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하는 여자 - 과학이 외면했던 섹스의 진실
대니얼 버그너 지음, 김학영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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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킨제이 보고서는 지루했다. 재미삼아 읽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던 내용이었다. 타인들에게 얼마나 공감이 가고 그 내용이 얼마나 유명한 것이든지 간에 결국 만족과 불만족은 나를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이므로 내게 킨제이 보고서는 지루했다. 영화도, 드라마도, 서적들도 예전에 비해 여성들의 성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도발적으로 때로는 섹슈얼리티하게 여성들의 성문화나 성전반에 대한 관심들을 표면 밖으로 표출해내고 있다. 그렇다고 문란하거나 음난하거나 개방적이지는 않았다. 오백년이라는 세월동안 교육받아온 우리 사회 내에서 여성의 성은 여전히 그 울타리 근처에서 들락날락하고 있는 정도라고 생각되어진다.

 

[욕망하는 여자] 역시 생각대로의 책은 아니었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가 연애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알기 쉽게 그 사례들을 보여준 것과 달리 대니얼 버그너의 책은 피험자들의 연구사례와 적당히 학문적인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 가독성부분은 아쉽게도 약간 떨어지는 편이다. 훌렁훌렁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읽다가 자꾸만 멈추어서 근처부분을 반복읽기를 해야만 이해되는 부분들이 적잖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 책보다 정독의 자세로 읽어나갈 수 있었던 장점도 있었다.

 

90초짜리 포르노 영상을 보면서 남자들 뿐만 아니라 여자들도 흥분하고 두근거린다는 사실은 굳이 실험결과를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었더랬다. 어쩌면 호기심은 여성들이 더 많은 부분 가지고 있었던 일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사회가 많이 변했다고는 해도 여전히 순결이라는 부분과 생활밀접형 성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성에 대해서는 더 무지하거나 많은 경험들을 직간접적으로 해볼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자신이 여성이면서도 여성의 '성욕'을 인정하지 않으며 살아왔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성욕은 여성들에게도 존재하는 감각이었다. 남자 못지 않게 성욕이 충만했으며 단순한 삽입이 아닌 유대감과 서로에 대한 신뢰감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건강한 관계를 대다수의 여성들은 원하고 있었다. 다만 성적 판타지 속에 '강간'이 포함된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었으며 모든 여성이 강간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읽는 남성 독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어졌다. 소수의 여성이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흥분전이효과를 느끼는 것이 여성 전부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즌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드라마[성범죄수사대]에서는 모든 여성이 실제로는 강간을 좋아하며 노라고 외치는 것은 거절이 아닌 튕기는 것이라고 착각한 남자가 법정에서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변호하는 부분이 등장해 화제가 된 바가 있다. 여형사 벤슨이 방청객석에 앉아 어이 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내용은 흥미롭게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지만 이처럼 몇몇 부분은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나타난 특징이 아닐까 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후미에 저자는 이렇게 덧붙여놓고 있다. 이 책에 담고 있는 견해들은 하나의 시작이라고. 과학자들 누구도 여성의 성욕에 대해 결정적이고 완전한 대답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고. '성욕'이라는 주제는 어쩐지 껄끄럽게 느껴진다. 어제 본 드라마처럼 다음날 아침 커피브레이크 타임에 쉽게 꺼내지는 주제로 등장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같은 시도는 반갑다. 미성년이 아닌 성인들 대다수가 어울려 살아가야하는 '사회'에서 건강한 성이 주도되지 않는다면 성은 부끄러워지고 숨겨져서 오히려 변태적이거나 가학적으로 변질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사실 코스모폴리탄의 섹슈얼기사들처럼 자극적인 부분은 없었다. 다만 읽으면서 '성문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좋은 기회를 가졌다는 것과 같은 나이때의 친구들과 이에 대해 이야기 해 볼 수 있는 좋은 사례들을 얻어냈다는 점이 오늘 이 책 읽기를 잘했다고 나 스스로에게 칭찬할 수 있는 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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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최고의 몸매 만들기 - 엉덩이에서 시작하는 기적의 롯칸식 8분 습관
시미즈 롯칸 지음, 한혜정 옮김, 이웅희 감수 / 코코넛(coconut)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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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과 한국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시미즈 롯칸의 '체형교정'. <서인영의 스타뷰티쇼>를 보지 못해서 시크릿 교정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에디터들의 극찬이 이어지는 걸 보면 확실히 효과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뛰어난 몸매 교정자 이자 신의 손이라 불리는 시미즈 롯칸이 아저씨라는 거다. 프로필을 보고야 알았는데, 나이든 씨름선수처럼 풍채좋은 아저씨가 뷰티멘토란다. 어딘지 어울리지 않게 들렸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가 어떤 몸매를 완성해내는가가 더 중요한 일이다.

