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그랬어 행복은 빈 상자 속에 있다고 - 뉴요커 길냥이가 가르쳐준 느긋느긋 일상 낭만
하루(정다원) 지음 / 청림Life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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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집사라면 절대 지나칠 수 없는 책이다. 뉴욕에 사는 고양이들 모습이 우리네 길냥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얼굴도 털색도 뽕주댕이를 내미는 모습까지도 판박이인데, 영어를 알아듣는 뉴요커-캣 이라니......! 법으로는 불법이라지만 공공연하게 공생하고 있는 뉴욕 델리의 고양이들을 <<고양이가 그랬어 행복은 빈 상자 속에 있다고>>를 통해 엿봤다.

표지의 고양이 모델이 누군가 했더니 그리니치 빌리지에 살고 있는 '시드니'다. 특이하게도 신라면 상자를 제일 애정한다는 고양이는 상자를 삐져나올만큼 퉁실퉁실한 몸매에 센스돋게 옆구리엔 커다란 블랙 하트를 뿅뿅 날리는 엣지묘다. 식료품과 생필품류를 구매할 수 있는 '델리'에서 고양이를 데려다 키운 사연은 비슷했다. 다들 쥐를 몰아내기 위해서였는데 원래의 취지가 무색하리만큼 고양이들은 상전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쥐와 벌레를 무서워하는 고양이들만 선별해서 데려다 놓은 것처럼.

이젠 '보데가 캣'이라고 불리면서 뉴욕을 대표하는 상징 같은 존재라는 고양이들을 만나러 뉴욕 여행을 다녀와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고양이들 소개하고 있는 저자는 고양이를 통해 소소한 행복을 맛보고 있다며 감사함을 전하고 있다. 뭐 크게 노력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고양이들은 이렇게 지구인의 환호를 받기도 한다.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다 환영받진 못하지만.

 

 

 

 

 

 

첫장에 등장하는 뽀얀 삼색 냥이 '마시멜로'부터 아파트 경비를 자처하는 '오레오', 세탁소에서 살고 있는 완전 귀여운 '로즈버드', 이쯤되면 굴러다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뚱뚱한 노랑둥이 '릭과 랙', 올블랙 집사 혼을 쏙 빼놓은 올블랙남매 '핸드릭스와 바기라', 함께 데려왔지만 서로 원수지간인 꽃집냥이 '무사파와 호그포지', 한국 출신의 아저씨에게 입양된 친숙한 이름 '나비', 엄마 고양이가 델리에 두고가 버린 5:5 가르마의 '쥬쥬'.... 도저히 한 마리만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고양이들은 매력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월스트리스 캠핑용품 가게에서 살고 있는 '패티 구찌'는 자신만의 sns도 있는 고양이다. 헬로키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캣닙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고객치료사/구매관리/인력관리 어시스턴트의 3종직에 종사하고 있는 고학력 능력묘라니.....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말로 보태지 않아도 될 정도다.

물론 끝까지 해피엔딩이 아닌 경우도 있다. 신라면 박스를 제일 좋아하던 '시드니'는 누군가 납치해갔고 '라이오넬'은 고양이별로 돌아갔다는 소식에 슬픔이 밀려왔다. 책을 통해 알게 된 녀석들이지만 참 사랑스러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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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잘 지내고 있어요 - 밤삼킨별의 at corner
밤삼킨별 지음 / MY(흐름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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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감성지기 '밤삼킨별'의 <<난 잘 지내고 있어요>>는 구성면에서도 참 특이한 책이다. 일단 양면이다. 시처럼 짧막한 마음을 p137까지 읽다가 뒤집어져 나오는 페이지에 놀라 '파본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반대편으로 다시 읽기를 할 수 있는 재미나게 편집된 책이다. 그리고 반대편 반쪽은 길게 문장으로 쓰여졌다. 마치 소설과 시를 함께 읽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 길이가 어떻든 간에 이 책은 에세이다.

