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궁 -하 - 완결
김윤수 지음 / 다인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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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보퉁이를 끌어안은 채, 궁을 들어서던 앳된 아이는 모진 풍파를 견뎌내야했다. 겨우내 추운 바람을 견딘 꽃나무가 봄에 아름다운 꽃을 틔우듯 소녀도 여인으로 성장하면서 세상의 모진 비바람을 견뎌내야만 했던 것이다. 한 남자를 사랑한 대가는 컸다. 먼저 원했던 사랑은 아니었으나 평생의 지인을 운명처럼 만난 전향은 연화당에 머물면서 왕의 여인으로 살아냈다. 아들을 빼앗기고 보쌈을 당하기도 했으며 억울한 모함도 받아야했지만 이 모든 것들이 지아비의 사랑을 얻어내는 과정이었고 그녀에게 주어진 운명이었다.

 

그녀의 정적이었던 희숙당 역시 그러한 여인이었다. 왕의 여인은 모두 불행하였던 것일까. 한 남자를 두고 여러 여자와 경쟁을 해야만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여인으로서 가장 영화로운 자리에 있으면서 가장 가슴앓이를 해야하는 자리에 있었으니 그 사랑이 머물고 있다고는 하나 마음 한구석은 시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희숙당은 친정의 힘이 강력한 가문의 여식이었다. 그런 그녀가 옹주하나만 놓고 왕의 등만 바라봐야했으니....그 와중에 시중의 한량이 접근하여 남녀의 진정한 사랑법을 알게 하였으니 목숨까지 건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고 스물 아홉이란 아까운 나이에 아이를 낳다 죽은 그녀는 죽기 전에 진정한 사랑을 찾았으니 독수공방하고 아이까지 낳을 수 없었던 중전보다는 행복한 삶을 살다간 생이 아닐까 싶어진다.

 

그 옛날, 보았던 한 영화가 떠올려졌다. 이보다 불행한 이야기였으나 나라가 다르고 삶의 시절이 다르다고는 하나 여인들의 삶은 오십보백보였다. <홍등> 속 여인들도 궁중의 여인네들과 삶이 그닥 다르지 않았다. 높디 높은 늙은 부자의 울타리 안에서 한 남자의 관심에 목매다가 외로움을 다른 이에게 품어 목숨을 잃게 되거나 질투로 인해 남은 삶을 미친 상태로 보내야만 하는.....그러면서도 또 다른 여인에게 남편을 내어주어야 하는 인생.

 

물론 <후궁>은 행복한 결말로 완결지어졌다. 연산군의 역사를 차용했다고는 하나 우리가 모르던 해피엔딩의 결말을 가져다주었고 행복한 결말이라 마음도 푸근해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왠지 아쉬움이 남는다. 세월이 흘러서야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듯 두 권을 다 읽고 나서야 깨달아지는 사실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아쉬움을 마음에 담아 작가의 차기작을 찾아 채워보려 한다. 다음 작품도 기대해도 좋을 듯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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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궁 -상
김윤수 지음 / 다인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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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히는 책이 좋다. 정보를 전달하고 배움과 학식을 위한 읽기가 아니라면 가독성 있게 쉽게 읽히고 휘리릭 넘기는 이야기가 좋다. 그러면서도 달달한 내용이라면 짬짬이 쪼개어진 시간동안 홀로 읽어도 좋을 것이다. 그런 책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는 10월이다.

 

후궁이라는 영화도 있지만 정궁이 아닌 후궁이라는 어감은 그 자체만으로도 슬프다. 무언가 부족한듯한 입지하며 탐해야하는 자리인 듯 하고 많은 수를 연상시키면서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죽거나 죽이는 쪽의 이미지가 강하다. <불면증>,<마녀 길들이다>를 쓴 바 있는 김윤수 작가의 <후궁>은 영화와는 다르지만 둥그스름하게 피해가지 않아서 좋았다. 야한 부분도, 슬픈 부분도, 분노가 치미는 부분도 결코 약하게 다루지 않았다. 직설하고 직언하면서 주인공을 험하게 다루어 독자의 재미를 돈독히 하고 있다.

 

주인공 전향은 아주 아름다운 아이다. 어릴적부터 조실부모하고 세자의 유모가 된 고모의 손에 이끌려 궁으로 향했는데 그 세자는 추후 연산군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오를 이였다. 차용하긴 했지만 역사적 결말은 다르다. 우리가 한번쯤은 꿈꾸어봤을 내용, 정말 그렇게 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가 펼쳐진다.

