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심리학 - 뇌가 섹시해지는
앤 루니 지음, 박광순 옮김 / 생각정거장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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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학창시절 정말 많이 들었던 17c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의 명언이다. 인간이 생각하기 위해 굴려야 하는 인간의 뇌는 가장 흥미진진한 연구 대상이자 관찰의 대상이라는데 머릿 속에 넣고 살면서도 평소에는 그다지 각인하며 살고 있지 않는 기관이기도 하여 나는 이 책이 뇌에 관한 책인지, 심리학에 대한 책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물론 최근들어 심경학과 심리학이 밀접성을 띄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상생활에선 여전히 크게 각성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살기 때문에 큰 관심을 둔 바는 없다. 다만 책에서 던져주는 실험이나 과거 일화들이 어디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재미난 것들이어서 귀가 솔깃하게 되기는 했다. 가령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는 '자주 공상에 잠긴다'라는 항목에 동의한 사람은 무조건 신병 모집에서 탈락시켰다는데, 그 위험성 때문인가? 했더니 신경증에 걸린 입대 지원자를 근절시키는 항목이었다고 한다.

 

보통 뇌라고 하면 기억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창조적 기능을 담당하기도 하지만. 예를 들어 원주율을 소숫점 끝자리까지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며 조선왕조 오백년 동안의 왕들의 이름을 앞자리만 따서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고조선부터 현재까지의 왕과 리더들의 이름들을 줄줄이 다 나열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단기기억, 장기기억을 막론하고 기억을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나는 책을 통해 다시한번 확인 할 수 있었다. 나는 숫자는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지만 문장은 잘 기억한다. 억지로 외우라고 몇백페이지를 던져주면 귀찮은 마음에 잠시 보고 덮지만 좋아하는 대본이나 소설은 불에 불을 켜고 읽고 또 읽어 머릿 속에 조사까지 기억해낼 수 있다. 아마 장기 기억보다는 단기기억 그리고 강렬하게 남아 있는 '섬광기억'을 활용하는 인간형이라서 그런 것이리라. 물론 헬리콥터를 타고 한번만 내려다 본 도시 전체의 스카이 라인을 정확하게 그릴 수 있다는 스티븐 윌트셔 같은 능력은 없지만.

 

 

 

p301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 아니라 합리화하는 동물이다

 

 

 

가장 흥미롭게 읽힌 페이지는 개인적으로 211페이지부터 시작하는 <사이코패스를 알아볼 수 있을까?>하는 대목이었다.  미국 드라마 <덱스터>를 보면서 유전적 요인과 촉발 요인으로 인해 한 인간의 인생이 어떻게 변해버렸는지 관심있게 지켜보았기 때문에 현실에서도 이런 류의 인간형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졌기 때문. 실제로 인구의 약 1~2 퍼센트가 사이코패스로 분류된다고 했다. 사이코패스 살인자들의 뇌를 연구하는 심리학자인 제임스 팰런까지도 가계도를 조사해보니 살인자의 후손이었노라고 고백할 정도였으니. 이들은 도덕성을 조절하는 기관인 편도체가 기형적이었으면 사이즈 역시 일반적인 경우보다 대략 18%나 작았다고 한다. 뇌를 꺼내볼 수 없으니 이들을 겉으로 분류해내긴 힘든 것일까. 그렇지도 않았다. 몇가지 징후를 책은 소개하고 있는데, 병적인 거짓말/무책임함/기생적인 생활 방식/ 깊지 않고 단명하는 수많은 성적관계/공감 능력의 부족 /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려 하지 않음 등등 몇몇 겉으로 보여지는 체크리스트들이 있어 보다 손쉽게 확인해 볼 수 있긴 했다.

