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내 사랑 1
시리 제임스 지음, 이경아 옮김 / 좋은생각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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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흡혈귀가 나오는 공포 소설이다. 햇빛을 싫어하고 관을 옮겨 다니며 박쥐로도 변신하는 평생을 살아온 귀족 드라굴의 언데드. 그래서 영화로 끊임없이 재탄생되며 사람들에게 흡혈귀가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악귀처럼 느껴지게 만들고 공포를 확산해 왔다. 스테프니 메이어의 달달한 소설 [트와일라잇]을 읽기 전까지는.

 

트와일라잇 의 에드워드네 집안 사람들을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중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마을로 다른 흡혈귀들이 함부로 들어와 사람들을 해치지 못하게 영역을 지켜가며 사랑도 함께 지켜나간다. 그런 10대의 책임있는 사랑에 전세계가 열광했고 책은 곧 베스트셀러화가 되었다. 흡혈귀에 대한 인식을 한 작가가 작품 한 권으로 완전 뒤집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권의 흡혈귀 로맨스 소설이 있다.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의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화자인 미나의 시선에 따라 낯선 남자에게 매혹되기도 하고 친구의 죽음에 슬퍼하기도 하며 약혼자에게 갑자기 닥친 불행을 함께 딛고 일어서는 강인한 동반자로 거듭나면서 운명을 풀어나가는 소설이 시리 제임스의 [드라큘라, 내 사랑]이다.

 

훗날 국회의원이 된 부유한 남자와 열 여덟 하녀 사이에서 태어난 윌헬미나 머레이는 고아원에 버려져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자란다. 주방장의 아들 조너선과 고아원에서부터 함께 자라 사랑을 키워온 그녀는 그가 후견인 대신 업무를 보러간 루마니아에서 돌아오는대로 결혼하기로 약속되어져 있다. 약혼자가 없는 동안 휘트비에서 2살 어린 귀족친구 루시와 함께 파티에 참석도 하고 낯선 남자 바그너에 매혹되기도 한다. 자꾸만 그가 보고싶은데 연락이 통 없는 조너선도 걱정이 되고, 갑자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루시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부유한 귀족인 아서와 결혼을 앞두고 있던 루시의 목에 흡혈의 표식이 나타나면서부터 그녀의 몽유병은 시작되었고 창백해져만 갔다. 친구의 병상을 지키던 가운데 조너선이 입원해 있다는 통보를 받은 미나는 그를 병구완하기 위해 떠나고 그곳에서 바로 결혼을 해 미나 하커가 되었다. 건강해진 부부가 다시 영국으로 되돌아왔을 땐 이미 루시는 죽고 없었고 그녀의 죽음과 관련해 반 헬싱 교수가 그녀를 찾아와 드라큘라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는 것. 그리고 그가 바로 결혼해서도 보고 싶어했던 남자, 바그너였다는 것. 1권까지의 이야기는 여기까지가 전부다.

 

이상하게도 그의 정체가 밝혀지고나니 더 궁금해졌다. 시리 제임스는 2권에서 과연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이제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미나는 그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가. "갈망"을 알게 된 여인이 특별한 존재를 사랑하게 되면서 펼쳐질 2권의 이야기가 몹시도 궁금한 가운데 조금만 더 달달했다면.....하는 약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1권의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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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일의 엘불리 - 미슐랭★★★, 전 세계 셰프들의 꿈의 레스토랑
리사 아벤드 지음, 서지희 옮김 / 시공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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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엘불리.

