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전승환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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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오해하고 있었다. 카카오프렌즈의 귀염둥이 캐릭터 '라이언'이 곰탱이라고. 그저 이름만 '라이언'이라고 착각했던 캐릭터의 실체는 마음 큐레이터 전승환 작가의 책 <<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를 읽으면서 파악되고야 말았다. 아프리카 둥둥섬의 와위 계승자로 태어났으나 탈출, 독특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친구들과 신나는 모험을 즐기게 된 '라이언'이 수사자였다니......! 수사자든 곰돌이건 간에 그 귀여움은 동일하지만 놀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또 하나의 놀라움은 책내용이 던져준다. 라이언 캐릭터나 굿즈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 위로를 전하는 힐링 에세이라서. 좋은 글귀만 있어도 마음이 일렁일 판에 페이지 중간중간 라이언이 톡톡 튀어나온다니.....편하고 즐겁게 읽기 딱 좋은 책이 아닌가.

 

 


쉽게 판단하지 말아줘

가볍게 여기지도 말아줘

보여주지 않은 모습 속에

진심이 있다는 걸

언제나 잊지 말아줘

P33

 


 

 

말로 전하는 위로가 3초만에 스쳐지나가버린다면 마음이 와 닿은 진심은 오랜기간 머물다 상처가 희미해지는 날 딱지처럼 떨어진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애매한 날, 나조차 내 마음을 알 수 없을만큼 흔들리는 날, 라이언의 위로는 반창고처럼 척! 와서 달라붙어주었다. 사람들의 눈, 말,글 등을 신경쓰느라 정작 중요한 내마음은 살피지 못했음을 깨달을면서.

위로만 받은 건 아니엇다.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여지도 생겼다. "언제부터인가 궁금한 것이 있어도 물어보지 않는 데 더 익숙해졌다. 아이였을 때처럼 누구에게든 개의치 않고 물어보는 일이 줄어든다(P184)"....나이듦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책 속에서 이 문장을 발견하면서 알게 되었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시선이 넓어졌고 경험이 많아졌고 스쳐간 사람들의 수가 늘어났기 때문에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들이 생겨난 것이다. 열정으로 가득찼던 그 시절, 친절과 배려라고 생각했던 관심이 부담스러웠던 사람도 있지 않았을까. 책을 읽다가 조용히 반성해본다.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어

그 거리를 지켜달라고 하는 건

절대 이기적인 게 아니야

P134

 


 

'라이언'이 전하는 힐링북이 이러다가 시리즈로 나오는 건 아닐까. 어피치, 튜브,콘, 무지, 프로도, 네오, 제이지...총 여덟 종의 캐릭터로 무장한 카카오 프렌즈이기 때문에. 성격도 다 다르지만 나름의 컴플렉스가 있어서 위로의 아이콘으로 이만한 친구들이 없을 듯 하다. 알고보니, 귀여운 '피치'는 유전자 변이로 자웅동주가 된 복숭아였고 작은 발이 콤플렉스인 '튜브'는 입에서 불을 내뿜는 엽기적 행동을 서슴치 않으며 복숭아를 키우고 싶어 어피치를 따라다니는 중인 '콘'이 악어인지 아닌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모 배우와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프로도'가 부잣집 도시개였다는 사실등은 책의 후미를 읽으면 자연히 알게 된다. 토끼인줄 알았던 '무지'라 단무지였다는 사실을 알고 받았던 충격은 아직 가시질 않지만 그렇다고 카카오프렌즈를 향한 관심과 사랑이 줄어들진 않았다. 카톡에서도 굿즈 상품으로도 우리 곁을 채워주고 있는 여덟 캐릭터는 언제 봐도 질림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탐나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그래서일까. 궁금해서 넘겨본 마지막 페이지에 1판 1쇄가 2월 28일이었는데 2쇄 발행이 3월 11일로 며칠 사이였음을 확인했다.

 

타인과의 관계가 내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있는 것처럼, 나와의 관계 역시 녹록치 않았다. 살면서 가장 어려운 관계가 바로 자신과의 관계임을 경험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보여지는 나' 그리고 '되고 싶은 나'로 인해 혼란스러워질 때 조용히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어야겠다. 그 누구에게 전하는 위로가 아니라 내가 나에게 당부하고 싶은 좋은 말들이 가득한 책이므로-.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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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무의 고양이방
달나무 지음 / 북키앙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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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찍한 책표지를 보고 홀딱 반해서 첫 장을 넘겨보게 된 <<달나무의 고양이방>>.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신발고 모자쓴 노랑둥이가 해적같이 입은 애꾸눈 냥이와 함께 거리에서 웃고 있었는데 그림 속 마을 집들지붕이 모두 눈달린 토끼, 고양이, 생쥐여서 그 알록달록한 색감과 더불어 너무나 귀여워 보였다. 게다가 책 제목이 고양이방이라니.... 동화일까? 일상을 기록한 웹툰? 내용이 너무 궁금해졌다.