 

연예인들이 줄지어 서 있어 6개월 후에나 예약이 가능하다는 그는 일반 트레이너들과 어떤 다른 면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우선 여성의 인체를 가장 아름답게 교정하기 위해 40여년이나 연구해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투자한 시간대비 만족도가 높다는 그의 체형 비법이 무엇보다 건강을 우선시 하고 있다는 점도 신뢰감을 가지기 충분한 면이였다.

 

- 바른 자세로 제대로 했는가

- 매일 꾸준히 했는가

 

골반교정에서 엉덩이/다리/가슴 순으로 이어지는 순서는 우리 몸의 중심인 골반이 주축이 되어야 상체와 하체를 바르게 잡아주기 때문이란다. 그 결과 순서대로 다 하든, 어느 한 부위만 진행하든 간에 2주간의 시간이 흐르면 before vs  after이 분명히 느껴진단다. 단 몸에 통증이 있거나 임신 중인 사람은 컨디션을 생각해서 무리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단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운동인 '탄력 있게 올라 붙은 엉덩이 만들기'부터 시작해서 운동 중에는 마지막 페이지에 등장하는 골반운동에 이르기까지 어려워 보이는 동작은 하나도 없다. 각 운동당 1분 정도가 소요되니 운동을 게을리 할 이유도 없다. 게다가 빠르면 2주만에 효과가 톡톡히 나타난다니 운동을 안할 이유가 전혀 없어진다. 이 운동을 알고서도 행하지 않는다면 그건 아주 게이르다는 증거!! 요가보다 훨씬 쉽고, 일반 스트레칭보다 편안하게 바닥에 딱 붙어서 약간의 움직거림으로 완성되는 '최고의 몸매'를 위한 운동. 이 정도의 투자로 멋진 몸매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니, 운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눈으로만 익혔지 이 운동을 시작하지 못했다. 별로 어려워보이진 않지만 급격히 컨디션이 나빠져 며칠간 건강을 회복하는데 힘쓰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과는 달리 2013년, 나는 건강을 크게 잃어버려 옴짝 달싹도 못했었다. 회복기에 있기에 무리하기 보다는 앞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습관을 바르게 들이고 싶었다.

 

자칫 무리해서 다시 탈이 나기 보다는 이렇듯 무리없이 움직이면서 꾸준히 건강의 탑을 쌓아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다가오는 새해, 2014년 1월 1일부터 운동을 천천히 시작할 수 있도록 그 전에 미리 눈으로 꼼꼼히 책을 보고 또 보는 중이다. 머릿속으로 동작을 완전히 익혀 TV를 보거나 음악을 듣다가도 가볍게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검고 얇은 이 책이 앞으로 믿음직한 나의 트레이너인 셈이다. 2014년부터는 건강한 나로 100년해를 하기 위해 책의 도움이 절실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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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계략 - 천하를 뒤흔든 영웅들의 전략 전술 마니아를 위한 삼국지 시리즈
기무라 노리아키 지음, 조영렬 옮김 / 서책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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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빛이 멋진 배우 "양조위"가 나온 적벽대전을 너무 재미나게 봤다. 제갈량의 기량과 유비,관우,장비, 손권, 주유, 제갈량이 등장하는 광활한 중국의 역사속으로 뛰어들어가 나는 영화 속 한 사람이 되어 그들의 역사를 지켜보았다. 어제는 주윤발이 위왕'조조'로 주연한 영화를 보았는데, 영화마다 '조조'라는 인물의 평가가 천차만별이라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삼국지]에 보기 좋게 속았다. 우리가 알고 있던 삼국지는 두 종류가 존재한다고 한다. [삼국지]와 [삼국지연의]. 역사서인 [삼국지]는 진수라는 진나라 사람이 편찬한 '위'를 중심으로 한 것이고, [삼국지연의]는 나관중이 촉의 정통성을 강조하며 유비는 선한 사람으로 조조는 나쁜 사람으로 역할 분담하여 쓰여진 소설인 것이다. 에피소드가 짧은 삼국지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던 많은 분량들이 다 창작이라니, 그간 재미나게 읽었던 것은 그렇다면 다 소설인 것인가, 역사인 것인가 헷갈리기까지 한다.

