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우화
아르노 들랄랑드 지음, 박명숙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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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살인]의 작가 아르노 들랄랑드의 소설 [피의 우화]

피와 우화는 섞일 수 없는 본질의 것인만큼 [킬러들의 수다]처럼 반어적 표현같이 느껴졌다. 읽기전부터 그만큼 기대가 컸던 작품인데, 7월을 맞아 읽으려고 잠시 읽기를 미루어두었던 소설이기도 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루이 15세와 16세의 사이 참 많은 상상력이 파고들어 있음을 느낀다. 루이라는 왕가의 이름이 대물림 되는 속에서 [삼총사],[철가면],[베르사이유의 장미] 등등을 비롯한 작품들이 탄생되었다. 

 

루이 16세의 치세는 왕가로보면 파국으로 치닫는 화려함한 마지막 불꽃 같았던 시대였겠지만 작가들로 하여금 많은 것들을 상상하게 할만큼 매력적인 틈이 많은 시대이기도 한 듯 싶다.

 

[피의 우화]는 그 시절이 배경이다.

1774년 3월부터 시작된 비밀 첩보원들의 죽음. 이번엔 피에트로의 차례였는데 과거 그가 죽였던 우화작가가 부활해서 첩보원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었다. 되살아난 것일까, 모방범일까. 알 수 없는 가운데 피에트로는 사건의 중심부로 나아가고 있었다.

 

열개의 우화를 살인 예고장 삼아 범죄를 저지르는 우화작가는 사실 오페라의 유령보다는 덜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신비스럽다거나 카리스마 넘친다는 면에서 유령보다는 한 수 아래의 캐릭터이며 향수의 그루누이보다는 덜 치명적이다.

 

하지만 열개의 우화가 완성될때까지 계속되는 살인은 그 어떤 장편추리소설보다 흥미로웠으며 1774년 5월 토막난 로제트의 시체가 베르사유 거울의 방에서 발견되면서 시작된 예고 살인은 게임이 진행되듯 순차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 힌트와 아이템이 남겨지는 현장에서 범인의 모습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우화를 빗대어 시적으로 자행되는 살인 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움을 더한다. 게다가 루이 16세와 마리앙투와네트의 대관식에서 그들의 왕관은 머리로 곧장 떨어질 수 있을 것이지가 클라이막스로 자리잡는 가운데 상상보다는 덜 끔찍했던 소설이라는 결론이 지어졌다.

 

또한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범인과 피에트로는 각각의 무게로 작품의 양쪽에 서 있다. 주인공 피에트로는 베테치아 비밀경찰조직의 일원이었으며 1758년 루이 15세의 의해 국왕기밀체제의 비밀요원이 되었다. 대외적으로는 후작의 칭호를 수여받았다.

 

열개의 우화와 되살아난 우화작가, 그리고 밝혀지는 그의 출생의 비밀.

 

멋진 조합에도 불구하고 재미가 덜했던 까닭은 철가면에서 쌍둥이 왕, 출생의 비밀을 이미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때의 재미로 인해 출생의 비밀이 있는 또다른 왕권 계승자의 캐릭터는 빛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의 계승 당위성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어렵다. 기대보다는 재미요소가 적었지만 작품 하나만 두고 보자면 흥미로운 구석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저 기대치가 높은 시기에 보게 되어 유감스럽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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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라의 돼지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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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만한 영어문법서보다 두꺼운 책이지만 읽고 싶었다.

도착했을때 그 두께를 보고 "바퀴벌레 50마리쯤은 때려잡아도 한 방"이라고 생각할만큼 튼튼한 책의 모양에 놀라긴 했지만.

 

팔 년전 아프리카에서 딸을 잃은 민족학자 오우베.

 

이 한 줄이 시작점이었다. 오우베는 딸을 잃었다. 일본인들에게 자식이란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흔히 자식에 대한 애증을 말할때 엄마를 떠올린다. 많은 소설의 소재가 된만큼 [애자],[마더],[엄마를 부탁해]등등에서도 그 일맥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읽게 되는 일본 추리소설 속에서는 "부정"이 많이 발견된다. 얼마전에 읽었던 통곡도 아이를 잃은 아버지가 딸을 되살리기 위해 벌이는 연쇄 유아 살인이 소재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딸을 잃은 아버지가 나온다.

 

그는 마을 사람 전원이 주술사인 쿠미나타투 마을에서 "바나나 키시투"를 훔친다. 하지만 대주술사 바키리의 저주를 받고 쫓기게 된다.