 

 

뇌가 섹시해지는데는 하루에 딱 15분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읽고 전문용어들을 알게 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뇌가 섹시해진 느낌은 받지 못했다. 심리학에 대한 통찰도 생긴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심리학에 대해 문외한이기 때문에 이 좋은 글을 다 섭취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일은 관심이 생겼다는 거다. 왜 이런 일들이 생겨났으며 왜 이런 일들에 관심을 가져왔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이는 심리학으로 이어져 있어 앞으로 다른 서적들을 좀 더 뒤적여보면서 탐구해나가고 싶은 흥미가 생긴 것이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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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두고 읽는 니체 곁에 두고 읽는 시리즈 1
사이토 다카시 지음, 이정은 옮김 / 홍익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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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니체. 이름만 들어도 그 무게감이 남달랐던 1844년 프로이센 출신의 이 사상가는 심각하고, 까다롭고, 어렵다라는 편견을 가지고 이어 그의 철학을 가까이 하지 못해다. 정확히 말하면 멀리 하고 살았더랬다. 독일의 본 대학교에서 신학과 고전문헌학을 전공했으며 음악에까지 조예가 깊었던 그는 바그너, 에르빈 로데, 루 살로메 등과 교류했지만 결과적으로 보자면 항상 고독했다.

 

 

 

 

똑같은 것을 대해도 어떤 사람은 거기서 많은 것을 깨닫고 얻어내지만

어떤 사람은 한두 가지밖에 얻지 못한다....

나를 풍요롭게 해 줄 대상을 찾지 말고,

나 스스로가 풍요로운 사람이 되려고 항상 노력해야 한다

- p43 -

 

 

 

 

니체하면 니힐리즘. 즉 허무주의자라고 생각해 왔던 것 역시 편견이었음을, 좁은 시각이었음을 책은 꼬집고 있다. 오히려 그는 허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분노했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그의 여동생 엘리자베트가 그의 유고집을 나치를 위해 짜집기 하고 그 출판물('권력에의 의지')을 나치를 위한 논리적 근거 즉 명분으로 악용함으로써 파시즘과 나치즘 사상으로 오해받기도 했다고 한다.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라

- 44 -

 

 

어려운 것을 쉽게 일목요연하게 목록화 하는 일을 잘하는 일본에서 출판된 니체에 관한 서적은 그래서 한결 쉽게 접근하기 좋았고 사상으로부터가 아니라 그 시작점이 사람으로부터여서 더 좋았다. 특히 사람들의 생활에 날마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철학가 중 니체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 또한 주목할 만한 주장이다. 헤겔, 칸트, 기독교, 불교....철학과 종교를 떠나 새로운 종교적 가치를 수립하는 것! 철학적 가치를 창조하는 선봉에 서는 것!!

 

 

 

 

한 번도 춤추지 않아던 날은 잃어버린 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하나의 큰 웃음도 불러오지 못하는 진리는

모두 가짜라고 불러도 좋다

- p117 -

 

 

 

25세에 이미 대학교수로 임명되어 강의를 시작했던 천재 철학자 니체는 <<이 사람을 보라>>를 통해 '자기 자신을 하찮은 사람으로 깎아내리지 마라. 그런 태도는 자신의 행동과 사고를 꽁꽁 옭아매게 만든다'(p35)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삶을 지탱하는 에너지는 자기 자신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소리인데,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도리어 지나치게 겸손해서 낮아보이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런 이들에게 니체의 강의는 자존감을 높이는데 영향을 줄 것 같다. 지금은 동양철학이 인기가 있지만 돌고돌아 서양철학의 시대가 올때엔 니체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다른 관점에서 해석되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래서 니체의 사상이 쉽게 전파되어 사람답게 사는 삶에 일조가 되면서 한편으로는 자존감을 높이는 효과를 내어주기를 바래본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그가 ' 대지의 것들은 인간이 적극적으로 품어야 할 대상'이라고 말한 바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신체와 건강한 정신이 함께 필요하다. 다만 '축제로서의 배움'이라고 말했던 생각의 숙성은 오늘날 sns문화 보급 후엔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린 듯하다.  침묵의 순간없이 실시간의 의견공유는 생각이나 사상의 깊이를 옅게 만들고 자칫 가볍게 변질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반대로 아이디어트리화 될 수도 있지만.

