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원숭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4 링컨 라임 시리즈 4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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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라임 시리즈 4번째 작품인 [돌원숭이]는 [콜드문]같은 반전은 없었지만 [본 콜렉터]에서 [12번째 카드]로 이어지는 재미를 그대로 간직한 작품이다.

 

제목 돌원숭이보다 좀 더 근사한 제목이 붙어도 좋으련만 제프리 디버가 돌원숭이로 제목을 낙점한 것은 아마 그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고스트에겐 수호의 의미가, 리에겐 살인범의 정체를 폭로할 단 하나의 증거물인 돌원숭이. 제프리 스스로가 밝혔듯이 상당부분 중국인의 감성을 담아 쓰기위해 고심한 부분들이 엿보인다. 하지만 역자의 말처럼 서양인의 그것을 완전히 빗겨가지는 못했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링컨은 아멜리아와의 관계 속에서 아이를 갖고자 하고 그에 따른 재활에 열심히인 것은 물론 좀 더 나은 몸상태를 위해 수술을 앞두고 있다. 이 시점에 그에게 맡겨진 임무는 스네이크헤드가 침몰시킨 드래곤 호의 생존자들의 안전보장을 위해 스네이크 헤드의 정체를 밝히는 일이었다. 일명 고스트라 불리는 그는 살인, 인신매매, 폭행, 총기소지, 돈세탁에 이르기까지 안 걸쳐지는 죄목이 없었고 사이코 패스마냥 죄의식도 저 바다 밑 드래곤 호에 맡겨두고 살아남은 인간처럼 보였다.

 

링컨과 아멜리아가 그들을 쫓는 동안 중국인 경찰 소니 리 역시 밀입국 생존자들을 찾고 있었고 어느 시점에서 그들은 한 방향을 보며 나란히 그리고 같이 달리고 있었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문화와 문화가 얽히는 것처럼 미국의 기동력과 과학수사에 리의 집요함이 더해져 사건은 금새 마무리될 듯 보였지만 고스트는 그리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실망하라, 그러면 성취할 것이다.

배고프라. 그러면 만족할 것이다.

패배하라. 그러면 승리할 것이다.

 

라고 믿으며 살아온 고스트. 정체를 숨긴 채 우와 창의 가족을 노리면서 아멜리아까지 헤치려고 계획중인 이 반사회적 범죄자는 중국내 반체제 인사의 가족들을 수장시킬 목적으로 미국행 배에 태워오지만 계획과 달리 그들 중 일부가 살아남자 악착같이 쫓아 뉴욕 시내로 잠입한다. 가슴에 돌원숭이를 매단 채.

 

반면에,

 

더 잘 보기 위해 집을 떠날 필요는 없다.

창을 내다볼 필요도 없다.

그 대신 자신의 존재 한가운데서 살아라.

행하는 길은 존재에 있다.

 

고 노자의 말을 인용하는 리는 중국식 수사기법과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링컨과 아멜리아를 사로잡는다. 바둑을 가르쳐주고 풍수를 풀며, 유머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던 리의 죽음은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결국 고스트를 잡는 결정적인 한 방으로 작용한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 그리고 방대한 읽을 거리 앞에서 언제나 작가에 대한 감탄을 감출 수 없게 만드는 제프리 디버. 그의 네번째 작품 역시 다른 링컨 라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마음의 기립박수를 치게 만든다.

 

말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았지만 할 수 있는 말은 너무나 적었다는 말처럼 소설은 무한한 감동과 재미를 선물해주었지만 말로 표현하기엔 우리가 아는 표현법은 너무나 적은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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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명탐정 정약용
강영수 지음 / 문이당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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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드라마 셜록 홈즈는 모든 면에서 놀라운 드라마다. 배경면으로는 스마트폰, 위치추적 등등의 현대적 재해석을...인물면으로는 가장 적합한 배우의 캐스팅의 강한 전달성을 이루며 단 3부작뿐인 이야기로 이역만리 이곳까지 매료시켜버렸다.

 

스페셜 영상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인물이 등장하지만 식상하지 않게 만들어낸 그들의 연출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홈즈와 왓슨은 말 그대로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런 것처럼 [목민심서]의 저자 정약용도 누구나 알고 있는 이름이다.