 

이 줄거리만으로는 매력점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면 거짓말처럼 이 방대한 양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와 읽기를 멈출 수 없다. 마치 홍수 속에 버려진 한 인간의 나약함을 체험하듯 말이다.

 

47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장편장 수상작이 될만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기이한 점은 작가의 이력이었다. 이런 캐릭터가 소설에 등장한다고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그는 평범하지 않았다. IQ 185. 너무 넘치는 가능성 때문인지 그는 정상적으로 삶을 살지도 행복하게 삶을 영위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의 이런 기이성이 [가다라의 돼지]나 [감옥에서 하는 다이어트]등을 쓰게 만들었을까.

 

감옥에 갇히고, 알코올성 간염에, 마약, 종국에는 예언대로 계단에서 떨어져 죽은 마지막까지 그는 기이한 인간이었다. 김유신의 머리일까를 읽은 다음이라 그 재미는 다소 반감된 듯 하지만 이 작품을 단독으로 하나만 읽었다면 분명 많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서평을 남겼을지도 모르겠다.

 

작품보다 작가의 삶에 더 궁금증을 느끼게 된 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어졌다. 독특한 그의 작품을 읽으며 작가의 삶을 더 파헤쳐보고 싶은 충동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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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 오페라 - 초등학생을 위한 재미있는 오페라 여행 명진 어린이책 13
코엔 크루케 지음, 정신재 옮김 / 명진출판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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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난새 지휘자의 테마가 있는 클래식 연주회는 어린이를 동반해도 좋을만큼 쉽고 재미나다. 아이들이 절대 공연중에 떠들지 않을만큼 짧막하면서도 아이들을 위한 해설도 곁들여지고 중간중간 쉬운 질문들도 던지기 때문에 참여도도 높다. 그래서 그의 연주회에 갔을때 아이들이 가득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공연들이 많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어렵게 느껴질만한 오페라 공연이 책으로 엮여 나왔다. 그것도 아이를 주인공으로 해서 그들이 쉽게 이해하기 위해 설명하듯 하면서도 절대 가르치지 않는 방법으로 말이다. 아주 현명한 기획이다. 어른인 내가 봐도 아주 쉽고 재미났으니까. 

감수자인 김학민 교수는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로 이미 알고 있는 저자였으며 잉그리드 고돈은 여러 책을 통해 그 그림체가 익숙한 작가였다. 저자인 코엔 크루케의 이름만 다소 생소했는데, 벨기에의 유명한 오페라 가수라니 벨기에가 부러워진다. 오페라 가수가 앞장서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이런 책을 기획하다니...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오페라 작품은 네 작품이다. 라 페네렌톨라라고 하면 생소하겠지만 번역해서 신데렐라라고 하면 누구나 알고 있을 유명한 작품일테고, 마술피리와 카르멘, 아이다 이 작품들은 사실 아주 흥미로운 작품들이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그 음악이 주는 웅장함은 공연이 끝난 후 눈을 감고 있어도 울림이 멈추지 않을 정도다. 

또한 작중 어린이인 토마스가 공연하는 나비부인 역시 아주 유명한 작품 중 하나다. 이 비극이 아이들이 이해할 만큼의 작품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과감하게도 그녀는 나비부인을 택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동영상 cd로 만들어져 교육용 자료화 되어도 좋겠다 싶을만큼 잘 만들어진 책이었다. 동화를 너머선 작품으로 어른들이 보아도 충분히 교육적인 내용이 가득했다. 

사실 오페라를 즐기면서도 그 전문적인 영역인 용어들에 대해서는 생소한 감이 없지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쉽게 풀이된  용어들을 이해하면서 다음 오페라 공연을 좀 더 쉽게 감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다. 

함께 첨부된 cd의 음악들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지만 cd의 음악들을 들으면서 이 동화를 다시 처음부터 읽어볼 작정이다. 그리하면 토마스, 리사와 함께 오페라 구경온 느낌이 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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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비소리 - 조선의 거상 신화 김만덕
이성길 지음 / 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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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를 읽으면서도 생각했다. 경주 최씨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를 보면서도 생각했다. 
장사는 사람을 이문으로 남겨야 한다는 사실을.
하지만 과연 실천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모두 제 목구멍에 풀칠하기 어려운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바 없다. 그 살림살이의 규모만 달라졌을뿐. 우리는 여전히 돈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누구나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닐까. 기녀라고 해서 황진이처럼 최고의 예인이어야만 유명세를 타는 것일까. 적장이라도 안고 강으로 투신해야만 역사에 이름이 남겨질까. 아니다. 가진 것을 다 내어놓고도 행복했다던 한 여인의 이야기도 감동이다. 그녀 김만덕이다. 