 

[삼국지의 계략]은 독특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가령 당시 군인들의 무기들이 소개되는 페이지는 내게 별로 흥미있는 주제가 아닌 반면 위/촉/오의 군사나 장군들이 소개된 '사람'이 가득한 페이지는 눈에 불을 켜고 읽게 만드는 잇페이지들이었다. 촉의 군사 제갈량이나 그 끝이 참수형이어서 안타까웠던 관우, 부하에게 살해된 장비, 미주랑이라고 불렸던 주유, 제갈량의 라이벌 사마의. 아는 인물들도 여럿 보였지만 외교관 이적, 정치가 장완, 유비의 참모였던 법정, 촉나라 최후의 명장 강유, 충신 장소, 전략가 노숙, 맹장 여몽, 참모 허유 등은 생소한 인물들이었다. 마치 인간시장에 나온 것처럼 이처럼 많은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너무 신났다. 마치 진용들이 가득찬 무덤 속에 들어와 그들을 하나하나 만나며 메모하며 그 속을 돌아다니는 고고학자가 된 기분이랄까.

 

무기와 인물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삼국지의 계략] 속에는 고사성어같은 멋진 명대사들이 깨알같이 숨겨져 있었다. 훼이크를 사용한 제갈량의 '반간계'의 기지, 자신을 희생해 조조의 눈을 속인 황개의 거짓투항에서 보여진 '고육지계',초선의 미인계로 동탁을 죽인 '차도살인'적 왕윤의 계략, 동탁과 여포를 갈라놓은 유명한 계략인 '연환계... 이렇듯 [삼국지연의] 속에는 다양한 계략들이 등장한다. 유명한 계략들은 하나 같이 멋진 것들이어서 현재 사회생활을 하는 우리들에게도 모범답안이 되고 좋은 작전전술이 되는 지략들처럼 느껴진다. 옛 것을 버리고 새 것 속에서 취해지는 배움을 그래서 절반밖에 되지 못하나보다.

 

허를 찌르는 멋진 지략들과 그 시대를 살아낸 영웅의 이야기들은 언제 다시 읽어도 새 이야기처럼 마음을 사로잡는다. 오늘도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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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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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미조 세이시의 새로운 번역본이 나올때마다 빠짐없이 읽고 있다. 재미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밀실트릭도 가문이나 한 지역에 갇힌 사람들이 만들어낸 사건들도 비슷비슷해보이지만 언제나 새롭게 읽힌다. 미쓰다 신조의 소설들도 그렇게 읽기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사건이나 사람을 이해하기 앞서 오묘한 분위기를 읽게 만드는 것이 미쓰다 신조의 작품들이었다. 많은 작품을 읽은 것은 아니지만 하나같이 기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제 2차 세계대전을 겪은 후 일본은 여러 작품에서 보여지듯 피폐하고 음울한 분위기가 엄습해 있었다. 그 와중에 히메카미 촌의 이치가미 가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저주로 대가 끊길 지경이었다. 어린 요키타카가 하인으로 올 무렵에는 남자라서 우러름을 받는 조주로와 딸이라서 대접받지 못하는 연약한 히메코 쌍둥이가 살고 있었더랬다. 그리고 그 일이 일어났다. 목이 잘린 시체들이 연이어 나타나는 기괴한 사건이.

 

대를 잇기 위해 딸과 아들이 바뀌고 운명대로 그들이 차례차례 죽임을 당하고 귀신과 사람이 저지른 만행들이 사건 속에 묻히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이야기가 뒤집히는 가운데 탐정 도조 겐야는 사람들 앞에서 사건을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들이 쉽게 한 가닥씩 풀려가며, 사고와 사건이 분리되고, 살인의 동기가 밝혀지고, 용의자들이 하나 둘씩 줄어들면서 그는 지목했다.

