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리랜드 1 - 셉템버와 마녀의 스푼
캐서린 M. 밸런트 지음, 공보경 옮김, 아나 후안 그림 / 작가정신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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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태어났지만 왠지 모르게 9월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소녀 셉템버. 어느날 초록 바람의 꼬임에 빠져 암표범의 등에 올라타고 페어리랜드로 향하게 된 그녀 앞에 펼쳐진 세상은 규칙이 가득한 알 수 없는 이상한 나라였다. 화요일에 태어난 어린 숙녀를 제외하고는 연금술을 행하는 것이 금지되었다는 그곳. 때마침 화요일에 태어난 셉템버는 게임속에서 모험을 떠나듯 요정국의 탐험을 시작했는데 그 어린 날 읽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 이야기에 비하면 아주아주 이해하기 쉬운 동화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려운 내용도 아니고 빽빽하게 쓰여진 것도 아닌데 이야기는 읽는 도중에 몇 번이나 쉬고 끊어 읽어야 할 만큼 많은 상상력을 한 문장 속에 가득 심어 놓았다. 이들이 읽는 내내 그 씨앗을 터뜨려버리는 바람에 나는 읽기를 계속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p118 잘했든 잘못했든 이미 끝난 일이야...

 

 

 

오즈의 마법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셀로, 맥베스 등등이 떠올려지는 이름들이나 장면들이 엿보이는가 하면 지루하고 고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내일을 만나고 싶어한 소녀의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시작되기 때문에 굳이 돌아오지 못하게 되더라도 그리 슬프지 않을 거 같은 이야기가 바로 [페어리랜드1]이었다. 셉템버의 아버지는 전쟁터에, 엄마는 비행기 공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기 보다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들을 잘 해내야하는 아이로 셉템버가 자라난 것과 비슷하게 후작 역시 가난하게 살면서 학대까지 받으며 살았기에 현실의 세상은 만족스러운 오늘이 아니었다. 이들에겐.

 

그래서 떠나고 싶었던 것일까. 그리고 정말 재미난 일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고마워요'라는 한 남자를 동시에 남편으로 맞이한 자매는 인간 늑대인 남편이 사람일때는 동생 '잘 가요'의 남편으로, 늑대일 때는 언니 '안녕하세요' 남편으로 나뉘어 살고 있다고 했다. 사이좋게-. 마녀 자매는 미래를 들여다보고 미래가 잘 이루어지게 돕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당연한 궁금증일 뿐일텐데 미래를 궁금해하는 셉템버를 두고 그들은 '아주 독특한 아이'를 만났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미래를 보여주며 후작에 대한 당부도 잊질 않아다. '조심해서 가요' 와' 잘 만났어요'라고 불린 형제를 죽였다면서.

 

다음으로 만나는 요정들 역시 신기한 존재이긴 마찬가지였다. 그 중에서 특히 사공은 인간이 원숭이에서 진화된 종족이며 요정은 개구리에서 진화된 종족이라고 알려주었다. 개구리와 요정이라...그 미스매치된 조합에서 나는 그 어떤 신비스러움도 발견할 수 없었는데 너무 어른이 되어 버려서 이 동화가 이끄는대로 그 이정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중간중간에 또 읽기를 멈추고 되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읽기를 반복하다보니 무려 4번이나 도돌이표하여 읽은 단락들도 있다. 이례적인 일이긴 했지만.