 

책을 읽기 전 니체는 내게 어려운 철학자였을 뿐이다. 하지만 니체에 대한 색다른 해석본을 읽은 후 생각은 좀 달라졌다. 삶에 대한 의문부호를 던질 때, 익숙한 것에 대한 비판의 칼날을 높일 때 나는 이제 니체라는 철학자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언제나 아름다운 것을 가까이하고, 그거을 향해 끊임없이 동경의 화ㅏㄹ을 쏘는 사람이 되라'로 당부했던 철학자, 니체. 그의 삶은 쓸쓸했고 그 사상은 당대 주목받지 못했을지라도 현명한 생각을 남긴 철학자로 후세의 나는 그를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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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MAI SMOOTHIE - 101가지 스무디와 함께하는 일상의 작은 행복
기타무라 마이 지음, 이소영 옮김 / 윌스타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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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기타무라 마이는 2014년 4월부터 과일과 야채를 이용한 스무디를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일기처럼 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집에서 혼자 먹는 음료는 대충 그냥 만들어 먹는 것과 달리 그녀는 아름다움에 주목했는데 비주얼도 훌륭하지만 만드는 방법 또한 그다지 어렵지 않아 활용도가 광범위한 레시피 북이었다. [ it's MAI SMOOTHIE]는
식생활 균형이 무너저 건강을 되찾기 위한 일환으로 쉽게 섭취가능한 스무디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는데 그녀 역시 처음 시작은 즙을 갈아 마시는 것으로부터였다고 했다. 하지만 무언가 허전했다고 했다. 예쁘지도 않았고. 이 대목에서 그녀의 성향을 알 수 있었는데.... 혼자 갈아맛시는 음료 정도는 미와 상관없이 그냥 갈아서 후루룩 마시고 카페에서나 예쁜 마실거리를 찾는 일반인들과 달리 그녀는 스스로 만들어 먹는 음료엣서조차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었던 것. 부지런하면서도 예쁜 것을 추구하는 꼼꼼한 성격이 스무디 사진을 주목받게 만든 요인이었을지도 모른다. ​
 
 
실제 샷과 함께 리뷰를 올리려던 당초의 계획은 물건너 가 버렸고 심플하면서도 투명한 유리컵들이 예전에는 참 많았는데
이사하면서 어디로 버려진 것인지......! 와인잔 하나도 보이질 않아 실제 시음 후기는 서평과 함께 올릴 수가 없었다. 다만 달콤한 과일이 가득 열리는 여름철에 제철과일로 응용해 보리라 마음 먹어보며 쉽게 보이는 스무디를 찜하기 시작했다. 사실 스무디를 빼고나면 저 잔들은 그냥 일반적인 단지형 유리들이라 평상시에는 그리 예뻐 보일리가 없다. 하지만 색색의 층과 마블링, 생각지도 못해던 토핑까지 더해져 간단하면서도 부담없이 만들어 즐기는 레시피로 탈바꿈 되어 버렸다.
이 일상의 간단한 마법을 왜 나는 미처 알지 못했을까. 야채와 과일이 듬뿍. 이 건강해질 것만 같은 상큼한 조합은 예쁜 잔에 담겨 나오는 카페의 그것보다 훨씬 러블리하다. 잔이 아닌 과일 그 자체로 모양낸 것이므로. ​
​11번 '딸기 바나나 셰이크 스무디'부터 113번 '심플 크리미 그린 스무디'에 이르기까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레피가 없었다. 특히 리본모양의 당근이 주둥이에 올려진 '당근과 사과 리본 스무디'는 당근을 싫어하는 아이들까지도 사로잡을만큼 그 모양새가 훌륭했고 딸기, 키위, 망고, 바나나, 파인애플, 수박, 사과뿐만 아니라 초귤, 생강, 시금치, 파프리카 등을 이용한 것 역시 훌륭한 아이디어였다. 무엇보다 옆에서 보았을때 계절과일이 전하는 저 예쁜 모양. 휘휘 저어 마시기보다는 조금씩 구경하면서 아껴먹게 만드는 모양새가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또한 크랜베리나 건곡물류의 토핑을 통해 고소한 맛까지 더하고 있어 한결 감칠맛을 느끼게 하는 스무디 레시피는 같은 재료도 그 조합과 모양에 따라 집음료를 카페 음료처럼 둔갑시키는 마술을 발휘하게 만든다.
올 여름이 가기 전에 무더운 8월과 9월에는 이 레시피북을 활용한 리뷰들을 가득 올릴 수 있기를...제발 급한 불부터 얼른 먼저 꺼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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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
미셸 우엘벡 지음, 장소미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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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 문단에 데뷔했다는 한 프랑스 작가의 책은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1998년 그의 전 작품에 대한 <젊은 문학인 국가 대상>이라는 명예가 내려졌고 유럽이 주목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는데 <복종>만 겨우 읽은 내게 그의 문학작품을 논할 수 있는 지식이 있을리 만무했고 그간 문학의 깊이에서 멀어져 소재 불문하고 여러 소설 읽기에 매진해온터라 더더군다나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동양에서 나고 자란 내게 적잖이 충격을 던져주었던 것.

