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사 1
김진명 지음 / 대산출판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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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가 김진명의 소설은 칙릿이 아니다. 역사와 현 정세를 바로 보게 만들고 힘없음에 울컥하게 만드는데도 그 무게감에 짓눌리지 않게 만든다. 가볍지 않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칙릿보다 더 재미있기에 빠져드는 무서운 가속도로 금세 몇 권쯤은 읽어버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꼭 누군가가 등뒤에서 등떠미는 것처럼 후딱후딱 읽어놓고 울분을로 혹은 다짐으로 마음을 채우게 만드는 작가. 김진명. 그는 독특한 작가였다. 

그런 그가 역사나 정치가 아닌 도박을 주제로 소설을 썼는데 바로 [도박사]였다. 늘 그래왔지만 간단 명료한 제목으로 인해 책의 주제는 드러나 있었고 좀 의아하긴 했지만 도박의 어떤 점을 꼬집어 낼지 궁금증을 갖고 소설읽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도박이라면  영화 [타짜]나 [올인]이라는 드라마도 있었고, 몇몇 연예인들의 해외 원정 도박이 자주 매체에 오르내리는 탓에 익숙한 소재이긴 한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들과 거리가 멀어 도박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 없이는 이해의 재미를 떨어뜨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역시 기우였다. 작가 김진명의 작품 속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을 구석이라고는 애초에 있을리가 없었다. 

매니아는 아니지만 김진명의 책은 꼭 읽고 넘어가야 속이 시원한 당연성이 포함되어 있기에 나는 이 두 권의 소설을 빠르게 읽어나갈 수가 있었다. 내 등을 떠미는 존재는 바로 소설 그 자체였는지도 모르겠다. 

실종된 동생을 찾기 위해 네팔에 왔다가 봉변을 당할뻔 했던 아름다운 여인 무교는 시후라는 남자의 도박실력으로 인해 위기를 모면했지만 곧 그 남자 역시 사라진다. 일설에 따르면 네팔에 자살하러 온 사람 중 한 명이라는데, 그에 대한 아쉬움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와 있는 무교에게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시후. 

한편에선 고수 도박사 우필백이 두 명의 제자들과 함께 도박판에 나섰고 이들이 1권안에서는 엮이는 부분이 없기에 이들이 교차하는 순간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2권을 숨도 고르지 못하고 바로 집어들만큼...

1권에서 가장 멋있었던 문장은 바로 이 문장이 아닐까 싶다. 

바카라는 절대로 그림을 맞히는 게임이 아니다. 벳을 조정하는 게임인 것이다....


라고. 바카라라는 도박이 어떤 종류인지 잘 모르겠지만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라고 하니. 이 게임에서 승자는 절대 실력의 고수가 아닐까...상상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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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FHFGH 2011-07-16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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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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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비밀의 부채 1
리사 시 지음, 양선아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홍등],[색,계]를 통해 본 중국 여인들의 삶은 모파상의 여자들의 일생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단 한번 살 수 있는 인생, 그들처럼 살다가고 싶지 않을만큼...그런 일생이었는데, 중국은 넓은 땅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심한 빈부격차 때문에 과거의 그들의 삶이나 현재의 그들의 삶이나 격차가 좁혀진 것 같지는 않은 느낌이 들곤 했다. 중국 여행을 다녀오면서 잠시 잠깐 보았던 여인들의 삶이 잊혀지지가 않았다. 자꾸만...

[소녀와 비밀의 부채]도 그런 여인들의 삶이다. 남자들을 위해 발 뼈가 부러진 고통을 참아가며 전족을 해야했고 미덕인 것 마냥 갇혀 사는 삶에 만족하며 살아야 했던 여인들. 그들의 유일한 방항이자 세상과의 소통도구는 부채였는데, 성균관 스캔들의 꽃도령 여림의 부채같은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문자 누슈를 통해 우정을 나누고 소식을 나누어야 했다. 아주 비밀스럽게...

나는 사는 내내 사랑을 갈망했다. 처음엔 소녀로서, 나중엔 여자로서...
나는 내가 사랑을 원하고 기대하는 것이 온당치 못함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원했다...

라는 첫장의 발췌문이 눈을 시리게 만들었다. 인간으로 태어나 사랑하고 사랑받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본능인데 이에 죄의식을 느껴야 하고 절망감을 느껴야 하다니....남자들은 상상하지 못할 그 여인들의 삶으로 나는 한걸음, 한걸음 더 깊숙이 빠져 들어가고 있다. 페이지가 넘겨질때마다 -. 