이 낯선 이름을 나는 한 청년의 취업담에서 들어본 일이 있다. 그는 너무나 간절히 엘불리에서 일하고 싶어 돈을 모아 날아갔으나 단박에 거절당했다. 이미 주방은 천재 셰프 페란과 함께 요리하고 싶어 전세계에서 몰려든 실습생들로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두 무보수인 것을 감안하고서-. 이곳에서 실습생으로 일한다고 해도 보수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칭찬을 매일 듣는 것도 아닌데 무엇이 젊은이들을 불나방처럼 모여들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단박에 거절 당했던 한국 청년 루크 역시 거절에 포기하지 않고 페란의 집 앞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기 시작했다. 결국 셰프의 아내가 셰프의 마음을 움직여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얻게 되었으나 곧 돈이 떨어져 다른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또 돈을 모아 다시 입성해야만 했다. 다른 곳에서 돈을 모아 이곳에서 버틸 총알을 마련하다니...이쯤 되면 엘불리와 셰프 페란에 대해 그리고 그 요리에 대해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실습생 35명이 바보가 아닌 이상 임금을 받고 일하는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선정한 레스토랑은 이곳 외에도 많다. 하지만 "세계 최고 레스토랑" 타이틀을 5번이나 거머쥔 엘불리의 성공신화를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한 젊은 열정가들에겐 이미 돈보다는 열정이 앞서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고민없이 과감히 선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인 엘불리. 평생 살아도 요리를 먹으러 갈 영광이 주어질까 싶은데, 만약 먹으러 가게 되더라도 둘러 볼 수 있는 공간은 홀뿐이겠지만 리사 아벤드라는 기자를 통해 우리는 그 주방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선물 받았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그곳에서 발빠르게 움직이는 젊은이들의 시간은 다큐멘터리를 보듯 우리에게 생생하게 묘사되고 한 접시의 요리가 완성되기까지 주방에서 무슨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진솔되게 전달된다.

 

8월이 싫다는 스타셰프 페란. 요리와 경영 두 마리 토끼를 다 성공적으로 잡은 그가 갑자기 레스토랑 운영의 정지를 외쳤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 열 장소는 레스토랑이 아니라고 했다. 물론 사람들을 먹이기는 할테지만 조금 더 다른 형태의 창의적인 공간을 구경하게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는데, 궁금하기 짝이 없게 만든다.

 

과연 그가 구상하고 있는 계획은 무엇일까. 페란의 뇌구조도가 있어 그 속을 시원하게 읽어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가 다시 매장을 재개할 때까지 기다려보는 수 밖에.

 

페란에 대한 실습생들이 존경심도 존경심이지만 그들의 과거 이력과 엘불리에 지원한 동기, 현재 맡은 파트에서 일하기까지의 과정을 알게 되니 얼굴은 모르지만 이름만으로도 그들이 금새 친숙하게 느껴져 버렸다. 킴, 이오수,루크,이겔,요지,오리올,케이티,루카,가옐,다니엘 등등 요리에 꿈을 담아내는 그들 젊은이들이 페란의 주방에서 숙련되어 가는 과정을 보는 일은 재미나면서도 즐거운 일이었다. 특히 드라마 파스타가 떠올려지면서 그보다 훨씬 큰 주방을 상상하고 여러국가의 사람들을 배치하고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름들을 붙여가면서 한번도 본 적 없는 요리들의 맛을 떠올려 보는 것. 책을 보는 내내 이 즐거움으로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맛. 역시 상상하는 것보다는 직접 맛보고 싶어졌다.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볼 수 있을까. 엘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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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잠시 멈춰도 괜찮아 - 일, 관계, 소통의 장벽에 부딪혀 괴로운 그대에게
낸스 길마틴 지음, 김학영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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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참으면 살인을 면한다고 했던가. 욱하는 마음을 잠시 덮고 이성을 찾는다면 우리는 바로 5분 뒤에 후회할 일들을 만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나 역시 다르지 않은 인간이었다. 특히 아침, 저녁으로 감사 기도를 하면서도 바라는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게 해 달라고, 조금 더 많이 갖게 해 달라고, 조금 더 똑똑해지게 해 달라고 매달리던 기도를 딱 멈춘 것은 내가 이미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깨달으면서부터였다. 고통과 함께 찾아온 깨달음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병은 나를 너무나 무력하게 만들어 버렸고 혼자서는 몸을 일으키는 것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이고 보니 "건강"을 가지고 있던 나는 충분히 가지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더 바래서 하늘에서 스스로 깨달아 보라고 시험에 들게 하신 것인가 싶어지기도 했다.

 

책 제목 그대로 [당신, 잠시 멈춰도 괜찮아]가 되어 버린 상태에서 정말 멈춰버린 동안 많은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었는데 인생에 있어 빨리 가야할 곳도, 더 많이 가져야 할 이유도, 더 높이 올라가야할 이유도, 더 어려져야할 이유도 없었다. 그저 건강하게 오늘을 살아내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었다. 그래서 자유로운 두 손과 눈을 이용해 제일 먼저 읽은 책이 낸스 길마틴의 [당신, 잠시 멈춰도 괜찮아]였다. 멈추었더니 정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으므로.

