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배인과 여인들 - 최악의 변방 절해고도에서 절망했던 유배인들의 그늘에는 제주 여인들이 있었다
김순이.표성준 지음 / 여름언덕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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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사극이든 퓨전사극이든 유배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정치적 음모에 휘말려서 혹은 그 죄가 무거워서 멀리 타향살이를 떠나는 그들의 발걸음은 언제나 무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처럼 버스나 기차, 자동차, 지하철이 있는 시대가 아니다보니, 가는 길도 험했고 무엇보다 정적들에 의해 가는 도중에 사사되는 일도 허다했다. 그러니 편안한 마음으로 유배갈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유배란 이렇듯 조선시대 죄인에서 시행된 형벌로, 태형, 장형, 도형, 유형, 사형의 오형 중 하나로 광해군이나 왕자, 왕족들은 물론 송시열, 김정희 등의 벼슬아치들도 받았던 형벌이다. 주로 한양에서 동떨어진 곳들로 보내졌는데 식솔들을 거느리고 갈 수 없으니 고생길인 것은 당연했고 외롭고 쓸쓸하고 어찌 될지 모르는 내일로 인해 현지에서 다른 여인을 품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나마 뭍에서 머물 수 있으면 다행이건만 저 멀리 바다를 건너 제주까지 흘러왔다면 다시 되돌아가기엔 힘든 경우라 보면 될 듯 했고 그런 그들의 처지가 가련하긴 했으나 제주 땅엔 그 반대로 긍정의 영향을 미쳤으니 뛰어난 학자들로 인해 학문의 길이 열리고 풍속이 교화되었으며 뭍의 문화가 전파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던 것이다.

 

이는 비단 유배가 사회에 미친 영향력으로 봤을때엔 부정적인 것만이 아니었음을 시사하는 바이며, 그 유동인구가 적었던 제주사회엔 큰 파장력을 미칠 수 있는 일이었음을 미루어 짐작케 했다. 여러 사연들이 있었으나 그 중 <조정철과 홍윤애>의 순애보적 사연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왔는데 다른 사연들을 다 접하고 나서도 이 첫번째 읽은 사연이 가장 가슴에 오래 남았다. 그 절절함으로 인해.

 

사람은 분명 한번 밖에 살지 못한다. 윤회도 있고 천국의 삶도 있다지만 이 순간 나로 살아가는 삶은 딱 한번 주어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목숨은 소중한 것일텐데 홍윤애는 유배온 조정철에 대한 사랑으로 죽음을 택했다. 정조암살범과 연류된 죄로 제주로 오게 된 조정철은 영양실조로 치아가 빠지는 등의 고통을 당하고 있었는데 이를 측은히 여긴 어린 처녀 홍윤애의 맘 속엔 그만 연민과 사랑이 싹터버렸다. 그리고 그를 음해하려는 무리들의 갖은 고문과 핍박에도 불구하고 훙윤애는 거짓자백을 거부하고 죽어갔으니 처녀를 알몸수색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등의 악랄한 고문법에 정조를 노하게 하고 그 결과 조정철은 이례적으로 다시 벼슬길이 터졌으며 종국엔 제주목사로 되돌아 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자신을 사랑했던 여인은 죽어버렸으며 제주 땅은 금의환향의 땅이 아니었으니...... 이 사연을 읽으면서 권력따위에 희생되는 사람의 목숨이 참으로 허망하다 느껴졌으며 홍윤애의 짧은 생이 가련히 느껴졌다.

 

이미 죽을 결심을 하고 수의를 가지고 내려왔던 조정철의 삶이 구해진 것은 다행이나 그에게 남겨진 것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케 만드는 대목이이었다. 제주 사람들을 섬 밖으로 나올 수 없다고 했다. 출륙금지령 때문인데 이에 제주에서 나서 제주에서 죽어야 했던 이들의 소중한 삶이 뭍의 사람들로 인해 영향을 받아야했다면 한양의 그들에게 있어 제주는 과연 어떤 땅이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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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서 좋은 날 - 혼자가 편한 사람들을 위한 일상 레시피
전지영 글.그림 / 예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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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p18  막 스무살이 된 어린 여자들은 하루도 쉬지 않고 친구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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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 하지만 매번 "같이 놓아 줄" 누군가를 찾지 않아도 될만큼 우린 성장했다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다. 언제부턴가 혼자노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외롭고 쓸쓸하다는 느낌을 한결 덜어낼 수 있었다. 서른이 지난 시절 이야기였다. 20대엔 무얼해도 외롭고 쓸쓸했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그 쓸쓸함에 차곡히 쌓이고 배여들곤 했다. 그래서 몸부림 쳤는지도 모르곘다. 인생에 순응하면서도-.

 

하지만 조용하게 반항하고 있는 요즘, 나는 한결 더 살아있는 내음을 맡고 산다. 그래서 [혼자라서 좋은 날]이라는 책이 내 손에 잡혔나보다. 제목부터 맘에 들었으니까. 전직 스튜어디스 출신의 그녀의 글과 그림 속에는 내 나이 또래의 여자들의 일상이 가득 들어차 있다. 팔월, 링고, 광어등과 함께 하는 에피소드들도 그러하고 스타라는 고양이와 함께하는 일상까지 나의 것과 맞닿아 있다. 나 역시 나옹이 4마리와 함께 하고 있으므로 공감가는 부분들이 상당수 된다.

 

그중 캣맘 황인숙 시인과의 만남이 언급된 대목도 눈길이 가고 그녀를 향한 도도한 눈빛을 보내는 스타의 모습이 그려진 페이지들도 인상 깊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자유스러움"이 아니었을까. 혼자여도 즐겁고 활기찬 하루하루지만 결코 구질구질하지 않아서 좋았으니까.

 

항상 스무살일 수는 없듯이 인생은 멈추어 있지 않기에 오늘 주어질 즐거운 일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두리번 거리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의 즐거움을 위해 나는 오늘에 집중하며 살기 시작했다. 얼마전부터.

 

그래서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을 가득 내 일상으로 가져와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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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 - 개정판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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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재미가 잊혀지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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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2 - 개정판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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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그 재미로 인해 다시보기 해 보고 있는 드라마의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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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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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잡히지 말기를... 이토록 간절히 바라며 읽은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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