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전사들 5 - 위험한 길 고양이 전사들 5
에린 헌터 지음, 김이선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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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를 위해 '네 그루의 나무' 지역에 네 종족의 고양이들이 모였을 때 타이거클로는 자신이 그림자족의 지도자가 되었음을 공포했다. 천둥족 부지도자였던 그는 부지도자였던 고양이와 몇몇 고양이들을 죽였고 지도자인 블루스타를 제거하려 했으며 종족을 위험에 빠뜨렸다. 그래서 추방된 그가 돌림병이 돌던 그림자족의 불운을 기회삼아 그들의 수장이 되었다. 그동안 아슬아슬하게 유지되어 왔던 네 종족의 평화가 깨지고 그 위협의 전주곡이 울리게 된 것이다.

 

p41 예전처럼 회복될 수 있을까?

 

답답했다. 그 어느 에피소드보다 더. 4권에서 시작된 목구멍을 콱 막는듯한 체증이 5권에 이르러서는 아예 뚫릴 수 없을만큼 메워져 숨쉬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치매를 의심해도 좋겠다 싶을만큼 정신줄을 놓은 지도자 블루스타와 경험부족과 미적댐으로 재빠르게 판단하지 못하는 파이어하트 때문에 천둥족은 위험에 빠져버렸다. 타이거클로가 그림자족이 되어 나타났을때 그가 왜 추방되었는지 밝히고 그를 질탄했어야했다. 파이어하트는.

 

그 결과 부족의 많은 고양이들이 죽어나갔다. 개떼들의 공격도 피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지도자를 잃었다. 이제 천둥족은 블루스타가 아니라 파이어스타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어린 애완 고양이 한마리가 숲으로 들어와 한 종족의 지도자가 되었다. 물론 어려운 시절이고 그래서 더 그는 성장해야만 하겠지만 그는 자신의 운명을 피하지 않았다. 그래서 6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는 이제 좀 속이 뻥 뚫리듯 술술 풀어지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집사이지만 내 고양이의 생각을 다 알긴 어렵다. 집고양이들은 특별한 위험에 처하지도 배고픔에 내던져지지도 않고  일년 365일을 살아간다. 매 순간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며, 휘몰아치는 감정들이 있긴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저들은 평화로운 시간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래서 <고양이 전사들> 속 고양이들과는 다르겠지만 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반대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내 고양이가 이런 운명이 아니어서 참 다행이야~ 개에 쫓기고 배신에 몸서리를 치는 고양이가 내 고양이가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야~ 라고. 오늘도 평화로운 우리집에서 따뜻하게 잠들어 있는 그 곁에서...이 책을 읽어나가는 일은 사실 참으로 미안한 일이기도 했다. 하얀 종이 안 까만 글자속 그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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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의 모험 - 당신이 사랑한 문구의 파란만장한 연대기
제임스 워드 지음, 김병화 옮김 / 어크로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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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의 여왕>이라는 별명은 사회에 나와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곱슬머리(?)도 아닌데 나는 별명이 여러 개. 학창시절부터 사회인이 되어 얻은 별명까지 도합 10개가 넘으니 별명부자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다. 그 중 문구와 관련된 별명은 대형 문구 전문점에만 들어가면 정신 못차리고 10만원씩 지름신 강림하던 나를 보고 동료들이 말없이 붙여 소리소문 강하게 꼬리표화 되어 내게 붙여진 일종의 웃음 네임택이라고나 할까. 사실이니 인정하는 것이고 인정했으니 기분나빠할 필요 없는 별명이어서 여전히 누군가가 그렇게 불러도 웃으며 대답하곤 한다.