마음을 담는다는 건 그 그릇의 모양이나 크기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긴 문장을 읽고 짧은 문장 페이지들을 넘길껄...이라는 후회가 든다. 양쪽으로 읽는 책인 줄 알았다면 그랬을텐데....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었기에 다음에 읽는 이들은 길이가 긴 문장부터 읽기를 권해본다.

마음 속에 묵혀두었을 그 시간의 이야기들이 술술 읽힌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와 헤어지고, 떠난 빈자리 때문에 마음앓이를 겪고...나의 흑역사 속에도 그런 시간이 있어 타인의 글과 함께 오버랩 시켜보지만 그리 아름답게 남았을 리 없다. 하지만 밤삼키별의 추억은 예쁜 문장으로 남았다. 내용만 보자면 참 큰 생채기처럼 보이지만 어쨌든 조개가 진주를 자아내듯 아름다운 글과 감성을 실어 남겼다. 참 부러운 대목이다.

'마음도 오래 혼자 두면 상한다'는 표현. 누군가에게 길게 설명할 필요없이 짧게 던져주기에 참 좋은 말이라 머릿 속에 저장해둔다. 뭔가 꼰대처럼 길게 설명하고 싶지 않고 충고처럼 들리지 않게 말하기엔 이젠 나이가 너무 들어버린 탓일까. 걱정도 괜시레 넘치는 것처럼 보일까봐 조심스러운 요즘이다. 그래서 이런 에세이류가 참 편하게 읽힌다. 입을 열기 보다는 굳이 열어두고 싶지 않은 귀를 열기 보다는 눈으로 조용히 읽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글이기에 늦은 밤 커피 한 잔 기울이며 한 페이지씩 넘기기 적당하다.

모두에게 응원이 되는 책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내겐 지나간 시간을 토닥일 수 있는 시간이었고 읽는 내내 고요함을 유지할 수 있어 좋았다. 폭풍 같았던 그 시절, 이 책을 읽지 않게 된 건 다행이다. 지금이 딱인 순간이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지금의 내게 평온하게 읽을 수 있는 안식처인 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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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길냥이 양순 - 거두어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위안을 얻는 나
봄의씨앗 지음 / 시공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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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고양이_당고'를 만나러 가끔 카페에 들르는데 당고만큼이나 예쁜 이름을 가진 고양이를 책을 통해 만났다. '양처럼 순한 고양이_양순'이는 스트릿출신이다. 인내심 강하고 배려가 몸에 밴 젠틀한 고양이는 일러스트레이터 누나의 반려묘가 되어 그 귀여운 얼굴이 알려졌다. 실물이 궁금해서 작가의 그라폴리오를 방문해서 찾아봤더니 그림처럼 아주 귀엽고 예쁜 고양이였다. 가슴아픈 건 양순이의 구조후, 작가를 찾아왔던 양순이 엄마의 얼굴이 끝까지 피떡(?)져 있었다는 거다. 그게 마지막이었다는 말도 참 슬펐다. 양순이 엄마도 누군가에게 구조되었다면 좋았을 것을.......!

 

 

<<우리집 길냥이 양순>>에 등장하는 양순이는 순정파다. 자전거로 바삐 출근하는 누나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스티로폼 상자 위에 앉아 기다리던 녀석이니. 그 엄마는 또 어떤가. 낯선 동네로 양순이를 물고와 쓰레기더미 뒤에서도 참하게 길러냈다. 물론 텃세와 여러 위험 속에서 가난하고 굶주렸지만 참 순하고 착한 고양이로 길러냈다. 그리고 다 큰 고양이를 옆에 끼고 살았을만큼 모성애 강한 어미였다. 그랬던 고양이가 양순이를 찾아 저자의 집으로 몇날 며칠을 찾아와선 그 냄새만 맡고 돌아갔다. 이제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기를......! 안심하고 돌아간 것이기를.....!