주인공 나리는 야오족의 후손으로 푸웨이에서 태어났는데 도광제 재위 3년 6월 5일에 태어났다. 흔한 성인 이씨 가문에서 세 자매 중 가운데로 태어나 일곱살에 전족을 행하라는 명을 받게 된다. 전족. 세살때부터 하기도 하고 여섯살때 하기도 하는 그 정해진 나이가 딱히 없는 악습을 가난한 소녀들은 하지 않아도 좋았다니, 차라리 가난했더라면 전족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을 것을 그녀는 가난한 집안의 여식도 아니었다. 

전족. 그 작은 발이 그토록 매력적으로 생각되는 것일까. 남자들에게는. 그들의 야릇한 욕망이 여인들을 어린시절부터 고통스럽게 만들고 종국에는 불구로 만들어갔지만 이 이야기는 그 모든 것이 당연하던 시절의 이야기였다. 불행하게도.

나리가 루씨 집안으로 시집가는 것을 끝으로 1권은 조용히 접어졌다. 그들의 부채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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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완 선생 - 그때가 우리에게 가장 자신만만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4
판샤오칭 지음, 이경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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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지금 부활하셨어요?

 

 

 

라니. 어느 동네에나 하나쯤은 있다는 "바보"가 이 동네에도 있나보다 했다. 하지만 그 심각성은 바보가 동네 의사라는데 있다. 그것도 우연한 일로인해 "명의"로 오인받아버렸다는 사실~!! 이 동네 사람들이 몽땅 극락도 주민들처럼 모두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싶어진 것도 잠시, 그는 맨발의 의사 완선생이 되었다.

 

선무당은 사람 잡지만 바보 의사는 사람을 고치게 되는 것일까.

 

맨발의 의사라는 명칭은 의사가 신발을 신고 다니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면허 없이 의료활동을 하는 의사를 말하는데 이 무허가 의사가 대물림 될 수 있었던 것은 순박한 시절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말 그대로 마을 사람 모두 순진하고 순수한 시절의 이야기니 가능했다. 아버지 역시 맨발의 의사였던 완취안허는 남다르게 맹한 인물이었는데, 어느날 싹난 풋콩 하나를 귀에서 꺼내면서 "명의"로 소문나 버린다. 닥터k 가 봤으면 기겁할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아버지는 반신불수에 약혼녀는 바람나고 게다가 돌아온 그녀의 아이들까지 맡아키워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린 동네 바보 완. 되는 일 하나 없이 머피의 법칙에 100% 충실하며 살아가는 이 남자는 의외로 자신의 삶을 잘 받아들이고 있었다. 절대 절망하거나 자살충동 따위를 느끼며 살지 않았다.

 

이쯤 되면 이야기는 작가 채만식의 태평천하 같은 풍자가 아니라 오쿠다 히데오 식의 코믹이 되어버린다. 로빙화의 배경이 된 산골 시골마을같은 동네에서 이라부만큼 엉뚱하지만 그보다는 덜떨어진 비전문적인 의사가 계속 웃음을 주고 있다.

 

사실 처음 그림으로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열 아홉의 고백을 들을 때부터 바보 캐릭터가 주는 웃음의 해학을 눈치채야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 읽고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정말 바보였을까. 우리가 그를 바보라고 규정짓는 잣대야 말로 바보스러웠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기 시작했는데,

 

맨발의 완선생은 친구들뿐만 아니라 학생인 조카들에게도 권하고 싶을만큼 유쾌하고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누가 누구를 바보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토론을 벌여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책을 함께 읽고 난 후엔-.

 

맨발의 완선생은 정말 특이한 작품이었다. 그저 나에게 온 것에 최선을 다하는 삶의 순수를 보여주는 주인공이 있고 귀에서 콩 하나 꺼냈다고 명의로 불러주는 순수한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마을이 있고, 그들을 보며 웃음짓는 독자들이 함께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루어내게 만드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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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의 위대한 유산 - 억만장자의 특별한 자녀교육법
피터 버핏 (Peter Buffett) 지음, 문수민 옮김 / 라이프맵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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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를 던져주기보다 물고기잡는 방법을 알려주라....

는 현명한 충고는 부자아빠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가문의 대물림되는 것을 부에 두는 것이 아니라 재력을 일구어낸 방법을 전하는 것에 둔 현명한 억만장자들이 몇몇 눈에 띄이기 때문이다. 왕조 때야 권력의 세습을 한다지만 자유경쟁시대에선 권력이 바로 부이기에 부유함을 세습하는 것이 무엇보다 그들의 왕국을 유지하는 밑거름일 것이다. 

