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있어, 곁이니까 - 아이를 갖기 시작한 한 사내의 소심한 시심
김경주 지음 / 난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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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달콤했다. [자고 있어, 곁이니까]라니.

 

 

연인들을 위한 연애지침서 이거나 새로운 소설의 제목 즈음으로 치부했었다. 그러나 책의 내용은 상이했다. 시인 김경주? 그가 들려주는 태교를 위한 책이라니....그가 언제 결혼해서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는 것일까. 감수성이 풍부한 시인의 태교는 대체 어떤 것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아버지]라는 소설에 등장하는 아버지 세대와는 다른 아빠 세대를 만들어가고 있는 요즘의 아빠들은 요리도 하고 함께 육아도 하곤 해서 육아서적이 그리 낯설지는 않았으나 시인 아빠가 들려주는 태교담이라는데서 이 책은 희소적 가치가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첫장을 넘기고, 두번째 장을 넘기면서 태교서적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아이를 기다리는 아빠의 간절함이 담뿍 배여있기는 하다. 시인 김경주가 들려주는 태담은 "몹시 아름다운 책"이라는 평을 들으며 이미 입소문 나기 시작했다. 다만 육아일기성으로 씌여진 글이 아니라는 것이다. 40주라는 그 긴 릴레이 기간 동안 아빠는 엄마의 곁에서 엄마를 돌보면서 아이를 함께 돌보고 기다린다. 그 상상만으로도 이 부부의 40주는 참으로 따뜻하게 여겨졌다.

 

 

p.5 함께 꿈꾼 태몽들.

 

 

생명의 상상력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꼬물꼬물 대던 생명체가 손, 발 , 귀가 생기고 심장이 생기고 손의 물갈퀴가 사라지는 과정을 빠짐없이 함께 살펴보면서 딸꾹질도 하는 초보아빠는 그래서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특수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라는 엄마에 관한 이야기도 짤막하게 곁들여진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빠의 시선으로 그려지면서 아이와 엄마에 대한 사랑을 함께 느끼게 만든다.

 

 

핑크색 예쁜 표지와 함께 그보다 더 사랑스러운 제목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 [자고 있어, 곁이니까]는 그래서 예비 아빠는 물론 이땅에 아빠로 살아가고자 하는 남자들 품에 안겨주고 싶어지게 만든다. 준비가 되지 않고 부모가 될 수 없는 법령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생명들의 가치와 존중에 대한 예의 없이 아이를 낳아 함부로 기르거나 양육의 의미도 모르면서 방치하는 부모들에게 필독서들이 생겨났으면 싶어진다. 버리는 부모도 마찬가지고. 그 필독서 속에 이 책이 끼여 있었으면 하는 소망도 함께 가져본다. 오랜만에 읽게 된 따뜻한 내용의 책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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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문학의 즐거움 41
후쿠다 다카히로 지음, 김보경 옮김 / 개암나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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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왕따는 분명 있었다. 하지만 요즘처럼 크게 부각되지도 않았고 사회적인 문제 현상으로 대두되지도 않았다. 그저 아이들끼리 잘 어울려주거니~라는 바람들로 지나쳐버렸을 것이다. 예전 세대에 비해 한 가정내 아이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왕따는 문제시 되기 시작했다. 교내 왕따는 물론 사내 왕따까지 존재한다니....이 단어가 등장하기 이전과 이후의 삶이 이토록 다르게 느껴질 수가 없다.

 

 

조금만 더 살아보면 좋았을텐데....왕따가 되어 삶을 포기해버린 청소년들의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 집단에서 나와서 보면 어울림이란 별것 아닌데도 말이다. 다른 집단 속에서 또 다른 재미를 느끼며 살 수 도 있는데 그 기회를 스스로에게 주지 않은 채 목숨을 버려버린 아이들. 너무 쉽게 포기했다고 말할 수 없을만큼 힘들었을 그들의 고뇌를 알기에 안타깝기만 하다. 일본의 어느 소녀는 왕따를 당해 가출하고 윤락녀로 전전하다가 야쿠자의 여인이 되었으나 다시 공부를 시작해 법조인이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과 같은 방황을 겪을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지난날을 회고하노라며 책을 낸바 있다. 그 뿐만 아니다. 왕따였으나 극복하고 미국 명문대에 합격한 수기나 외국으로 나가 더 잘 된 케이스들도 종종 본다. 그러나 모두가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벗어나고 싶지만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한순간의 판단미스는 아까운 목숨을 잃게 만든다.

