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미인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0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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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외톨이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의 만남

영화의 열기는 뜨거웠다. 열두 살 왕따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의 만남은 눈내리는 겨울 풍경처럼 차갑기 그지 없는데, 그들의 춥고 쓸쓸한 느낌과 달리 각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는 원작과 개정작, 원작소설에 이르기까지 극찬을 해대며 영화보기를 종용했다.

너무 보고 싶었지만 "마당 쓸어라"하면 갑자기 마당쓸기 싫어지듯 [렛미인]도 호기심을 누르고 영화 보기를 미루어둔 영화 중 하나였다. 그 와중에 원작을 먼저 읽을 기회를 얻어 읽게 되었는데, 68년생인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가 김지운 감독의 [장화,홍련]에 열성팬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저 멀리 스웨덴에서 태어난 사람이 이 멀리 대한민국의 영화에 홀릭상태라니....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기쁘면서도 웬지 믿기 어려운 기적같은 일처럼 느껴져 렛미인을 더 열심이 읽어야겠다는 사심이 생겨 버렸다.

누구나 자신의 것을 좋아해주는 사람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법이다. 우리 영화, 우리 감독을 좋아해주며 가장 좋아하는 호러영화로 주저 없이 [장화,홍련]을 꼽는다는 스웨덴 작가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마술사,코미디언, 시나리오 작가 등등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인 그가 8번의 거절 끝에 9번째 책을 출판하면서 세상에 나온 소설이 바로 [렛미인]이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이상함이 서려있다는 이야기는 [트와일라잇]의 뱀파이어 스토리처럼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기보다는 외롭고 쓸쓸한 두 영혼이 서로를 알아보고 반려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스톡홀름의 교외 블라케베리. 이 곳으로 한 남자와 그의 딸이 이사오며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
남자는 소녀의 사랑을 갈구하며 살인을 하러 외출했고 소녀는 옆집 왕따 소년의 관심을 받는다. 남자가 실패해서 자신의 얼굴에 염산을 붓는 동안 소녀는 소년의 이름이 오스카르이며 이혼한 엄마와 살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소녀와의 만남 외의 시간은 죽은 시간으로 살아가는 오스카르는 학교에서 악동 일당들에게 언제나 인간이하의 행위를 당했고 상상 속에서만 그들을 살해하고 응징할 수 있다. 그런 그에게 소녀는 또 다른 삶의 의미이자 친구였다.

1권은 꽤 방대한 양을 설명하고 있지만 전혀 복잡하지 않았고 읽기를 멈추게 만들지 못했다. 끊임없이 읽고 상상하고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얀 눈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추악함은 그들의 만남 아래로 묻혀 버렸으며 오스카르와 엘리를 추억하게 만든다.

구원이 어울리지 않는 세상 속에서 우정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렛미인]. 이제 그 2권을 기대하며 첫장을 펼쳐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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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지금 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하는 87가지 - 어쩌다보니 절반을 살아버린 나에게
오모이 도오루 지음, 양영철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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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해놓은 것도 없는데 나이만 먹었다....

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은 20살이 되어서부터다. 20살이 되면 인생이 자동등업이라도 되는 것처럼 짜잔 하고 멋진 어른이 되어 있을 것 같았는데, 20살! 어른이길 바라는 사회와 아직 어리기만한 나의 자아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가 많았다. 그리고 한 해, 두 해가 쌓여가면서 겉으로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것과 달리 나는 해놓은 것도 없는데 나이만 자꾸 먹는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매년 무언가를 계획하고 꿈꾸지만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연초에 계획했던 일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을 때마다 다이어리를 보고 절망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사실 그리 먼 순간의 일도 아니다. 다시 마음을 다잡았던 2011년이 시작된지 벌써 다섯 달이 지났다. 하지만 다이어리의 계획들은 또 나를 질책하고 있었다. 이렇게 흘러가도 좋을 것인가.

어쩌다보니 절반을 살아버린 나에게...