 

 

p79  이슬람에 대한 강한 거부감은 유럽의 모든 국가에서 거의 똑같은 수준이에요.

      그 속에서 프랑스는 유독 특별한 경우인데

 

 

주인공은 40대의 대학교수다. 삶의 동반자이며 충실한 친구라고 소개할만큼 가깝게 느끼고 있던 '조리스카를 위스망스'에 대한 박사논문을 쓴 바 있는 그는 '대학에서의 문학 공부는 사회에서는 거의 아무짝에도 쓸모없고(p11)'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교육자였으며 교육에 대한 소명 따위는 결코 가져본 적이 없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남은 이유는 '애인들','여친들'이라고 부르고 있는 그녀들 때문인 듯 하여 그만 씁쓸해지고 만다. 해마다 상대를 바꿔가며 학부 여학생들과 잠자리를 이람았던 그는 미리암을 마지막으로 그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두고 있었으나 질식할 것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다시 만나 서로가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하지만 유대인인 미리암은 가족과 함께 떠났고 그 역시 모하메드 벤 아베스가 이슬람박애당을 창당하고 프랑스에서 이슬람당이 정치적 첫 시도를 시작하는 사태를 추이하며 다른 이들처럼 나라를 떠야하나? 말아야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월드컵 결승전을 제외하곤 제일 좋아하는 방송이라는 대선 개표 방송에 예의 주시하며 그는 프랑스가 곧 이슬람화 될지 아닐지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고작 40년 정도를 살아온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될지 가늠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교수가 되어 안정적인 삶을 살면서 여학생들과 잠자리를 통해 쾌락을 추구하며 걱정없이 살던 자신의 일상이 정치변화로 흔들리게 되었으며 어쩌면 주어진 학문적 삶 역시 정체기를 맞이할 수도 있었기에 불안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p352  내게 일종의 지평을 열어준 셈이었다....나의 학문적 삶이 끝났음이 점점 명약관화해졌다....

        이것은 내게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국가의 변화가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인가. 또한 지식인의 삶의 변화의 폭은 어느 정도일까. 단순하게 이렇게만 바라보았던 처음의 시작과 달리 후회할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으며 두번째 삶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고 기뻐하며 이슬람 여성들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은 마지막 부분은 참으로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아, 그동안 문학에서 멀어져 있어 이해력이 떨어진 것일까. 도덕적 잣대를 들이댄 것도 아닌데 나는 이 작품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즐거움'을 읽었을 때만큼도 정돈되지 않았다. 머리 속에서.

 

 

2015년 사를리 에보르 테러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아닌 유럽에서조차 '이슬람  = 테러' 라는 인식을 심게 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잃었던 직장에 다시 복직되기 위해 이슬람문화와 종교에 대한 '복종'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주는 잇점을 스스로 상기시키며 타협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려는 지식인의 말로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점과 씁쓸함을 남길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제대로 읽었는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는가? 에 대한 의문을 끊임없이 제기하며 읽는 순간순간에도 의심하게 만들었던 소설 <복종>. 누군가가 제대로 읽고 이야기해 보자고 하면 얼른 도망가야겠다. 싶어진 소설은 난생 처음이었다-. 내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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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두근두근 2 - 대전.대구.광주.부산.제주 시장이 두근두근 2
이희준 지음 / 이야기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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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경상북도 대구에는 큰 시장이 많다. 온갖 먹거리 재료들이 가득한 칠성시장, 건어물 및 천 옷감들이 가득한 서문시장, 한의약 박물관이 있어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은 약령시, 폐백거리로 불리는 염매시장, 김광석 거리와 함께 되살아나고 있는 방천시장 등등 크고 작은 전통시장들이 여전히 그 명맥을 유지하며 지금의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약령시는 조선 시대 효종때 '춘령', '추령'으로 불린 계절 시장으로 시작하여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약재 전문 시장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지금 가 보면 저자의 말처럼 그냥 휑한 거리다. 최근 스타벅스를 비롯하여 각종 브랜드의 커피 전문점, 찻집, 국수집 등을 비롯한 맛집 거리로 변모하고 있어 길을 걷다보면 약재 냄새보다는 커피 냄새, 음식 냄새가 더 진한 거리가 되어 버린 듯 하여 씁쓸해진다. 다만 이름만 익히 들어왔을 뿐 가보지 못했던 영천 약령시가 옛 약재상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니..이 모습 마저 사라지기 전에 시간을 내어 얼른 다녀와 보아야겠다 싶어진다.

