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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인문학 소소소 小 少 笑
윤석미 지음 / 포북(for book)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일본 소설 속 "매미"는 상처와 구슬픔을 대변했었다. 자신의 복수를 위해 아이를 훔쳤지만 결국 끝까지 모질지도 못했던 여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매미는 한 여름 시끄럽게 울다 죽는 벌레에서 구슬픈 인생이 담긴 곤충으로 이미지를 탈바꿈했더랬다. 한 권의 소설로 인해. 하지만 인문학 서적 한 권으로 인해 매미의 이미지는 또 달라졌다.
"선관오덕". 매미를 이르는 말이란다. 학문의 일덕, 맑고 청정함의 이덕, 염치가 있어 삼덕, 검소함이 있어 사덕, 절도를 지키니 오덕. 총 오덕을 골고루 갖춘 이 곤충은 한 여름을 살다 죽지만 사실 짧게 울기 위해 땅 속에서 오랜 시간을 굼벵이로 보낸다고 했다. 절로 숙연해지는 부분이 아닐 수 없겠다.
p299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어리석은 사람일수록 아무렇게나 넘기지만 현명한 사람들은 책을 공들여 읽는다.
그 이유는 현명한 사람일수록 그 책을 두번 읽을 기회가 드물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마음이 외로워 작아질때도 小, 가진게 너무 적어 채울 수 있는 것들이 충분히 남아 있을 때도 少, 오늘을 웃어가며 이겨내기 위해서도 笑. 인생 전반에는 정말 많은 '소'가 필요했다. 한 치 앞도 모를 인생이지만 작게 생각해도 크게 생각해도 넘어야 할 산들이 가득했고 이겨내야할 고난들이 가득하다. 되는지 안 되는지는 해 봐야 알 수 있기에 주어진 일들을 해나가며 살아가지만 시간이라는 파도는 늘 만만치 않았다.
남들에게 "교양 있는 사람","소양이 채워진 사람"으로 보여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의 전반을 이해하고 그 삶을 잘 채워나가기 위해 인문학은 그 바탕이 되어져야만 한다. 누구의 흉내도 내지 않고 가장 나답게 살기 위해서라도. 삶에 정답이 있던가. 경험으로 배워나가고 어제의 실수를 거울 삼아 오늘을 바로 세워나가는 일을 우리는 "삶"이라 부르지 않았던가.
[1분 인문학 소소소]는 그래서 내게 가장 좋은 덕담서가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힘겨운 일을 겪어야만 했다. 아직 완전히 처리되지는 않았기에 더 기운이 빠진다. "나는 인문학 하는 사람"이라고 남의 이목을 신경쓰고 사는 사람과의 대화는 언제나 기운빠지고 지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과 한 약속조차 허투루 여기는 사람과 약속을 했던 것 자체가 애초에 잘못된 일이었음을 깨닫는 좋은 계기가 되어주었다. 쓰디쓴 경험으로 인해 힘겨웠지만 나는 또 한 단계 성장하고 있다. [1분 인문학]을 읽어나가며 마음을 다잡고, 그녀가 입으로만 내뱉었던 인문학들의 깊이를 경험하면서 남을 속이기 위해 인용하는 얕은 문구와 나 자신을 도탐히 채워나가기 위해 쌓아가는 학업의 깊이가 얼마나 다른지 경험하고 있다. 잘 듣는 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 잘 읽는 일도 중요하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 모든 일은 듣는 것 위해 차곡히 쌓여야 할 것들이었다.
내 힘으로 만들 수 없는 인생이란 없다고 했던가. 위선자의 악의에서 벗어나면서 나는 다시 달리는 꿈을 꾼다. 벌떡 일어나 뛸 준비를 하고 끈을 조여맨다. 그리고 인디언처럼 절대 잊지 말자고 다짐한다. 그녀와 그녀의 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꼭 끝까지 지켜보리라 결심하면서. 나쁜 끝은 있음을 믿어의심치 않으면서. 마음의 상처를 책으로 다스리고, 그녀가 거짓말을 쌓아가는 동안 나는 좋은 글과 마주하여 쌓아가리라...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어 더 단단한 사람으로 성장하리라 마음 먹는다. 힘든 시기에 곁에서 내 손을 잡아주었던 [1분 인문학 소소소]가 다른 누군가에게도 힘이되고 위로가 되기를 희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