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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퍼 씨의 12마리 펭귄 ㅣ 반달문고 19
리처드 앳워터.플로렌스 앳워터 지음, 로버트 로손 그림, 정미영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5월
평점 :
좀 올드하다고 생각했더니 1938년작이었다. [파퍼씨의 12마리 펭귄]은 기존에 좋아하던 [추위를 싫어하는 펭귄]처럼 기발하지 않았지만 따뜻함은 한결 더해진 동화였다. 즐겨보는 프로그램인 동물농장을 보며 뭉클하게 솟아올랐던 동물에 대한 사랑을 파퍼씨는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었다.
우리네 동화 속에도 파퍼씨가 있다. 바로 그는 흥부인데, 찢어지게 가난하면서도 제비 다리를 고쳐주어 복을 받는다. 서양의 흥부인 파퍼씨는 찢어지게 가난하지만 꿈과 긍정의 힘을 잃지 않아 9월의 어느날 남극의 드레이크 제독으로부터 그토록 보고팠던 펭귄을 선물 받게 된다. 택배로 펭귄이 보내지는 것도 아이러니하지만 인터넷이나 TV매체가 없었던 그 시절, 펭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펭귄의 발음을 잘 하지 못해새? 캡틴? 벤자민? 펠리컨 등의 이름으로 부르는 대목에서는 웃음보가 빵~!!터져버렸다. 펭귄을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지금의 우리들에겐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파퍼씨가 살던 시대에선 가능했으니까.
그래서 서커스에 출연하며 신기한 눈초리를 받아온 펭귄 12마리와 파퍼씨 가족들은 결국 여행의 끝에서 12마리 펭귄을 다시 그들의 고향으로 돌려보내기로 합의하게 된다. 처음에는 단 한마리 캡틴 쿡만 선물받았지만 이후 그레타와 짝을 이룬 후 넬슨, 콜럼버스, 루이자, 제니, 스콧, 마젤란, 아델리나, 이사벨라, 페르디난드, 빅토리아가 태어나 총 12마리나 되는 펭귄들과 함께 하게 되었지만 그들 가족은 집을 내어주고 추위를 기꺼이 감수하며 함께하는 삶을 택했다. 이 대목이 주의깊게 살펴야 할 대목이었다. 함께하는 삶을 택하는 선택. 조금 불편하고 조금쯤은 넉넉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할 용기를 아이들에게 어린시절부터 각인시키는 것이야말로 이 동화의 목적이 아닐까 싶어졌다.
여전히 사랑받는 미국 어린이 문학의 고전이라는 [파퍼씨의 12마리 펭귄]이 짐 캐리 식으로 찍혀 헐리우드에서 개봉한다는데, 나는 파퍼씨 역에 그보다 더 잘 어울릴 사람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영화가 한껏 기대가 된다. 개봉하면 꼭 보러 가리라 다짐하면서, 동물을 사랑하는 어른들이 세상에 좀 더 많아지길 함께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