 

 

길고양이 밥을 챙기는 입장에서 귀여운 그림 속 양순이의 처지가 현실감 있게 다가와서 가슴이 아리기도 했고 고양이를 재미로 던진다거나 산책나온 개를 앞세워 고양이에게 위해를 가하는 견주가 등장하는 페이지에서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고 말았다. 그림으로 봐도 입으로 불을 내뿜을 뻔한 일을 울 나랑곰도 당했기 때문이다. "물어!!물어!!고양이 물어와"라며 자신의 개를 공원에 푼 여자와 개를 소리지르면서 뒤쫓아간 경험이 있어서인지 남일 같지 않았다. 지방이라 생긴 일로 치부했던 일인데, 전국 어디서나 일어나는 일이라는 자각이 들면서 한숨이 쉬어지기도 했고......!!

 

고마운 일은 저자의 남자친구가 데이트 나와서 고양이 걱정에 울먹이는 여자친구를 위해 자신의 학원에 길고양이를 데려가자고 제안한 일이었다.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양순이는 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알러지가 심해 고양이를 좋아하면서도 입양할 수 없는 언니와 동생이 있는 집으로 가끔 입성하기도 하면서. 무엇보다 5:5 가르마를 한 양순이 캐릭터가 너무너무 귀여웠다. 콧구멍만 두 개가 있는 양순이가 볼 빨갛게 미소 짓고 있는 그림은 엄지척!

 

저자 주변인들이 모두 양순이에게, 길고양이에게 따뜻함을 보태는 이들이라 더할나위 없이 따뜻했던 <<우리집 길냥이 양순>>이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읽히길 바라면서 양순이의 지난 일상을 보고 또 보고 있다. 지난 이틀내내 손에서 놓질 못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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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널 탓하지 않아
이지니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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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그림이 표지에 그려져 있어서 길고양이 이야기인가? 했다. 제목도 <<아무도 널 탓하지 않아>>였으니 오해할만도 했다. 하지만 '후회'로 가득했던 시간을 오늘의 '영광'으로 탈바꿈 시킨 작가 '이지니'의 이야기였다. 당장 잘하는 것, 잘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이 없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어른. 이런 어른 하나 있어도 좋지 않을까? '그렇게 살아서 되겠니?','이렇게 해라'고 충고하는 어른이 많은 세상 속에서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어른 하나쯤 있다고 세상은 망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소개받은 중국인 유학생과 사귀면서 결혼까지 생각했던 그녀는 회사까지 그만두고 결혼준비에 임했지만 이메일 하나에 무너져 버렸다. 보낸 이는 상견례까지 마친 상태에서 이별 통보를 받은 그 남자의 약혼자였다. 회사까지 그만뒀는데 결혼할 남자에게 약혼자가 있다니.....항공권을 이미 예매한 상태에서 취소할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 멘탈이 강하다고 해야할까. 충격에 눈물 콧물 바람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100일간 중국에서 중국어 실력을 향상시켜 온 것이다. 중화권 드라마를 번역해서 블로그에 올리면서 카테고리도 늘려갔고 귀국 다음날부터는 '영상 번역' 수업을 바로 이어 들으면서 중국어와 책쓰기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게 된 것이다. 또한 두 번째 중국행 땐 중국어를 익힐 언니와 함께 동행했고 그녀의 언니는 동대문 의류 시장에서 중국어 실력을 발휘하며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인생을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기도 벅찬데 타인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미치며 살 수 있다니....참 좋은 기운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저자는.

 

중국인 남자친구와의 일 외에도 다단계에 끌려 갔던 일이나 10년 간 꿈꿔왔던 방송작가의 일을 그만두게 만든 살인적인 스케줄, 야간대학을 다니며 열심히 아르바이트 했던 일, 중국에서 퇴사를 한 후 막막했던 일....담담하게 털어놓고 있지만 고백하기 쉬운 일들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응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 건 그 모든 일들을 거쳐왔기 때문일 것이다. 비켜가거나 도망가지 않고 버티면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기 때문에 오늘이 열린 것이다.

