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우드 와일드우드 연대기 1
콜린 멜로이 지음, 이은정 옮김, 카슨 엘리스 그림 / 황소자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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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는 "지날 수 없는 숲"을 의미한다. 열두살 여자아이 프루는 부모님으로부터 지날 수 없는 숲에는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교육받으며 살았지만 이 금기는 남동생 맥을 까마귀떼에 유괴당하면서 깨어져 버렸다.

아직 갓난 아이인 맥은 프루와 함께 집을 나섰다가 그대로 납치되었는데 까마귀떼는 부모님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은 "지날 수 없는 숲"으로 데리고 가버렸다.

 

부모님께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던 프루는 동생이 잠든 것처럼 꾸며두고 짐을 싸서 다음날 일찍 동생을 찾기 위해 숲으로 향했다. 도중에 만난 같은반 남학생인 커티스와 동행하게 되지만 이들은 이내 헤어지게 되고 프루는 프루대로, 커티스는 커티스대로 맥을 찾기 위해 숲을 헤매다니게 된다.

 

학교만큼이나 무서운 공간인 숲. 아이들에게 두려움의 공간인 이 곳에서 과연 맥을 찾을 수 있을까. 와일드 우드는 이상한 나라의 또 다른 버전처럼 짠~하고 나타나 우리를 깜짝 놀라게 만들고 있다. 훨씬 두껍고 훨씬 풍성한 이야기로 눈길을 사로잡지만 앨리스에서처럼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핸디캡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망인의 여왕"으로 불리는 알렉산드라는 눈의 여왕같은 포스로 커티스를 붙잡고,프루는 프루대로 미망인의 여왕이 살아있다고 소문이 퍼진 와일드 우드 속에서 동생과 친구를 찾아내야하는 미션을 완성해내야만하고.

 

이야기는 충분히 재미의 물살을 타고 있다. 유괴에서 모험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는 왜 맥이 이 세계에 필요한 존재인가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이 와일드 우드에서 어떻게 변해가는가를 보는 재미로 포인트를 두어야 할 것이다.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를 구경하며 자신의 성장을 도모했다면 와일드 우드는 숲으로 들어온 두 아이가 각자 이 곳에서 자신의 역할과 비전을 받아들이며 성장하고 변해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왕따가 리더가 되는 세상, 이제껏 살아왔던 세상 속 어른들과 진배없는 사기꾼, 모사꾼, 아첨꾼들이 득실거리는 세상. 누군가에게 새로운 세상은 기회이지만 누군가에겐 새로운 세상이 지옥인 곳에서 아이들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이 곳에서 스스로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

 

미국의 인디록밴드 디셈버리스트의 리더 콜린 멜로이의 데뷔작인 [ 와일드 우드 ] 는 이미 베스트셀러화 된 작품이다. 재미가 보증된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어찌보면 다행스러운 일이고 또 다른 면에서는 높여진 기대치에 부흥할만한 요소를 찾지 못하면 실망감을 안겨다 줄 수도 있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어 위험하다.

 

내게 [와일드우드]는 딱 기대했던만큼의 이야기였다. 기대치가 높여져 있던 이야기이긴 했지만 그 기대치만큼은 재미있었던 소설. 다만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영상화 하는데 있어서는 새로운 캐릭터의 부재가 아쉽기만 했다. 헐리우드에서 영화화 된다면 아이들의 두 눈이 확 떠질만큼 독특한 캐릭터가 덧붙여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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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상처 스토리콜렉터 1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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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 속 어둠은 과연 어디까지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일까.

넬레 노이하우스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로 알게 된 작가지만 그녀의 전작들보다는 최신 번역작인 [깊은 상처]가 단연 돋보인다고 칭찬할 수 있는 작가다. 깊은 상처는 모리무라 세이치의 [인간증명]이라는 작품처럼 인간의 심연 그 바닥에 감추어져 있는 욕망과 어둠에 관한 이야기다.

 

세 노인이 살해당했다. 아흔이 넘은 돈 많은 노인네 셋이 같은 방식으로 죽었다. 넷이 모여 동향의 즐거움을 나누었으나 이제 남은 것은 베라 하나. 모두 부유하게 누릴 것들을 누려가며 살아온 터라 그들의 죽음이 아쉽게 생각되진 않았으나 의문스러운 것은 곧 죽을 노인들을 그렇게 처형의 형식으로 살해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역시 원한이 아니고서야 그들의 죽음을 설명할 길이 없었기에 피아 형사와 모덴슈타인 반장은 수사에 곧 착수하게 되었고 그들이 2차 세계대전의 험난함 속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허나 그것도 잠시뿐.

