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노는 아이들 - 상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윤정 옮김 / 손안의책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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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괴롭다....그는 나를 죽이려 하고 있다. 그만...멈춰 주었으면 좋겠다. 살려줬으면 좋겠다. 

첫페이지부터 우리를 긴박하게 몰아간다.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도 모른채 우리는 인물의 공포를 함께 느끼면서 숨을 멈추게 된다. 누가 죽는 것인지, 왜 죽이는 것인지, 알지 못한 채 우리는 계속되는 공포를 죽어가는 이와 함께 겪여야만 했다. 

소설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왠쪽하고 오른쪽. 둘 중에, 골라."라니. 어느쪽이든 포기할 수 없는데 인물은 오른쪽을 선택한다. 그리고 잔인하게 눈이 도려내진다. 무엇을 위해서 첫장면부터 이토록 강렬하게 시작하는 것일까. 

[밤과 노는 아이들]이라는 범상치 않은 제목과 함께 소설은 그 강렬한 서막을 열고 있었다. 

고즈카 고타는 츠키코와 함께 D대 게시판에서 "정보공학"논문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된다. 4년간의 미국 유학이라는 달달한 부상과 함께 생활비로 충분한 액수의 용돈까지 매월 지급되는 멋진 기회였다. 기무라 아사기도 마찬가지였다. 매우 수려한 외모의 가는 기럭지의 신체, 동화속에서 톡 튀어 나왔을 법한 아사기가 고타의 강력한 경쟁자였다. 둘 중 하나가 뽑힐 거라는 믿음이 강한 가운데 의외의 심사결과가 메일로 도착되었다. 

최우수상은 해당자가 없는 상태로 아사기와 고타 는 다른 3명과 더불어 우수상을 수상했다. 다만 로또 당첨자의 수령 유예기간처럼 i라는 지원자가 본인 사실 여부를 거치게 된다면 최우수상 수상자로 발표하겠다는 이상한 결과였다. 

그리고 아사기의 쌍둥이 형으로 밝혀진 i의 살인게임 제안이 받아들여지면서 살인이 시작된다. 참으로 독특한 이야기 구성이었다. 영화 쏘우를 처음 접했을 때처럼 우리는 알 수 없는 궁금증으로 빠져든다. 범인도 알고 이유도 알지만 더 알고 싶게 만드는 스토리텔링.

"너와 함께 이 세상을 증오하고 복수할 거야."라는 아이의 염원은 살인을 불러오지만 그는 또한 [데쓰노트]에서처럼 "살인사건의 범인은 접니다....저를 찾아내 주십시오."라고 또 하나의 게임을 제안했다. 그는 과연 잡히고 싶었던 것일까. 잡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까. 

대범하게도 "나 잡아봐라~"를 외치며 살인을 게임하듯 저지르는 범인. 흡사 사이코 패스적인 그 범인의 정체는 읽는 독자인 우리들 밖에 알지 못한다. 마치 연극의 독백처럼.


아카가와 츠바사. 18세. 6월11일 실종.
실종되고 나서야 부모는 자식이 제 생각같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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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도박 - 유럽을 뒤흔든 세계 최초 금융 스캔들
클로드 쿠에니 지음, 두행숙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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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읽다가 문득 어느 페이지에서 한 인물을 발견하게 되었다. 기존의 위인전에서는 읽어본 바가 없던 새로운 인물이라 관심이 갔다. 그의 이름은 존 로. 18세기 격동기의 유럽을 살면서 천재적 금융가로 불리던 그는 왜 역사에 묻혀버렸을까. 존경받을 수 있는 업적을 뒤로하고 부정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을까. 도박사였던 경력때문일까. 

유럽에서 가장 부유했던 남자가 왜 한순간에 그 많은 재산을 잃어야 했을까. 
소설은 놀랍게도 12살부터 여색에 빠졌던 존 로의 생활부터 드러내며 시작된다. "지폐의 아버지"라 불릴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남긴 재산을 탕진하고 살인 혐의까지 받으며 수배자의 생활을 하다 프랑스에서 세계최초로 "지폐"발행에 성공하면서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 된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그의 재기는 성공이로 이어진 듯 했으나 금융 투기의 "미시시피 사건"의 주인공이 되어 1729년 3월, 쉰 여덟번째 생일을 앞두고 죽음을 맞이했다. 돈을 이용해 "평등"을 실현하고 생활 조건을 개선하려했던 이상주의자의 꿈은 그의 죽음과 함께 깨어졌으며 수학적 재능 또한 역사에 묻혀 버렸다. 

하지만 소설읽기를 마치고 후기를 읽다가 후기 속에서 또 다른 반전을 찾아낸다. 존 로가 지폐를 고안한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암스테르담 은행이 그보다 먼저 지폐를 발행했다고 밝히면서 잠시 우리를 헷갈리게 만든다. 읽었던 소설의 근간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존 로는 최초 지폐발행인은 아닐지언정 지폐유통을 통한 화폐통용의 유동성을 실천해낸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는 듯 보인다. 

스위스 바젤 출신의 클로드 쿠에니의 소설은 긴박감을 가지고 몰아가는 소설의 힘은 없으나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고 그에 따른 흥미를 부여하는데는 재능을 가진 작가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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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 트립
모리 에토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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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끝까지 읽었으나 이해할 수 없었다.
암호나 기호로 이루어진 것도 아닌데, 이 소설의 단편단편의 내용들은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작가가 외계인일까. 이런 상상들을 할 수 있는 것이지?