 

정약용. 많은 드라마에 등장하며 바르고 어진 선비의 표본이 되었던 그는 몇 해 전 정조 바람을 타고 함께 자주 등장했지만 결국 그 어느 곳에서도 정약용에 대한 재해석본은 없는 듯 했다. 재미없는 캐릭터처럼 보이던 정약용에게 조선명탐정이라는 이름이 한꺼풀 입혀지면서 그는 좀 더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어 우리 곁에 다가왔다. 오늘에서야-.

 

[조선명탐정 정약용]은 정약용을 영웅으로 만드는 소설이 아니다. 명탐정이라고는 하나 홍길동처럼 동해번쩍 서해번쩍 하는 것도 아니고 어사 박문수처럼 "암행어사 출도야~"라며 부패관리를 향해 오라를 내어던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풍전등화마냥 노리는 바람이 많아 위태위태했던 정조 재위, 그의 눈과 귀가 되어 암행했던 정약용에 관한 기록이 소설화 되어 재미를 더한다.

 

역사란 과거에 일어난 사실이 모두 대상이지만 모든 사실이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라는 저자의 발언은 그동안 지나간 모든 것들이 역사라 생각해 왔던 머릿속을 휑하니 비워버리는 사고의 전환을 가져왔고 텅텅 비워진 머릿속을 나는 정약용으로 채워넣고 있다.

 

끊임없이 독살의 위협 속에서 홀로 서 있는 임금 정조, 마흔이 다 되어 가도록 회임을 하지 못하는 중전, 후사탄탄을 외치며 회임한 후궁을 중전으로 밀어올리려는 혜경궁, 벌거벗은 채 궁을 돌아다니는 최비, 투기에 눈이 멀어 금수같은 일을 꾸민 숙원 이씨가 살고 있는 궁궐 안의 암투를 밝혀내는 것은 정약용의 몫이였다.

 

또한 첫날밤 신랑이 바뀌어 일어난 억울한 사연에 연루된 사람들의 죽음, 목각인형의 비밀, 시체가 사라지는 무덤이야기 등등의 민가의 사건들을 해결한 것도 정약용의 활약이었다.

 

궁이든 밖이든 그는 끈질기게 파고들어 명쾌한 시선으로 매듭을 짓고 꼼꼼하게 메모하여 결론 지었다. 비록 긴다이치 코스케나 홈즈, 유가와 교수가 해결하는 방식처럼 점층적인 흡인력은 부족했지만 옛이야기듣듯 정약용이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는 그만의 방식으로 고소한 내음이 풍긴다.

 

정조가 그를 암행하게 만든 까닭은 궁금증에 대한 해결이나 그의 눈과 귀가 되어 세상의 일들을 알리라는 뜻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의 기록이 흥미로워서가 아니었을까. 같은 이야기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그 재미가 다른 것처럼 정약용의 문장력은 정조의 마음에 든 그것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글을 읽으며 지속적으로 들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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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7 링컨 라임 시리즈 7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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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학자 링컨 라임 시리즈는 손에 잡으면 좀처럼 놓기 힘든 소설이다. 그 방대한 양 때문에 한 번에 읽기엔 시간이 허락치 않아 자주 읽기를 중단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라도 짬이 생기면 재빠르게 펼쳐들게 만든다.

 

"링컨 라임 시리즈는 현대 범죄학의 위대한 업적이다"라고 일컬어질만큼 재미면에서도, 작품 전반적인 면에서도 뛰어난 작품이지만 무엇보다 누군가를 영웅화하지 않는 면에서 박수를 쳐 주고 싶다.

 

현실 속에서 영웅은 없었다. 다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의 오늘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고 세상 어딘가에서는 이들처럼 세상을 위해 목숨을 내어놓는 사람들이 뛰어다니고 있다.

 

일곱번째 이야기에 해당되는 [콜드문]은 혹한의 12월 밤에 시작된다. 시간차에 따라 화요일/수요일/목요일/월요일에 이르기까지 단 며칠간의 이야기로 나뉘어져있지만 읽다보면 그 짧은 시간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깜짝 몰라게 된다.

 

 

죽음의 시계(화요일 오전 12:02)

 

두 남자가 살해된 현장에서 데드타임에 정지된 시계가 발견된다. 달 모양의 시계는 범인이 의도적으로 남긴 것으로 헨젤과 그레텔의 빵부스러기처럼 링컨과 아멜리아를 범죄 속으로 유인한다. 총 10개의 시계를 구매했다는 범인의 행적은 앞으로 남겨진 범죄의 수를 짐작케 만들고 라임의 눈과 귀가 되어주던 아멜리아는 강력반 업무 중 돌아가신 아버지의 비리를 알게 되어 갈등한다. 계속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이전과 이후"

는 라임 뿐만 아니라 이젠 아멜리아에게도 중요한 화두가 되어 버렸고 고민을 계속 하면서도 현장에서는 "나는 범인이다...나는 범인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범인의 다음 행보를 추적해 나가는 동시에 부패경찰의 뒤를 캐고 있다.