하지만 권력보다 더 대물림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재력이다. 단 한 순간에 먼지처럼 사라져버리는 것이 사람과 돈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워런 버핏의 위대한 유산은 꼭 읽고 싶은 책이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부자아빠 워런 버핏은 대체 자녀들에게 어떤 교육을 해왔던 것일까. 그 비밀속에 비법이 숨어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나는 책을 펼쳐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현명한 비법을 내 아이에게도 물려주기 위해 나는 그들에게서 가르침을 얻고자 했던 것이다. 놀랍게도 워런의 아들 피터 버핏이 말하는 아버지의 낚시법은 독립심에서 그 시작점을 찾을 수 있었다. 

피터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복권을 물고 나왔다. 부유하면서도 존경받는 워런의 아들로 태어났으니....하지만 부의 상속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아버지는 자산을 거의 사회에 환원했고 자녀들에게 거대한 신탁자금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하게 못박았다. 대신 사회란 완벽하지는 않지만 좋은 곳이며  인간은 근본적으로 선하다는 믿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도록 교육했다. 

배움이 없는 자유는 위험하고, 자유가 없는 배움은 헛된 일

이라는 가르침은 어느 책에서도 본 적이 없는 명문장이었다. 이런 똑바른 가르침 하나하나가 자녀로 하여금 이루어내는 삶의 주인공이 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워런의 아들 피터는 뮤지션이다. 유명한 영화의 ost를 만들기도 했던 그는 증권맨이 아니라 음악을 만드는 일을 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열정을 바쳐 할 일이 바로 그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으며 함께 나누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아버지의 가르침의 힘으로...

우리는 때때로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기도 하고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 언제나 바뀌는 목표와 진실 속에서 작고 초라해지는 나를 발견할때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순간에도 바로 선 내가 있다면 우리의 오늘과 내일은 어제처럼 즐거울 수가 있다. 워런, 피터 부자처럼.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일의 내 아이들을 꿈꿔보고 있다. 내 믿음과 생활과 내일이 미래의 아이들에게 물려질 그 무언가를 창출해내기를 바라면서. 나는 과연 무엇을 위대한 유산으로 물려주어야할 것인지 곰곰히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책의 화두는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읽고나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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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마지막 장미
온다 리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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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 매니아.

 

2009년 온다리쿠의 책들에 열광했던 내게 친구들이 붙여 놓은 별명이다. 누구를 만나도 그녀의 소설에 대해 이야기했고, 읽어보라고 권한 리스트에도 그녀의 책 이름들이 가득했으니까.

 

그리고 참 오래 기다렸다. 그녀의 다음 권을. [여름의 마지막 장미]라는 제목과 함께,

 

 

이 살인 사건은 진실인가, 환상인가

 

 

라는 물음을 서두에 두고 호화 호텔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주목하게 만든다. 사쿠라코와 도키미쓰 남매의 근친 스토리가 이야기의 서막을 열고,자신의 불륜을 의심하는 남편 류스케가 도착한 다음 날,사쿠라코는 시체로 발견된다. 다신이 죽었따는 것도 모를 정도로 갑작스럽게 죽고자 했던 소망 그대로.

 

 

다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그 이전의 이야기다. 사쿠라코가 아직 살아 있을 시각. 이치코,미즈코,니카코. 사와타리 그룹의 세 자매이자 그들의 어머니이자 이모인 그녀들의 과거 소문을 파헤쳐 나가다가 사쿠라코는 호텔에서 유산했던 소문의 주인공이 이치코가 아니라 니카코 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펴낸다. 이치코의 남편 류조와의 불륜으로 아이를 임신하고 그 사실을 안 이치코가 니카코의 유산을 자신의 것으로 소문나게 만들었다는.....그런 가설. 그리고 곧 괘종시계에 깔려 죽은 차녀 니카코가 발견된다.

 

뒤이어 밝혀지는 추악한 가설들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기도 하고 뒤집히기도 하면서 우리를 혼돈으로 몰아넣는다. 어느 것이 사실일까. 라는 질문은 이미 답을 잃어버린지 오래되었다. 장이 변할때마다 도키미쓰,사키,류스케,아마치,사쿠라코,다쓰요시로 "나"라는 인칭의 주인공도 변하면서 시점은 묘하게 사실을 객관화하면서도 다각화해버려 우리를 헷갈리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이치코,미즈코,니카코 세 자매에 주목했다가 나중엔 미즈호,사키,사쿠라코 이 세 명에게 주목하게 되는 까닭은 이야기가 진전되면서 밝혀지는 사실들에 의거해서다.

 

 

6개의 변주로 나뉘어진 이야기 속의 모호함과 각각의 "나"가 들려주는 진실에 대한 흥미성뿐만 아니라 작가의 인터뷰까지 실린 이번호는 꽤 두껍다. 하지만 온다 리쿠의 매니아라면 분명 환영할만큼 멋진 작품임에 틀림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꼭 라쇼몽을 보고난 것과 동일한 느낌으로 마지막 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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