 

 

 

 

 

네임펜, 세모/네모/동그라미 모양이나 굵기 상관없이 좋아하는 연필들, 모양별 색별 사이즈별 다양한 포스트 잇, 그 쓰임이 참으로 유용한 12색연필, 4개의 탁상달력 관리용으로 주로 사용중인 컬러마카, 업무별 개인별 용도를 달리하는 2015년 다이어리 5권 등등 내 주위만 둘러보아도 문구는 차고 넘친다. 특별히 문구를 사랑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구와 일상을 함께 한다. 종류가 몇가지가 되느냐의 차이일뿐. 하지만 이들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선조들은 종이, 붓, 벼루, 먹을 두고 서재에 꼭 있어야 할 네 벗이라며 그 친근감을 더했고 작품 속에서 심심치 않게 그 소재가 된 예들도 읽어왔지만 정작 누가 발명한 것들인지에 대한 관심은 가져본 일이 없었다. 런던 문구 클럽의 공동 창설자이자 블로거인 독특한 저자 제임스 워드가 쓴 <문구의 모험>을 읽고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으니 얼마나 그들의 역사에 관심이 없었던 것인지...미안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겠다. 고맙게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애정한다고 큰 소리 치며 살면서도 정작 진실로 관심을 두지 않았었던 것이로구나! 싶어졌기에.

 

 

 

졸업할 때와 기념의 순간에 하나씩 받곤 했던 만년필은 이제 정말 장식품으로 변해버린 듯 하다. 그 중 최고로 칭송받는 몽블랑은 이름만 들어보았을 뿐인데,  1924년 첫 출시 이후 그 뚜껑은 지금까지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특히 각 펜촉에 새겨진 4810이라는 숫자는 몽블랑의 해발고도를 미터화 한 것이라고 하니 다음에 구경할 일이 있으면 이 숫자부터 얼른 찾아보아야겠다 싶어진다. 그에 반해 몰스킨 노트는 고흐, 피카소, 헤밍웨이 등이 비슷한 종류의 공책을 사용해 작업을 한 것으로 유명한단다. 한때 그 생산이 중단되었다가 10년 뒤 재생산되고 있다니 이또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겠다. 하지만 종이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몰스킨도 없었을 것. 종이는 후한의 환관이었던 채륜에 의해 발명된 것으로 비단과 대나무의 대용품으로 고안된 것이었다. 채륜의 종이에 메모를 남기기 위해서는 필기구가 필요한데 볼펜, 만년필, 연필 중 연필에 대한 눈에 띄는 발견은 바로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연필의 역사에 공헌했다는 점이다. 그는 아버지의 연필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고품질의 네가지 굳기의 연필을 생산하여 많이 판매했다고 한다. 자,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이 연필을 깍는 연필깍이는 1828년 프랑스인 라시몬에 의해 특허화 되었는데 타이유 크레용이라고 불리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메모지, 스테이플러,파일링 시스템, 지우개, 엽서, 클립, 압정에 이르기까지 소소하게 매일 사용되는 문구들의 이야기는 끝이없다. 그래서 읽는 내내 신기했고 또한 즐거웠다. 작가 로알드 달은 매일 아침 그날 사용할 연필 여섯 자루를 깍은 다음에야 창작활동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하고 존스타인벡은 완벽한 연필인 블랙윙 602만을 고지했으며 여행작가 브루스 채트윈은 몰스킨 노트에만 메모했다고 하니 작가에게 그들은 한낱 문구가 아니라 반드시 있어야할 창작도구 중 하나였음을 실감케 만들기도 했다.

 

 

 

 

 

p352  펜은 죽지 않는다

 

 

 

 

 