 

 

 

쓰고 그린이의 닉네임은 '달나무'. 그 또한 얼마나 예쁜 이름인지..... 고양이 미유과 초코봉과 살고 있다는 투냥이 집사인 만화가는 대학에서 만화가 아닌 서양화를 전공한 사람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두 고양이의 시중을 들며 틈틈이 그림을 그리며 산단다. 글을 쓴다는 것과 고양이 수가 더 많다는 것만 빼면 나랑 비슷한 상황 같기도 해서 달나무와 고양이들의 일상을 살짝 엿보기로 했다. 책을 통해서.

 

 

 

미유는 생존을 위해 상한음식을 먹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던 모성애 강한 어미 고양이가 지하 창고에서 낳은 새끼 고양이 중 하나였다. 삼형제를 낳은 삼색 고양이에게서 노랑둥이 한 마리를 유괴(?)해 왔노라고 고백한 저자에게 두번째 고양이 '초코봉'은 이상한 날 운명처럼 발견되었다. 모임날짜를 착각했고 집으로 다시 돌아고는 길에 갑자기 '미술 재료를 사야지'라는 마음이 들어 버스에서 내렸고 하필 화방은 휴무날이었다. 그때 근처 치킨집에서 들려온 고양이 소리에 쓰다듬어주고 일어서리라 마음먹었지만 호랑무늬 고양이는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그 품으로 뛰어들었다. 치킨집에서도 길고양이를 제발 데려가라는 부탁아닌 부탁을 해왔고 아무 계산없이 품에 안고 달려온 그날, 초코봉은 둘째냥이가 되었다고 한다. 그 과정이 담긴 컷들이 너무 재미나게 그려져 있고 고양이들의 눈망울이 너무 귀여워서 다음 내용이 궁금해도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었다.

 

 

 

엄마 고양이에게 아기 고양이를 돌려주라던 가족들, 털날림 때문에 둘째 고양이는 절대 반대한다던 엄마를 구워 삶은 것 역시 고양이들이었다. 우주 최강의 귀여움으로 어른들의 마음까지 녹여버린 두 녀석은 그림으로도 참 귀여웠지만 중간중간 녀석들의 사진이 첨부되었다면 더 좋았을텐데....그 모습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녀석들은 아주 고양이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머리끈을 노리고,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이불 위에서 노는 것을 즐기며, 작업중인 작가에게 문을 열어달라~보채기 일쑤였다. 내 고양이와 다르지 않아 웃음이 났지만 한편으론 참 다행이다 싶어진 대목이다. 길고양이로 살았다면 배고픔에, 추위에, 곱지 못한 사람들의 시선에 힘들었을텐데....가족들 품에서 따뜻하게 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출간된 책에서 반려묘 '이바'와 '춘봉'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걸로 짐작컨데 미유와 초코봉은 그녀와 함께 살고 있는 건 아닌듯 했고, 이바가 고양이별로 돌아간 이후 유기된 또 다른 고양이 한마리를 입양한 소식을 발견했다.([고양이 이바가 왔다옹]에서 일본 유학 중 미유가 고양이별로 돌아간 소식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이야기를 알 수 없어 궁금증은 남았지만 작가와 함께 생활하며 행복했으리라 여겨지기에 딱 여기까지의 이야기만 보고 마지막 장을 덮게 된 것 또한 나쁘지 않은듯 했다. 무엇보다 페이지를 넘기는내내 마음 가득 따뜻함이 스며들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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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인턴 -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직장동료
이효원.박지영.최한음 지음 / 스마트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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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함께 출근하는 즐거운 출근길. 지하철을 타고 테헤란로를 걸어 도착하는 길이 늘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홀로 집에 두고 출근하는 것보다는 발걸음 가볍게 회사로 향할 수 있지 않을까. 고양이를 반려하고 있어 함께 외출할 일은 없지만 강아지는 산책 겸 함께 오갈 수 있다면 분명 즐거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반려견과 함께 근무할 수 있는 회사' 라는 제목의 포스팅이 올라올때마다 클릭해서 들어가보는 이유도 같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함께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하는 견주는 회사대표. 그래서 좀 더 편하게 결정할 수 있었겠지만 사원들의 반대가 있었다면 이 또한 혼자 결정할 수 없는 일이었으리라. 여자 셋이 근무하는 회사내에서 일명 '고구마 누나'로 불리는 직원은 고구마 하나로 보리와 밀당을 즐기며 '작은 누나'로 불리는 직원은 좀 귀찮게 하긴 해도 분명 온통 초코빛인 보리를 아껴주고 있었다.

