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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슬 시티
김성령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의 놀라운 점은 작가가 한국인이라는 거다.
더 놀라운 점은 그 작가의 나이가 열 다섯이며 소설의 내용이 로맨틱 코미디나 학원물이 아니라 특권층의 권력을 비호하기 위한 비정한 도시의 비리를 파헤치고 있다는 것이며,
가장 놀라운 점은 단 두달여동안 천삼백매가 넘는 어마어마한 양의 글을 완성해냈다는 사실이다.
[바이슬 시티]를 읽기 전 이 세가지에 대한 사전지식만으로도 책은 독자에게 이미 충분한 놀라움을 선사했다. 물론 읽는데 할애한 시간도 만만치 않았다. 단 한장도 가벼이 넘겨지지 않았다. 이 내용을 정말 15세의 학생이 썼다는 말인가. 통용, 지배당, 개혁, 로그딜러 등은 십대가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다. 일부 문제시 되고 있는 자격이 갖추어지지 않은 인터넷 기자들의 단어수준과도 비교되는 김성령 작가의 고급어휘 구사는 읽는 내내 작가의 나이를 잊게 만들고 작가의 국적을 잊게 만들고 오로지 소설 속 도시에 빠져들게 만든다.
문제의 도시 바이슬 시티. 미국 동부 끝에 위치한 인공 섬 도시, 바이슬시티는 바이슬이라 알려진 인물에 의해 50년 전에 계획되었다. 1/4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작은 땅 캘럽 아일랜드가 거대 도시가 되자 정부는 미국내 조직 범죄자들을 이곳에 수용하고 대륙과의 교류를 단절시켜버렸다. 결국 경찰조차 범죄조직을 보호하는 도시가 되어버린 바이슬시티는 곧 무너질 소돔과 고모라처럼 겉모습만 화려할 뿐 이면에는 무정부 상태의 인공감옥으로 전락해 버렸던 것이다.
이 도시에 숨어든 변호사 데미안과 그의 정보원 마이카는 경찰생활에 회의를 느끼던 체이스와 창녀엄마와 함께 사는 외로운 중학생 시드니와 함께 개혁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그 시작점이 되는 곳이 시드니가 다니는 학교였는데 학교조차도 개혁파와 반개혁파로 나뉘어 검은양으로 불리는 소수 학생들을 왕따 시키며 어른들의 못난 모습을 자녀들이 답습해가는 장소로 전락해 있었다. 바로 이곳에서 미래의 시민이자 지도층이 될 학생들을 포섭해나가며 학교의 변화를 이끌어가던 중 시위를 반대하던 경찰에 의해 시드니와 네이튼이 사살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이를 계기로 어른들의 각성도 시작된다.
언론의 사실보도조차 지배당에 의해 막혀 진실의 소통이 불가능한 도시 속에서 검은 양 한마리가 시작한 개혁은 권력의 고리구도를 끊어놓을만큼 강력한 힘으로 변해갔고 그 결과는 바이슬 시티를 다시 캘럽 아일랜드로 바꾸는데 큰 힘이 되었다. 작은 반전이라면 바이슬이라는 인물의 정체 정도일텐데, 살짝만 공개된 그가 같은 학교 학생인 누구였다면 더 극적이지 않았을까 싶어지기도 했다.
범죄심리학, 범죄과학, 법의학 서적 읽기를 좋아한다는 십대 작가의 다음 작품은 어떤 내용일까. 이렇게 무게감 있는 작품을 내어놓은만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른 그의 다음 작품이 은근히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