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화가
에스테반 마르틴 지음, 김수진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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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셜록 홈즈와 잭 더 리퍼, 그리고 피카소가 한 자리에 모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살인. 그 외의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그들이 예술을 도모할 것도 아니고 퀴즈나 퍼즐을 풀 것도 아니며 80일간의 세계일주를 떠날 것도 아닐 바에야 그들에게 일어날 일은 단 하나 살인이다.

그랬다. 잭 더 리퍼의 살인 예고는 피카소를 향해 있었는데, 피카소가 그린 여자들은 모두 죽는다는 공식을 세우며 바로셀로나를 끔찍한 피가 흐르는 곳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여기에 홈즈의 모델로 그려진 탐정 애로우가 와트슨 박사의 모델인 닥터 레이먼드 셰린포드와 함께 바르셀로나로 향했고 그곳에서 애로우는 연쇄살인마가 11년전 런던을 발칵 뒤집었던 잭 더 리퍼의 수법을 쓰고 있음에 주목했다.

1899년의 청년 화가 피카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살인범의 표적이 되었고 용의자로 몰릴 위기에 처했는데 그가 그림 속에 살인자로 보이는 선원을 그려넣었기 때문에 그림이 그려진 스케치북과 그의 칼이 사라졌던 것이다. 그의 칼이 창녀들을 살해하는 살해도구가 되었고 피카소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애로우는 그의 연인 카르멘을 찾아간다.

카르멘. 아비가 없는 아들을 키우며 몸을 팔아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피카소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뿌리쳤고 애로우와의 연애가 시작될 무렵 살인자에 의해 난도질 당하는 비운의 여인으로 죽어갔다.

피카소의 그림 [아비뇽의 처녀들]은 살인 예고장이 되어 버린 셈이고 살인범에게서 살해된 여인의 장기가 피카소앞으로 보내지는 소설 속에서 그 어떤 문장보다 멋졌던 문장은

"내가 저 그림을 그린 건 마침내 그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어."였다.

그릴 수 있게 되어 그린 그림. 천재 화가의 겸손한 한 마디가 살인사건이나 범죄심리보다 더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버린 소설이 에스테반 마르틴의 [그림자 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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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3 - 미천왕, 낙랑 축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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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저녁 빠짐없이 시청중인 [명작 스캔들]의 "브뤼헬 & 세비야의 이발사편"에서 김정운 교수는 "시선이 권력"이라는 말을 한 바 있다.  그 쓰임은 다르지만 작가 김진명의 최근작 [고구려]에서 을불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자신의 위치에 따라 이전보다 더 어려운 선택에 고심한다.  [태왕사신기]의 임금님이 도망자가 되었다가 역경을 이기고 신물을 모아 왕이 되듯 을불도 핏줄의 죽음을 담보삼아 왕재의 길을 향해가는 처절한 운명의 주인공이었다.  이윽고 고구려 제 15대왕인 미천왕이 되지만 왕이 되었다고 모든 일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정말 힘든 결정들은 왕이 되고 나서야 시작되는 일들이었으므로.

제갈공명같은 지략이 뛰어난 신하인 창조리를 얻었으나 충직한 장군 고노자를 잃었고, 정세와 처세에 밝은 주아영을 베필로 얻었으나 이 일로 결국 단아한 소청을 죽음으로 밀어넣게 되었다. 나쁜 일은 손수 맡아주는 아달휼도 곁에 두었고 왕이 되어 백성들을 위해 좀 더 많은 것들의 결정권을 쥐게 되었지만 미천왕은 언제나 전장 속에서 살아가야하는 인물로 그려져 있다. 

난세에 난 영웅은 그렇게 전장을 떠나지 못하고 살아야하는 팔자라도 타고 태어난 것일까. 다가올 천년을 결정짓기 위해 낙랑을 멸하고 말리라!!고 다짐한 미천왕과 낙랑의 최후를 위해 살아온 왕비 아영. 세 권으로 15대 미천왕의 이야기는 종결지어졌지만 아직 20대 장수왕까지의 이야기가 남았으니 나는 앞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고구려의 다음 왕들을 기다리게 될 듯 싶다. 

