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일러스트 수업 - 런던에서 꿈꾸고 배우고 그리다
박상희(munge).이지선(sunni) 지음 / 아트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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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직업백수"로 지내다가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 저자. 
10년간의 백수라는 말에 제일먼저 떠올려진 인물은 김지운 감독이었다. 감독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겉으론 과묵하게 보이던 감독의 유머러스한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었는데 오랜 백수 생활에서 가족과 부딪히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을 읽으며 아주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떠올려졌는지도 모르겠다. 백수라는 단어에 막연히.

그녀의 그림은 사실 낯설지 않았다. [벽장 속의 치요], [노서아 가비], [커피홀릭's 노트]등등을 통해 이미 익숙해져 있었고 좋아하는 일러스트들이라 소장하고 있는 책들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다가 문들 그녀의 지난 책들을 다시 꺼내 살펴보았다. 역시 그녀스러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전재산을 탈탈털어 아이처럼 놀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했다는 표현과는 달리 그녀는 최선을 다해 학업에 충실한 것으로 보인다. 퍼스트로 졸업한 것만 보아도 그렇다. 

그녀가 떠난 영국의 시간은 느리다고 하는데 그래서 시간이 많은 도시로 떠났던 것일까. 좋아하는 것을 위해 현재의 것들을 몽땅 뒤집고 떠난 그녀. 그래도 아름다운 까닭은 하고싶은 일을 택한 그녀의 선택 때문이었다. 

런던을 그리고 세상 위를 그린 그녀의 여정을 구경하다 그녀의 작품을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일러스트가 아니라 작은 엽서라도 좋으니 그녀의 실제작품들을. 전시장에서 1000원짜리 엽서라도 그녀의 작품을 소장한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지....

특히 토끼도 아닌 것이 하얀색 먼지처럼 몰려다니는 귀여운 캐릭터에 찜 한표를 던져 놓는다. 
그 외 인상적이었던 일러스트는 고슴도치인듯 사자인듯한 캐릭터였는데 역시 나는 토끼인듯...귀가 긴 그 하얀 얼굴이 맘에 든다. 

평생 그림을 그리며 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그녀의 내일이 더 궁금하다. 언젠가는 그녀의 일러스트 전시회에 구경갈 수 있는 일이 생기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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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마디 - 조안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
조안 지음 / 세종미디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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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가 아니었다.

어디서도 본 적이 없었던 신기한 삽화를 보고 동화라고 생각했던 것은 역시 착각이었다.

 

판타지 픽션도 아닌 듯 했다. 보도자료를 통해 확인한 장르조차 의심스럽다니...

대체 이 글의 장르는 무엇일까.

 

나는 지금 특별한 책 한 권을 앞에 두고 있다. 두께도 얇고 길이도 짧은 이야기가 얌전히 책상 위에 놓여 있지만 일단 페이지가 펼쳐지고 나면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스토리에 압도당하게 된다. 열여섯편의 이야기는 "어떻게 이런 생각들을 해 낼 수 있지?"싶을 정도로 묘하다. 그런데 그저 달콤함으로 포장되어진 것이 아니라 두 번 놀라게 만든다.

 

판타지도 동화도 아니라고 말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장 현실에서 멀리 떨어진 거리에 있으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풍자로 가득차 작가의 영민함에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작가 조안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이 보이는 글들, 바로 [단 한마디] 속 열 여섯 편이다.

 

기발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책을 읽으며 그녀, 조안은 잠들기 전 베개를 베면서 어떤 상상을 하는 것일까 궁금해졌는데, 꿈 속에서조차 꾸어질 것 같지 않은 이야기들을 눈뜨고 만들었다니 믿기지 않는 일처럼 느껴진다. 책의 겉면만 보자면 아이와 읽어도 좋겠고 속으로 파고들어가면 이 이야기는 어른들을 위한 풍자적 동화여서 때로는 영특하게 때로는 귀를 반쯤닫고 읽게 만드는 소설은 재미있으면서도 따꼼스럽다.

 

애초엔 [심장을 달고 다니는 소년]에 이끌려 책을 펼쳐들었으나 읽다보니 [세 개의 혀]를 가장 마음에 두게 되었는데, 이는 "진실의 혀","마법의 혀",'독설의 혀"를 가지고 살아가게 되는 우리의 일생을 담아냈기 때문이었다. 소름끼치도록 놀라웠다. 짧은 글 속에 이 세 혀의 허와 실이 다 담길 수 있다니....조용하게만 보였던 배우 조안의 날카로운 눈이 발견되는 순간이었다.