책은 귀를 열게 만든다. 30점인 사람에겐 31점짜리 이야기를 들려주고, 40세에 자신의 사업을 새로 시작했고, 이직을 나쁘게 보는 일편을 잠재울 만큼 당당하게 "이직할때 마다 커리어가 업그레이드 되는지 보라!"고 일러주는 멘토. 그는 올해 69세란다. 하지만 여전히 열정적이며 부정적인 말보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자신에게 전해 용기를 북돋우는 삶을 살고 있다.

69세의 그도 불안보다는 희망을 목표삼아 살아가는데, 서른 다섯이라는 나이는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서른 다섯이라는 나이는 참으로 미묘해서 한 살 차이 서른 넷보다 10년은 늙게 느껴지고 마흔이 곧 다가올 것처럼 두렵게 만든다. 그만큼 초초함도 커져가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기분을 느낀다니 자극받을 필요는 전혀 없을 듯 했다.

어떻게 살아야할지 헷갈리고 막막할 때 내뱉는 부정적인 언어들은 내 귀가 제일 먼저 듣는다는 말이 비수처럼 꽂혀 좀처럼 뽑아지지 않았다. 내 스스로가 첫번째 안티가 되어 나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니......!

그간 당연하지만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았던 비결들을 습관으로 만들어가며 시간을 귀하게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무것도 없다고 미리 단념하지도 않을 것이며 존재한다고 믿으면서 필사적으로 찾으려고 노력하는 하루를 보낼 것이다, 길게 보면 그것이 정답인 것들임을 시간이 증명해주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해 놓은 것도 없는데 나이만 먹은 사람에서 해 놓은 것은 없지만 앞으로 수없이 많은 것들을 이루며 살 사람으로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했다.

인생 2막의 출사표...

일본 최고의 인재파견 전문회사의 대표가 쓴 글이라 해서 처음엔 헤드헌팅이나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지 않을까 싶었던 [서른다섯, 지금 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하는 87가지]는 50도 아니고 100도 아닌 애매한 숫자인 87가지 방법들로 우리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있다.

전작인 [35세까지 반드시 해야 할 일]과 더불어 이번에도 서른 다섯이 들어간 책을 출판한 것을 보면 직업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 그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나이를 서른 다섯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진다. 35세. 선택이 중요하고 좋은 결과가 편안한 노후와 연결된다는 사실을 그는 경험을 통해 알아버린 듯 했다.

먼저 산 사람들은 모두 인생의 선배라고 했던가. 국적도 다르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인생 충고가 이렇게 어제와 다른 나를 만드는 첫걸음의 양분이 되다니....나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생각들을 들으며 살아가야겠다. 입보다는 귀를 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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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게임
카린 알브테옌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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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명예 모두를 손에 쥐고서도 지옥에서 산 악셀 랑네르펠트의 삶!!!


노벨문학상을 받은 스웨덴 문학계의 거성 "악셀 랑네르펠트"는 국민적 영웅이다. 모두가 우러러보며 그의 업적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의 불행한 가족사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어린 시절 부유하지 못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여동생의 희생과 가족의 헌신을 배신하고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유명 작가가 되어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작가이자 아름다운 여인인 알리세와 결혼하여 아들, 딸을 낳고 부유하게 살아가지만 자신을 위해 헌신했던 가족들은 여전히 가난하게 살도록 내버려 두며 살고 있었다. 게다가 결혼으로 인해 만들어진 자신의 가족들 속에서도 그는 행복하지 못한 사내였다.

부와 명예를 둘 다 가졌지만 악셀은 여전히 궁핍한 사내였고 부족함을 느끼며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구해대는 사람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다. 아내와의 오랜 소원함으로 다른 여인들을 품으면서도 죄책감보다는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던 그는 어느날 괴팍한 작가 친구인 토리뉘의 여인 할리나와 단 하룻밤을 지낸 뒤 인생이 지옥으로 변해 버린다.