 

 

후쿠다 다카히로의 [비밀] 속 소녀 에미코도 그러했다.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온 아카리를 가장 먼저 반겨주었던 아이였는데 그녀는 지금 병원에 있다. 그리고 다정다감하게만 보이던 반 전체의 분위기는 왠지 모르게 수상쩍기만 하다. 모두가 입다물고 모두가 하나로 움직이는 이상한 반. 겉으로 보기엔 화합도 잘되는 그런 모양새지만 도리어 그것이 이상하게 보였다. 청소년기가 아닌가. 모두 개성들이 제각각일 아이들이 한 마음, 한뜻으로 뭉치다니. 자칫 그 속에 섞이지 못하는 아이는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이 뻔해 보였다. [꽃보다 남자]에서처럼 달콤한 왕따는 현실 속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아카리는 이 상황 속에서도 용기를 내서 에미코의 일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선생님도, 부모님도, 아이들도 믿어주지 않는 상황 속에서 왕따가 되어가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아카리는 해냈다. 증명해냄으로써 모두의 문제를 풀어냈다. 상처입은 쪽도, 상처 준 쪽도 존재하지만 치유책을 찾아낸 것이다. 아이들의 세상이기에 어른들의 세계보다는 간단해 보였지만 그래서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그 한계점이 없는 것 또한 그들의 세상인 것이다. 그래서 더 무섭고 그래서 더 위험하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 후쿠다 다카히로는 쉬우면서도 따뜻하게 무거운 주제를 잘 풀어내고 있었다.

 

 

가면을 벗는 순간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그 진실은 반드시 우리가 알아야할 현실이며, 이 또한 낯설지 않음을 어른들도 함께 읽고 공감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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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일지도 모르는 코끼리를 찾아서
베릴 영 지음, 정영수 옮김 / 내인생의책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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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벤자민 리슨

인도항공 860편

캐나다 밴쿠버에서 인도 델리까지....

 

 

13살 벤은 아빠를 잃었다. 그리고 그 화를 어디에 풀지 알지 못한 채 가족과도 충돌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할머니는 인도에 옛 친구를 찾으러 가는 여행에 벤을 억지로 끼워넣었다. 벤은 그것조차 화났다. 도대체 왜 할머니의 여행에 동반해야 하는 것이며, 옛날 옛적 13살 적 친구를 이제야 찾으러 가는지......벤은 알지 못했다. 아직까지는.

 

 

사람들은 모험을 찾아 여행을 가지만, 결국 찾는 건 자기 자신이다 (후표지)

 

 

인도라는 나라는 이중적이다. 마음의 양식과 힐링, 그리고 깨달음을 원해서 떠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여행에서 지독한 가난과 나태를 보고 온 사람들도 있다. 아직 발밟아보지 못한 나라지만 역시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꼽고 있진 않기 때문에 나는 이 소설의 배경이 인도라는데서 의아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왜 인도일까.

 

 

인도에서 벤과 할머니는 환율도 모르고 지리도 몰라 여러모로 고생한다. 캐나다의 쾌적한 환경에서 자라온 열 세살 벤에게 모든 것이 불편하고 없는 것 투성이인 인도의 숙박지는 너무나 불편한 잠자리 였을 것이며 코끼리의 발목을 사슬로 묶어두는 것 또한 낯선 광경임에 틀림이 없다. 불유쾌한 시간 속에서 벤과 할머니는 좋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할머니의 옛 친구 샨티를 찾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벤도 여행과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고 있었다.

 

 

짧은 여행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벤과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 가족과 화해하는 벤. 이 두 벤은 열 세살이라는 나이를 넘어 다 자란 어른인 지금의 내가 보아도 남다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처음부터 마음을 홀딱 빼앗기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환경 속에서 나와 우리를 생각해 나갈 수 있는 여유로움을 주는 곳. 이런 점 때문에 모두 인도를 향해 가나보다. 벤과 할머니의 목적은 친구를 찾는 일이었지만 결국 얻어진 것은 추억과 경험과 그리고 상처의 치유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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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옷 & 소품 - 팅크 따라 처음 만드는
팅크 이지수 지음 / 비타북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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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함께 하면서 가격보다는 고양이의 안락함을 위해 쇼핑을 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집사로 살아온지 삼년째. 여전히 소중한 내 고양이들을 위해 최고로 멋지고 좋은 것들만을 주고 싶지만 값비싼 용품들은 지갑 열기를 움찔움찔하게 만들기도 한다. 최고로 행복하고 예쁘게 해 주고 싶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미루어 두었던 것들, 카페에서 눈팅만 했던 것들을 이 책 한 권에서 다 발견해 내고야 말았다. 그리고 주말. 급기야 바늘을 들기 시작했다.