 

또 가여운 소녀를 구하기 위해 목소리와 그림자 중에서 기꺼이 그림자를 내어놓아던 일도 인상 깊은 장면으로 꼽는다. 겨우 만나게 된 후작의 시계들을 소개하고 있는 페이지 역시 명장면으로 꼽고 싶다. 아주 비밀스러우면서도 슬픈 곳일 수 밖에 없는 그곳의 시계들은 아이들을 현실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주 짧게 머물다 간 아이는 꿈울 꾸어다고 믿게 되는 것도 그때문이라고 후작은 설명했다. 다행히 셉템버는 꿈이라고 치부하지 않을만큼 머물다가 떠났고 다음  여행 역시 꿈꾸고 있었다. 겨우 1권 읽기를 끝냈을 뿐인데 동화는 많은 것을 보여주며 상상하게 만들고 있었다. 총 몇권으로 완결될지는 모르지만 작가의 상상력을 보아하니 짧게 끝낼 이야기는 아닌 것만 같은데....영화화 되어 영상으로 보여지게 된다면 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들로 아이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 살짝 그날을 기대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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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병 -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이해하기 힘든… 우리 시대의 가족을 다시 생각하다
시모주 아키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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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형태가 변하고 있다. 외형적인 모습과 구성원의 숫자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비교하자면 참으로 많이 변했다. 하지만 그 생각의 틀은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도찐개찐의 모습 그대로다. 우리가 수긍하든 아니든 간에. 가족안에서 곪아터지는 문제들이 점점 수면위로 드러날 수록 우리는 사회가 흉흉해졌다고 여긴다. 하지만 변한 건 가정 안에서의 문제들이 아니라 그 문제들을 예전과 달리 드러내고 이다는 점일 것이다. 과거에도 폭력적인 가장이 있었고 바람피는 아내도 있었으며 패륜적인 범죄들이 존재해왔을 것이나 다만 쉬쉬하고 감추며 참고사는 형태의 가족이 많았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우리만 그런 것일까?

 

이웃나라 일본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이 '남' 이 아닌 '가족'이라고 아나운서출신의 작가 시모주 아키코는 토로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녀가 나고 자란 가정 역시 아픔이 있었다. 전쟁 중 군인이었던 아버지는 패전 이후 가족과 문제를 일으키는 독불장군으로 군림하고 있었고 어머니가 다른 오빠는 그로인해 일치감치 집을 떠나 살다가 암으로 죽었다. 부자의 싸움을 말리다가 맞아 고막까지 찢어진 적이 있는 어머니 역시 그녀에게는 올바른 선택을 했던 여인이 아닌 것으로 그려졌다. 희생이라는 이름 아래 자식이 그 모습을 보고 성장하며 입었을 상처는 감안해보지 못했던 세대의 여인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그가 죽는 순간까지 병원을 찾지 않았던 것으로 종결지어졌는데 가족 본질에 대한 진지한 생각과 더불어 과거 자신의 가정에 대한 고백은 일본 사회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킬만했겠다 싶어질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행동이라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도 남을 일이다. 언제쯤이면 우리는 남의 가정사를 그들만의 문제로 접어두고 입을 닫을 수 있을 것인가. 말 그대로 어떤 행동을 했든 사회적으로 남의 재산을 축냈거나 생명을 앗았거나 고의적으로 정신적 피해를 유발한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는 타인의 일에서는 어느정도 선까지의 침묵을 배려와 예의로 생각하며 살아야하지 않을까.

 

 

 

부부라도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죽음으로 헤어진 사람은 좀처럼 잊기 어렵지만

살아서 헤어진 사람은 금방 잊어 버린다고 한다

- 58 -

 

 

 

물론 저자 역시 지적한 바 대로 개인주의와 가족주의의 차이를 두고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단순하게 판단하긴 어렵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그 안이한 믿음의 공간에는 범죄가 얼마든지 파고들 수 있음도 유념해 두어야 할 것이다. 어느 누군가가 법륜 스님으로 기억되는 스님께 문의한 것에 대한 답변으로 스님은 이렇게 말해다. 출가인들은 10년 동안 절에서 생활하면서 집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허다합니다 그런데 삼년간 가족과 연을 끊고 지냈다고 해서 그것이 죄가 될리는 없습니다. 때로는 가끔 보고 살아야 더 편한 사이도 있는 법입니다 라고. 명답이라고 생각했다. 교훈적인 답변 도덕적인 답안이었다면 스님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을리가 없기 때문이다.