 

그들의 신분은 철저히 위장된 것이었드며 그들 넷은 나치친위대의 일원으로 잔인하게도 그들이 죽인 사람들의 행세를 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질투에 눈이 멀어 사랑하는 남자와 친구, 그의 아이를 낳은 여자의 가족까지 무참하게 살해한 여자와 그 오빠,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 사이코패스 노인 집단은 그렇게 생을 마무리하며 희희낙낙했으나 복수의 칼날은 뒤늦게 나마 그들을 찾아와 평화로운 죽음을 방해했던 것이다.

 

존경받던 패밀리의 몰락과 밝혀지는 과거 속에서 나는 인간의 타락이 과연 어디까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구나 싶어져 도리어 통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복수로 인한 통쾌함보다는 가득찬 수심 속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때때로 뉴스를 통해 보여지던 잔혹한 이야기들이 소설 한 권 속에 통째로 들어 있었던 것이다.

 

사건 현장에 남겨져 있던 의문의 숫자이자 단서인 16145는 그들이 만행을 저질렀던 1945년 1월 16일을 의미했다. 다비드,헤르만,아니타 그리고 베라. 이 네 노인은 죄의식 없이 한 평생을 편히 살 수 있었던 것일까. 과거가 점점 밝혀지면서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지만 나는 더이상 누가 범인인지 궁금하지 않았다. 도리어 이야기의 방향과 상관없이 밝혀진 과거가 너무나 슬픈 것이어서 놀랐을 뿐이었다. 가족의 몰살과 살아남은 자의 복수. 이 간단한 코드가 시시하지 않을 수 있었던 까닭은 작가에 의해 철저히 계산된 플룻구성과 인간임이 부끄러워지게 만드는 순간 치켜드는 그들의 뻔뻔함을 구경할 수 있어서였을 것이다.

 

요 뇌스베의 캐릭터처럼 형사 캐릭터들이 부각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게 만드는 요소요소들이 오히려 [깊은 상처]를 더 집중해서 읽게 만들어주었다. 결코 단시간에 쉽게 읽혀진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읽으면서 각인시켜가야할 것들을 찾아낼 수 있어서 흥미로웠던 소설이었다. 재미는 바로 그 속에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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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시공 RSC 셰익스피어 선집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원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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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강인하게 버틸 수 있을까. 맥베스는 바람 앞의 갈대처럼 흔들리는 한 인간일 뿐이었다. 셰익스피어 비극 중 가장 짧고 빠른 비극인 맥베스는 [예언]으로 시작해서 [예언]으로 끝나는 이야기다. 승전보를 울리며 돌아오던 맥베스는 운명의 세 여인을 만나게 되고 "마녀"로 통칭되는 그녀들의 말에 귀가 솔깃한다. 한 나라의 장군이던 그가 여인들의 예언에 솔깃한 것을 보면 그 역시 운명 앞에선 나약한 인간이었음을 깨닫게 만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겠다.

 

유혹은 순차적이었다. 글램즈의 영주가 되고 코도의 영주가 되었다가 왕이 될 존재. 처음에는 아내와 함께 코웃음을 쳤던 맥벱스도 글램즈의 영주가 되고 코도의 영주가 되면서 왕이 되는 예언의 실현을 마음 속으로 꿈꾸게 되었고 종국엔 그 스스로 손에 피를 묻혀가며 예언을 실현하고야 만다.

 

잔인하고 대담하고 과감하게.

그는 전쟁에 선 장수처럼 용감하게 왕을 제거하고 왕좌에 올랐으나 그와 아내는 그때부터 좌불안석이 되어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는데 급급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남의 자리를 빼앗았으니 다른 이가 또 자신들을 제거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왕자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더해져 그는 다시 운명 앞에 섰고  또다른 예언을 가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예언에는 함정이 있었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어떤 자도 맥베스를 해치지 못한다"라는 예언은 여자의 배를 가르고 나온 맥더프에 의해 처참히 깨져버렸다. 왕이 되는 가장 가까운 길을 택한 남자의 이야기는 5막 7장의 짧은 길이지만 빠른 전개와 반전을 거듭하며 시작부터 끝까지 숨을 쉴 수 없게 만든다. 몇백년전의 이야기가 이토록 흥미롭고 생동감 있을 수 있다니....셰익스피어라는 이야기꾼이 얼마나 재담이 강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의 작품 몇몇만 읽어보아도.