삼국지 라는 게임이 있고 만화가 있고 영화가 있듯이 고구려 역시 만화는 물론 게임 시나리오로 꾸며져도 훌륭하다 싶을 정도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만약 고구려가 온라인 게임화 된다면 나는 계정을 끊어 매니아로 남아버리게 되지 싶다. 전세계적으로 타국의 젊은이들이 고구려의 역사에 익숙해지도록 이보다 더 좋은 전략이 또 어디 있을까. 

힘의 역사, 대륙의 역사, 포효하는 역사의 울림을 잊고 살아온 우리네 삶에 작가는 또 하나의 경종을 울리고 있다. 뜨거운 애국심을 상기시키면서 - .

역사소설의 무한 감동은 그가 왕이 되어서가 아니라 왕이 된 그가 훗날의 초석이 될 나라의 기틀을 바로 세우는 것에 독자로 읽음으로써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데서 두근거림과 함께 시작된다. [고구려]는 읽는 내내 끊임없이 변방의 북소리를 귀로 듣는 환청에 시달리며 읽어내야 했던 소설이었다. 빠르게 읽혀지지만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는 무게감을 가진 소설, 고구려.

왕업을 이룰 군자금을 숙신의 백성에게 퍼주고, 고노자가 쳐들어왔을 때 장졸들의 가족이 고구려에 있음을 먼저 걱정하는 군왕이 있던 나라. 따뜻함으로 이기는 길을 열었던 왕이 지켜내었던 그 땅.  인간의 길을 먼저 가르쳤던 조상의 자손임을 깨닫게 만드는 소설이야말로 역사소설로써의 진정한 가치를 지닌 소설이 아닐까 싶다. 

낙랑 축출을 마지막으로 미천왕 편이 마쳐졌지만 빠른 속도로 다음 권을 집필하고 있을 작가의 손에 날개가 돋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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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3 - 미천왕, 낙랑 축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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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천왕편 완결. 그러나 20대 장수왕까지 아직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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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2 - 미천왕, 다가오는 전쟁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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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명을 베는 장수를 가리켜 맹장이라 하고 백 명을 베는 장수를 가리켜 신장이라 합니다. 
주군은 천 명을 베는 장수이기에 마땅히 부를 이름이 없습니다. 
역사가 주군의 이름을 지어줄 것입니다.

라니. 이런 멋진 대사를 또 어느 역사 소설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남녀간의 러브스토리나 작의적인 이야기의 중독이 없어도 [고구려]는 충분히 재미있다.  남자들의 의리, 전쟁, 신념 등을 모티브로 한 소설은 남자들이 주로 선호하는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작가 김진명의 이야기는 나이불문, 성별불문하고 탐독하게 만든다. 

우리 젊은이들이 [삼국지]를 읽기 전에 [고구려]를 먼저 알기 바란다는 작가의 바램은 충분히 이루어질 목표처럼 보인다. 출간된지 얼마 되지 않아 [고구려]는 입소문을 타고 너도 나도 읽는 책이 되어 있으니까. 물론 연재되면서도 그 내용에 대해 입소문이 나긴 했었다. 하지만 역시 책은 종이재질로 눈팅하고 싶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독자들의 소문은 봄바람을 타고 거세게 번져가고 있는 듯 하다. 

1권에서 나라에서 내쳐져 도망자가 되어야 했던 완손 을불은 2권에 이르러 자신의 사람들을 얻는다. 많은 소설과 드라마에서 "사람"을 가장 염두에 두라고 가르치지 않았던가. 그 유명한 미실조차 [선덕여왕]에서 사람을 얻는 일이 가장 우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래서 [수호지]나 [삼국지]에서도 영웅의 주변엔 좋은 인재들이 너나없이 모여들곤 했다. 

