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대비 - 철의 여인
이수광 지음 / 미루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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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의 인수대비를 재미나게 봤었다. 비록 그 결말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남자들이 세상을 뒤집는 시대에 태어나 스스로 왕권을 거머쥔 시아버지를 보필하며 여장부의 기개를 드러냈던 여인 인수대비 한씨. 남편 도원군이 병사한 뒤 끈떨어진 연처럼 내쳐졌지만 아들 성종을 앞세워 "대비"가 되어 나타난 여인. 그녀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었다.

 

그녀로 인해 조선은 피바람의 시대로 들어섰으니, [내훈]을 지어 아녀자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내린 올바른 어머니였으나 아들의 일에서만큼은 그녀 역시 욕심많은 한 어머니일뿐이었으니 며느리 윤씨를 폐서인만들고 결국 손자를 연산대군으로 만들어 버린 비운의 할미로 남게 되었다. 역사속에서.

 

똑똑하고 사리 분별이 강했던 그녀였지만 인수대비는 그래서 서글픈 역사속 이름이며, 그래서 반대로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 어머니였다. 완벽한 듯 하지만 완벽할 수 없었던 그녀의 삶. 아비 한확은 중실 황실에 누이를 둘이나 보냄으로써 청국의 부마가 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수치스럽게 생각해 뽐냄이 없었고 청렴했다고 하니 그가 딸에 대한 교육을 소홀히 할 리가 만무했다.

 

그래서 여자가 글을 배우기 어려웠던 그 시절에 인수대비는 글을 익히고 활을 쏘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저 순종만을 위해 길러진 딸이 아니었기에 아비도 그녀를 두고 많은 기대치를 키워왔을 것이다.

 

비록 한 나라의 국모는 되지 못했지만 웃어른으로 자리매김하고 수렴청정을 하면서 여인의 정치를 열어간 인수대비. 그녀와 연산군에 대한 이야기가 시간의 흐름을 넘나들며 소설의 재미를 더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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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국새
박두현 지음 / 다차원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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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의 설움은 비단 왕가의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 나라가 역사 속에서 침몰해나갈때 그 백성의 통탄과 역사의 소실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후 시대인들의 비통함은 그 무엇에도 비유될 수 없는 슬픔의 자국이리라. 그 역사가 현재 오롯이 우리네 것으로 남겨지지 않았을때엔 더 말해 무엇하랴.

 

발해의 역사는 가야의 역사처럼 우리에겐 낯선 자국이다. 분명 우리 역사의 범주에 속해 있으면서도 역사 시간에 조차 자세히 배울 수 없는 그런 과거이며, 중국에서 제 것이라고 통합해서 넣어도 강하게 단언할 수 없는 ....우리는 여전히  힘없는  국가의 백성이기에....고금을 막론하고 여전히 역사를 두고는 슬픈 백성일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그 발해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길래,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펼쳐든 책이 바로 [비국새]였다. 명청교체기에 세상에 다시 나왔다는 국새. 그래서 비국새라 불렸던 그것은 그 어느 여인보다 아름다운 여인인 아란사에 의해 세상빛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아란사의 인생은 복잡해져 버렸다. 발해가 요에 의해 망국이 되어 버렸을 때 애왕은 아율아보기에게 거짓 국새를 바쳤다고 했다. 진품이 아닌 국새를 발견하게 된 아란사는 여러 사람들에게 표적이 되었고 그 와중에 그녀가 지닌 아름다움은 독이 되어 인생을 옥죄어왔다. 계성과 옥정, 타루간의 얽힌 운명. 그리고 예언을 남기며 마지막 숨을 거둔 아란사의 죽음까지. 이 이야기는 담아내고 있다.

 

국새를 뺏고 빼앗기 위한 이야기가 아닌 숙명에 의해 운명이 좌지우지 되는 남녀의 이야기는 그 궤도를 벗어날 수 없었기에 더욱더 매력적이면서도 슬플 수 밖에 없다. 삼족오가 비상에 실패해서 경박호로 다시 곤두박질 친 것처럼 발해의 운명도 그와 함께 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발해의 것들을 제대로 건져내지 못하고 있으니까. 이 사실이 가장 슬픈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발해뿐만 아니라 현재 군사적 시설을 두고서도 "독도"에 대한 일의 야욕을 완전히 씻어낼 수도 없으니..양쪽으로 참 슬픈 민족이 우리네 대한민국이 아닌가 싶다.

