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치페사
페터 프랑에 지음, 송소민 옮김 / 자음과모음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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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페터 프랑에는 가장 성스러운 도시를 권력과 욕망 배신으로 짓무른 타락의 도시로 그려냈다. 1623년의 로마. 종교적인 문제로 스코트랜드 장로교신자인 맥켄니와 정략결혼을 올려야 하는 클라리사는 레이디 맥켄니가 되기전 순진함을 간직한 채 영국에서 로마로 건너왔다. 죽는 순간까지 그녀에 대한 염려를 놓지 않았던 남편 맥켄니를 비롯 프란세스코 카스텔리와 로렌초 베르니니라는 희대의 손재주를 가진 예술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게 된 운명으로 들어온 것도 로마나들이를 선택한 순간 결정된 일이었을까.

 

"이성에 따라야 한다. 마음에 따르지 말고 이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거야"

 

사촌의 말을 흘려들었던 그녀의 마음은 언제나 상처투성이다. 설계도를 직접 그리고 설계에 필요한 모든 측량을 산출해내는 능력이 탁월했던 건축가 프란세스코와 근대의 미켈란젤로라 칭송받던 로렌초 모두의 사랑을 받았던 그녀는 그들 사이에서 때로는 질투로 때로는 사랑으로 그 배를 갈아타며 욕망이 들끓던 도시의 뮤즈가 되어 갔지만 시작과 끝을 빌어 결말을 암시하듯 사랑은 그렇게 지고 말았다.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기 보단 그녀 스스로도 권력의 검은 물 속에 빠져 지냈던 돈나 올림피아에 의해 "프린치페사"로 불리며 로마의 신비한 여인이었던 클라리사는 주인공이면서도 관찰자인 양면의 시각으로 로마라는 도시를 재조명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스토리에 젖어들어가다가도 어느 순간엔 관망하는 클라리사가 되어 당시 12만명에 다달았던 거대도시 로마의 흥망성쇠를 바라보았다.

 

작가가 밝히길 프린치페사는 허구의 인물이라는데, 이 가상의 인물처럼 살다간 이가 분명 있었을 것 같은 리얼리티를 강하게 부여하며 [프린치페사]는 거대한 양의 이야기를 시작점으로 돌아와 끝맺는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그 어떤 왕조의 화려함보다 많은 볼거리를 보여줄 것만 같은 이 이야기가 언젠가는 꼭 영화화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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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전통등 - 누가 만들어도 참 쉬운
전영일 지음 / 불광출판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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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드라마 장면에서 풍등이 날려지는 모습을 보며 "아, 나도 날려보고 싶다"라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풍등 축제가 아니라면 산불등을 이유로 해서 개인적으론 날리기 힘든 것이 풍등인데, 소원을 담아 풍등을 날리면서 남다르고 멋진 추억을 갖고 싶다는 꿈꾸게 만든 것은 역시 드라마 속에서의 그 드라마틱한 분위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에디슨의 전기 발명 후, 우리나라에도 1970년대 중반, 전기가 들어오면서 호롱불이나 전통등들은 조금씩 자취를 감추고 결국 석가탄신일에나 실컷 볼 수 있는 추억거리가 되어 버렸다. 예전 인사동에서 발품을 팔아 엄마에게 의미있는 선물을 해 드리고자 고르고 골랐던 것이 어느 개인 공방에서 장인이 만든 전통등이었는데 엄마가 너무 예쁘다고 감탄하셔서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이래저래 전통등에 대해 나쁘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보니 [한지전통등]을 통해 구경하면서 이젠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까지 부리게 되었다. 빛을 담은 예술 세계로의 초대는 이토록 아기자기하면서도 멋진 초대였던 것이다. 구성, 재료, 골조, 전기, 배접, 채색, 코팅에서 마무리까지 이제껏 만들어온 10년이상의 노하우를 방출시키며 저자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등은 그저 멋없는 흰등만이 아닌 목어등, 공등, 잉어등, 가마등 등등 알록달록하면서도 사이즈가 생각보다 큰 예술품들이었다. 아마누가 구경해도 깜짝 놀랄만큼 멋진 등들이 주르륵 등장하지만 사실 초보자가 따라하기엔 만만찮아 보인다. 그리고, 만들고, 말리는 것은 기본이고 젖지 않게 만들기 위한 방수처리까지 꼼꼼히 하고 나면 진이 주욱 빠지지 않을까. 단 하루만에 만들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봐야됨직한 만만찮은 이 작업을 외국인들도 참여해서 하는 장면을 보며 이런 전통을 좀 더 알려나가는 일도 한국의 미를 알리는데 좋은 방편인 것처럼 생각되어지기도 했다.

