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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골 떡 잔치
한미경 글, 문종훈 그림 / 은나팔(현암사) / 2013년 8월
평점 :
"떡 하나 주면 안잡아먹지~"
산골에서 호랑이 한마리랑 딱 마주치면 어떤 기분일까. 먼저 심장이 뚝 떨어지지 않을까. 그리고 등골에 땀이 줄줄~흘러내릴 것 같다. 하지만 "재미있고 가슴 뭉클한 글을 쓰는 게 인생의 목표"라는 한미경 작가의 따뜻한 동화 한편은 호랑이마저 공포감이 아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오색 예쁜 떡을 옹기종기 담아 장날에 떡을 팔러나갔던 떡장수 할멈은 집으로 돌아오면서 잠시 잠이 들어버렸다. 할멈을 먼 산길 너머 장터로 홀로 보내놓고 할아범은 뭘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홀로 다녀오던 할멈은 그만 호랑이와 마주쳐버렸다. 아무도 도와줄 이 없는 첩첩산중에서-.
눈비비며 호랑이 품에서 깨어난 할멈. 호기롭게 떡하나 툭 던져주며 "꺼져"라고 외쳤지만 호랑이의 주문은 의뢰로 엉뚱한 것인지라 할멈은 그저 멘붕상태에 빠져버리고. 할멈을 기막히게 한 호랑이의 사연은 할아범 환갑잔치에 할멈이 차려낸 떡 잔칫상을 보고 그만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버린 제 어미를 살려달라 조르는 일이라 그 효심강한 호랑이의 청을 차마 물리치진 못하고 말았으니. 물건들을 챙겨 호랑이 등에 메여 호랑이골로 향한 할멈은 가죽만 남고 뼈가 앙상한 어미 호랑이를 위해 두팔을 걷어 부치고 밤새 쌀을 불리고 치자, 잇꽃으로 색을 내어 시루에 쪄내니, 떡메치러 나온 호랑이들이 코를 벌름거릴만큼 맛나 보였다고 한다.
앓아누은 호랑이두 벌떡 일어나게 만들만큼 맛난 떡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처음 구경하게 되었다. 동화책을 통해서. 마트나 떡집에 차려진 떡만 구경했지 기실 이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보면서 너무나 신기했고 동화책 페이지페이지마다 그려진 꼬마 호랑이들때문에 계속 웃음이 났다. 즐겨보고 있는 [동물농장]속 인공포육실 꼬마 호랑이들 모습이 오버랩되었기 때문에.
떡의 무늬무늬마다 뜻한 바가 있다고 한다. 솔은 반듯하게 살라는 뜻, 꽃잎 무성한 잇꽃처럼 넉넉하게 살라는 뜻이며, 나비처럼 자유롭게, 치자처럼 향기롭게, 물고기처럼 자손 번창을, 구르는 바퀴처럼 둥글게, 거북이처럼 만수무강하라는 뜻이 떡 무늬에 담겨 있었다. 그저 예쁘게만 만들어진 줄 알았더니 그 의미까지 건강해서 아이들이 읽으면 자연스레 전통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재미나 교훈적으로 볼때도 [호랑이골 떡잔치]는 좋은 동화였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어도 배워나갈 점이 많은 동화 한 편, 어린 조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 한 권을 이 가을에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