그래서 작은 강아지 보리는 '인턴 사원'이 되었나보다. 근무 중 일상이 대부분인 그림이지만 글보다는 그림이 많아서 금방 읽기 좋았고 감정에 호소하는 에피소드가 아닌 하루, 이틀, 사흘의 시간흐름에 따라 일상을 그대로 옮겨놓은듯해서 편하게 보기 좋았다. 보리인턴의 일과는 심플했다. 아침 7시에 기상해서 출근과 산책을 겸하고나면 애교부리다가 간식 먹고 장난감과 사투를 벌인다. 응아하러 나갔다가 들어와선 낮잠을 자고 8시쯤 퇴근하는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는 강아지라니~

개를 좋아하는 클라이언트와 미팅시엔 인턴사원인 보리도 함께 회의에 참석하고 회식은 꼭 보리와 함께 하기 위해 테라스나 한강에서 해야하는 약간의 제약도 감수하는 이유는 '행복한 시간'을 위해서가 아닐까. 보리라고 왜 테러(?)를 감행한 과거가 없었을까. 개춘기가 심하게 왔던 보리는 배설물이 묻은 베개를 뜯어놓은 적도 있고 화분을 엉망으로 파 놓는가하면 키보드를 맘껏 눌러 작업을 방해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 페이지에 "넌 개판쳐도 괜찮아. 개니까"라는 문장을 보고 슬며시 웃음짓게 된다. 순간 화가 날 법도 한데, 개판쳐도 된다니.......그 마음을 알아서일까. 성견이 된 보리는 참 얌전한 강아지가 됐다.

4페이지부터 185페이지짜기 보리인턴의 일상을 살펴봤다면 챕터 4장은 첫 반려견을 맞이한 견주에게 도움이 될 법한 내용이 담긴 '반려견의 행복 레시피' 편으로 이어진다. 올바르게 안아주는 법, 이동장 훈련, 주의해야하는 행동, 마운팅, 산책의 이유, 노란 리본 프로젝트 소개, 사회화, 심리 상태, 개춘기 이해, 펫티켓 등등 개와 사람이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 알아야할 팁들이 그림으로 알기 쉽게 설명되어져 있어서 아이들과 같이 보기에도 적당한 책이다. 귀여운 멍뭉이 보리는 내일도 행복하게 출근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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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 잠든 물고기 나남문학번역선 20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인옥.김경림 옮김 / 나남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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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한참 재미나게 시청하고 있을 즈음 읽게 된 소설 <<숲 속에 잠든 물고기>>엔 5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좁은 집에서 가난하게 살다가 시아버지의 유산상속을 믿고 도심의 큰 집으로 이사온 '마유코'에게 아이가 생기면서 다섯 엄마들의 이야기엔 속도가 붙는다. 1999년 도쿄 수험생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쓰여졌다는 소설은 스카이캐슬처럼 쫄깃한 입시전쟁을 다루고 있진 않지만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의 심리묘사가 탁월해서 첫장부터 막장까지 한순간에 끝나버린다. 살아온 환경, 교육수준, 현재의 재정상태, 가치관이 달랐지만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함께 했던 그들, 많은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닌데 원수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뿔뿔이 흩어지게 된 건 점처럼 작은 균열로부터였다.

 

 

시아버지의 유산중 일부를 받아 이사오게 되었지만 시어머니는 애초에 약속한 금액을 다 주지 않았고 이웃의 넉넉한 삶을 부러워했던 어린 새댁 '마유코'는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리는가하면 이웃의 아이를 잠시 돌봐주면서도 뻔뻔하게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호의로 받게 된 아이용품을 카드값을 변제하기 위해 되파는가하면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물쓰듯 써버리면서 점점 망가져갔다.