 

수원시, 안양시, 인천시 의 연등축제에 참가해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고 하고 아산시의 특별한 거북선 등에 매료되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일본, 스리랑카 등지의 타국 연등축제와 우리 축제와의 다른 점도 비교해보는 재미가 사실 쏠쏠했다.

 

구경하는 것도 만들어보는 것도 나름의 의미를 가질 한지 등만들기. 언젠가는 꼬옥 해 보리라 마음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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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배우는 자수의 기초 나의 핸드메이드 첫걸음
일본보그사 지음, 김수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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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바느질이 서툰 딸내미의 과제물에 엄마가 자그마한 도움을 주신 적이 있다. 삐뚤빼뚤한 초등학생이 만든 천가방에 엄마표 작고 예쁜 꽃수가 하나 놓여 있었으니 선생님의 눈에 얼른 띄기 마련이었다. 가방 구석에 노랗고 작은 꽃이었지만 선생님은 눈으로 웃어주셨다. 엄마의 솜씨임을 왜 모르셨겠는가.

 

그때이후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바늘을 이용한 바느질이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자수를 배워보겠다는 엄두를 내어본 일은 없는 듯 했다. 성인이 되고 보니 손재주가 있는 것도 오복중 하나라, 남들이 십자수에 열광할때엔 한 두점 해보곤 금새 재미를 잃었고 뜨게질을 할때도 한 두 작품을 만들어 놓고선 그것으로 만족해버렸다. 다른 배움에 비해 작품 몇개를 완성해 놓고 나니 재미가 시들해져버렸던 것이다.

 

작년에 배우 김현주의 바느질북을 구경하면서 새록새록 재봉질을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싶어지기도 했지만 특유의 게으름 탓으로 잊어버렸고 오늘 또 예쁜 자수책을 찾아냈으나 이 관심이 사실 얼마나 갈지 모를 일이다. 만나야 할 사람도 많고 해내야할 일들도 많고 계획하고 있는 것들도 많은데다가 얼마전부터는 미국입학을 꿈꾸고 있는 조카의 멘토역할을 맡게 되어 부지런히 입시자료들을 모으고 아이의 개인 포트폴리오를 완성해주기 위해 여기저기 좋은 방편들을 찾아 기웃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왜 늘 일을 벌려놓고 그 일에 대한 책임감으로 허덕이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점술가의 말처럼 운명적으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싶어지기도 한다. 요즘엔-. 내가 잘되기보다 남이 잘되는 것을 돕고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에효....!!!

 

그런 내게 상처럼 주어지는 일이 바로 즐거운 취미생활들인데 [자수의 기초]도 그런 면으로 계속이어지는 습관으로 굳어졌으면 좋겠다 싶어진다. 유럽자수, 비즈자수, 아플리케, 크로스스티치, 펠트아플리케등 다양한 배움거리와 함께 목차부터 깜찍한 샘플들이 줄을 이어 눈부터 즐겁게 해주고 있는 책 속엔 앨리스, 빨간모자, 돼지삼형제 등등 동화세계를 수로 구현해 놓기도 했고 초보부터 욕심낼만한 예쁜 도안도 가득하다.

 

상세한 스티치 기법과 도안 350점으로 가득한 책의 가격 또한 만족스러울 정도라 이정도면 일석삼조가 아닐까 싶어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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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서야, 겁내지 마!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30
황선미 지음, 조민경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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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의 나온 암탉]을 읽고 보며 황선미 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친구가 발견해준 작가의 필력은 감동이 실려 내게 전달되었고 누군가의 추천으로 작가에 빠져보는 일이 오랜만이라 참 색다르기도 했다. 이미 시중에 그녀의 책들이 많이 나와 있기에 몇 권 골라내는 일은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또한 쉽게 읽히는 아동문학이라 시간을 따로 낼 것도 없이 두 권 정도씩 매일 들고 집을 나섰다.