 

 

청부업자(수요일 오전 9:00)

 

사건을 마지막으로 경찰을 그만두기로 결심한 아멜리아와 달리 범인은 자신의 범죄를 멈출 생각이 없는 듯 했고, 시계공의 공범 빈센트가 붙잡히면서 수사는 마무리되는 듯 보였는데,

 

그의 입을 통해 밝혀진 시계공의 정체는 제럴드 던컨이며 맨해튼 교회에 살고 있는 인물이었다. 아내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10건의 살인을 계획했다는 던컨과 열세 살의 여동생을 일주일간 묶어놓고 성폭행했던 이력의 성폭행범 빈센트는 2인 1조가 되어 살인게임을 진행해왔다는 것이 빈센트의 입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다.

 

다음 목표를 태워죽일 거라고 밝혀진 던컨과 손잡은 부패경찰 베이커는 자신의 뒤를 캐고 다니는 풀라스키와 아멜리아를 해하려 하지만 다행스럽게 불발로 끝난다.

 

모든 일이 베이커를 향한 던컨의 속임수이며 자신이 살인에 가담한 일은 없다고 밝힌 던컨.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잠시 그는 감금되면서 이야기는 끝나는 듯 보였다.

 

 

컴플리케이션(목요일 오전 8:32)

 

제럴드 던컨 이라는 이름조차 거짓이었던 시계공의 진짜 속셈이 파헤쳐지면서 사건은 반전에 반전을 보여주는 재미에 빠져들고 고등학교 라틴어 교사와 의류매장 관리인 사이에서 태어난 찰스 헤일의 실체가 밝혀진다. 늘 외톨이였던 찰스는 그 뛰어난 머리로 범죄를 꾸며대기 시작했고 라임을 라이벌로 치열한 두뇌싸움을 펼쳐왔다. 결국 잡히지 않은 범인으로 남아 라임에게 편지 한 통을 남긴 채 사라진 시계공.

 

 

비밀회의록(월요일 오후 12:48)

 

뉴욕시경에서 주는 가장 높은 훈장 중의 하나인 무공훈장을 받았던 아버지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그가 사실은 신원을 숨기고 언더커버로 일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아멜리아는 천직인 경찰로 남기로 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그들이 싸워낸 시간은 결국 죽음의 시간도 범죄자와의 대결의 시간도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번회에서는 시간에 집착하는 살인마와 두뇌대결을 벌였지만 사실 정말 싸워나가고 있는 대상은 욕망과 범죄 그 자체가 아닐까.  범죄학이 범인을 다루는 학문이 아니라 범죄를 다루는 학문으로 이해되어야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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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복수 1 - 인간 사냥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이상해 옮김 / 자음과모음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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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람세스]로 유명해진 크리스티앙 자크는 이집트학 학자다. 이집트에 푹 빠져산 프랑스인인 그는 현재 스위스에 거주하며 이집트 소설들을 집필중이다. 스위스에서 프랑스인에 의해 쓰여지는 이집트 고대 소설이라....

 

움베르토 에코나 파울로 코엘로의 작품처럼 크리스티앙 자크의 소설들은 언제나 기다려지는 작품들이다. 그 하나하나가 독창적인 매력을 뿜어내고 있고 왕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여신과 신들의 이야기 그리고 민초들의 이야기가 가미된 소설 속엔 존경과 음모를 뛰어넘는 모험의 재미, 올바르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승리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람세스] 이후 [빛의 돌]에 이르기까지 작품마다 보여준 뛰어난 스토리 플룻은 딱히 이집트에 매료되지 않은 사람들이 읽어도 금새 유혹될만한 것들이었고 그를 통해 우리는 현대의 이집트가 아닌 고대의 이집트로 한 발 다가서게 되었다.

