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싱 1 오싱 1
하시다 스가코 지음, 김균 옮김 / 청조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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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쌀 한가마니에 팔려가는 소녀들이 많았던가보다. 우리네 전래동화 속 효녀심청이도 아비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석에 팔려갔더랬다. 일본에도 심청이 같은 어린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일곱 살의 나이로 남의 집에 더부살이로 팔려가야하는 신세였다. 물론 물에 빠져 죽는 심청이보다야 더부살이 후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처지이니 더 나은 것인지도 모르지만 남의 집 눈치살이가 어른에게도 힘든 마당에 채 열 살도 되지 못한 아이에게는 오죽 힘든 일이겠는가!!!

 

[우동 한 그릇]을 읽으며 눈시울을 붉혔던 내게 하시다 스가코 원작 소설 [오싱] 1권이 쥐어졌다. [타임]지 도 극찬했던 한 여성의 일대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눈물샘을 열리게 할만큼 감동스토리였다. 80여 년이라 되는 긴 생을 사는 동안 주인공 오싱을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속에서 함께 얽힌 이야기는 결코 짧은 이야기가 아니다. 전쟁이라는 큰 사건을 뒤로하고 식민국이었던 우리에게 가난과 굶주림은 또다른 상처로 남았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이야기가 있다. 전쟁 종주국이었던 일본의 대부분의 국민 역시 부족함이라는 시련을 겪어왔다는 일이다. 물론 종주국이었기에 그들의 욕심과 야심이 미울 수도 있다. 하지만 소수의 전쟁살인마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저 하루 먹거리에 의존하는 선량한 시민들이었다는 거다. 이후 6.25를 우리가 겪을 때 그 전후하여 일본 역시 어린 딸들을 남의 집 식모살이로 보내야할만큼 어려운 시절을 겪었음을 책을 통해 보고 세계사에 대한 시각을 좀 더 넓혀보는 일도 지금의 우리에겐 필요한 일일 것이다.

 

어리지만 영특하고 배려심 깊은 오싱의 이야기는 국적을 떼고 보아도 좋을 이야기다. 어려웠을 미국의 어느 한 시골에도 이런 처지의 소녀가 살았었을 수도 있고 우리 역사 속 많은 소녀들도 이런 어려운 시절을 지나치며 살아왔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영화 [늑대소년]에서 할머니가 소년 철수를 만나는 과거회상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듯 [오싱] 역시 다노쿠라슈퍼의 수장인 늙은 오싱이 아들, 며느리의 못마땅한 처사를 두고 집을 나서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늙은 오싱에서 어린 오싱으로 장면이 오버랩되듯 이야기는 1901년의 야마가다 현 빈촌으로 바뀌고 몸을 가누지 못하는 할머니와 부부 그리고 어린 아이들이 가득한 흥부네 가족같은 가난한 농가의 삶이 보여진다. 동네 친구 기요와 함께 학교에 갈 생각으로 부풀었던 오싱에게 아비는 가난을 떨기 위해 남의 집 더부살이를 종용했고 이때까지만해도 철없던 오싱은 가기 싫다면 떼쓰고 울고 불고 했더랬다. 하지만 첫 더부살이 집에서 도망나오고 자신을 돌봐주던 탈주병이 사살되는 것을 목격한 어린 오싱의 마음에는 어느 순간부터 어른이 들어차고 있었다. 아이의 성장은 잔인하게도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눈물이 차오를만도 한데 오싱은 두 번째 더부살이집으로 향했다. 첫번째 집과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부유한 가가야 가에서 오싱은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구니 할머니와 자신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손녀 가요와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1권만 읽어서는 오싱의 고난은 가가야 가에서 끝날 것만 같았지만 앞으로 남은 70여 평생동안 고난이 이어진다니....나는 다음 권들이 궁금하기만 하다. [토지]처럼 대하소설의 분량이면서 [대장금]처럼 한 인물이 고난을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전진하는 이야기이기에 전하는 감동은 진솔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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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게 기대지 않고 사는 법 - 일본 최고의 명의가 알려주는
아쓰미 가즈히코 지음, 이진원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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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잔병치레가 많아 수많은 의사들을 만나며 살아왔지만 친절한 의사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만큼 그 수가 적다. 오히려 너무나 불친절해서 다시는 그 병원에 안가게 된 그런 의사들이 더 많다. 간호사라고 다르지 않다. 불친절한 병원의 경우 원무과부터 진료하는 의사에 이르기까지 어쩜 그리 원스톱으로 다들 불친절한 것인지 모르겠다. 반면 그 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친절한 의사들에 대한 기억은 그들의 행동뿐만 아니라 멘트까지 뇌리에 남아 있다.