 

 

부모와 가족의 기대가 아이를 주눅들게 만들고 가족 얘기를 늘어놓으면서 자기 가족 외에는 전혀 돌아보지 못하는 사람 역시 불행한 쪽이다. 놀라운 것은 우리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점들이 일본 역시 사회 문제화 되어 있다는 거다.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불합리함, 여전히 집안일에 대한 모든 것은 여자들이 떠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조건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 잔인함, 가사/육아/교육/ 부모의 병수발까지 다 해내면서도 사회생활로 맞벌이를 해 내야하는 슈퍼 우먼을 원하는 풍조가 일본 역시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쯤되면 정말 궁금해진다. 행복한 가족이란 어떤 가족을 말하는 것인지... 부모 형제가 다투는 일 없이 사이 좋고 평화롭게 서로 이해하는 주말 가족 드라마 같은 가족 혹은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건강하면서 그 삶을 즐겁게 영위해 나가는 8시 일일 드라마 속 가족의 형태? 하지만 저자는 그런 가족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면 오히려 섬뜩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가치관과 성격, 그 생각들이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싸움도 있고 마음도 상하면서 사는 것이 가족이란다. 그래서 사이가 원만하진 못해도 자신에게 정직하게 사는 사람의 행복도가 더 높을 것이라고도.

 

 

 

가족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

- p114 -

 

 

 

미야베 미유키의 글이 아닐까 싶은 페이지의 어느 구절도 여전히 눈에서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가족이 없는 사람에게 더 매정하다 가족이 있으면 안심한다. 그 가족이 어떤 가족일지라도. 부모의 학대 때문에 아이들이 사망하는 예가 있다. 기관은 사실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주의 정도에만 그친다(p108)'라고. 씁쓸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볼 수 있는 예이기 때문에 낯설지는 않았다. 쓴 약을 한꺼번에 삼기듯 좀 더 많이 씁쓸해졌을 뿐.

 

 

 

사회는 똑같이 돌아갈 지언정 타인의 눈길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가족묘에 묻히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사회적 관심에서 벗어나 노숙인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리라. 사회인이 되어서야 다른 사람의 가정을 들여다볼 기회가 생겼는데 학창시절에는 우리집과 비슷하겠거니 하고 살았지만 세월이 지나 알고 보니 그렇지 않은 집들도 참 많았다. 화목한 가정도 가까이 가서 보면 실망스러운 일들로 가득찬 집들이 대다수였다. 참 좋아하는 역자인 김난주씨의 '옮긴이의 말'에서처럼 화목하고 단란한 가정이란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향해야 할 아주 기본적인 가치'인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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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해져라, 내 마음 - 다시 나를 사랑하게 만든 인생의 문장들
송정림 지음 / 예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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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이 바보라 불리우는 시대를 살면서 저자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착해지기로 했습니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착한 사람이 반드시 복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적인 믿음은 베푼 마음이 돌고 돌아 나비효과가 되어 되돌아와줄 것을 알기 때문이기도 하단다. 그래서 소원이 자꾸자꾸 착해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착한 마음의 작가 책을 읽기 위해 나는 오늘 하루 시간을 통째로 비우고 그녀의 책에 푹 빠져들었다.

 

착한 사람이 손해 보는 세상은 맞지만 착한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용하려는 사람이 태반이지 않을까? 싶다가도 사람들 마음 저변엔 그래도 일렁이는 착한 마음들이 있어 세상은 아직은 살만한 곳, 따뜻한 곳이라는 증거를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면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저 먼 도시의 유기동물의 사연에 안타까워들하면서 후원금을 보내고 바자회 물건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아직 세상에는 많다. 익명으로 목돈을 송금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나는 아직은 세상에 희망을 걸어도 좋다고 믿고 사는 쪽이다.