 

그리고 그 화려함에 놀라게 되는 염매시장. 폐백거리가 보고 싶어 찾아간 그곳은 규모는 시장이라 부를만큼 크지 않았다. 동문시장, 덕산시장 등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그 기록이 많지 않게 되었다는데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1000원 정도인 찌짐 집이 건재하고 있어 반갑고 감사할 따름이다. 이곳 찌짐이 너무 맛있어서 10장, 20장씩 포장해 가곤 했는데....며칠 짬을 내어 잠시 그 찌짐 집에 들러야겠다 마음 먹어 본다.

 

P108 골목에 담긴 역사 / 대구(염매시장)

 

그나마 시장들 중에서 자주 들리고 있는 서문시장의 경우는 맘 잡고 3일 동안 헤매며 돌아다녀 보았지만 결국 다 보질 못해더랬다. 사람도 많고 가게도 많고 건물도 많고 볼거리, 먹거리가 너무 많아서 말 그대로 '시장' 인 곳이 바로 서문시장이니까. 총8개의 지구로 구성되어 이고 약 4,000개의 점포가 있으면 등록된 상인의 숫자만 약 2만 명이란다.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가 아닐 수 없겠다.  전국의 원단이 다 집결되어 있다고 해도 허세가 아닐만큼 섬유와 의류, 원단을 실컷 구경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시장이다. 옷을 만들던, 패브릭으로 가정용 소품을 만들던, 가죽 가방을 만들던 간에 원단을 골라 미싱이 가득한 층에 가서 이렇게 만들어주세요 라고 주문을 하면 저렴한 수공비로 무엇이든 뚝딱 만들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의 장점이기도 하다.

 

 

 

P227  벽화가 먼저 인사해다 / 부산(부전마켓타운)

 

활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부산의 전통시장 6군데 중 나는 세 군데의 시장을 구경해 보았다. 국제시장/자갈치 시장/ 보수동 책방골목을.  하지만 부평깡통시장이나 해운대 전통시장, 부전 마켓타운은 가보지 못했던 곳이라 더 꼼꼼히 구경하게 되었는데, 대한민국 최초의 공설 시장이자 대표 상성 야시장으로 꼽는 부평깡통 시장에는 부산 어묵 생산 공장이  5개나 있단다. 골목 하나가 어묵만 팔고 있다는데....아, 바로 가서 맛보고 싶다. 어묵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판다는 국제 시장은 이미 영화에도 등장해 눈에 익다. 광복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이 곳은 군수물자를 유통하는 장터가 시장으로 탈바꿈 된 것으로 2000년대에는 한국인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더 몰릴 정도로 인기였다고 했다. 반면 전통시장의 활성화라는 목표를 갖고 타운을 형성한 부전 마켓 시장은 놀랍게도 대형체인마트들처럼 카트를 끌고 쇼핑할 수 있는 시장이었다. 아직 푸짐한 시장 인심이 살아 있다는 이 곳 역시 시간이 허락하면 구경하고 싶은 시장 중 하나로 찜! 해 두었다.

 

 

 

P45  사람이 아니라 문화가 쉬어간다....대전(산호여인숙)

 

뜰채로 과자를 골라 담을 수 있다는 중앙 시장과 매콤한 곤계란의 맛이 일품이라는 역전 시장은 인접해 있었다. 대전 시장 투어를 해 볼 생각은 꿈에서도 해 본 일 없는데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으능정이문화거리의 초대형 LED 아케이드 인 스카이로드는 정말 구경하고 싶은 장소다. 쇼핑, 먹거리, 볼거리가 다 이 곳 한 곳에서 해결된다니...날 잡아 하루 여행을 훌쩍 다녀와도 할 말이 많아질 그런 곳이 대전광역시 중구 중앙로 170번지에 위치한 그것이다. 월요일이 휴장이라니 월요일을 빼고 여행 계획을 세워 보아야겠다.

