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
노나미 아사 지음, 이춘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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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고타로 형사가 해결하는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다. 옴니버스 식으로 고타로라는 형사외의 범인이나 사건에 얽힌 인물들은 단편의 이야기로 소개되고 해결되어진다. 낡은 부채, 아메리카 연못, 돈부리 소사, 다시 만날 그날까지 등등 제목만으로는 그 내용을 짐작하기 어렵지만 읽는 순간 그 재미로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 노나미 아사의 추리소설의 특징이라는 것은 읽어보면 알게 될 일일 것이다.

 

[죽어도 잊지 않아]와 [얼어붙은 송곳니]를 인상깊게 읽었던 터라 별 고민없이 [자백]을 선택했지만 짧지만 4가지 테마가 잘 어우러져 있는 미스터리라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진실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라는 문구는 꼭 csi처럼 현장에서, 증거에서 범인을 색출해내라고 쫓고 있고 제프리 디버의 [본 콜렉터] 시리즈의 링컨처럼 최초의 증거와 인물에 충실한 수사를 하게 만든다.

 

형사는 고타로지만 읽는 독자로 하여금 쫓게 만드는 노나미 아사의 단편들은 뛰어난 반전보다는 따뜻한 재미를 물씬 느끼게 만드는 것은 물론 자백이라는 제목에서부터 풍겨나오는 잡았다  라는 안도감을 함께 느끼게 만든다. 그 중 쇼화 58년, 4월 10일 오후 4시에 하치오지 기타 경찰서에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게 만든 키 180센티미터의 나신 남자 시체의 발견으로 시작된 아내 도쿠코의 범죄 자백은 오늘 내일 뉴스에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리얼하고도 현실과 맞닿은 사건이기도 했다.

 

어쩌면 그래도 반전이 뛰어난 추리소설보다, 범인의 잔혹한 행위가 동반된 스릴러보다 더 현실감있게 다가와 무섭게 느껴져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읽는 재미가 쏠쏠했던 자백. 무더운 8월에 읽어, 그 무서움이 절반쯤은 덜어졌겠지만 그래도 사람을 참 무섭게 느끼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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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일요일들
은희경 지음 / 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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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 권을 읽고나면 으례드는 생각이 "이 사람 이 소설 어떻게 완성했을까?"였다.

플룻이나 작품의 노하우가 궁금해진다기 보단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느꼈을 심리적 변화라든가 애초 맘 먹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을까 싶어진다. 소설가의 소설 한 편과 더불어 그가 집필하는 과정을 담은 책도 출판되면 좋겠다 싶을 무렵 그 비스무리한 책이 한 권 출판 되었다고 해서 얼른 주문했다.

 

[생각의 일요일들]은 스무살 무렵 정말 재미나게 읽었던 [새의 선물]의 작가 은희경의 산문집이다. 약간 비틀어바라보는 시각이 재미나고 특별해 그녀의 작품 읽기를 즐겨했었는데 단편이든 중,장편이든 무엇하나 재미가 빠지는 것이 없어 나는 자칭 그녀의 매니아 독자다. 그런 그녀가 소설이 아닌 산문집을 냈다는데 안보고 지나칠 수가 없었다.

 

은희경.

열 권의 소설책을 낸 소설가.

일 년 중 사흘 정도는 어른스러워지는 한 사람.

일주일 중 이틀만 "순결"한 작가라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사람.

글을 쓰기 위해 자주 낯선 곳에 가고,

3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영화를 보고

3일이 있으면 여행계획을 짜는 사람.

 

그녀는 스스로를 그렇게 표현해 내고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고 관심있게 보고 이랬으면 좋겠다 싶은 은희경과는 모습적으로 차이가 있어보였지만 그래도 그런 모습 그대로가 좋은 작가, 은희경.