단순히 코드가 맞다, 안맞다를 반복할 수 없는 종류의 답변을 이 책을 향해 쓸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이야기는 처음도 없고 끝도 없고 그 가운데 토막만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가령 [물건찾기경주]의 경우 한 페이지 반 동안의 내용이라곤 랏타의 엄마가 "엄마들의 물건 찾기 경주"에서 일등을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것인데, 랏타의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가 다가와 달리게 된 엄마는 종이를 뽑는 순간 얼굴이 얼어붙어 버렸다. 

"김정일의 연애편지"

세상에 초등학교 운동회, 학부모 달리기에서 무슨 이런 괴상한 과제를 내는 것인지...교문을 뛰쳐나가며 엄마가 짜낸 전략은 김정일 유혹하기 부터라니....그리고 소설은 끝나버린다. 

수많은 단편들이 이런 식으로 짜여져 있다. 어느 시점에 웃어야할지 모를 정도로 짧고 엉뚱하다. 그래서 제목이 쇼트트립인가보다 싶어진다. 모리 에토라는 작가는 대체 어떤 상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작가인지 궁금해졌다. 

진한 핑크색의 책 속에는 이런 엉뚱한 소설이 가득하다. 호기심이 이는 독자라면 당장 구해 페이지를 넘겨 보아도 좋을 것이다. 엉뚱함을 기대하고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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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먼트
혼다 다카요시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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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소문이 있다. 

죽음이 임박한 환자의 소원을 이뤄주는 사람이 병원에 있다....는 소문이 환자들 사이에서 돌고 돌았다. 노인 또한 믿고 있는 듯 했다. 놀랍게도 청소부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사람. 노인이 그 소문을 털어놓자 젊은이는 대답한다. 나였노라고.

다름이 아니라 대학교 등록금 마련을 위한 "소원들어주기"알바를 시작하게 된 것은 한 할머니의 소원을 들어주면서부터였는데, 고객을 위한 비밀엄수를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알려주진 않았지만 결국 할머니가 죽고나서 들어온 수고비는 4배나 많은 돈이어서 무료로 다른 이들의 소원을 이루워주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에 노인은 젊은이에게 소원을 말하는데,

그는 젊은 시절 전쟁통에 어쩔 수 없이 살인을 해야했다. 자발적인 살인은 아니었지만 죄책감을 안고 살아왔던 평생의 짐을 덜고자 그 유가족의 행복을 보고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소원을 말하고 있었다. 

혼다 다카요시의 단편 모음집인 [모먼트] 속 첫번째 이야기인 [얼굴]은 그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길지 않은 단편의 길이감에 담긴 글들은 하나같이 독특한 상상을 담고 있었다. 다소 평범한 듯한 제목들 속에 담긴 작가의 상상력이 기발해서 책읽기가 멈추어지지 않는다. 

죽음을 앞 둔 순간, 당신은 무엇을 소원하겠습니까?

라고 묻는 저자의 물음. 얼마전 재미나게 읽었던 [통곡]의 번역가의 또 다른 번역작이라 선택했던 책이었는데 의외로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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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기억
호사카 가즈시 지음, 이상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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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잔잔한 일상이 계속되는 소설의 두께는 생각보다는 두꺼웠다. 흔히 일본의 얇은 문고판 정도의 두께를 생각했는데 그 보다는 약간 더 많은 양으로 채워져 있었다. 특별한 사건을 향한 소설도, 그렇다고 특이한 캐릭터가 있는 소설도 아닌데, 이 많은 분량이 어떻게 쓰여진 것일까. 

아쿠타가와 상을 받았다는 호사카 가즈시는 [계절의 기억]을 무엇을 위해 집필한 것일까. 
자신이 한 때 살았던 동네를 배경으로 한 소소한 일상의 늘어놓음.  우리와 다를바 없는 늘어진 삶 속에서 그 어떤 매력이 숨어 있길래 [계절의 기억]은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과 히라바야시 다이코 문학상을 받게 된 것일까. 

미처 내 눈에는 띄지 못한 문학적 소양이 이 소설의 어디쯤엔 숨겨져 있는 것일까. 

산책하고 밥 먹고 이웃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상의 지나감을 일기 형식도, 에세이 형식도 아닌 소설 형식으로 이 많은 분량을 기획한데는 작가의 특별함이 존재해야 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해본다. 게다가 하루하루 일상이 별 일없이 지나가듯 소설도 별 일 없이 그냥 끝나버린다. 저절로. 

소박한 문체 속에 리듬감까지 느려 이 소설은 읽으면서 잠시 잠깐씩 멈추어야 했다. 책을 손에서 놓치 못할 정도의 긴박감이 없었던 지라 하던 일을 하면서 쉬어가면서 읽어가면서를 반복해도 전혀 하등의 문제가 발생되지 않았다. 

왜 제목이 계절이 기억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정적으로 기승전결이나 클라이막스를 거치지 않고 물흐르듯 고요히 읽게 된 소설은 기존의 틀을 많이 벗어나 있어선지 쉽게 눈에 익지 않았다. 하지만 읽고나서도 괜히 읽었다라는 후회를 남기지 않는 이상함이란 이 소설만이 가진 특징이 아닐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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