 

"당신이 진범입니다"  p 492

 

라고. 이 녀석은 누구일까. 범인이 밝혀졌지만 의문은 남았다. 그리고 소설의 형태가 아닌 신문기사의 형태로 독자들을 향해 팁이 주어지는데, 이또한 깜짝 놀랄만큼 반전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마지막까지 의문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5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6위, 미스터리를 읽고 싶다 3위, 본격 미스터리 월드 금상, 본격 미스터리 대상 노미네이트,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노미네이트 라는 어마어마한 수상내역이 이 한 권의 책에 붙여져 있다. 엄청 공들여썼을 트릭들과 방대한 양, 그리고 한 마을을 무대로 한 완벽한 세계관과 특이한 양식의 건축물까지. 저자 미쓰다 신조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드면서 추리소설이 얼마나 치밀하고 섬세하게 작업되어지는 장르인지 감동받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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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 1 - 경시청 특수범수사계(SIT)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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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르겠다. 3권 중 1권만 달랑 읽어놓고 지우가 화이랑 비슷할 거라고 상상해 보는 건. 익히 "춤추는 대수사선"을 보면서 일본의 경찰 드라마에 감탄했더랬다. 추리수사물적 전문드라마는 매년 시즌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 드라마가 최고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일본은 또 다른 강국이었다. 물론 사건에 치중하고 수사의 발전성을 보여주는 점은 미국이 최고다. 하지만 범죄의 잔혹성이나 사건을 풀어나가는 속에서의 조직과 인간의 심리를 읽어나가는 쪽은 일본이 탁월했다. 거기에 홈즈의 재해석판인 "셜록"을 전세계에 내던진 영국도 뛰어들었다. 북유럽 작가들은 또 어떠한가. 그들이 보여주는 음울하면서도 서늘한 기운이 흠뻑 서린 추리물은 미국와 일본의 작품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추리 소설의 강국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넘버 원을 칭하기엔 무리가 있을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뛰어난 작가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그것이 약간 부러워졌다. 우리 나라에도 탄탄한 추리소설계의 작가군이 구축되어 있더라면...얼마나 좋을까? 하고. 국가를 대표할만한, 타국에서 탐낼만한 작가군이 장르별로 쏟아져 나오기를 독자로서 기대하는 바다.

 

드라마나 영화로도 보여진 바 있는 혼다 테츠야의 레이코 형사 시리즈는 역시 책으로 읽을 때 그 느낌이 제대로였다고 생각한다. [스트로베리 나이트],[시머트리],[감염유희],[인비저블 레인],[히토리 시즈카] 등등 차례대로 읽어나가며 나는 경찰소설이 얼마나 재미있는 장르인지 또 다시금 깨닫는다.

 

혼다 테츠야는 이미 내게 검증된 작가였다. 그 재미를 기대해도 좋을 작가이기에 내용 상관없이 신작들은 손에 쥐어 들게 되는데, [지우] 역시 내용도 모른 채 주문해 읽은 소설이었다. 당연히 장르는 경찰 소설이라는 생각으로. 2009년 경찰이 뽑은 최고의 경찰 소설작가에 뽑힌 혼다 테쓰야는 [지우]를 통해 다른 여형사들을 등장 시키고 있다. 단 한 명이 아닌 투톱의 느낌이 물씬난다.

 

조직과 개인의 이야기면서 약하고 감상적인 여자와 냉철하고 강인한 두 여성이 걷는 길은 참 다르다. 수사 1과 특수반인 SIT에서 25세 이하 독신 남성만 채용한다는 비밀 조직인 SAT로 승승장구 중인 이자키와 일련의 사건으로 좌천되어 버린 가도쿠라. 인질 농성 사건으로 인해 그들의 인생은 함께 영향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계속 부딪히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에 뛰어드는 두 여성은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와 다른 일상을 살고 있다. 결코 사건은 단발로 끝나지 않았다. 인질 농성 사건의 범인은 미결사건으로 남겨진 아동 유괴 사건의 용의자 중 하나로 알려졌고 그의 입으로 뱉어지는 과거 한 사건은 앞으로 닥칠 모든 사건의 시작점이 되었던 것이다. 파헤칠수록 큰 수렁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드는 작가 혼다 테쓰야.

 

그가 그려낸 [지우]는 유괴 사건의 피해자이면서 유괴사건의 가해자로 성장했는데, 1권에서는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그의 사연이 화이와 약간은 오버랩되면서 나는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보다는 그 인간이 세상에 갖고 태어나는 성향이 어른으로 성장하는데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마는 것인지에 대한 혼돈에 빠져버렸다.

 

2권을 읽으면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들을 알게 될까.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애청자처럼 나는 2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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