드라마를 보고 있진 않지만 김만덕이라는 인물은 다큐를 통해서도 몇몇 책 속에서도 이름을 들어본 바 있었던 여인이었다. 어떤 여인이길래 이토록 여인에 대해 야박한 역사를 가진 조선에서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인지 궁금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럴만한 주인공이었다. 고아가 되어 관기가 되어 살았지만 끝끝내 거상의 꿈을 이루어내고 장사를 하면서도 상도를 지킬 줄 알았으며 끝내는 가진 것을 다 환원함으로써 자신의 원칙을 지켜내었다는 점만으로도 세계사 어디에서도 유래가 없을 여인이었다. 

원해서 가는 길은 아니었다. 
그러나 살다 보면 원하는 곳에 가기 위해 뒤로 잠시 물러서거나 먼 길을 돌아서 가야할 때도 있는 법이다.

라는 점을 만덕은 알고 살았다. 또한

세상의 모든 일은 사람이 중심이 되어 펼쳐진다 

는 사실도 알고 있는 현명한 여인이었다. 게다가단 한번뿐인 삶을 미련하게 허비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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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신의 머리일까?
차무진 지음 / 끌레마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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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앞에 두고 있다.

한 여름의 무더위와 맞먹을 만큼의 더위 앞에서 소름이 돋는다.

지금 정수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한 줄기 땀은 무더운 것이 아니라 식은땀이다.

더위로 한껏 열려있던 모공들이 조개 입다물듯 서둘러 닫히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하나의 작품이 이토록 충격적일수가 있을까.

 

[김유신의 머리일까?]는 출판되는 날부터 기다려왔던 작품이었다.

 

<삼국유사>에 예고된 살인, 천년동안 잠들어 있던 전설.

 

에 혹하지 않았는데도 이 작품은 자석이 다른 극을 끌어당기듯 독자들을 당기고 있었다. 68년 이병도 박사가 <조선일보>에 기재했던 김유신 묘 진위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소설은 이미 그 모티브를 뛰어넘고 있었다.

 

첫문장부터 사로잡아라. 라고 작법서에 흔하게들 표현하지만 사실 첫문장부터 독자를 사로잡는 글을 만나기란 가뭄에 단비같다. 하지만 소설은 첫 인물부터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67세의 김교수는 무당이다. 미국 유학파인 동시에 화령대 민속박물관 관장이면서 40대같은 탱탱한 피부에 여전히 여성호르몬이 강렬히 분출되는 이상한 여인이다. 게다가 그녀는 타인의 운명을 미리 아는 능력을 가졌고 때때로 빙의 되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발굴 중 학생들 앞에서 이상한 몸짓을 행하고 있었다. 충격적이었다.

 

소설의 묘사대로 상상하면서 과연 영화화 된다면 이 강한 역할을 누가 맡을 수 있을 것인지 가늠해 보았다.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 영화계의 명배우들 중 그 누구도 이런 강렬한 퍼포먼스를 행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소설은 김교수를 떠나, 이어진다.

 

머리만 달랑 나타난 미라. 완벽히 비누화 되어 썩지 않았지만 몸체는 어디에도 없다. 거기에 음산한 집안인 유곡채 김씨일가. 자신을 죽여가며 그림을 그리는 이상한 화가 장남이 살고 있는 곳이며 그들과 사돈을 맺으려는 봉우당 둘째 딸의 목잘린채 발견된 사체. 사건은 현대적인 것과 과거 역사적인 것이 묘하게 교차되면서 함께 의문점을 두게 만든다. 어느쪽도 흥미롭지 않을 수 없도록 균형있게 짜맞춘 작가의 플롯 감이 감각적이다.

 

그 어느 페이지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마치 끝나지 않을 귀신의 집 속에서 홀로 튀어나오는 귀신들과 사투를 벌이는 밤 같은 느낌이 끝나지 않는다. 소설을 읽는 내내 그랬다. 이제껏 이런 류의 소설은 일본작가들이 빛을 발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들의 타이틀을 우리가 가져와야 할 때가 아닐까 싶어졌다.

 

작가의 작품을 읽고 다른 작품을 읽기가 두려워졌다. 지나치게 심심해 보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당분간 이보다 재미난 작품은 읽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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