 

폐서인된 어미의 한을 간직했지만 미치지 않은 왕. 사랑받지 못한 과거에 살기 보다는 사랑할 수 있는 현재와 미래의 여인을 위해 자신을 오롯이 던질 수 있는 남자. 그 남자의 후궁이 바로 전향이다. 석녀가 된 중전이 미색이 뛰어난 후궁들을 견제하기 위해 자신이 수족처럼 부리던 전향을 왕의 침소에 들여놓았으나 주객전도되어 전향은 왕의 유일한 사랑이 되었다. 아들을 둘이나 낳았지만 첫 아들을 낳자마자 중전에게 빼앗기고 마음에 한이 서리게 된 전향. 오라비처럼 여기며 마음을 터 놓던 시영도 죽고 친동기간 같던 신옥도 노비로 전락해 버린 지금, 전향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살아남아야겠다"는 마음과 "살아나가야겠다"는 마음 뿐이었으리라.

 

어린 소녀가 순진무구한 그 마음을 지키며 살아가기에 궁은 너무나 거대한 음모의 동굴 속이었고, 입궁 후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면서 구중궁궐 속 여인으로 자라난 전향은 사랑보다는 신분과 지켜야 할 것들을 우선 순위에 둔 어미일 수 밖에 없었다. 영화 <후궁>속 그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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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글쟁이들 - 대한민국 대표 작가 18인의 ‘나만의 집필 세계’
구본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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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글쟁이들의 시대가 열렸다.

 

p243  글 하나로 먹고 사는 이들

        또는 글로만 먹고 살지는 않아도 글쓰기가 삶의 중심인 사람들

 

 

책에서 소개된 18명의 글쟁이들은 '질적','양적'으로 성장된 출판업계의 숨은 공로자들이었다. 인문서는 똑똑한 필자 한 명으로 혼자 쓸 수 있는 책이라면 실용서는 여러 명이 똑똑해야 만들어 낼 수 있는 책임을 나는 필자를 통해 처음 깨닫게 되었다. 그 외 사람들에 대한 깨우침도 있었다.

 

이슬람교, 유대교, 기독교 3종교의 차이가 "예수의 신학적 지위에 대한 해석의 차이"였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신으로 보느냐, 신의 사도로 보느냐에 따라 종교가 달라질 수 있다니.....! 재미난 일이었다. 문화와 역사를 바르게 이해하지 못한채 그저 주입식으로 암기만해서는 결코 알 수 없었을 재미였다. 인쇄가 몇십억대라는 만화가 이원복의 인터뷰는 그래서 재미난 것들 투성이였다. 집-작업실-강의로만 단촐한 동선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그가 보여주는 세상은 그 어떤 것보다 재미로 가득했다. 그의 인터뷰를 읽고보니 더욱 그러했다.

 

인문학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부터 정사보다는 야사읽기에 몰두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가르치려고만 하는 역사책들 사이로 색달라보이는 책제목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로 역사전문저술가 이덕일의 책들이었다. 그의 이야기들은 때로는 한 인물에 국한되어 있기도 했지만 역사적 줄기를 두고 왕의 독살에 심취하기도 했고 또 어떤 책에서는 민초들이 연루된 사건들을 다루기도 했다. 그 어떤 것이든 역사의 물줄기를 타고 재미를 시원하게 내려주는 읽을거리들이었기에 읽는 내내 "가속도"가 붙는 것은 물론 쉽게 쓰여져 가독성이 최고인 글들이었다. 그의 얼굴을 처음 보았다. 인터뷰를 보며 그가 내성적인 사람이라는데서 놀라고 최초의 역사저술 전문가라는데서 또한번 놀라게 되었다.

 

이원복, 이덕일 외 관심있게 읽게 된 페이지의 주인공들은 동양철학저술가 김용옥과 NGO  저술가 한비야였는데 이 둘 모두 너무 유명해서 그들의 책들을 이미 독파한지라 새삼 새로울 내용은 없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마음으로 팬심으로 읽어나살 수 있었다.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던 페이지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우리시대에 글밥을 먹고산다는 글쟁이들이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어 그들의 글을 읽는 재미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단비처럼 읽혀질 것이다. 내게도 그랬듯이. 18명의 인터뷰 내용을 읽기에 앞서 저자의 약력을 뛰어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책은 꼭 읽기를 권해본다.