 

살다보면 최선을 다해 달렸는데도 끝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고, 팀원들과의 예상치 못한 갈등으로 괴로워질 때도 있고,라이벌의 승리에 좌절하거나 눈 앞에서 사라진 기회에 절망할 수도 있다. 이런 것이 인생이다. 살아보니 그랬다. 그럴 때가 바로 "멈추어라"고 말하는 순간이다. 옛 어른들이 운때가 있다고 한 말이 바로 이 말이었음을 어른이 되어서야 나는 서서히 깨달아 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책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으며 이 멈춤이 또 다른 선택의 기회가 되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무엇보다 먼저 건강을 회복하는 일이 우선시 되어야겠지만 이전과 다르게 건강에 철저하게 신경쓰면서 천천히 옆도 둘러보면서 살아나가려 한다. 항상 결심만 했지 잘 실천하지 못했는데 책 한 권과 갑자기 찾아온 병마로 인해 나는 정말 그렇게 살지 않으면 안될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것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니 고통이 아니라 과제로 남는다.

 

한 보 진행을 위해 2 보 후퇴를 하는 것처럼 전진을 해도 좋겠고 머물며 사는 것도 좋다. 건강한 신체, 건강한 정신으로, 건강한 이웃들과 삶을 나누며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것 또한 행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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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암살 - 수학적 사고가 있다면 범하지 않을 오류들 사계절 1318 교양문고 15
클라우디 알시나 지음, 김영주 옮김, 주소연 감수 / 사계절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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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는 수학을 포기한 사람을 뜻한다고 얼마전 학생 퀴즈 프로그램에서 들으며 많이 웃었는데 학교만 졸업하면 수학과는 빠이빠이 할 줄 알았더니 수학이란 녀석이 삶을 살아가는데 정말 필요할 학문인 줄 알았다면 좀 더 열심히 공부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포들도 빨리 깨달았으면 싶다.

 

단순히 계산하는 것을 넘어서서 수적 감각이 없다면 사회생활을 하는데 많은 손해를 감안해야 한다. 또한 일상생활 속에 수학이 널려 있다는 것을 조금만 일찍 깨달았다면 인생은 실타래 풀리듯 쉬이 풀리지 않았을까.

 

그래서 저자는 일상 생활 속 수학적 오류를 여러 방식으로 분류해두었는데,

 

경험적 오류 / 이론적 오류/추정오류/정확성 오류/유익한 오류/값비싼 오류/용서할 수 없는 오류/의도가 나쁜 오류/순진해서 발생한 오류/반복되는 오류/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오류/반복해서는 안 되는 오류 등으로 나누어 각각의 예를 책의 서문에서 설명해두고 있다. 이들의 각각 예를 쉽게 이해하고 나면 본장에서는 더 재미난 이야기들과 만날 수 있다.

 

꼭 수학이라는 타이틀을 달지 않아도 책 속에 소개되는 에피소드들은 "서프라이즈" 할만큼 재미나다. 짧고 놀랍고 신기한 이야기들이 가득해 머릿속에 넣어뒀다가 누군가를 만나 어색한 순간에 퀴즈처럼 풀어 활용하면 좋은 내용들이 대부분이라 두눈 부릅뜨고 이해를 통해 암기해 보려 애썼다.

 

특히 교육계의 수학적 오류의 예 중에는 재미나게 들을만한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선교사 세 명과 식인종 세 명이 두 사람만 탈 수 있는 배로 강을 건너야 한다. 선교사는 모두 노를 저을 줄 알지만 식인종은 두 명만 노를 저을 수 있다. 이동 중에는 절대 식인종의 수가 선교사의 수보다 많으면 안된다. 그럴 경우 식인종이 선교사를 잡아먹게 된다. 식인종이 선교사를 잡아먹거나 입도 대지 못하게 하면서 모두 강을 건너려면 최소 명 번이나 이동해야 할까?

