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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슈퍼마켓에 탐닉한다 ㅣ 작은 탐닉 시리즈 19
모리이 유카 지음, 노애선 옮김 / 갤리온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비행기나 자동차를 타고 이동할 때보다 기차를 타고 이동할때 책을 읽는 일이 훨씬 더 쉬웠다. 나는. 멀미가 심한 편이라 어린 시절부터 붙이는 멀미약을 세개씩 붙여야했기에 이동 중에 잠드는 것 외에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기적에 가까운 일이어서 어린 시절에 감히 꿈꿔보지도 못했지만 자라면서 점점 건강해졌는지 어른이 되어서는 이동중에도 그 시간을 아껴 책을 보거나 무언가를 만들면서 손을 놀리지 못했다. 몹쓸 습관....이라면 습관이 배여버렸달까.
나는 00에 탐닉한다 시리즈는 빼놓지 않고 보는 책인데, 특히 기차여행 중 철도청 서점에서 첫 권을 구매한 이후, 기차 여행시엔 꼭 들러 다른 권이 나와 있는지 확인해볼 정도다. 오며 가며 왕복시간만큼 구경하기 딱 좋은 길이와 내용들이라 나는 이 시리즈에 열광하는 편이다. 남에게도 권할 정도로-.
이번에는 슈퍼마켓 탐닉 스토리로 채워져 있는데, 입체 조형가에도 "잡화수집가"인 일본인 모리이 유카가 스웨덴, 독일, 영국, 프랑스 등지의 슈퍼마켓을 찾아다니며 각각의 특징적인 물건들을 소개하며 구경하게 만든다. 때로는 같은 품목을 국가별 슈퍼마켓에서 비교하거나 특색있는 물품들을 소개해 갖고 싶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는 그가 작은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행복한 사람이라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누군가에겐 일상용품인 사소한 물건들이 여행자에겐 신기한 물건으로 탈바꿈 되기도 하고 비슷한 기능의 물건이 없는 국가에서 구경하면 참 갖고 싶은 물건으로 비춰지기도 한다는 것을 [나는 슈퍼마켓에 탐닉한다]를 읽으며 알게 되었다.
왕실납품슈퍼인 웨이트로즈에서부터 우리나라에도 많은 테스코,서민층이 타깃이라는 세이프웨이 에는 메모판이 달린 카트가 있다든가, 캣이라는 단어가 없어도 고양이 그림자가 그려진 캔은 캣푸드라는 등 우리나라의 실정과는 다른 슈퍼마켓의 모습에 구경하는 내내 쇼핑하듯 신난 기분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2004년 2월에는 요오크셔에서 세계최초로 슈퍼마켓에서 결혼식까지 올려졌다는 소식은 해외토픽에서도 본 바없는 쇼킹 뉴스였고, 슈퍼마켓에서 알게된 중년커플의 행복한 결혼식 모습은 아주 특색있어 보여 우리나라에서도 홍보차원에서 이런 결혼식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진다.
알약같던 브랜드 홍차티백은 여행시 구매해오고 싶은 품목이라 어느 슈퍼에서 얼마정도 하는지 메모해두고 일기장에 붙여두기도 했다. 먹기보다는 예뻐서 선물하기 좋을 병에 든 마요네즈나 치약같은 모양의 마요네즈는 친구가 보면 사달라고 조를 것 같아 폰으로 찍어 전송해 보여주기도 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슈퍼마켓 쇼핑백 중 선호하는 쇼핑백 1위는 웨이트로즈의 야물딱진 송아지 그림의 파랑색 쇼핑백이었고 사용해보고 싶은 슈퍼카트는 독일이 1위, 사고 싶은 슈퍼마켓 잡지 1위 또한 웨이트로즈라는 통계였다. 우리의 마트도 순위에 오를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살짝 아쉽기도 했다.
늘어나는 붕대와 늘어나지 않는 붕대, 커피용/요쿠르트/라떼용으로 우유를 나뉘어 판매되는 등 슈퍼마켓의 물품들이 세분화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기도 했다. 이래저래 부러운 모습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