 

반면에 "네 아이는 평생 단 한 마디밖에 하지 못할 것이다. 그 한 마디가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고, 아이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으니.."라는 말을 천사에게 들은 엄마가 된다면 아이에게 어떤 말을 알려줘야할까. 고민하게 만든 글이 있었다. 바로 책의 제목과 동일한 [단 한 마디]였다. 평생을 아이에게 좋은 말을 가르친 글 속의 엄마는 죽는 순간까지 고민했는데,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단 한마디를 들려주었다고 했다. 그 말이 과연 무슨 말이었을까. 궁금하기 보다는 나라면 어떤 말을 들려주었을까. 가 고민되었는데, 역시 많이 고민해도 " 사랑해요 "가 정답인 것 같았다. 

 

그 어느 순간에도 적절하게 사용될 이보다 좋은 말은 없어보였기 때문에.

 

열여섯편은 짧았다.조안의 특별한 이야기가 좀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게 되는 것은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기 때문이었다. 읽는 내내 가장 많이 눈에 띄였던 단어는 심장과 마음에 관한 단어들이었다. 이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 인간과 사회 사이의 소통이 필요한 사람들을 두고 쓴 소설이라 그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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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반의 연애편지 - 훈민정음 언해본의 진실
김다은 지음 / 생각의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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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여인이 궐 밖으로 내보낸 한 통의 편지가 궐을 피바다로 만들었다.

핏줄과 측근들에게조카 서슬퍼런 숙청의 칼날을 휘둘렀던 수양대군의 여인 덕중. 수양대군이 세조가 되자 그녀 또한 소용 박씨가 되었는데, 이 순진한 여인이 휩싸인 연애사건의 전말을 다 읽고나면 복잡한 추리소설을 읽은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연류되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떠들어댔던 여인의 연애 편지는 모반의 편지로 이어졌고 이 모든 사건의 뒤에는 인자한 얼굴의 정희왕후와 자신의 비밀이 알려질까 먼저 손쓴 세조가 있었는데, 그들의 정치적 야망이 많은 사람의 목숨보다 소중했을까. 싶어진다.

 

단종을 폐위 시키고 왕좌에 오른지 11년 째 되던 해, 소용 박씨가 종친인 귀성군에게 보낸 연서가 궁으로 돌아오면서 피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그 편지를 전달했던 두 환관과 궁녀들이 죽어나갔고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생사를 걸고 하루하루를 연명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발없는 말만큼이나 빨리 뛰는 소문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비밀리 건네지는 편지들까지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사전만큼 두꺼운 이 소설은 놀랍게도 모두 편지글이다. 고아라, 김옥지, 감찰상궁, 제조 상궁, 방비리, 강원종 등등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 비밀과 소문이 무성했고. 그 소문의 중심에는 공통적으로 소용 박씨의 소식이 들어 있었다. 제비가 박씨를 물듯 편지 글 속에 소문으로 전해지는 소용 박씨의 소식은 그녀가 죽은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는데 마지막으로 죽은 그녀가 숨겨놓은 편지 속에서 토해진 진실은 아주 놀라운 것이었다.

 

건강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백팔...이라는 단어를 잘못놀려 비명횡사한 아들의 출생에 대한 비밀과 그녀의 비밀까지 계획의 일부였던 모사의 달인 정희 왕후,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진실의 반대편에서 덮고자 했던 세조의 검은 속내가 속풀리듯 확 다 풀어지는 순간이 바로 이 마지막 편지 속에 들어 있었다.

 

수세미를 키운다는 명목으로 안채의 뒤뜰보기로 시작해 채소와 동물을 돌본 순박한 한 소녀가 권력 앞에서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비참한 정치 현실 속에서 이 편지들은 그 증거가 되어 우리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든다.

 

그토록 사람들을 궁금하게 만들었던 백팔 글자의 비밀과 두 왕자를 잃어야한다는 왕실의 예언의 실채가 궁금해지는 사람이라면 [모반의 연애편지]를 읽기를 권하고 싶다. 소설은 소설의 형태가 아닌 수신인이 여러명인 편지의 형태 속에서도 잘 전달됨을 우리는 이 소설을 증거로 알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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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칭 파이어 헝거 게임 시리즈 2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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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게임]을 읽으면서 여류작가의 작품임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 굵고 힘있는 문체가 마치 게임을 좋아하는 20.30대 성인 남자의 성향을 반영하듯 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 읽고 나서야 작가의 이름을 다시 살펴볼 여유가 생겼는데, 수잔 콜린스라는 여성작가의 작품이었다. 그만큼 책을 읽어나가면서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작품이 바로 [헝거게임]이었다.