문구에 관해 시시콜콜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을까. 싶지만 제임스 워드는 오프라인에 모임을 만들어 독서모임처럼 서로의 의견을 나누길 바랬고 결국 런던 문구 클럽은 문구류 품평회로 발전하여 '지루함 컨퍼런스'라는 다소 이색적인 축제를 기획하여 성공적으로 치뤄내었다고 한다. 세상에는 이렇듯 별나게 보일만큼 특색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누가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생활 속 작은 문구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일만큼 저나는 세심하고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닐까 감히 짐작해 보며 그가 알려준 도구들의 역사가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연결될 수 있는 그 가능성을 엿본 것 같아 문구를 사랑하는 일인으로서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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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품격 - 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다, 빌 게이츠 선정 올해의 추천도서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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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 라는 문구가 눈을 파고 든다.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가 예일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완성되었다는 이 인문학 서적은 능력주의가 만들어낸 이기적 인간상 에 대해 꼬집으면서 결함을 이겨 낸 성숙한 인간의 탄생에 대해 명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인간의 품격>이라. 야만의 시대를 스스로 벗지 못한 인간에게 품격이라는 단어가 어울릴까. 아무리 삶이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투쟁의 길이라고 해도. 그런 의구심을 가지고 책읽기를 시작한 나에게 뜻밖에도 책은 질문이나 답 대신 조금 더 현명한 시선을 제시했다.


 


 


p30 겸손한 사람은 자신이 더 우월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입증해 보여야 할 필요가 없다


 


 


내가 책으로부터 받은 선물은 바로 이것이었다. 당연한 것을 깨닫게 된 오늘-. 맞는 말이었다. 캔터베리 대주교의 말처럼 자만심은 감사하는 마음이라는 토양에서 쉽게 자라지 못하니까.


 


 


p 58 천직은 직업과 다르다 천직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부유하게 살아왔던 프랜시스 퍼킨스의 삶을 바꾸어 놓은 것은 어느날 일어난 화재사건이었다. 케네디 대통령이 무한한 가능성을 강조할때 자만심을 경계해야 한다고 연설했던 아이젠아워 대통령의 가르침은 그의 어머니를 통해 전달된 교훈이었다. 저널리스트의 딸로 태어난 도러시 데이가 빈민들의 어머니로 불리는 삶을 살게 된 것은 회고록에서 뺄만큼 수치스러웠던 방황의 나날들을 거쳐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고통받는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잘 아는 인물이었으므로-. 그 외에도 책에서는 많은 인물의 일대기를 언급하며 그들이 변화했던 시점의 중요 포인트를 집어주고 있다. 늘 도덕적으로 바르게 살았던 인물들만 소개한 것도 아니었고 모두 아는 사람인 것은 아니었지만 한 인간의 굴곡진 일대기를 마주하며 터닝포인트라는 것이 누구에게나 존재하는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먼 훗날 누군가가 내 삶을 반추해보게 된다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는 과연 몇 살쯤이 될까. 지나가버린 것일까. 아니면 아직 발걸음도 딛지 못한 것일까. 그것은 정말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것이기에 오늘과 내일 그리고 다음 내일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시 다잡아야겠다. 2015년이 끝나간다고 흐지부지 보낼 것이 아니라.


 


이 책에서 발견한 가장 큰 위로는 '결함이 있어도 괜찮다'는 말이었다. 결함 없는 사람은 없으며 죄와 한계는 누구에게나 존재한다는 말이 이토록 위안을 안겨줄 줄이야. 10대나 20대였다면 지나쳤을 말인데......! 가장 적절한 시점에 나를 찾아와 얼마전부터 실금이 가 있는 내 마음에 스며든 <인간의 품격>은 30대, 동시대를 살아가는 친구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필독서라서 얼른 서평을 마무리하고 카톡으로 내용을 전달하고 싶어 안달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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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ie 2015-12-02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마법사의 도시님.
저는 <인간의 품격>을 출간한 부키출판사 마케팅팀의 SNS관리자입니다.
서평을 검색하던 중에 마법사의도시님 서재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말씀이 와 닿아서 저희 채널에 마법사의 도시님 서평을 활용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답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

마법사의도시 2015-12-02 16:17   좋아요 0 | URL
책을 읽고 쓴 내용이므로 물론 활용하셔도 됩니다^^
따뜻한 하루 되세요~
 
고양이 전사들 4 - 폭풍전야 고양이 전사들 4
에린 헌터 지음, 김이선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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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는 '두 발 달린 동물'이다. 프린세스 같은 집고양이와 함께 사는. 하지만 기필코 강족의 강을 훼손하지도 않았으며 천둥족의 숲에 개를 풀지도 않았고 고양이 사냥을 하면서 살지도 않는다. 그저 내 고양이를 사랑하고 길고양이들에게 가끔 밥을 챙기면서 고양이가 나오는 동화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갈 뿐.