 

몸이 아프다보니 마음도 고달퍼지고...그래서 병원에 온 환자들을 "하인"다루듯이 하는 병원이 놀랍게도 여전히 성행하고들 있다. 병원 친절지수를 높이기 위해 cs강사를 근무케하고 코디네이터를 두는 등 일선에서 많은 병원들이 그 서비스 개선에 힘쓰고 있는 가운데도 여전히 불친절한 병원들은 그들 사이사이, 군데군데에 있기 마련이다. 그들에게 "환자"는 그저 "얼마짜리 환자"일뿐. "환자"를 "고객"으로 보질 않는다.

 

친절한 병원의 경우 "환자"를 "고객"대하듯 하기 때문에 불친절할 수가 없다. 한국에서 몇몇 군데 보지 못한 "환자를 고객으로"대하는 병원을 나는 일본의 어느 노의사의 책 속에서도 발견할 수가 있었다. 1954년 졸업생인 그는 심장외과 전공의다. 특이하게도 [우주소년 아톰]의 아버지 데즈카 오사무의 중학동창생이라 만화에 등장하는 오차노미즈 박사의 모델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특별한 이력도 가지고 있는 의사였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이때, 사회와 공공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서보중수장"훈장을 받은 노의사가 전하는 '건강한 삶'은 어떤 삶인지 궁금해졌다. 실제 만나보진 못했지만 "환자"를 "고객"이라 부르는 의사이기에 아쓰미 가즈히코가 전달하려는 메세지에 문득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다. "나는 너보다 똑똑해"내지는 "나는 모든 병은 다 고칠 수 있어"라는 식의 멘트는 적어도 듣지 않아도 좋을듯해서-.

 

의사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가장인 저자는 소식으로 연명하는 부인과 살고 있다. 그들의 식단은 아침엔 뿌리 채소 스프와 요구르트를, 점심은 가볍게 들고, 간식은 과일이나 감자를 소량 먹는 것으로 간단하게 하루 음식섭취를 해나가고 있었다. 노인이 되면 소화기능이 떨어진다고들하지만 여전히 고기를 먹고, 한 상 가득 먹는 사람들과 그들의 식단은 확실히 차별화 되어 있다.

 

그가 이토록 철저하게 식습관부터 지켜나가는 이유는 우리 몸의 상태에 팔할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아프지 않으면 평소 몸상태가 "건강"하다고 생각하며 산다. 하지만 "반건강/반환자"상태일뿐 완전히 건강한 상태란 있을 수 없다고 그는 전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미병(한방의학 용어)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자다 몸에 변화가 느껴지는 순간, 가장 빠르게 눈치채고 병은 현명하게 다스려야 하는 의무도 의사가 아닌 개개인에게 먼저 주어진다. 그래서 그는 의사에게 기대기 보다는 스스로 건강을 챙겨나가야한다고 역설한다. 의사가 모든 병은 고치긴 어렵다.

 

평소보다 몸무게가 감소했다면 초기암이나 갑상선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두통이 심하게 이어진다면, 특히 후두부통증이 강하다면 지주막출하출혈을, 손발 저림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만성이 된다면 뇌신경계질환을 체크해보아야할 것이다. 이 외에도 약간의 의학상식을 갖고 있다면 자신의 몸을 조금 더 잘 돌볼 수 있게 된다. 너무 지나쳐서 건강염려증이 되지 않을 정도로 약간만 건강에 대해 평소 관심을 갖고 살자는 의미다.

 

혼다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는 유쾌한 사람이라고 했다. 평소 술도 잘 마시고 잘 놀고 바쁘게 사는 그의 뇌 나이가 궁금했던 저자는 그를 설득해 뇌사진을 찍었더니 60세 넘은 나이가 무색하게 20대 청년의 뇌를 지니고 있어 놀라웠다고 한다. "뇌"는 유일하게 젊음을 유지하는 기관이라는 상식을 나는 혼자 소이치로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 허준이나 화타같은 명의를 만날 확률은 거의 제로 퍼센트일 것이다. 나완 멀리 떨어진 "명의"보다는 "내게 맞는 친절한 의사"에게 더 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사람에 대한 예의가 있는 의사와 만나고 싶다. 몸이 몹시 아프고 그로인해 정신까지 피폐해져 있는 상태라면 나는 조금 더 친절한 의사를 만나고 싶다. 일본 최고의 명의 아쓰미 가즈히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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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행복해지는 사람 불행해지는 사람
김주언 지음 / 좋은책만들기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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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하고 있는 프로그램중에 [부부클리닉]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부부사이의 문제를 다루는 책을 읽을 때 마다 제일 먼저 떠올려지곤 한다. 부부 사이에 이토록 많은 불화 소재거리가 있을까 싶을 정도인데 결혼 생활이 만만치 않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결혼 후 행복해지는 사람 불행해지는 사람]이라는 책 제목에서도 시사하듯 결혼을 행복하게 만들어가는 커플이 있는가 하면 지옥으로 치닫는 커플들도 있다. 결혼 후 상대가 변했다 는 마음에서부터 서운함이 시작되었으리라. 하지만 변한 쪽은 비단 상대방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결혼이 행복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알면서도 그 마음을 어쩌지 못해서 "사람"인 것일까. 행복한 부부생활을 돕는 부부문제 전문가인 저자는 총 6개의 카테고리 속에 실질적인 상담사례를 가득 담아 행복의 비결을 알려주려 한다.