고구려의 영웅 "을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힘으로 동지를 얻는 이가 아니었다. 의리로 마음으로 진심으로 제 사람들을 얻어나갔다. 
숙신의 사람들을 제사람으로 만들때도 그러했으며 숙신의 지도자 아달휼을 얻은 것도 결국엔 그의 진심이었다.  또한 1권에서 역신으로 비추어졌던 충신 창조리도 을불의 시대를 열기 위해 묵묵히 적진의 한 복판에서 시간을 벌고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을불의 이야기 사이사이엔 모용외 대 최비가 대결과 화합의 시간을 맞이했고 그 사이에 지혜로운 여인 아영이 영리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기도 했다. 어느 이야기도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 균형을 잡아가며 독자를 역사의 한 현장으로 데려가는 가운데 이제 이야기는 을불이 왕좌에 앉기 직전까지 몰아가고.....이쯤에서 3권을 기다리며 애타던 독자들에게 3권이 주어지면 목마른 자가 우물을 찾듯 허겁지겁 3권까지 단숨에 읽게 되는 것은 마법이 아니라 재미 때문이다. 내게 그랬다. 작가 김진명의 [고구려] 2권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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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걸즈
리사 시 지음, 김승욱 옮김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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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띠인 펄과 양띠인 메이 자매가 일본 강점기 시절 중국을 탈출해 미국에 정착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상하이 걸즈]는 [소녀와 비밀부채]의 작가 리사 시의 소설이다. 전작에서 그녀는 근대화 되지 못한 중국 여인들의 고유한 삶을 그려내며 그 속에서 누슈에 담긴 그녀들의 애환을 잘 풀어낸바 있다.

[상하이 걸즈]는 여전히 전족을 한 여인(소녀들의 어머니)와 현대화된 여인(두 딸)이 공존하는 중국을 보여주며 여인들의 변화를 이끌어낸 점에서 높이 평가받아야할 작품이다. 두 딸들에게 미신이라 치부되는 점괘를 믿고 전족을 하며 비겁한 남편일망정 순종하고 살아온 어머니부터 어머니에 반대하면서도 그 가르침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한 큰딸 펄이 그 가운데, 결혼전 자유 혼전 임신을 하고 아이를 필요에 따라 버리기도 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쟁취하는 작은 딸 메이에 이르기까지 시대는 참 많은 것을 변화하게 만들었다.

1937년부터 1957년 사이를 집중적으로 담아내면서 중국과 LA 양국을 배경으로 중국인들이 어떤 마음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꿔왔고 결국엔 중국으로 되돌아가고 싶어했는지 그 마음도 함께 담겨 있는 작품이 바로 [상하이 걸즈]다. 1부 몰락을 통해서는 엄마와 함께 탈출하는 두 딸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 일본군에게 강간당하고 죽은 엄마와 강간당해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었지만 살아난 큰 딸 펄이 메이와 함께 미국에 입성하는 이야기가 2부 운명에서는 기성세대에 반항했으나 결국 그들이 만들어준 길로 걸어들어가 중매결혼했던 남자들과 함께 미국생활을 시작한 자매의 이야기가 3부 숙명에서는 딸 조이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남편을 잃게 되는 펄과 평생을 불행했던 메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메리칸 드림. 한국인에게도 중국인에게도 그 꿈은 무엇이었을까.

"배운 여자는 쓸모없는 여자"라는 말이 공자의 어느 배움 속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스스로를 쓸모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았기에 운명을 개척해내고 억척스레 살아낸 두 여인이 자매로 태어나 동서로 묶여 살아가는 삶은 활기차기도 때론 씁쓸하게도 만든다. 매력적인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루이영감의 며느리로 살아남은 자매는 동생이 낳고 언니가 키우게 된 딸 조이로 인해 그 삶의 고통을 보상받고 행복감을 얻어나간다.

그때도 그곳은 과거의 세계였다.....는 말처럼 그녀들의 삶은 비극적인 것도 희극적인 것도 아닌 이젠 과거에 묻힌 추억의 한 자락으로 남게 되었지만 그 시절 그녀들처럼 꿈을 안고 향했을 또 다른 소녀들을 떠올리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곧 영화화 된다는 [소녀와 비밀의 부채]처럼 이 작품도 영화화 되기를 기대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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