 

두 영국 여류작가가 함께 쓴 <고양이 전사들> 에는 천둥/바람/그림자/강 족이라는 네 개의 종족이 등장하고 그들은 각각의 환경에 맞게 별족이라는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물론 배신도 있고 음모도 있다. 그래야 이야기의 양념이 맛깔나게 뿌려질테니까. 드라마를 보면 감정이 이입되듯 자꾸만 내 고양이들의 모습이 투영되는건 내가 집사로 살고 있어서일까.

 

집고양이에서 천둥족의 부지도자가 된 황갈색의 수고양이 '파이어하트'는 우리집 노랑둥이 나랑이의 모습으로, 강족의 '실버스트림'의 모습에서는 마요마요가, 색깔 상관없이 블루스타의 기운은 꽁꽁이에게서, 옐로팽과 신더펠트는 각각 라나와 라임이의 모습과 교차했고 강직한 그레이스트라이프는 울 호랑냥이의 모습으로 상상되어져 읽는 내내 즐거움을 더했다.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어도 그들에 대해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묘한 친근감은 언제나 집사의 주변을 맴돌며 그들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곤 했다. 비단 집사만 그런 것은 아닌가 보다. 고양이가 그려진 책들을 옆에 쌓아놓고 집중하여 읽는 모습에서 흥미가 느껴졌는지 시종일관 책읽는 주변을 맴도는 고양이들 때문에 3권부터는 소리내어 읽어주기 시작했더니 조용히 곁에 와 잠들면서 자장가처럼 책의 내용에 귀기울이기 시작했다. 집고양이들이.......!

 

3권에 이은 4권에서 천둥족은 위험에 봉착했다. 부지도자로 올랐지만 모두의 존경을 받지는 못하고 있는 파이어하트에게 가장 반항하고 있는 것은 타이거클로의 심복이었던 다크스트라이프이며 가장 신경 쓰이는 존재들은 타이거클로가 천둥족에 남기고간 그의 피붙이 브램블키트와 토니키트였다. 그 와중에 조카 클라우드포가 인간에게 납치 당하는 일이 일어났고 뒤이어 그들의 보금자리인 숲이 불타는 일이 발생했다. 나쁜 일 뒤엔 반드시 좋은 일이 함께 온다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자꾸만 악재가 겹치고 겹쳐 오고 있는 천둥족에게 4권 끝에 닥친 가장 큰 불운은 추방당했던 타이거클로가 그림자족의 새로운 지도자로 세워졌다는 것이었다.

 

현명한 치료사 옐로팽이 죽고 위대한 지도자 블루스타마저 그 판단력을 상실한 이 마당에 그림자족의 지도자가 타이거클로라니!!!!

 

불의 종족이 천둥족을 구해줄 것이라는 예언은 허언이었던 것일까. 원로 고양이 스몰이어의 걱정처럼 "그가 부지도자로 있는 동안 천둥족이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은 기분"(p42)은 교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악재에 악재가 겹치면서 고양이들은 혼란에 휩싸여 가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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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상식이다 - 아는 만큼 맛있는 뜻밖의 음식 문화사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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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드라마는 그냥 봐도 재미있지만 그 역사적 배경지식을 알고 보면 한층 더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다. 음식도 마찬가지. 얼마전 한 요리 대결 프로그램에서 케찹이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야기에 시청자도 방청객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일이 있었다. 몇달 전 요리 관련 책에서 읽어두어 놀랍진 않았지만 서양의 소스라고 생각했던 케찹부터 이러하니 다른 음식들 역시 찾아보면 이렇게 잘못 알고 있던 상식들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졌다. 그러다가,