 

결혼의 성공은 적당한 짝을 찾는 데 있기보다는 적당한 짝이 되는 데 있다  - 앙드레 모로아

 

책의 후미에 적혀 있는 이 문장이 이 책 한 권의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 가장 좋은 답이 아닐까. 행복하지 않은 아내/ 불행하기 짝이 없는 남편/ 갈등과 분노를 부르는 대화/ 부부의 행복을 좌우하는 성/ 부부의 행복을 망치는 자아문제/ 행복한 부부의 지혜. 목차만 보자면 꼭 부부사이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커플의 이야기에 빗대어도 충분히 어울리는 목차들이었다. 미혼이기에 이들의 사례가 마음 깊숙이 와 닿는 것은 아니지만 결혼하게 되면 이런 문제들이 생길수도 있겠구나 싶어진다. 첫눈에 반하는 건 쉽다. 그 사랑을 이어나가고 관리해나가는 일이 어렵게 느껴진다. 언제나.

 

결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부장적인 예전과 달리 가사활동을 나누는 부부들이 많다. 하지만 남편들은 집안일을 "도와준다"며 남의 일처럼 대한다. 함께 꾸려나가는 가정인데 공동의 몫이라는 마음가짐이 결여된 부분이 아내들이 가장 서운해하는 대목인데도 그들은 잘 모른다. 그 사실을.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강압적인 태도를 보인다든지,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남편들은 부부가 대등한 관계라는 사실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저자는 이를 자존심 싸움이라고 정의내리고 있는데 부부의 자존심은 어느 한 쪽에서 세워주는 게 아니라 서로가 지켜줄 때 진정 행복한 관계형성이 되는 것이다.

 

책은 부부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들의 사회적, 가정내의 관계만 정의내리는 것이 아니라 '성'파트에서도 친밀하게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꽤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며 전하고 있다. 건강한 정신, 건강한 신체, 여유있는 경제적 상황. 모두가 이렇듯 원활하다면 결혼생활이 불행해질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 순풍에 돛단듯 흘러가지만은 않는 것이 결혼생활이다보니 많은 오류를 범하면서도 서로가 나의 최고의 짝이라는 믿음으로 행복한 가정만들기를 영위해나갈 수 있도록 책은 상담하고 설명하고 해답을 함께 찾도록 돕는다.

 

책을 읽으면서 상담서 한 권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부부의 행복은 만들어가는 것이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해답을 책 속에서 찾아내었지만 사실 이 한 권으로 결혼생활의 문제점 전부를 들여다봤다고 자만할 수 없을 것이다. 저절로 행복해질거라는 생각은 없지만 막상 문제거리들과 닥쳤을때 차분하게 이 책을 다시 한 번 꺼내볼 수 있는 정신적 여유가 주어지도록 지금부터라도 내공을 쌓아야겠다 싶어졌다. 적어도 노력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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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착 달라붙는 카피 한줄 - 심리 메커니즘을 움직이는 비즈니스 글쓰기
조셉 슈거맨 지음, 송기동 옮김 / 북스넛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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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가 아니다.나는-. 게다가 평생 시인이나 카피라이터로 살 꿈을 단 한 순간도 해 본 일이 없다.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함축적인 언어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에 취약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착 달라붙는 카피 한줄]은 그런 짧은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읽게 된 책은 아니었다는 거다.

 

그 반대로 짧은 글 속 의미를 파악하고 헤드라인이나 카피 속에 숨겨진 매력을 알아보고 싶은 마음으로 접근한 책이었다. 저자 조셉 슈거맨은 읽게 만드는 비결 10가지를 독자에게 털어놓으면서 미끄럼틀 효과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미끄럼틀이 미끄러지면서 가속도가 붙어 멈출 수 없는 것처럼 호기심을 유발해서 설득할때까지 가속도를 붙이라는 이야기인데, 이 점이 끝까지 읽게 만드는 비결중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었다.