 

처음 기대했던 것과 달리 고양이에 관한 책은 아니었지만 <<아무도 널 탓하지 않아>>를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특히 제목이 맘에 드는 책이고. 또 누군가에게 해주고픈 따뜻한 말이라서 꼭 기억해두려 한다.

 

 

세상에 그냥 일어나는 일은 없어요

우연이라는 단어는 있지만 이유 없는 일은 없잖아요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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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 - 하루하루가 더 소중한 시한부 고양이 집사 일기
박은지 지음 / 미래의창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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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병 상태인 강아지나 고양이의 소식을 책을 통해서 접할 때가 있다. 더러는 책을 읽고난 뒤 소식이 궁금해져 찾아봤을 때 이미 무지개다리를 건넌 경우도 있고 아픈 상태로 여전히 행복하게 가족과 살고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한 배우의 고양이가 고양이별로 돌아갔다는 뉴스를 접했다. 1년 반 남짓 함께 한 고양이라는데....시간이야 어쨌든 가족으로 산 추억도 슬픔을 누르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길고양이로 사는 게 더 행복했을까>>에 등장하는 반려묘는 세 마리. 제이, 아리, 달이로 불리는 녀석들은 성묘다. 결혼을 앞두고 반려묘와 인연이 닿은 여자와 고양이를 무서워한 예비신랑이 함께 걸어온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입양할때까지만...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저자는 첫 고양이 '제이'를 보낼 수 없었고 그렇게 사람 두 명과 고양이 한 마리가 같이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부탁하는 일이 얼마나 눈치보이는 일인지 겪어보지 않고서는 모를 일이다. 초보집사에게 "고양이니까 당연하다"는 답변을 몇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그런 경험에 의거 그 대상이 이웃이 아닌 남편이라면 싸울일이 참 많았을 것이다. 이 부부 역시.

 

스물 여덟살의 새신부와 한 살 연하의 남편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는 두 마리가 되고 세 마리가 되었다. 놀랍게도 두 번째 고양이를 데려온 이는 그녀가 아니라 남편이었다. 버려진 품종묘를 입양하길 원한 남편이지만 결혼 전 친정에서 키워온 15년 된 강아지의 죽음 앞에서는 또 어긋났다. 완벽한 이해를 원한 건 아니었겠지만 고양이를 반려하고 있는 입장에선 서운함에 한 표를 던지게 된다. 물론 반려인이 아니라면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과의 이별을 이해받지 못한 입장은 쓸쓸하다. 그리고 그들에게 더 큰 시련이 닥쳤다.

 

첫째 고양이 제이에게 병이 찾아왔다. 여러 검사를 하고도 치료 기간은 25주로 잡혀 있었다. 동물병원의 병원비는 보험이 적용되는 사람과는 천차만별이어서 같은 수술을 두고도 병원마다 그 가격이 다르고 더해지는 후처치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편이다. 고양이 여섯을 반려하고 길고양이 몇몇, 길강아지를 어쩌다보니 구조하게 되어 든 비용만 환산해도 이사가고도 남을 금액, 차를 사고도 남을 금액이라.....25주 간 치료를 시작하자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막막했을지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식욕도 들쑥날쑥하고, 상태가 호전되는 듯 하다가 급격히 나빠지기도 했던 24주를 지나면서 롤러코스터 타듯 시간을 보냈을 부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이'를 포기하지 않아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그녀의 남편은 '넌 고양이니까'라고 체념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고양이가 또 아프면 어떡해?'라고 걱정하는 저자에게 "당연히 치료해야지'로 답변하는 반려인이 되었다. 슬며시 미소지어지는 대목이다.

 

 

한 생명과 살아간다는 것은 세상을 홀로 살아가는 것보다 마음 졸여야 할 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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