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사에게 기대지 않고 사는 법 - 일본 최고의 명의가 알려주는
아쓰미 가즈히코 지음, 이진원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부터 잔병치레가 많아 수많은 의사들을 만나며 살아왔지만 친절한 의사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만큼 그 수가 적다. 오히려 너무나 불친절해서 다시는 그 병원에 안가게 된 그런 의사들이 더 많다. 간호사라고 다르지 않다. 불친절한 병원의 경우 원무과부터 진료하는 의사에 이르기까지 어쩜 그리 원스톱으로 다들 불친절한 것인지 모르겠다. 반면 그 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친절한 의사들에 대한 기억은 그들의 행동뿐만 아니라 멘트까지 뇌리에 남아 있다.
몸이 아프다보니 마음도 고달퍼지고...그래서 병원에 온 환자들을 "하인"다루듯이 하는 병원이 놀랍게도 여전히 성행하고들 있다. 병원 친절지수를 높이기 위해 cs강사를 근무케하고 코디네이터를 두는 등 일선에서 많은 병원들이 그 서비스 개선에 힘쓰고 있는 가운데도 여전히 불친절한 병원들은 그들 사이사이, 군데군데에 있기 마련이다. 그들에게 "환자"는 그저 "얼마짜리 환자"일뿐. "환자"를 "고객"으로 보질 않는다.
친절한 병원의 경우 "환자"를 "고객"대하듯 하기 때문에 불친절할 수가 없다. 한국에서 몇몇 군데 보지 못한 "환자를 고객으로"대하는 병원을 나는 일본의 어느 노의사의 책 속에서도 발견할 수가 있었다. 1954년 졸업생인 그는 심장외과 전공의다. 특이하게도 [우주소년 아톰]의 아버지 데즈카 오사무의 중학동창생이라 만화에 등장하는 오차노미즈 박사의 모델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특별한 이력도 가지고 있는 의사였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이때, 사회와 공공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서보중수장"훈장을 받은 노의사가 전하는 '건강한 삶'은 어떤 삶인지 궁금해졌다. 실제 만나보진 못했지만 "환자"를 "고객"이라 부르는 의사이기에 아쓰미 가즈히코가 전달하려는 메세지에 문득 호기심이 일기 시작했다. "나는 너보다 똑똑해"내지는 "나는 모든 병은 다 고칠 수 있어"라는 식의 멘트는 적어도 듣지 않아도 좋을듯해서-.
의사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가장인 저자는 소식으로 연명하는 부인과 살고 있다. 그들의 식단은 아침엔 뿌리 채소 스프와 요구르트를, 점심은 가볍게 들고, 간식은 과일이나 감자를 소량 먹는 것으로 간단하게 하루 음식섭취를 해나가고 있었다. 노인이 되면 소화기능이 떨어진다고들하지만 여전히 고기를 먹고, 한 상 가득 먹는 사람들과 그들의 식단은 확실히 차별화 되어 있다.
그가 이토록 철저하게 식습관부터 지켜나가는 이유는 우리 몸의 상태에 팔할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아프지 않으면 평소 몸상태가 "건강"하다고 생각하며 산다. 하지만 "반건강/반환자"상태일뿐 완전히 건강한 상태란 있을 수 없다고 그는 전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누구나 미병(한방의학 용어)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자다 몸에 변화가 느껴지는 순간, 가장 빠르게 눈치채고 병은 현명하게 다스려야 하는 의무도 의사가 아닌 개개인에게 먼저 주어진다. 그래서 그는 의사에게 기대기 보다는 스스로 건강을 챙겨나가야한다고 역설한다. 의사가 모든 병은 고치긴 어렵다.
평소보다 몸무게가 감소했다면 초기암이나 갑상선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두통이 심하게 이어진다면, 특히 후두부통증이 강하다면 지주막출하출혈을, 손발 저림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만성이 된다면 뇌신경계질환을 체크해보아야할 것이다. 이 외에도 약간의 의학상식을 갖고 있다면 자신의 몸을 조금 더 잘 돌볼 수 있게 된다. 너무 지나쳐서 건강염려증이 되지 않을 정도로 약간만 건강에 대해 평소 관심을 갖고 살자는 의미다.
혼다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는 유쾌한 사람이라고 했다. 평소 술도 잘 마시고 잘 놀고 바쁘게 사는 그의 뇌 나이가 궁금했던 저자는 그를 설득해 뇌사진을 찍었더니 60세 넘은 나이가 무색하게 20대 청년의 뇌를 지니고 있어 놀라웠다고 한다. "뇌"는 유일하게 젊음을 유지하는 기관이라는 상식을 나는 혼자 소이치로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 허준이나 화타같은 명의를 만날 확률은 거의 제로 퍼센트일 것이다. 나완 멀리 떨어진 "명의"보다는 "내게 맞는 친절한 의사"에게 더 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사람에 대한 예의가 있는 의사와 만나고 싶다. 몸이 몹시 아프고 그로인해 정신까지 피폐해져 있는 상태라면 나는 조금 더 친절한 의사를 만나고 싶다. 일본 최고의 명의 아쓰미 가즈히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