 

[은서야, 겁내지 마!]는 읽어주기 보다 보여주기 좋은 동화책인데, 아이들이 되려 엄마에게 읽어주며 은서가 되어보는 일도 재미있겠다 싶어지는 책이었다. 은서가 학교를 가는 도중엔 참 무서워보이는 환경들로 가득한 세상 같아 보였다. 물론 어른들에게 소나 개, 동네 하나쯤 있다는 바보 아저씨가 무서움의 대상이 될리 없겠지만 어린 아이의 눈엔 충분히 그래 보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처음 해보게 되면서 나는 눈높이를 낮추어 볼 수 있었다. 눈높이를 아이의 시각으로 낮추어보니 세상은 높고, 크고 넓었다.

 

사실 센티미터 상으로는 저나 나나 채 2미터가 되지 않으니 별로 많이 자랐다 할 수 없겠지만 그 몇십센티미터 차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기분을 다르게 만들 수 있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닌가 싶다. 소가 송아지를 낳고 이웃의 바보 아저씨가 말못하는 착한 색시를 얻어 동네를 떠나면서 그제서야 알지 못했던 두려움을 극복한 은서는 깨달을 수 있게되었다. 알지 못해서 이해할 수 없었음을.

 

누군가 처한 환경을 안다는 것은 그를 이해하는데 얼마나 큰 거름이 되어주는지 은서라는 아이를 통해 본 이 마음 따뜻해지는 동화는 길기도 대단치도 않아보이는 일상을 통과의례처럼 대단하게 만들어보이면서 우리에게 일상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얼마나 좋은 환경인지도 알게 만든다. 아이도 어른도 각자의 다른 깨달음을 갖게 만드는 작가의 동화읽기를 나는 당분간은 멈출 수 없을 것 같다.

 

따뜻함이 묻어나서 좋고 어른으로도 아이로도 읽어볼 수 있는 소중한 체험의 장을 나는 한 권의 동화책 속에서 체험하고 있다. 무더운 8월을 시원하게 보내면서-.

 

동심, 이래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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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정 2012-01-21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그래요?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저는 김미정이라고 해요^^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마법사의도시 2012-01-21 11:02   좋아요 0 | URL
^^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김미정님~
 
침대
최수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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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바이올린]에서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바이올린이었다. 한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여기저기를 정처없이 떠돌 운명을 타고난 바이올린은 대륙을 건너고, 시간을 건너고, 사람과 이념 사이를 건너 새로운 주인을 만나기 위해 경매장에 세워졌다.

그 바이올린의 주인입네 하던 사람들의 슬픔과 이별, 불륜, 배신의 현장에 함께 했던 바이올린은 웃음도 눈물도 함께 흘리지는 못했지만 음악으로 그들을 위로하며 가장 가까운 곁에서 그 사건들을 함께 해나갔다.

최수철 작가의 [침대]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침대다"는 고백아닌 고백으로 시작된 소설은 숲의 귀족이라 불리는 자작나무 한 그루가 만난 사람들과 사건들을 통해 그가 바라보는 인간 세상에 대한 평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많은 사람들이 침대를 거쳐갔지만 그는 단정했다. "그럼에도 항상 나는 나 자신이었다"라고.

연민에서 환멸로, 분노에서 사랑으로 ,경멸에서 경외로 쉬지 않고 변해가면서 자신에게 몸을 의탁하고 올리는 사람들을 평가하고 마음을 함께 나누곤 했다. 레드 바이올린이 평가 없이 그저 함께 한 것과 달리 침대는 사람과 소통을 시도하고 겪어나갔다.

미누라는 사먼 소년을 만나 나무에서 그의 관이 되었던 자작나무는 불려지는 이름 없이 묻혀 있다가 침대가 되어 쓰임새를 되찾았으나 그 시작은 고통으로의 여행을 의미했다. 자연의 한 가운데 고요히 살아가는 삶과 비교했을때 인간세상은 그토록 고통에 찬 순간들이었음을 나는 침대를 통해, 침대의 마음이 되어 등장인물들을 관찰하면서 새삼 깨달았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연이 시작되고 끝맺어졌다. 그들의 방대한 사연이 침대라는 매개체 하나로 묶일 수 있다는 것도 놀라운 발견이었으나 무엇보다 사물을 통해 생물을 이해해나간다는 자체가 참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나는 시간을 여행한 것도 나라와 나라를 여행한 것도 아니었다. 읽는 내내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여행하면서 참으로 불편했고 너무도 가슴아팠으며 상처 위에 새로운 생채기가 나곤했다.

모든 고요한 수면 시간을 보장하는 침대라는 도구가 오늘, 이렇듯 다른 느낌으로 한 작가에 의해 재탄생되어 한 독자에게 읽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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