정신병을 앓고 있던 할리나는 병적으로 악셀에 집착하며 스토킹하기 시작했고 바램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해 그의 집으로 쳐들어가 난장판을 만들어 버렸다. 결국 살해당한 그녀는 어린 아들의 곁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그 아이는 남의 집 앞에 버려졌다. 또한 악셀은 만행을 그치지 않고 할리나의 미발표 작품을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해 노벨문학상을 받기에 이르른다. 이 모든 것을 알게 된 토리뉘는 복수를 계획하며 악셀에게 모든 사건을 덮고 싶다면 열 다섯살 된 딸 안니카를 강간하게 내어놓으라고 명한다. 결국 자신의 명예를 위해 딸을 짐승 앞에 내어놓은 아비에게 던져진 것은 자살한 딸의 시체.

부와 명예에 눈이 먼 랑네르펠트 가의 모든 악행을 곁에서 봐 왔던 가정부 예르다가 죽으면서 이 모든 일들이 하나, 둘 밝혀지지만 결국 할리나의 아들이 악셀의 아들에게 죽임을 당함으로써 악행은 대물림된다.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누리고자 한 인간의 욕망이 인간성을 상실케했으며 파멸의 길로 인도했음을 공포스럽게 알려주고 있는 소설은 북유럽 스타일답게 서늘하다. 우중충하며 우울하게 전개되지만 단 한 순간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던 이 소설이 영화화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상상해본다.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이토록 적나라하게 파헤친 스릴러는 영화의 좋은 소재처럼 보이기 때문에 -.

거짓말,속임수, 살인, 치정, 강간을 토대로 지켜진 부와 명예의 가치는 과연 얼마나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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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 클럽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6
박선희 지음 / 비룡소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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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자람의 나이는 다르겠지만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편적인 나이때가 있다. 청소년기라 불리는 바로 그때. 과도기의 아이들은 성장통을 거쳐 어른으로 가는 길목에 다다르는데, 그래서 이 나이때의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책들을 우리는 성장소설이라 부르기도 한다.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가 문제아로 찍힌 소년의 성장기를 담고 있다면,  [하이킹 걸즈]는 실크로드 길에서 치유를 발견하게 되는 소녀들을, [날짜변경선]은 백일장 키드인 청소년들의 재능,배신과 질투를 그리고 있다. 각각의 재미는 뒤로 하고 누구나 공감할 만한 그 시절, 그 때의 고만고만한 고민들이 주를 이루며 절망보다는 희망을 향해 돌아서게 만드는데, [줄리엣 클럽]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청소년 소설이었다.
줄리엣 클럽.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소녀들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요즘 고민들을 함께 공감하며 세대가 많이 변했다는 사실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통의 고민들은 세대에 걸쳐져 있구나라는 세대공감을 함께 이끌어내고 있는 작품이어서 불편한 진실과 마주치는 순간에도 용감하게 읽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제 3회 블루픽션상 수상 작가인 박선희의 신작은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이래도 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물어대는데, 그 대상이 사회나 어른들을 향한 외침이 아니라 자기 자신들을 향해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불합리하고 부당하게 보이는 처사들에 대해 17세의 그들이 고민을 함께 해결해나가야하는 주체를 자기자신들로 인지하고 함께 하려는 모습이 옳든 그르든 간에 이뻐보일 수 밖에 없었고 특히나 옥탑방 아지트라는 공간이 세상에서 숨어버리는 곳이 아닌 치유하고 공감하고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장소가 되어 그들을 성장하게 만드는 것에서 후세대에 대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어 읽는 내내 마음을 가벼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7세. 키스에 대해 환상을 가질 나이, 친구의 성경험에 대해 솔깃하면서도 겁이 나는 나이, 동성애에 대해 이해의 시선을 가져야할지 그렇지 않아야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나이, 우정보다 사랑이 앞서면 섭섭해지는 나이. 이 나이에 올라선 소녀들이 보여주는 학교 생활은 모범생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정답이 없는 인생 속에서 그들이 스스로 맞다고 생각하는 답을 용기있게 찾아가는 모습은 손을 잡아주고 싶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게 만든다.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그들보다 더 좋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줄리엣 클럽은 달콤상큼한 성장소설로 기억속에 오랫동안 남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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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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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일생]을 읽고 어린 마음에 작가를 한동안 원망하며 지냈다. [테스]때처럼 여자의 인생이란 무언가 불공평한 것들로 가득찬 것만 같았고 남자들에게는 허용되는 일들이 여인들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세상의 잣대가 싫어 삐쳐버린 생선마냥 입을 비쭉대며 다녔던 기억이 있다. 소설을 읽고난 뒤의 세상은 이전과는 분명 다른 세상이었기에.