 

원래 유성이라는 지명은 선비가 머물던 곳 이라는 의미라는데 100년 시장으로 남은 '유성오일장'은 아파트촌 사이에 형성되는 대규모 장터다. 놀랍게도-, 5일과 10일 장이 설때마다 비가 왓서 지금은 4일과 9일에 장이 서는 것으로 그 날짜가 변경되었다지만 예나 지금이나 대전시민들뿐만 아니라 이 유성장은 논산, 공주에서도 장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란다.

 

 

 

P317 가장 솔직하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길 /제주(멩글엉폴장)

 

어느 방향이든 동문재래시장을 걷다 보면 결국 동문수산시장에 도착하게 된다는 제주. 섬이라서 결국 만나게 되는 것일까. 무엇보다 수산물에 대한 기대가 큰 곳이 바로 제주였다. 뭍으로 나가는 물량도 많지만 그날그날 잡힌 수산물이 거래되는 시장인 동문수산시장은 그래서 경쟁력도 최고란다. 반면 매주 토요일 열린다는 서귀포 예술시장은 각종 공방과 갤러리가 즐비하다고 했다. 그래서 이 거리는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는데 그마저도 예술이란다. 멩글엉폴장? 이건 또 무슨 말이지? 제주방언인가? 싶은 순간, 포스터 하나가 눈에 띈다. 아~ 마트 마켓이름이로구나. 이태리 타월과 책을 함께 파는 거리의 가게, 악기를 만들어 파는 루니와 이지 부부, 영어/일본어/중국어/스페인어/프랑스어까지 무려 7개국어가 가능하다는 이탈리아 테너가 시장에서 오페라를 부르는 이곳, 제주아일랜드다.

 

 

 

P191  가정이나 직장에서 버리기는 아까웁고 쓰지 않는 물건이 있으면 장깡으로 보내주세 /광주(대인시장_장깡)

 

 

광주하면 꼭 들러야 하는 시장이 양동시장이라는데 나는 몇번 광주를 여행하였지만 시장을 둘러볼 여유는 없었다. 기껏해야 신세계 백화점에 들러 선물을 산 정도였으니...일정이 빠듯하기도 했고 특별히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일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 구경까지 엄두를 내지 못했더랬다. 하지만 다음에 광주 나들이를 가게 된다면 꼭 빼놓지 않고 양동시장을 들러보리라 마음 먹게 된 것도 책에 소개된 내용들 때문이었다. 총 6개의 시장으로 구성된 양동시장은 주로 닭과 오리가 거래되었지만 최근에는 그릇과 한약재 상점이 들어서 변화의 바람을 모색중이라고 한다.

 

1960년대 말부터 자연스레 생긴 말바우 시장은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농산물과 수산물이 골고루 거래되는 곳으로 2일 7일의 오일장과 4일, 9일의 오일장이 교차되며 서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농부들이 직거래 장터를 튼다는 의미의 파머스마켓의 훌륭한 예로 들고 있는 말바우 시장. 여전히 프림을 넣어주는 달달한 커피수레가 있고, 신문지에 씨앗을 포장해주는 씨앗가게가 있는 곳이라 더할나위 없이 신기하게 보이던 시장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매력은 끝이 없었다. 1000원으로 장터 국수를 먹을 수 있는 대인시장 속엔 예술가들이 휴식을 취하고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이는 대안공간이 존재했다. 시장과 예술, 이 의외의 조합이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생각하는 모든 것이 가능한 곳이 바로 시장이었다. 내가 두 발 디뎌본 곳도 있고 가보고 싶어 찜해놓은 곳들도 있지만 다 가보진 못했더라도 사람사는 활기를 찾아볼 수 있는 곳은 예나 지금이나 시장이 아닐까 싶어진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방안들이 여러모로 모색되었다고 하지만 결국 사람이 찾아야 하는 곳, 발걸음을 자주 디뎌야 그 명맥이 유지되는 곳이 시장이다. 큰 시장이 없는 동네에 살고 있어 마트를 자주 이용하곤 있지만 근처 시장이 있다면 발품 팔아서라도 구경다녀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것 역시 진심이다. 아, 며칠 짬을 내어 또 먼거리의 시장이라도 한번 다녀와야겠다. 먹을 거리, 구경거리 가득한 그곳을 여행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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