 

얼굴은 작은데 머리가 크고

키는 큰데 다리가 짧다

 

그러면서도 글은 잘 쓰지 못한다고 스스로는 평하는 기자가 있다. 하지만 고백하고 있는 저자의 글짜임새에 매력을 먼저 느꼈다면 이 책을 좋아하게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다. 목차를 보고 먼저 읽고 싶은 사람의 페이지부터 읽고 한 명, 한 명 알아가는 재미도 남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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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 먹으러 가자 먹으러 가자
까날 지음 / 니들북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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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정우가 뜬 적이 있다. 무얼 먹어도 맛나게 보이는 배우 하정우. 그래서 몇몇 컷은 편집되기도 했다는 그를 보며 맛나게 먹는 것도 복이 아닐까 싶었다. 나는 언제나 음식이 맛나는 것인줄로만 알았다. 어린 시절부터 맛나는 것들을 먹고 자라서인지 원재료가 주는 아삭거리는 식감들이 이에서부터 느껴졌고, 혀를 통해 맛을 음미하고 식도로 넘겨지면서 탐닉하는 과정을 즐겨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복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한참을 앓고 나서 음식에 대한 맛을 잃어버렸다. 무얼 먹어도 삼키질 못했고 심지어는 먹고 싶다는 욕구조차 들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건강하게 먹고 소화시키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 것인지.

 

오사카에 가면 "쿠이다오레!"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먹고 죽자"라는 뜻이라는데, 맛나는 음식이 가득하다보니 절로 입에서 이 소리가 터져나온단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헤매는 블로거가 발견한 관서지방의 맛난 먹거리들. 오사카, 교토,고베, 나라, 와카야마 에서 요리들을 맛보기 위해서 당일의 시간만으로는 너무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2박 3일 코스,3박 4일코스로 나누어 꼼꼼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지하철노선처럼 이동거리를 나누고 그 사이 시간을 기재해 자유여행하기에도 편리하게 짜여져 있었다. 공항에서부터 숙소까지 안전하게 안내된 안내도를 보니 오늘이라도 훌쩍 혼자 떠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스시, 우동, 돈가스는 한국에서 일본식으로 쉽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이다보니 살짝 패스. 67년의 세월이 묻어난 그릴 마루요시의 특제 롤 캐비지나 자장면이 한국에만 있는 중국요리인 것처럼 일본에만 있다는 중국요리 텐신항과 교자, 곱창이 듬뿍 들어 있는 교토라멘 등이 입맛을 자극한다. 눈으로만 보고 있자니 입안에 고인 침들을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노란 색감이 꼭 병아리 같이 느껴지는 클래식 버터밀크 팬케이크를 맛보기 위해서라도 나는 얼른 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고 싶어졌다. 보통 드라마에서 보여지던 팬케이크는 갈색빛이 나곤 했는데 모구의 팬케이크는 카라멜 소스를 얹기 전까지는 치즈 브래드같은 색감으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그 상단에 모구의 이니셜이 찍힌 것도 이색적이다.

 

여름에 관서지방을 여행하는 즐거운 상상에 빠져본다. 몇몇 맛집에서 브런치를 해결하고 살짝 더워진 오후 2시쯤해서는 독일풍으로 세련되게 꾸며진 선술집인 랏헨에서 귀네스같은 짙은 색의 맥주 한 잔을 마시며 갈증을 달랜다. 더위를 한 뜸 식히고 나서는 다시 작은 배낭을 등에 메고 거리를 활보하며 사진을 찍고 구경길에 나선다. 나의 상상은 계속 즐겁게 이어진다. 맛집탐방이라는 테마를 두고 홀로 떠나도 즐겁고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는 여행지인 일본. 복잡한 도쿄가 아닌 다소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관서지방에서 맛집을 따라 식도락 여행을 계획해 보는 일도 색다른 느낌일 것이다. 꼭 구경만을 위해 혹은 쇼핑을 목적으로 두지 않아도 여행은 그 떠남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여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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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면허
조두진 지음 / 예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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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전쟁]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혼을 신청하는 부부의 사연을 보여주고 "4주후에 다시 만납시다"면서 유예기간을 주는 이혼조정기간을 알게 한 프로그램이었다. 사연인 즉 남편의 바람, 부인의 불륜, 시월드, 혼수문제, 대리모까지 다양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끝이 있지 않을까 싶어 1~2년쯤 방송하다 말겠지 했었다. 웬걸. 이 프로그램 장수 프로그램이 되어 아직까지 방송하고 있었다.