 

1590년에 태어나 37편의 드라마와 2편의 장시 시집{소네트}를 집필했던 이야기꾼 셰익스피어의 전 작품 중에서 가장 자주 공연되는 작품 중 하나인 [맥베스]가 사랑받는 이유를 소설이 아닌 희곡을 읽고서야 더 극명히 알게 되었다. 그 재미는 누군가에 의해 풀어진 이야기보다 그 본질에 가까운 구조로 읽혀져야 더 생동감이 사실화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놀라운 것은 로렌스 올리비에와 비비언 리가 1955년에 이 작품을 함께 공연한 적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몰랐던 일이라 신기했으며 단 한 컷 뿐인 사진이었지만 너무나 아름다워 그 공연을 보지 못했던 것이 아쉬운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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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 - 유인경 기자의 더 생생하게, 즐겁게,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
유인경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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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사람들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했던가.

 

말 맘에 드는 제목인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은 TV에서 자주보던 유인경 기자의 일상이 담겨 있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그녀의 50대 이야기.

 

여러 매체를 통해 접했던 그녀는 무척이나 유쾌한 사람이었다. 아줌마인데다 기자이다보니 입담쎄고, 거침없는 그녀의 말투에 시원함을 느끼곤 했더랬다. 그런 그녀에게도 고즈넉한 부분이 있었고 우울한 부분도 있었으며 마음에 홍수가 난 적도 있다니....의아했지만 사람이기에 그녀 역시 희노애락을 겪는구나 싶어 더 인간다워보이기도 했다.

 

P107  사람을 좀 끊어야해. 새집증후군처럼 사람에게도 독소가 나온다. 해독할 시간이 필요하다

 

나 역시 이런 충고를 들은 바 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다보니 그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는데 사람들이 내뱉는 독소로 인해 나 자신의 정신건강이 헤쳐질무렵 한 친구로부터 이런 비슷한 충고를 받은 적이 있다. 그녀 역시 그랬나보다. 나처럼.

 

갓 40이 넘은 언니가 곧 50이 다가올 것만 같아서 두렵다는 이야기를 며칠전에 했었는데 50이라는 나이는 할머니같이 느껴졌지만 언니가 곧 50이 된다니....그 나이도 그리 많은 나이 같게 느껴지지 않는다. 여자 나이 50.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유인경 기자는 50대의 나이를 잘 극복하고 있는 것 같았다. 평소 그녀의 성격처럼 용감하게 받아들이고 신나게 해쳐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녀 특유의 여유로움으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일상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으면서.

 

친구를 만드는 방법은 내가 먼저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라고 했던가.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게도 먼저 다가가 친구가 되어주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보기에 참 좋아보였다. 나 역시 50이 되면 그녀처럼 용감할 수 있을까. 진짜 인생을 사랑하면 그녀처럼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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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지 못한 여자 스토리콜렉터 10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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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넬레 노이하우스의 [깊은 상처]를 인상깊게 읽으면서 [사랑받지 못한 여자]도 읽어야겠구나 결심했더랬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이라는 처녀작 이후, 몇몇 작품들이 맘에 썩 드는 편이 아니라 제쳐 두었던 작가였는데 [깊은 상처]를 읽으면서 그동안 안 읽고 지나간 작품읽기를 마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랑받지 못했다"라는 것이 인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사람은 환경적으로만 영향을 받는 존재는 아니다. 유전적으로도 영향을 받아 같은 상황에서도 바르게 커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좋은 환경에서도 삐뚤어진 생각으로 자라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결혼생활을 뒤로하고 이혼 후 다시 복직한 형사 피아는 타우누스 강력반으로 출근하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어마어마한 음모를 숨기고 있는 누군가의 죽음이었다. 하르덴바흐 부장 검사의 자살과 수의사 이자벨의 죽음. 그리고 미모의 여인의 자살 미수. 이 모든 죽음의 그림자 너머엔 정재계를 뒤흔들 음모와 얽히고 섥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 중 첫번 째인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여자를 연쇄적으로 죽여온 미친 부자에 관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그들이 여자를 증오한 이유가 탐탁치 않았지만 더 놀라운 점은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 주는 재미 속에 있었다. [사랑받지 못한 여자]는 그같은 반전의 놀라움은 안겨주질 못했지만 충분히 재미난 스토리로 한 권을 마저 다 읽을 때까지 속도감을 늦추지 않고 읽게 만들었다.

 

가독성. 소설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바로 가독성에 있다고 보는데, 어렵지만 참고 읽어야하는 학문서적이 아니기 때문에 그 재미는 가독성을 높여주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가독성이 좋은 작품은 역시 재미난 작품들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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