 

승자의 역사보다는 패자의 역사를 더 많이 접해 왔기에 꼬매지고 찢어지고 멍든 역사 앞에서 자랑스럽기 보다는 숙연해지는 구석이 더 많았다. 언제나 그랬다. 정복의 역사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보다는 외세에 대항해서 겨레가 대동단결한 역사가 훨씬 더 자랑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구석구석 베어 있는 억울함들은 어디에서도 풀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에 후손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 가득 슬픔이 고일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좀 더 아름다운 이야기는 없을까. 신화로 남아도 좋고 설화로 남아도 좋으니. 슬픔과 멍든 역사를 뒤로 하고 아름답고 달달하면서도 꽃향기 가득한 역사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앞으로는-. 그래서 로맨스와 환상으로 기억되는 이야기가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 역사라는 단어를 떠올렸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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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생각에 미쳐라 -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진봉일 교수의 삶과 디자인 이야기
진봉일 지음 / 한언출판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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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 라는 말이 위안이 되고 원동력이 되는 나이때로 접어든 듯 하다. 그래서인지 유독 저지르고 수습을 잘하는 성공담(?)을 즐겨 읽고 있는데 저자 진봉일 교수도 그렇게 알게 된 사람 중 한 사람이다. 노홍철의 "끼"부분이 쏘옥 빠진 "저지름형 인간"이 바로 이 사람이라 이해해도 될만큼 많은 일들에 대해 주저 없이 저질러온 인물이었다.

 

그의 화려한 스펙은 그래서 "성공"의 경력이 아니라 "저지름"의 경력으로 보여진다. 프로필에서도 보여진 것처럼 그는 불우하고 "찌질"했던 어린 시절을 뒤로 하고 남보다 늦은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미친듯이 그림 공부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쭉 입상해오며 착실히 준비해왔던 사람들을 제치고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에 입학해버린 그에게는 이미 하늘이 내린 "재능"이 존재하는 듯 했다. 그러나 세상은 재능만으로 성공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이후 대학원을 졸업하고 자동차 디자이너가 된 그는 입사 후, 회사에서 그만 집으로 돌아가라고 할 때까지 연구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성실"과 "열정"을 증명해내었으니 "재능+노력"이 덧대어진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가 되어 버릴 소리인 셈이었다. 또 한 가지, 가장 중요한 성공의 열쇠인 "운" 역시 그를 비켜가진 않았다. 임용공고도 내지 않은 미국의 대학에 "한국식 밀어붙이기"로 도전해서 교수가 되었으니 운 역시 그를 서포트 해 주었다 볼 수 있겠다.

 

재능과 노력과 운. 이 세가지만 보면 그는 어마어마한 행운의 주인공 같아 보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부러웠던 것은 이 세가지가 아니었다. 마흔 다섯의 나이에도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 추진력.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가장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도 포기하지 않고 이루어나가는 그의 저력이 나는 가장 부러웠다. 사회 속에서 내 한몸 건사하기도 쉽지 않을 때가 종종 있어왔는데 그는 부양의 책임을 떠안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더불어 항상 길을 찾아냈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기준은 무엇이었을가. 얻은 결과가 가장 만족스러운 것이었을까?

 

 

현재의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면 자기 인생이 흔들리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두려워 잠시 멈칫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 두려운 한 문장 역시 그의 인생에서는 이미 답을 내어놓고 있었다. 내 삶을 살아야한다는 것. 그래서 목표가 정해졌다면 미친듯이 생각하고, 미친듯이 빠져들고, 미친듯이 달려 나가야 한다는 것. 그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우리에게 그 선택이 옳은 것이었음을 알려주고 권해주고 있다. 스스로 선택한 인생에 대한 책임. 나 역시 그렇게 살아왔으나 흔들리고 있던 이 때, 그의 책과 마주친 일은 내게도 "행운"인 셈이었다.

 

그래서 나는 성공한 한 디자이너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아니라 내게 필요한 용기를 건네주는 멘토 한 사람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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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포토샵 - 생활 디자이너 7명이 들려주는 일상, 작업, 포토샵 이야기
김효정(밤삼킨별) 외 지음 / 한빛미디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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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삼킨 별","다자란 소년" 등등 블로그를 하는 동안 이름을 들어본 이들 7인에게 그들만의 노하우를 전수 받을 기회가 있다길래 나는 얼른 책을 집어들었다. 언제부턴가 배워야지~ 배워야지~ 하면서 "시간이 없노~"하고 배움을 미루어두었던 포토샵. 그 포토샵을 현장에 있는 그들에게서 배울 수 있다길래 두말 없이 집어든 책이었다. 그.러.나, 나는 포토샵의 포자는 커녕 포토샵 프로그램이 깔리지 않는 구식 노트북을 사용중인 여자였다. 그래도 배우고픈 욕심은 하늘을 찔러대는 여자였기에 후편에 실린 기본편을 보기 전에 그들의 이야기로 먼저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런 책들은 순차적으로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었기에 편집 순서와 상관없이 궁금한 사람편부터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순서는 밤삼킨별->다자란 소년->뉴욕이->나렘언니->수진맘->그림그리는 선진 순이 되었다. 아, 그녀는 이미 유부녀였단 말인가. "밤삼킨 별"의 글씨가 좋아 당장 필요하지도 않는 책을 사 본일이 있다. 부록으로 그녀의 손글씨를 받을 수 있다길래. 그리고 득템해서 책상 앞에 붙여두었더랬다. 손으로 글씨를 쓴다기 보다는 그린다는 쪽에 가까운 나는 "필"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그러하듯 기분에 따라 글씨의 모양이 천차만별이다. 어떤 날은 남들에게 "글씨가 예쁘네요" 칭찬받을만큼 예쁘다가 어느 날은 삐뚤?뚤하기 일쑤였다. 일정치가 않았다. 하지만 글씨를 예쁘게 쓰는 사람들의 글씨는 언제나 한결같다. 그 중에서도 밤삼킨별의 글씨는 귀요미 글씨체라서 좋다. 그런 그녀는 글씨뿐만 아니라 사진과 그림에도 재능이 있고 카페도 운영하면서 여행과 경연까지 업으로 하고 있다니...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다. 원하는 삶을 사는 이의 삶은 그래서 훔쳐보면 "부러움"이 먼저 인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져도 좋으니 훔쳐보고 싶은 삶들이 있다. 그녀의 삶처럼.