 

우리가 비슷한 감각으로

비슷한 문제를 고민하는 동시대인이라는 느낌

그것이 나를 쓰게 만듭니다

 

라는 그녀의 담백한 고백이 더 작가를 좋아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을까. 산문집을 통해 그녀의 취향을 알게 되었고 그녀가 좋아하는 시간을 알게 되었고 그녀가 평소 자극받는 생각들을 알게 되었으며 일상을 늘어놓아 작가의 일상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게 만들어준 생각들이 담긴 은희경 작가의 [생각의 일요일들]은 마치 수필을 읽듯이 소소함으로 즐거움으로 읽혀져 나의 일상의 어느 한 구석에 자리잡았다.

 

누군가의 일상이 나의 일상을 채워줄 수 있다는 사실이 이토록 신기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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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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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고발적 성향이 짙었던 그녀의 소설이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미야베 월드 2막에 대한 실망스러움을 표출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녀의 도전이 새롭기만 하다. 현재가 아닌 과거의 일본. 그것도 에도시대. 음양사를 읽으면서도 고대 일본에 대한 상상력이 마구마구 뻗쳐나오기 시작했었는데 조금쯤은 덜 몽환적이며 덜 괴기스러운 분위기로 안정적인 에도 시대의 상상을 열어준 미야베 미유키.

 

[하루살이],[얼간이],[메롱],[흔들리는 바위]를 통해 보았던 약간은 모자란 듯 하면서도 순박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이야기가 이토록 정겹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어딘지 미덥지 못했지만 싱거운 매력남 우쿄노스케와 밥집 간판 아가씨 오하쓰의 이야기가 더 읽고 싶었던 찰라, [미인]을 통해 그들식의 수사일지를 보는 즐거움이 연장되어 나는 또 즐겁다. 두배로.

 

오하쓰. 신비한 힘을 가진 그녀 앞에 어느날 줄무늬가 그어진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나 말을 건넨다. 평범한 작은 고양이지만 왠일인지 오하쓰와 대화가 통하고 고양이를 통해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가씨 납치 사건의 범인을 역추적해나가는 오하쓰와 우쿄노스케. 알면알수록 지혜의 집결체적 인간인 듯한 오하쓰의 매력에 빠져들면서도 오리무중인 범인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증폭되어 [미인]은 아주 흥미로운 상태에서 읽기를 멈출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매력적이었던 존재는 고양이 데쓰였는데, 투덜투덜 거리는 이 작은 고양이 한마리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결말부에 데쓰가 사라지는 장면에서는 그만 숨이 턱!멈추어버렸다. 물론 데쓰는 다시 등장하지만 고양이 한마리가 이토록 작품을 사랑스럽게 여겨지도록 만들다니.....!!!

 

아름답고자 하는 마음이, 타인에 대한 질투와 시기심을 숨겨둔 마음이  이용당할 수 있다는 사실은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귀신이 나타나거나 혼령이 나타나지 않아도 그 이용당할 마음을 뿌리채 뽑아두지 않는다면 누구나 불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아름다움. 그것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내게 주어진 숙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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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보통날 - 매일매일 연애하듯 살아가는 램블부부의 결혼 만들기
조용진.조선민 지음 / 나무수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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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부부가 있다. 좀 놀아봤을 것 같은 여자와 모범생이었을 것만 같은 남자가 20대후반,30대 초반에 만나 각가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을 바라보며 그간 나누었던 일상들을 정리해 놓았는데 하나도 지루하지가 않았다. 모든 부부가 이렇게 알콩달콩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이 부부! 정말 뭔가 특별하게 살아가고 있는 케이스다.

 

인터넷 상에선 램블부부로 불리는 그들 중 초보 요리사이자 맛집 전문가이며 친구같은 여행 컨설턴트임을 자처하는 이는 바로 아내쪽이고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 여자를 쉽게 길들여버리며 결혼 안식년을 과감히 선언하기도 한 쪽은 바로 남편이다. 전혀 다르게 생긴 이들이 살아가는 방법은 놀랍게도 하모니다. 8년을 부부로 살아온 그들에게서 여전히 깨소금 냄새가 나는 것은 어쩌면 불공평한 반칙이 아닐까 싶지만 그들은 함께 살아가는 것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쿨하게 인정하며 여행을 다니고 서로의 절친이 되어주며 1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해오고 있었다.