 

 

그간 털도 있고 집 안에서만 키우는데 옷이 뭐 필요해! 도리어 귀찮아하고 스트레스 받아할거야 ~라는 생각반 옷값이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 반으로 옷을 입혀줄 생각을 날려 버리고 있었는데 앙증맞은 후드티셔츠에 예쁜 스커트까지 입혀놓은 고양이들을 보니 우리 집 나옹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특히 누빔천으로 만든 방석은 너무나 탐나는 것이었는데 도면과 제작 과정을 보니 바느질 초보인 나도 뚝딱뚝딱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손쉬워 보였다. 박음질 할 줄 알고 솜 넣을 줄 알고 천 있으면 되는 일이었는데 그간 미루고 있었다니.....! 너무 게으른 집사가 아니었는지....!

 

 

반성은 뒤로 하고 열심히 눈으로 살피며 당장 만들 수 있는 것과 언젠가는 만들어 보리라 결심하게 되는 것들을 나누고 필요한 천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불필요하다고 생각되어 헌옷 수거함에 넣을 요량으로 모아둔 옷들 중에서 천조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옷감들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 보면서 이번 주말 정말 행복하고 따뜻하게 보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특별한 것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즐거움으로 가득한 시간들을 보내면서.

 

 

고양이 사이즈 재는 법부터 시작해서 원단과 필요한 도구들을 자세히 설명해놓았을 뿐만 아니라 사진까지 세세히 찍어서 이해를 돕고 있었고 실 매듭짓는 방법부터 박음질, 공그르기, 버튼홀 스티치 등등 학창시절 가정가사시간에만 듣고 흘렸던 바느질 법들이 다시 자세히 설명되어져 있었다. 학창시절에도 이렇게 쉽게 배울 수 있었다면 지금쯤 바느질 선수가 되어 있을지로 모르는데, 아쉬울 따름이다.

 

 

고양이 둘, 강아지 둘과 함께 살고 있다는 파워블로거 팅크님의 43가지 실물 도안을 올해 안에 다 활용해 보는 것을 새해 계획 속에 넣으면서 2013년은 여러모로 바쁜 한 해로 계획되어져 가고 있다. 가장 필요하면서도 손쉬워 보이는 쿠션부터 시작해서 바느질이 손에 익으면 만들어 볼 예정인 작고 앙증맞은 옷들까지....이래저래 행복한 저지름으로 나는 마음이 치유되는 한 해를 계획하고 있다.

 

 

고양이들도 함께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소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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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본 에반게리온 해독 - 한국 최초의 본격 애니메이션 해독서!
키타무라 마사히로 지음, 곽형준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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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도 아니고 기호학도 아닌 애니메이션을 두고 해독을 한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일지도 모르겠다. 그치만 해독본 마저도 너무나 어려워 나누어 읽어야만 했던 책 [완본 에반게리온 해독]서. 그저 여가를 즐기기 위해 즐겁게 보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매니아가 되어 탐독하게 만드는 카페인 같은 매력을 발산하는 에반게리온이라는 애니매이션 때문에 나는 이 어려운 해독본을 집어 들게 되었다.

 

 

인류말살계획, 사람이 조종하던 생체 로봇에 유입되고 소통보다는 단절된 인간상이 여럿 보이는 다소 우울한 느낌의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은 멋진 로봇이 나온다거나 인류구원의 큰 뜻을 품은 조종사가 나오는 여타 다른 로봇만화와는 처음 시작부터가 달랐다. 장엄한 음악과 함께 시작된 설명없이 시작되어 버린 사건들. 그 속에서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고 보게 되는 인간관계.

 

 

무엇을 위하여, 누구를 위하여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채 그저 흘러가는대로 따라 보게 만드는 에반게리온이라는 애니메이션은 내겐 무슨 풀어내야만 하는 화두처럼 어렵기만 했다. 하지만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풀어보고 싶어지는 이상한 심리가 발동되어 빠짐없이 구해봤지만 봐도봐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마냥 애니메이션은 끝까지 의문점들을 다 풀게 놔두진 않았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에반게리온이 품게 만든 수수께끼들에 매달렸었는지도 모르겠다. 인류의 시초와 그 끝을 동시에 이해하게 만드는 이런 특별한 애니메이션이 또 다시 나타날 수 있을까. 그 이전에도 없었고 이 이후에도 없을 이 특별한 애니메이션에 그래서 경의를 표한다.

 

 

대학시절 교양도서 교본처럼 얇고 내용이 적어 보이는 이 해석본 조차 너무 어려워 여전히 나는 다 해독하지 못한 채 복잡해진 머리를 잠시 시키기 위해 다시 책장에 책을 꽂아둔다. 올해 안에 다시 펼쳐 보기 위해. 남겨진 수수께끼를 다 풀어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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