 

언젠가 어디선가 들어 본 적 있는 퀴즈 인것 같은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을때 이런 문제 하나를 던져 놓으면 분위기의 어색함을 덜 수 있지 않을까. 또한 E+(C-E)X 0.386  이라는 공식을 써놓고 무슨 공식인지 알아맞춰보라고 내는 퀴즈도 재미있을 것이다. 이 공식은 결혼 날짜를 정하는 공식으로 2010년 영국의 연구가 둘리가 만든 공식인데 현재의 나이를 E로, 결혼 적령기로 생각하는 나이를 C로 두고 계산해보면 자신이 결혼해야하는 적령 나이가 계산된다고 얼마나 신기한지.

 

수학을 잘 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생활이 얼마나 유쾌해질 수 있는지 미리 알았다면 학창시절 좀 더 열심히 공부할 걸 이라는 후회를 졸업 후 처음 해보았다. 대문 주소에 적힌 숫자부터 전화번호,영화 터미네이터의 세금, 인구조사,주차 잘하는 공식에 이르기까지 삶은 수학으로 가득차 있다.

 

한 장, 한 장 읽다보니 삶은 숫자 하나로도 웃으며 채워질 수 있구나 싶어진다. 그래서 수학을 좋아하지 않아도 수학에 익숙하지 않아도 웃음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권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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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를 으깨며 노리코 3부작
다나베 세이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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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그 독특한 분위기가 좋아 다나베 세이코의 다른 작품을 읽을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 [딸기를 으깨며]를 읽다보니 그 전작있었다. [아주 사적인 시간]에서 노리코는상류층 연하남 고와 결혼했었다. 어떤 생활이었는지 모르지만 후작인 [딸기를 으깨며]를 통해 그간의 3년을 "형무소"에 비유한 걸보면 행복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쨌든 서른 다섯의 노리코는 "질투남" 고와 헤어져 여러 남자친구와 여자친구들을 만나며 만족한 삶을 살고 있다.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라고 되뇌이기까지 하면서-.

 

건강하고, 일도 있고 명예도 주어졌고 그녀의 일러스트나 인형시리즈, 캐릭터 상품을 좋아해주는 팬들도 있어 그녀는 부족함 없이 살고 있었다. 남자 하나 없어도, 타인과 다른 라이프 사이클을 살아가도 그녀는 단 한 걸음도 주저함 없이 인생을 살아나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딸기를 으깨며]의 노리코가 금새 좋아졌다.

 

여자는 혼자가 좋다   p.83

 

홀로 살지만 쫓기는 마음이 아닌 즐기는 마음으로 살 수 있는 것. 싱글녀들의 바라는 삶의 이상향이 아닐까. 그런 그녀에게도 슬픔에 잠길 시간이 다가오는데 바로 하라 코즈에의 죽음 앞에서였다.

 

하라 코즈에의 첫이미지는 "황량한 인생을 사는 여자"였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해도 그들은 조금만 유명해져도 그녀의 곁을 바람처럼 떠나가버렸고 삶이 허락한 여유로운 것들 속에서 허무함과 지루함을 느끼던 하라는 여러 약병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레즈비언 친구인 메리처럼 만만하거나 가깝진 않지만 존경하고 있던 그녀의 사고 소식을 들었을때 노리코는 카루이자와에 있었다. 도쿄로 급하게 돌아갈 차편이 없던 그녀가 고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툴툴대면서 그녀를 위해 2시간 남짓의 운전길을 자처한 그를 보면 싱글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그녀와 달리 그는 그녀가 없어 쓸쓸했던 모양이었다. 적어도 여전히 그녀에 대한 마음이 가슴 속 어딘가에 남겨져 있는 남자처럼 느껴졌다.

 

결국 하라 코즈에의 죽음은 전남편 고와의 관계를 "스파게티 친구"로 만들어 놓았고 그녀는 또 다른 소통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게 되었다. 한 사람의 죽음이 살아있는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온화한 소통이라면 그것 역시 "기부"내지는 "기증"이라 불러도 좋지 않을까.

 

딸기를 으깨며...로 시작해 딸기를 으깨며...로 끝나는 이 특별한 소설은 작가의 독특한 분위기가 여전히 잘 묻어나 더할나위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던 소설이었고 나는 더불어 고와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져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전작 [아주 사적인 시간]을 읽기 위해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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