 

 

 

음식 전문 칼럼니스트이자 음식문화 저술가인 윤덕노 기자의 [음식이 상식이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먹는 얘기는 언제나 즐거워~" 라고 외친 그의 말처럼 먹지 않고 보기만 했는데도 웃음이 터져나오는 책은 처음이었다. 음식에 대한 상식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처음 만나 어색한 사이거나 공통의 화제를 좀처럼 찾을 수 없는 사람과의 자리에서 나오는 음식에 대한 상식이 풍부하면 재미난 대화로 그 첫 물고를 틀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25년간 기자생활을 하며 조사한 방대한 자료와 30여 나라의 취재 여행을 통해 덧입혀진 요리문화에 대한 스토리들은 신기하기 짝이 없는 진짜 처음 듣는 이야기들이어서 정신줄 잠시 내려놓고 즐겁게 메모해가며 읽어댔다. 간간이 카톡으로 서프라이즈한 내용들을 친구들에게 전하면서-.

 

 

 

패스트푸드점에가면 빼놓을 수 없는 프렌치프라이가 프리덤프라이로 불린 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한민국에서. 왜 하필 프리덤프라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까. 이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반대하고 나선 프랑스에 대한 반발심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자유를 뜻하는 프리덤이라는 단어를 붙여 구내 식당 메뉴명을 바꾸어버렸을만큼 미하원의회는 프랑스의 태도에 불만이었다고하니 국회의원들의 속마음도 사람 속마음이구나! 싶어져서 그들에게서 사람내음이 난 것 같아 도리어 흐뭇한 웃음이 묻어나버렸다. 한편 비싼 요리의 대명사인 랍스터는 과거 가난의 상징이었다니 이 또한 재미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1620년 메이플라워호가 미국에 도착하고 2년 뒤, 플리머스의 플랜테이션 농장주 윌리엄 브랫포드는 정착민들을 향해 이런 연설을 했다고 한다.

 

 

 

P21  여러분에게 제공할 수 있는 식사는 따뜻한 빵 대신에 물 한 잔과 랍스터 밖에 없습니다

 

 

 

라고. 최고의 만찬인데!! 싶지만 빵 대신 랍스터를 먹으라는 이 말은 근사한 요리를 대접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던 것이다. 브랫포드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훗날 랍스터가 흔히 먹을 수 있는 일용식이 아니라 특별한 날 선택하는 요리의 재료가 되었다는 사실은.

 

 

 

또한 흔히 먹을 수 있는 고등어는 그 이름의 어원이 '등이 둥글게 부풀어 오른 고기'라는 뜻이란다. 요즘 삼시세끼 어촌편을 통해 부시리, 거북손 등 익숙치 못한 바닷 생물들의 이름을 접하곤 하는데 고등어, 갈치 정도만 알고 있던 내겐 방청하며 새로운 생선의 이름을 알게 되는 재미도 쏠쏠했다. 하지만 익숙했던 고등어 역시 뒤적여보니 알지 못했던 재미난 사연들을 내포하고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사바'라고 부르고 중국어로는 '타이위나 칭화위'라고 불린다고 했다. 사바사바라는 부정적인 행위의 속된 말이 고등어의 사바에서 유래되었다니 이 또한 재미난 일. 낚이는 순간 죽어 살아서도 부패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 고등어를 두고 사람들이 붙인 말들은 흥미롭기만 했다.

 

 

 

그 외에도 여자 없이 살 수 없었다는 한무제가 정력을 위해 챙겨먹었다는 새우나 진짜 고향이 독일의 항구도시가 아닌 몽골이라는 햄버거의 과거도 들으면 귀가 솔깃해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이렇게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의 차이는 크다. 음식을 두고 어떤 레시피로 조리되었는지 맛은 어떤지 가격은 얼마인지 따지기보다 그 유래와 사연, 에피소드들을 챙겨 가서 먹는다면 맛나는 음식을 조금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는 테이블 문화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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