 

 

 

이 순간이 기적입니다

 기적을 꼭 붙잡으세요

p72

 

 

 

생의 모든 것을 놓는 순간 이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사람은 어떤 마음이 들까. 생을 사랑하는 일은 실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루에도 열두번씩 유혹에 빠진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좋은 문장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트입니다'라는 이 말이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길이라....홍수나듯 봇물터지듯 확 터져주면 얼마나 시원하겠는가. 저자의 말처럼 아름다움에는 순서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의 순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길이 먼저 터져야 진실을 담보로 할 수 있는 일. 어차피 홀로 살아갈 수 없다면 순해지고 착해지는 마음을 인생에 붙잡아두는 일도 필요해진다. 우리 모두에겐.

 

 

 

내가 사는 이유는

당신을 기억하기 위해서

p89

 

 

 

차분해지는 색감의 겉표지조차 아름답게 느껴진 [착해져라, 내 마음]의 내용은 내가 이렇게 살테니 너도 이렇게 살아라 고 강요하지 않아 좋다. 그저 공감이 가면 공감이 가는대로 같은 마음으로 살고자 한다면 그는 또 그 나름대로 마음의 '좋아요'를 누르며 읽기 딱 좋다. 인사를 잘한다는 것은 마음이 따뜻하다는 증거라고 했던가!! 나는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가장 따뜻한 배웅을 받았다. 설레는 마중을 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인데 마무리까지 신경쓴 티가 톡톡 나는 그녀의 글들엔 '나'로 시작해 '우리'로 끝나는 마침표가 이다. 이는 강요로 되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더 훈훈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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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온 위베르 드 지방시 보그 온 시리즈
드루실라 베이퍼스 지음, 이상미 옮김 / 51BOOKS(오일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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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소장하고 싶었던 책은 보그 온 코코샤넬이었다. 워낙 그녀의 스타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옷장을 열면 샤넬의 옷이 가득하거나 그런 여자는 아니지만 심플하면서도 매혹적인 그 실루엣이 참 맘에 든달까? 그와 대조적으로 무언가 숨김이 많은 듯한 그녀의 인생은 "봄에 나는 없었다"의 애거서 크리스티의 모습 같아서 짠하기도 하지만.

 

 

 

 

우아함의 비밀은 바로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 위베르 드 지방시 -

 

 

 

일단 그 첫번째 북인 보그 온 "위베르 드 지방시"는 1927년 프랑스 북부 신교도 귀족  집안의 자손으로 태어난 귀공자 스타일의 미남자 위베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지금도 큰 키인 192센티미터의 거구 위베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직업'이라 칭한 패션분야에 뛰어들어 40년간이나 머물면서 보여준 스타일은 샤넬과는 또 다른 의미의 심플함이었다. 편안하면서도 예술가의 눈으로 원단을 보았다는 그는 여성들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찾아내는 심미안을 가진 디자이너였으며 세월이 지난 지금 그의 드레스를 입는다고 해도 촌스럽거나 유행에 뒤지지 않는 현대적인 감각을 그 당시부터 뽐내왔다고 볼 수 있겠다.

 

스타일리시하다는 것. 화려하고 블링블링한 것과 대조적으로 인생을 바꿔줄 만한 자신감을 입게 만든다는 그의 옷은 우아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고급스러움을 전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고혹적이다. 위베르 드 지방시. 자신이 이름을 브랜드네이밍으로 걸고 사업을 시작한 그는 1952년 2월 2일 몽소 공원 근처의 한 고딕건물에서 지방시 하우스 문을 열었고 첫 쇼부터 혁신을 거듭하며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예쁘고 우아하면서도 입기 편한 옷. 여성이라면 누구나 꿈꿔볼 꿈의 옷일 이 표현을 두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길 수 밖에 없었는데 만약 내가 10대나 20대에 그의 옷, 그의 이야기를 접했다면 공감할 수 있었을까? 싶어졌기 때문이다. 지금 나이때의 눈으로 바라보니 그 옷들의 우아함을 100%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져서다.