 

너무너무 부러운 그들 부부는 다른 사람들의 기준으로 보면 "느린"삶을 살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기준으로 보아도 넘치는 행복이 가득한 삶을 살고 있어 마는 마냥 부럽기만 했다. 열자식 안부러운 한 명의 배우자와 살고 있으면서 좋은 곳을 함께 여행하고 맛나는 음식을 함께 즐기며 산책친구, 밥친구, 술친구, 커피친구, 여행친구에 인생 멘토까지 이젠 서로의 그림자조차 닮아있지 않을까 싶어지는 그들의 결혼이야기는 그래서 핑크빛이다.

 

조금 더 재미있게, 조금 더 행복하게, 조금더 가깝게 살아가는 삶을 실천중인 그들의 새로운 직업은 자칭 "블로거"로 여행과 맛집을 소개하며 그들의 일상을 묻어내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상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들어 가고 있기도 한 사람들이었다.

 

무언가 평범치 않아보이는 이들 부부의 일상의 알콩달콩함이 페이지 밖으로 삐져나올까봐 나는 서둘러 책장을 넘기며 두번째 다시 읽고 있다. 그들의 일상을!

 

램블 부부의 일상, 자꾸봐도 새롭고 재미나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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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뱀
표성흠 지음 / 천년의시작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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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는 참으로 불행한 왕이었던 것 같다. 그는 살아생전 행복했을까?
많은 재능을 타고 났으나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은 곁에 둘 수 없는 운명을 타고 태어났기에 수많은 인재들을 거느리고도 그는 그들의 생명도 자신의 생명도 보장할 수 없는 비운의 왕이었다.

드라마를 보면 강직하고 강인하되 자신의 뜻대로 밀어부쳐도 성사되지 못하는 일투성이였고 정약용, 김홍도, 홍국영 등등을 곁에 두었지만 끝까지 가까이 두지 못했던 사람으로 그려져 있다. 그리고 오늘 한 사람을 더 보탠다면 [열하일기],[양반전]등으로 잘 알려진 인물 연암 박지원이 그 인맥에 보태진다.

소설은 정조 16년 정월. 경상도 안의현에 신임 현감이 부임하며 시작된다. 그가 바로 연암 박지원이다. 권력에 밀려 왕의 믿음을 등에 업고도 조정을 떠나와야했던 천재는 순탄한 길을 버리고 초야에 뭍혀 지내면서도 글을 짓고 사람들을 관찰했다.

시가 곧 사람이라고 믿는 사내. 계란으로 바위 치기를 할 줄 아는 사람. 시도의 아름다움을 선택할 줄 아는 그는 선비의 모습 보다는 모험가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돈만 있다면 신분을 사고팔 수 있는 공명첩이 남발되던 시기가 작가의 길을 걸었던 그의 눈엔 가시처럼 거슬렸음이 분명했다. 그의 작품들에도 촌철살인적 상황들이 줄지어진 것만 봐도 세상을 얼마나 불편해하며 한탄했는지 알 수 있다.

벼슬길에 올라 양반을 이어가는 자, 양반이지만 학업정진만 할 뿐 벼슬길을 탐하지 않는 자, 양반을 동주고 사거나 특별공로를 인정받아 양반으로 신분을 갈아타는 자까지 양반을 3종류로 나눈 그는 공명첩으로 신분을 획득한 이들을 일컬어 염소수염양반이라 칭했다. 웃음이 터져나왔다. 너무나 연암다워서.

인간의 본성을 물이 고요히 가라앉아 대상물을 비추듯 바라본다는 해안을 가진 그의 곁에 어느새 자미라는 신비로운 여인이 머물면서 이야기는 약간 핑크빛이 되나 했으나 역시 뿔뱀은 제목이 시사하는 바처럼 시대의 아웃사이더인 연암비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딱딱하지도 그렇다고 속되지도 않은 소설의 깊이가 마치 무더운 날 시원한 대밭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연암이 안의에 내려와 지내던 4년. 그는 여전히 이방인이면서도 가장 날카로운 관찰자가 되어 자신의 일상을 소설화하기 여념이 없는 지식인이자 작가였다. 날카로운 눈을 가진 그는 정말 뿔뱀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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