 

모든 작품이 쉽게 쓰여질 것 같았지만 의외로 대작 [람세스]는 숙성 기간을 거친 작품이었는데 스물 다섯부터 구상했던 소설은 마흔 일곱에 이르러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고 곧 1300만부라는 경이로운 판매 기록을 세우며 전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때 람세스전을 방문한 사람들의 수를 미처 셈하지 못할만큼 그 인기는 폭발적이었는데 소설의 힘은 종이를 뛰어넘어 문화현상에까지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게 만든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 그의 작품 중 몇몇 빠진 작품들을 구해 읽고 있는 요즘, [신들의 복수]는 인간 사냥이라는 부제와 함께 창으로 인간을 급습하는 무덤벽화 같은 그림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화려한 색감의 겉표지나 입체적인 검은 뒷표지는 모두 섬뜩한 느낌을 주는데 기원전 528년 역사적 전화기의 이집트는 이미 신들의 분노를 사기 시작한 시점에 이르렀고 2012년, 예언된 그날에 대한 영화나 다큐멘터리가 보여지고 있는 현재의 우리와 달라 보이지 않아 더 꼼꼼히 읽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아모세 2세라고도 불리는 파라오 아마시스가 예순을 넘는 그때, 이집트의 수도 사이스에서 정치경제를 뒷받침하던 사역원의 역관들이 몽땅 독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독 탄 우유를 통해 모두가 몰살되던 아침 늦잠을 자버린 필사생 켈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하지만 이로인해 범인으로 지목되고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줄 단 하나의 증거물인 사역원장이 남긴 암호문 파피루스를 챙겨 탈출을 감행한다.

 

그를 돕는자 보다는 그를 잡으려는 자들이 더 많은 이집트에서 스스로의 무죄입증을 위해 위험에 뛰어든 켈은 고집스런 왕 앞에서조차 누명을 벗지 못하고 도망자의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

 

여신관 니티스, 죽마고우 베봉, 영리한 나귀 북풍, 대신관 와히브레만이 그를 돕는 가운데 니티스가 잡혀가고 와히브레가 살해되면서 켈은 더욱더 위험해진다. 음모자들의 배후를 끝까지 추리해내지 못하게 만드는 트릭들과 밝혀진 음모 위에 또 다시 일어나는 사건들은 이야기의 흥미를 더하고, 고대 이집트판 도망자인 [신들의 복수]는 과연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감히 점쳐볼 수 없는 가운데 2권 읽기에 돌입하게 만든다.

 

한 사람의 운명이 한 나라의 운명을 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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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째 카드 2 링컨 라임 시리즈 9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knuckle time...

혼자 힘으로 헤쳐 나가야하는 순간을 너클타임이라고 했다. 맞설 것인가? 말 것인가?
제프리 디버의 인물들은 모두 맞서는 것을 택했다. 전신마비인 링컨도 자신의 운명에 맞섰고 현장에 투입되는 아멜리아 도 옳다고 생각되는 일을 선택함에 주저함이 없었다. 또한 [12번째 카드]의 시작이자 끝인 어린 흑인 소녀 제네바 역시 그러했다. 

호랑이 굴에서도 정신을 바짝 차려 살아남았던 제네바는 위험앞에서 숨거나 도망가기 보다는 자신을 위해 언제나 용감한 선택을 해왔다. 부모가 없는 속에서도 스스로를 책임지기 위해 유령부모를 만들어냈고 살인범의 추적을 받으면서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스스로를 책임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린시절부터 몸소 체험했던 제네바는 그런 면에서 그녀의 조상인 찰스를 빼다 박았다. 

140년전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던 찰스는 1800년대의 흑인으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재산의 주인이었다. 맨해튼 안의 금싸라기 땅 15에이커의 소유주였지만 수상한 시대였던 까닭에 대농장의 관리인 행세를 하며 살아갔지만 폭동이후 전재산이 몰수되었으며 범죄인으로 이름이 남겨졌던 것이다. 이에 변호사와 라임이 나서 은행 설립자인 하이럼 샌포드를 향한 살인미수에 대한 댓가인 재산반환을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발끈한 은행측을 향해 제네바는 이런 말을 남겼다. 

"전 어떻게 해서든 그 도둑이 대가를 치르도록 할 거에요." 라고.

제네바의 말처럼 싸움은 예전과 다름 없었다. 세월이 흘러도 싸움은 멈추질 않았고 다만 적이 누구인지 깨닫는 것이 더 어려워졌을 뿐임을 이 똑똑한 아이는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이 끝난 후에.

[12번째 카드]는 단순히 범인을 쫓는 추리에만 재미를 둔 소설이 아니었다.  읽는 내내 찰스가 살았던 시절의 흑인들의 인권문제와 현재 제네바가 처해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저울질 하게 만들었다. 지금이 예전보다 더 나아졌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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