[덕혜옹주]를 읽으며 그맘때의 어린시절, 어린 마음이 떠올랐다. 그만큼이나 같은 마음으로 읽혀져버린 소설이었기에 조선의 마지막 황녀의 인생은 그맘때 조선의 여느 여인과 다르지 않은 비참함이 잔뜩 묻혀져 있었다. 혼란의 시기에 위정자들은 잘먹고 잘 살고 권력을 휘두르며 후세가 먹고살 방편까지 마련해놓은 반면 우국지사들은 후세는 커녕 제 앞가림조차 힘든 나날들의 연속이었지만 그들은 자신이 택한 길을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세상은 참 불공평해서 그들의 선택에 따른 결과를 후손들이 여전히 이어지고가게 만들고 있기도 했다.

부자가 망해도 먹고살 길은 열려 있고, 난세에도 귀족들의 지위는 변동이 없어보이는 듯 했지만 조선 왕실의 여인은 그 고귀함을 지켜나갈 혜택을 허락받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명성황후 시해 이후 급격히 쇠약해진 고종의 단 하나의 즐거움이었다는 막내딸 덕혜.  급사한 아비의 운명은 그녀의 운명또한 바꾸어 놓았고 소설 속에서 이미 정혼자가 정해져 있었지만 대마도주에게 강제 혼인당해 이 땅을 떠나야했던 덕혜에게 조선이란 어떤 땅으로 기억되었는지 남은 삶을 살아가는 여정에서 몸소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어쩌면 비극이었는지도!!!!

평범한 양민들조차 총칼 앞에 창씨개명하던 시절, 황녀는 조선의 것들을 지켜나가고자 했고 그런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정적들에게 미친 여자의 삶처럼 보여졌을 것이다. 길다란 남자 옆에 양장을 하고 선 자그마한 여인의 사진을 통해 처음 접했던 덕혜옹주는 참 암울한 모습의 여인이었다. 웃음기가 싹 가신 그녀의 얼굴에선 루머처럼 들려오던 "미친 여자"의 허상이 실제처럼 입혀져 보였으니 어쩌면 그 시절 일본의 관료들은 인격적으로는 최악이었지만 사회적으로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마케팅 실력자였던 것이다.

정말 그녀는 미쳐있었던 것일까. 무엇이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을까. 자신을 지켜내지 못한 조선? 미워하며 살아야했던 일본인 남편? 조선의 것을 거부하던 딸, 정혜? 그 해답이 소설 속에 있었다. 그리고 남겨진 물음 하나. 정말 그녀는 미쳐있었던 것일까.

일본식으로 물들어가지 않던 그녀를 미친 여자로 몰고가서 파멸시키는 것을 쾌락의 자락으로 삼았을 그들에게 그녀는 정말 미친 여자였을 것이다. 실제로 정신이 온전했든, 그렇지 못했든 간에.

독립투사의 딸로 태어나 덕혜를 모시며 결국 그녀를 대신해 죽어간 복순이라는 여인 또한 그 시절 이 땅의 여느 여인과 다르지 않았겠지만 시대가, 망국의 한에 평범한 여인으로서의 삶을 빼앗긴 또 다른 슬픈 이름이요, 황녀의 삶과 비등비등 했다. 그래서 더 슬퍼지는 소설 덕혜옹주는 도쿠에 히메가 아닌 덕혜옹주로 살아가기를 원했던 뜻을 굽히지 않았던 한 여인의 삶과 역사속에서 잊혀졌던 우리의 얼을 함께 담아 그 의미를 부여했는데 부끄러운 일은 우리의 손으로 먼저 그녀를 재조명하지 못하고 일본인의 손에 의해 먼저 알려졌다는 점이었다.

식민의 시대는 끝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들이 남긴 문화적 편견과 역사적 우물안에서 헤엄치고 있는 개구리인 것만 같아 씁쓸해지고 만다. 그 쓸쓸함의 어귀에서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를 만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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