 

카피의 효과를 높이려면 전문가가 되라고 충고한 조셉 슈거맨은 먼저 고객을 파악하고 연습하면 반드시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영감으로 번뜩이는 천재만 카피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끊임없이 관찰하고 찾아내는 습관이 될 사람 역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매력적인 한 줄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인데 마음에 착 달라붙는 카피 한 줄은 그렇게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과 만나고 싶다"는 카피는 오래된 커피 광고의 한 대목이다. 국민배우 안성기의 내레이션이 입혀진 이 목소리는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수많은 커피 광고들 사이에서 살아남았다. 원빈이 광고하고 이병헌이 광고한 커피의 잔상은 머릿 속에 남아도 커피하면 제일 먼저 떠올려지는 것은 역시 목소리 하다가 영상보다 크다는 의미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그 어감이 추운 겨울 마음까지 녹이면서 남아서 그런가. 이 계절이 오면 커피를 손에 쥐고 꼭 떠올려진다. 그 목소리가.

 

이처럼 마음에 남은 카피 한 줄은 의외로 심플하면서 평범한 단어들로 구성되어져 있다. 무언가 특별하고 화려한 단어속이 아닌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들이 줄지어져 있지만 우리의 마음을 훔쳐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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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 1 - 경시청 특수범수사계(SIT)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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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르겠다. 3권 중 1권만 달랑 읽어놓고 지우가 화이랑 비슷할 거라고 상상해 보는 건. 익히 "춤추는 대수사선"을 보면서 일본의 경찰 드라마에 감탄했더랬다. 추리수사물적 전문드라마는 매년 시즌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 드라마가 최고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일본은 또 다른 강국이었다. 물론 사건에 치중하고 수사의 발전성을 보여주는 점은 미국이 최고다. 하지만 범죄의 잔혹성이나 사건을 풀어나가는 속에서의 조직과 인간의 심리를 읽어나가는 쪽은 일본이 탁월했다. 거기에 홈즈의 재해석판인 "셜록"을 전세계에 내던진 영국도 뛰어들었다. 북유럽 작가들은 또 어떠한가. 그들이 보여주는 음울하면서도 서늘한 기운이 흠뻑 서린 추리물은 미국와 일본의 작품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추리 소설의 강국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넘버 원을 칭하기엔 무리가 있을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뛰어난 작가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그것이 약간 부러워졌다. 우리 나라에도 탄탄한 추리소설계의 작가군이 구축되어 있더라면...얼마나 좋을까? 하고. 국가를 대표할만한, 타국에서 탐낼만한 작가군이 장르별로 쏟아져 나오기를 독자로서 기대하는 바다.

 

드라마나 영화로도 보여진 바 있는 혼다 테츠야의 레이코 형사 시리즈는 역시 책으로 읽을 때 그 느낌이 제대로였다고 생각한다. [스트로베리 나이트],[시머트리],[감염유희],[인비저블 레인],[히토리 시즈카] 등등 차례대로 읽어나가며 나는 경찰소설이 얼마나 재미있는 장르인지 또 다시금 깨닫는다.

 

혼다 테츠야는 이미 내게 검증된 작가였다. 그 재미를 기대해도 좋을 작가이기에 내용 상관없이 신작들은 손에 쥐어 들게 되는데, [지우] 역시 내용도 모른 채 주문해 읽은 소설이었다. 당연히 장르는 경찰 소설이라는 생각으로. 2009년 경찰이 뽑은 최고의 경찰 소설작가에 뽑힌 혼다 테쓰야는 [지우]를 통해 다른 여형사들을 등장 시키고 있다. 단 한 명이 아닌 투톱의 느낌이 물씬난다.

 

조직과 개인의 이야기면서 약하고 감상적인 여자와 냉철하고 강인한 두 여성이 걷는 길은 참 다르다. 수사 1과 특수반인 SIT에서 25세 이하 독신 남성만 채용한다는 비밀 조직인 SAT로 승승장구 중인 이자키와 일련의 사건으로 좌천되어 버린 가도쿠라. 인질 농성 사건으로 인해 그들의 인생은 함께 영향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계속 부딪히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에 뛰어드는 두 여성은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와 다른 일상을 살고 있다. 결코 사건은 단발로 끝나지 않았다. 인질 농성 사건의 범인은 미결사건으로 남겨진 아동 유괴 사건의 용의자 중 하나로 알려졌고 그의 입으로 뱉어지는 과거 한 사건은 앞으로 닥칠 모든 사건의 시작점이 되었던 것이다. 파헤칠수록 큰 수렁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드는 작가 혼다 테쓰야.

 

그가 그려낸 [지우]는 유괴 사건의 피해자이면서 유괴사건의 가해자로 성장했는데, 1권에서는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그의 사연이 화이와 약간은 오버랩되면서 나는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보다는 그 인간이 세상에 갖고 태어나는 성향이 어른으로 성장하는데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마는 것인지에 대한 혼돈에 빠져버렸다.

 

2권을 읽으면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들을 알게 될까.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애청자처럼 나는 2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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