 

1억이 생긴다면 "부엉이"를 사모으고 싶다는 엉뚱한 그녀. 그런 그녀이기에 철들지 않은 작품들이 탄생하는 것일까. 글씨로 치차면 다자란 소년 역시 어디 빠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심플한 뿔테를 낀 그는 "글씨로 마음을 전하는 사람"이었다. 펜보다는 붓이 어울릴 그는 아니나 다를까 많은 붓들을 소장하고 있었다. 옛사람의 글씨같은 그의 작품에 포토샵으로 색이 칠해지는 순간 옛것은 오늘 것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노랑을 제일 선호하는 나렘언니는 알록달록한 천들로 핸드메이드 인형을 만들고 있었고, 단추를 단골 메이트로 두고 작업을 하고 있는 빈티지 핸드크래프트 디자이너 하폴은 일상의 작은 변화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딸 수진이의 모습을 담기 시작하다가 스냅 사진 작가로 살게 되었다는 수진맘이나 스물 여덟의 나이에 세 개의 이름으로 살며 자신만의 시간을 소중히 보내고 있는 그래픽 아티스트 뉴욕이,어렵고 낯선 것을 찾아 헤매는 걸 멈추고 진짜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하고 있다는 그림그리는 선진까지 그들의 일상은 "특별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부럽다~!!! 그들에겐 "일상적인 하루"가 나에게는 "특별하고 부러움이 가득한 하루"라는 것이.

 

손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붓을 잡고, 사진을 찍고, 인형을 만들고, 포토샵을 활용하는 그들의 작품들에는 그래서 "사랑스러움과 행복감"이 동시에 가득차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들만의 "핫"한 스타일링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었으나 정작 제일 먼저 배워나가고 있는 것은 "삶의 방식"이었다. 인생의 빈 면을 채워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 주어진 것을 채워나가는 여유로움. 그리고 그 속에서 찾아나가는 즐거움. 나는 그들에게서 기술이 아닌 생각하는 힘을 얻어 오늘을 채워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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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림스톤 펜더개스트 시리즈 3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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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을 알고나니 더 찝찝해져버린 소설. 붉은 바탕의 두꺼운 추리소설인 [브림스톤]은 재미나게 읽던 팬더개스트 시리즈의 신간이다. 2개의 에피소드를 읽고 3번째 에피소드에 도전했는데 그 주인공이 사라져버렸다. 악인에 의해 성에 갇혀버린 그가 탈출했기를...그래서 다음 권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다.

 

 

천재적인데다가 부유한 팬더개스트 가문의 상속자인 FBI요원 알로이시어스. 이름조차 낯설고 어려운 이 사람이 마주친 악인은 포스코 백작이었다. 그는 바이올린 하나를 되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스톰클라우드라는 바이올린은 이렇게 4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이며 세상에 존재하는 명기였는데 포스코는 이를 위해 특별한 살해 도구를 이용해 완벽한 살인을 꾸며냈다. 유황 냄새, 발굽 자국, 불타버린 시체만 남은 완벽한 살인. 이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특수수사관인 팬더개스트가 급파되었고 경찰 다고스타와 더불어 포스코를 압박해 나가던 중 다고스타는 탈출했으나 팬더개스트는 그만 그의 성안에 갇혀 버렸고 결국 그의 시체를 찾지 못한 가운데 소설은 끝나버렸다.

 

팬더개스트에게는 전편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것처럼 해결해내야만 하는 일이 있다. 천재가 많이 배출되었으나 특유의 악마성과 광기를 동반한 그들 가문 안에서도 가장 똑똑하고 악마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형제"를 찾아내는 일. 바로 그 일을 마무리 하지 못했으니 그는 반드시 살아돌아오리라! 다만 사건만 해결해 놓고 그가 사라졌으니 미해결 사건을 마주한 듯 찝찝한 기분이 드는 점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더글러스 프레스턴과 링천 차일드가 선사한 스릴러는 댄 브라운이나 제프리 디버의 소설처럼 무게감이 강하고 요 네스뵈의 소설처럼 흥미로움이 마지막장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팬더개스트 시리즈를 기다리게 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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