 

 

 

 

세련된 우아함,

시선을 집중시키는 완벽한 손질,

지방시는 옷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에 충실했다.

- 수잔 트레인 -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그 자리에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를 둠으로써 평생 그와의 인맥을 이어나갔던 의리의 디자이너 지방시는 클래식하다는 것이 절대 지루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 디자이너였다. 한 땀 한땀 정말 정성을 들여 만들며 그 완벽함으로 존경받았다는 그의 옷을 입어본 적은 업지만 그의 뮤즈 오드리 헵번을 통해 본 드레스들은 하나같이 멋지다를 연발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옷들이었기에.  길고 가벼운 스커트를 매우 좋아했다고 알려진 배우 오드리 헵번. 젊은시절부터 나이들어서까지 한결같이 그녀를 아름답게 빛나보이게 만든 요소 중 하나 역시 그의 옷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내게 지방시의 옷은 마르고 길쭉한 체형에 어울리는 그런 옷 이라는 편견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난 다음에는 황금비율의 그의 스커트를 한벌 정도 소유하고 싶어졌다. 진심으로-.

 

1980년 가장 옷 잘 입는 남자로 선정되기도 했다는 지방시는 스타일과 전통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아낸 행운아였으며 오드리 헵번 뿐만 아니라 재클린 케네디를 통해서도 그 옷의 진가를 전세계적으로 보여준 멋쟁이이기도 했다. 유럽 디자이너들의 감성이 한 없이 부러우면서도 나는 그들의 일대기를 읽다가 잠깐 엉뚱한 상상에 빠져본다. 그가 막 활동을 시작해 명성을 얻어나가고 있던 1940년대~ 1960년대 사이 시간 속에 들어가 살아보면 어떠한 느낌일까. 하는-. 우리에겐 흑백의 사진으로 기록이 남겨진 그 시대는  살던 이들의 시선을 통해 보면 컬러풀한 시대였을텐데...바늘과 천을 양 손에 쥐고 무대 뒤를 뒤따르는 제일 어린 바느질 소녀가 되어 그 시대에 발디딤 해 보고 싶어졌다. 살짝이라도 좋으니......!

 

 

코코샤넬, 위베르 드 지방시,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랄프 로렌 의 이름은 우리에겐 익숙한 이름들이다. 브랜드 네이밍으로도 그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는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모아 <보그>만의 느낌을 담아 각각의 책으로 엮어만든 보그온 시리즈는 그래서 스타일북으로써만의 가치를 넘어선 그 무엇을 발견하게 만드는 시리즈북이다. 사람과 스타일. 뗄레야 뗄 수 없는 이 조합이 가장 멋지게 담긴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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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다시, 유럽
정민아.오재철 지음 / 미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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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여자와 40대의 남자는 결혼을 하며 장장 400여일동안 유럽 투어를 다녀왔다. 신혼여행으로.

무모해보이지만 누구나 가슴 속에 품어봤을 열망이었을 것이기에 나는 그들의 그 자유로운 영혼이 참으로 부럽다. 물론 어딘가에 발목잡혀 있지 않고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넉넉해서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었다. 웨딩 촬영, 예단, 폐백, 혼수, 커플링 하나 없이 몽땅 올인 하여 얻어낸 결과였다. 양가 부모님 역시 등 두드려 주셨다니...이쯤되면 그들의 여행은 운명이 아니었을까. '가치관의 우선순위'에 의해 돈이 아니라 꿈을 선택했던 그들 부부는 총 414일간 3대륙 21개국을 돌면서 중남미(222일), 유럽(96일), 북미(96일)등을 돌아 좁고 좁은 이 한반도로 회귀했다. 때로는 대중 교통을 타며 걷기도 하다가 렌터카를 타고 멀리 이동하기도 했으며 캠핑카를 이용하기도 했다니 그 추억만해도 평생 울궈먹어도 될 양이 아닐까 싶어진다.