'히토미'는 두 여자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아이를 맡겼다는 이유로 반찬을 사다나르고 돈을 뜯기는가하면 맡긴 아이는 심하게 다쳤다. 아동학대를 당해왔던 것일까. 엄마로서 가슴이 미어지고 후회되는 순간에도 또 다른 이웃인 '요코'는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전화해대고 집 앞까지 찾아온다.

'요코'는 낯가림이 심한 아들을 키우는 엄마다. 본인도 의심이 많고 사람들과 잘 지내지 못하는 것이 컴플렉스다. 히토미에게 집착하고 있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으면서 멈추지 못해 새벽까지 그녀의 집앞에 가서 불이 꺼졌는지 확인하고 돌아온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겉으로는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는 엄마처럼 보이지만 자식을 사립학교에 진학 시키기 위해 이웃의 비밀까지 이용한 '치카' 는 결국 쓴 맛을 봐야했다.

불륜상대를 오픈했지만 입시를 핑계로 불륜남 가족과 식사까지한 치카를 용서할 수 없었던 '가오리'는 마유코의 롤모델이었다. 마담으로 불렸을만큼 우아하면서 여유로운 가오리의 삶을 마유코는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딸이 어릴 때 입었던 명품 옷들도 나눔하면서 도움을 주었지만 다 배신으로 돌아왔고 결국 금지옥엽으로 키운 외동딸이 등교거부한 채 마유코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음을 뒤늦게 알고 분노한다.

처음에는 좋았다. 맘친으로 똘똘 뭉쳤을만큼 서로에게 호의적이었고 부드러웠던 관계가 어그러지게 된 건 역시 한 순간이었다. 차마 내뱉지 못했지만 서로를 향한 불편함이 커지면서 파국으로 치닫았다. 서로를 외면하면서 자신의 삶으로 되돌아간 그들이 함께 했던 시간은 정말 의미 없는 시간들이었을까.

친구의 추천으로 <<8일째 매미>>를 읽으면서 주목하게 된 작가 '가쿠다 미쓰요'의 필력은 대단했다. '입시'보다는 '관계'에 대해 더 고심하게 만들만큼 멋진 소설이었다. 이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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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받지 못한 사람들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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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총,약,고문 이 아닌 굶겨죽이는 방법을 택한 살인범의 사연은 어떤 것일까. 낡은 집에서 발견된 부패한 시신은 보건복지사무소 과장 미쿠모였다. 가족과 이웃 그리고 직장동료 누구에게도 원한 살 일이 없는 미쿠모는 왜 살해됐을까. 묻지마 살인사건일까. 흡인력이 강한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는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을 통해 일본 사회의 복지제도의 헛점과 융통성 없이 원칙만을 내세워 본질을 등한시해 온 공무원들을 꼬집어내고 있다.

 

헌법 제 25로,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을 영위할 권리를 가진다

p56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기본 생명권을 지켜주어야할 이 법이 도리어 어려운 삶에 내몰린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명분이 된 것이다. 부정수급자를 단속하기 위해 철두철미하게 원칙대로 일을 처리해온 미쿠모와 타케루 모두 시체로 발견되고 그 다음 타깃은 그들의 상사였던 가미사키다. 퇴임 후 작은 단체에서 명예직으로 있으면서 해외여행이나 다니는 노인인 그 역시 주변의 평판은 아주 좋았다. 하지만 과거의 행적에 이어 현재까지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똥물인생인 남자였다. 은퇴한 영감들이 동남아시아로 매춘여행을 다니면서 인생 후반기를 보내고 있다니......!

 

직접적으로 살해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지옥의 문을 열어준 셈이다. 국가가 가난한 개개인 모두를 구제할 수는 없다. 그 손길이 나라 구석구석으로 미칠리가 만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아사 직전에 내몰린 노인을 굶어죽게 만든 일은 잘못된 행동이며 나아가 그 소식을 듣고도 올바르게 처리했다고 믿으며 마음의 동요가 없었다는 점은 같은 인간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애초에 생활보호대상자에게 지급할 목적으로 편성된 세금이 아닌가. 공무원의 답답한 행정에 소를 제기하고 소동을 피웠다고해서 8년동안 옥살이를 하게 만든 점도(물론 방화가 추가되긴 했지만) 과했지만 그 상황에 맞게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했으면서도 불이익 없이 승진을 거듭했던 세 사람에게 화가 치밀었다. 무엇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어서 더 답답하게 느껴졌다.

 

미야베 미유키 소설 이후, 경종을 울릴만큼 울림이 큰 '사회파 추리소설'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저력은 대체 어디까지인지......또 한 번 감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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