 

관심 프로그램이 아니어서 몰랐는데 며칠 전 채널을 돌리다보니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직 쓸 사연이 남아 있다는 말인가"라는 생각과 "여전히 보는 시청자가 있단 말인가"라는 의문이 함께 들어버렸다. 결혼과 이혼, 사랑과 이별,만남과 배신이라는 주제는 영화, 드라마, 노랫말의 영원한 주제라더니 그 입증이 아닌가 싶다.

 

[아내가 결혼했다]가 등장했을 때는 엄청 놀랬었다. 대한민국에서 이중혼이라니. 그것도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일주일에 며칠을 나누어 사는 것을 허락하는 남자가 주인공이어서. 하지만 몇년 지나다보니 이보다 더 쇼킹한 소재들이 많아 금새 잊혀지고 말았다. 요즘엔 남자와 남자의 동성 커플도 등장하고 부인이나 남편의 바람쯤은 대수롭지 않게 등장하고 막장에 막장을 거듭하는 내용들도 차고 넘치다보니 왠만한 소재에는 눈하나 끔뻑하지 않을만큼 강심장인 시청자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부모면허가 있어야하지 않을까 라는 바램과 마찬가지로 결혼면허도 존재해야하지 않을까 라는 바램이 있었더랬다. 그리고 그 생각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게임>으로 근로자문학제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는 조두진 작가는 [결혼면허]라는 책을 출간했다. 국가가 나서서 예비부부들에게 일정한 자격시험을 통과하라고 법적제도를 마련한 2016년을 사는 젊은 세대들이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결혼면허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사랑하는 사람과 법적으로 부부가 될 수 없다. 그 결혼 면허증이라는 것은 공인기관에서 수업을 들으면 1년의 과정을 들어야만 딸 수 있는 것으로 주인공 서인선은 ML결혼생활학교에 입학하면서 결혼에 대한 마음가짐을 준비해나간다. 물론 직접 체험하지 못하고 과정을 듣기만 한다면 1년이 아니라 10년의 세월이 흘러도 결혼은 겉핥기식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당한 나이가 되어서, 혹은 그냥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이유로 덜컥 결혼했다가 후회하는 것보다는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결혼생활의 지혜를 미리 습득한다면 서로에 대해 여유로운 배려를 펼칠 수 있을 거라는 점에서 결혼면허는 바람직해 보인다.

 

인선은 결혼면허시험에서 합격했다. 필기시험만 4시간짜리였다. 1년전에는 뚱하던 윤철 역시 결혼학교에 등록했다고 한다. 사랑이 변한 것도 아니었고 사랑하는 사람이 변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동안 인선의 태도는 참 많이 변했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이고 상대방의 위치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여자로 거듭났다. 결혼을 앞둔 어른의 성장점. 청소년 성장소설도 아닌데 [결혼면허]는 나이만 어른이었던 이를 내면까지 어른으로 성장시켜냈다.

 

30년을 넘게 함께한 부인을 살해한 남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소설은 쓰여졌다고 한다. 실제로 이들 부부의 사연은 소설 속에서 수업의 한 장면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내게 맞는 사람이 다른 것처럼 내가 생각하는 결혼과 내가 살아가게 되는 결혼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소설의 후미에 등장하는 이 말이 내 가슴에 가장 와 닿았다. 그가 나의 배우자이고 내가 그의 배우자인 것은 서로가 묵묵히 지켜봐줄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나를 지켜보는 한 사람, 나의 좋은 점이나 나쁜 점을 묵묵히 지켜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둘이 함께 가는 것이라고..... 새삼 내 사람에게 고마워지는 대목이었다. 결혼을 할지 말지 여전히 망설이는 커플이 있다면 이 소설을 읽고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추천하고 싶다. 2013년, 아직은 정부에서 결혼면허를 법적으로 제정한 바가 없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2016년에도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남들도 하는 것이므로, 해야 하는 거니까"라는 대목에서 망설여진다면 이 책이 들려주는 현명한 충고에 귀를 기울여보면 좋겠다.

 

301페이지 : 결혼은 제삼자가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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