 

한 개의 부유한 도시를 위해 여러개의 위성도시는 각각 남녀 1명씩의 아이들을 갖다 받쳐야 했는데, 살인서바이벌이 벌어지는 잔혹한 설육의 현장은 거대한 사각의 링과 같다. 배에 기름기가 낀 성인들이 살아남기 위한 아이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광경을 보고 열광하다니....우리의 미래가 이렇다면 미래는 도래되지 않아도 좋겠다 싶을만큼 잔혹스러운 광경들이 문자를 통해 눈으로 시각화된다.

 

이례적으로 한 명이 아닌 두명의 커플이 살아남게 된 전작 헝거게임 속에서 주인공 캣니스는 씁쓸함을 남겼다. 피비린내 나는 공포 속에서 살아남았더니 그 속에서 유일하게 의지했던 피타의 모든 행동들이 계산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의 허탈함과 배신감은 캣니스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독재국가 판엠이 그들을 그대로 살려둘 리가 없었다. 캣니스로 인해 저항의 기운이 살아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의 흉내어치는 하나의 상징이 되어 있었다. 이 위험한 아이들을 살려두지 않기 위해 판엠은 우승자의 마을에서 살고 있는 캣니스와 피타를 다시 헝거 게임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번에는 우승자들까지 포함해서. 공식적인 살인경험이 있는 그들 속에서 피타와 캣니스는 다시 살아남아야 했고 그 25년 마다 돌아온다는 "특집" 게임은 더욱더 잔인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또한 꾀돌이 피타는 경기 직전 캣니스와 자신이 결혼했으며 그들 사이에 아이가 임신되어 있다는 정보를 흘려 주목받게 만들었고 그녀를 살리기 위한 그만의 계획에 돌입했다.

 

캣니스는 구해지고 피타는 잡혀간 상황, 사라진 12구역과 모두의 희망인 13구역에 대한 믿음. 그 무엇이 다시 캣니스를 일으켜 3권을 이어가게 만들런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캣니스에게 마지막으로 주어질 임무가 무엇인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는 그녀가 혁명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모두가 그녀를 중심으로 이끌고 있기 때문이었다.

 

위기의 순간 모두를 구했던 잔다르크처럼 캣니스는 캣칭 파이어 속에서 이미 잔다르크가 되어 있었다. 이제 그녀가 들려준 모킹 제이가 출판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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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사 2
김진명 지음 / 대산출판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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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 남는다. 무언가 이야기가 더 남아 있을 것 같았는데 급하게 마무리 되는 것 마냥.
2권을 읽어나가면서 중반을 넘기자 "어~어~"라는 감탄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는데, 끝나지 않을 듯 3권을 기대해야 할 듯 이야기가 허리쯤 와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보통 중반을 넘어가면 절정을 향해 치닫으면서 꼬리가 보여야 하는데 이제 허리쯤 와 있으니 스토리가 쉬이 끝날 것 같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무리지어지는데서 오는 약간의 아쉬움. 그런 것들이 책을 읽으며 남아 버렸다. 

읽고난 지금도 도박이나 바카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애초에 도박에 치중된 소설이 아니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제목은 도박사지만 도박에 관한 정보를 주는 책이 아니라 도박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그들이 도박을 끊을 수 없다면 그 위에 서서 생활과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새로운 타입의 주인공이 내세워졌기 때문이리라. 보통 도박을 소재로 한 소설에서 보면 주인공은 도박과 싸움을 월등히 잘하는 신 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하지만 [도박사]에서는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가장 이상향적인 인물 시후를 통해 그들의 삶을 희석해 놓는다. 

평교사였던 아버지가 아내와 이혼하고 미국 이민와서도 주류가 아닌 비주류로 살아가는 고생을 옆에서 봤던 어린 시후는 그래서 도박에 빠져 죽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보다는 도박 자체에 대한 철학이 생겨났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그리움과 좋은 것들만 가득 채워 놓은 채. 
그런 그였기에 도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과의 삶에서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또한 친한 친구 앨런의 죽음이 그를 자만과 방탕에 빠졌던 삶을 되돌려 놓았고 무교를 만남으로써 그 완성에 이르렀다. 그러고 보면 소설 속 주인공이지만 사람은 역시 인연법에서 벗어날 수 없나보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게 영향을 미치는 그 누군가가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삶의 질도 많이 달라질 수 있음도 통감하게 된다. 

누구든 돈을 따고 싶어한다. 하지만 누구든 욕심과의 싸움에서는 질 수 밖에 없다. 바카라에서만큼은 최고의 승부사가 없는 까닭이 바로 그 이유라고 소설을 빌어 저자는 말한다. 도박사에게 운이나 실력 따위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했던 그 말을 되새기며....

작가 김진명의 다음 소설을 기대해본다. 여전히 스피드 있게 읽게 만드는 그의 재미난 소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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