 

여행지를 소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자신들이 직접 다녀온 곳을...그것도 여행서적에서는 찾기 힘든 정말 발품 팔아야만 볼 수 있는 멋진 광경들을 팁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을 놓칠 수가 없었다. 그들이 알려주는 비밀의 장소,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이끄는 여행은 그 구경만으로도 두 눈을 건강하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마음을 설레게 만들기에 더할나위 없었다.

 

 

 

누군가는 많은 것을 보고 싶어 여행을 떠나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아 여행을 떠난다

누군가는 어떤 이를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누군가는 어떤 이를 잊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  P 65 -

 

 

포르투갈의 베나길은 정말이지 자연의 위대함을 온몸으로 느끼게 만드는 장소였는데, 심플하게 바위와 하늘 그리고 밀물처럼 오가는 썰물처럼 오가는 바다만이 오롯이 찍혀 그 경치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런 곳이 정말 있었구나. 다행스럽게 아무 정보도 찾을 수 없는 곳이라서 사람들의 오염을 피할 수 있었던 이 멋진 곳. 두고두고 이 모습을 간직할 수 있기를...오스트리아 할슈타트는 또 어떠한가 인공의 인위적은 느낌은 전혀 없고 마치 동화 속에 한 발자국 디딘것처럼 앙증맞고 싱싱한 마을이 바로 그 곳. 정말 이런 곳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며칠 지내다 오는 여행이 힐링 그 자체가 아닐까.

 

또 마르세유 국립 지중해 문명 박물관의 그 창.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싫어질 지경이라는 그 건물 외벽을 감싼 그물 모양의 거대한 철골 구조물 안에서 일렁이는 바다를 원없이 구경해 보고 싶어졌다. 사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 열망을 다 채워내기엔. 그래서 이 세곳은 정말 꼭 한번 내 발품 팔아서 가보고 싶어진 곳들이었다.

 

 

 

사는 게 힘들 때면 내가 나를 안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너무나 힘들고 지치면 곁에 있는 남편도, 부모님도, 친구도 다 소용이 없다

- P 238 -

 

 

나는 도심 속에서 살아가야하는 인간이다. 네온사인이 번쩍거려야 하고 큰 창 아래로 야경을 바라볼 수 있어야 숨이 쉬어진다. 가끔 시골의 전원 생활을 동경해보지만 얼마 안 있어 짐을 꾸릴 것이 뻔한 내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이제는. 바로 5분 거리에 도서관, 극장, 마트들이 줄지어 있어 금방금방 필요한 것들을 살 수 있는 편리함을 버리지 못할 것을 잘 안다. 그렇게 태어나 자랐고 그 익숙함을 던질만큼 용기를 내지도 못한다. 그런 내가 이 책 속에서 눈에 담은 지역들은 도심이 아니었다. 사람조차 안찍힌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풍경들. 동경이라고 해도 좋을만큼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던 그 모습들. 어쩌면 지금의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휴식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여행자에게 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공간이라고 했던가. 그 멈추어진 시간 속에서 그들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소통해와다고 했다. 그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도 단 한번도 싸우지 않았다던 신기한 부부. 그들은 여행 속에서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아 보였다. 진정 부러운 것은 이들같은 부유함일 것이다. 집 몇 평, 차 얼마짜리 이런 것이 아니라. 지금이 아니면 팔십, 구십이 되어서는 할 수 없는 행동들이기에 나는 이들의 용기가 부러우면서도 자극제가 되어 더 많은 이들이 이렇게 떠났다 돌아왔으면 싶어졌다. 하루하루의 행복감이 모여 굳은 날이 다가올지도 모를 내일을 버텨줄 힘을 길러줄 것을 기대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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