이를 가르쳐보았지 내 아이를 길러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미스터리한 시간은 내게 sf의 공간일 수 밖에 없다. 만약 두 아이를 키워낸 내 친구가 이 책을 읽었다면 주마등처럼 스쳐갈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려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육아를 경험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저자의 체험담은 각자에게 유용하게 읽히는 팁일 수 밖에 없다. 키워본 쪽도 자신의 아이를 키워낸 방법 외엔 모르고 키워보지 않은 쪽은 더더군다나 방법에 대해 문외한이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쏠쏠할 수 밖에.

 

p269  지금의 나를 정말 나답게 해준, 지금의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것들

 

친구 j에게 인생의 현명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게 된 것도 다 두 아이를 길러낸 내공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이 부분에서 나는 다시 내 현명한 친구가 떠올려졌는데, 같은 나이이며 같은 세대를 대한민국에서 함께 겪으며 살아왔다고 해도 살아온 방식이 다르면 내공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저자가 j에게 인생의 팁을 충고하듯 나 역시 내 친구에게 언제나 정신과 상담보다 더 좋은 힐링을 받아내고 있으니까.

 

그녀의 고백처럼 아이를 키우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얼마나 어려우면 아이 하나를 제대로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을까. '미친 탱탱볼'이라 불리는 둘째와 섬세하고 예민한 언어를 구사한다든 첫째를 보며 오늘도 그 추억들을 글로 담고 있을지 모를 저자의 힐링 에세이는 친한친구의 멋진 상담처럼 행복감을 선사한다. 전문가가 불라불라하는 어려운 용어도 없고 그저 담담하게 쓰여진 육아서를 다시 꺼내볼 때 즈음에는 나 역시 엄마가 되어 있을까? 하지만 이 모든 순서의 앞은 먼저 결혼이다. 그래, 결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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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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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루지 영감, 놀부 영감에 이은 괴팍 삼총사 영감 세트에 어울릴만한 노인을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속에서 발견했다. 그 이름은 오베. 무뚝뚝하면서도 불뚝불뚝 불뚝 성질을 내고 평생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 줄 모르던 영감은 지금 자살을 꿈꾸고 있다. 아내가 죽은지 6개월만에.

 

p58  그는 딱히 필요가 없는 이상 무언가를 굳이 기억하려 든 적이 없는 남자였다

       무척 행복하다가 몇 년 뒤에는 그렇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성장과정이 특별했던 사람, 오베. 그는 참 쓸쓸하고 외롭게 자랐다. 현재의 고집불통 상태의 노인네 오베를 보면 골목 어귀에서 마주치면 피해갈 그런 유형의 인간이지만 그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너무나 외롭게 자라 보듬어주고 싶은 그런 소년이 서 있었다. 사람들 한 가운데. 자신이 얼마나 쓸쓸한지조차 모르게 자란 그런 아이.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었고 그 과정 속에서도 사람들과 섞일 줄 몰랐다. 중상모략을 당하는 순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지만 스스로 자신을 믿고 소신을 꿋꿋하게 지켜냈을 뿐.

 

짧은 시간을 함께 한 아버지였지만 그에게 바르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던 그의 인생에 유일한 한줄기 빛이자 인연을 맺고 살게 된 사람은 그의 아내. 도둑의 누명을 썼지만 그 일이 전화위복이 되어 그는 아내를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아내는 이제 세상에 없다.

 

p21 좀 느긋하게 살면 좋지 않아요?

 

누군가가 오베에게 물은 적 있지만 그는 절대 타협할 생각이 없었다. 이웃이 이사 오건 말건 누가 죽건 말건 신경쓰고 싶지 않았지만 매일매일 자살할 생각만 하고 있던 이 까칠한 할배에 어느날부터 하나 둘씩 귀찮은 일이 일어났다. 무엇하나 제대로 하는 법 없이 참견만 하고자 하는 무한 긍정의 이웃이 옆집으로 이사를 왔고 철로에 떨어진 사람을 얼떨결에 구하게 되었고 귀찮아질 것이 뻔한 고양이 한 마리가 집 주변을 얼쩡대기 시작했던 것.

 

p114  모든 길은 원래 당신이 하기로 예정된 일로 통하게 돼 있어요

 

우리 모두 눈 앞의 시간을 살아갈 뿐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토록 사람과 소통할 줄 모르고 살아왔던 오베영감의 장례식날 300명이 넘는 사람이 참석했다. 분명 조문객 금지라고 말했는데 불구하고. 그 언행은 다소 퉁명스러웠을지 모르나 올곧은 마음 속에 따뜻함을 담을 공간을 간직한 채 오랜 시간을 살아왔던 외로운 영감의 진심이 사람들에게 전해졌던 것은 아닐까. 이웃에 이런 영감이 있었다면 분명 나는 맨날 대문을 사이에 두고 싸웠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소설과 영화로 만나본 오베 영감은 괴팍하기만 한 노인네가 아니었다. 2015년 말에 개봉될 영화의 주인공으로 누가 낙점된지 모르겠지만 영화의 마지막엔 눈물 가득한 얼굴로 막 웃어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이 스토리.

 

p177  자살하기에는 내일도 오늘 못잖게 괜찮은 날이다

 

일년 365일은 자살하기에 참 좋은 날일지도 모른다. 어느 날을 고르건. 하지만 그 별난 오베 영감이 자살을 포기하고 주어진 삶을 살다 간 것처럼 지금 이 순간 자살을 꿈꾸는 세상 어디의 누군가에게도 조금 더 살아보면 멋진 내일이 준비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견디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현재가 너무나 고통스럽고 쓸쓸하다면...하지만 조금만 더 게을러져보는 건 어떨까. 자살하고 싶은 마음에서....멀어져. 그 실행을 조금 더 미루고 미루다보면 그 좋은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 이 할배가 누렸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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